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09)
마존현세강림기-1511화(1508/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19화)
4장 특정하다 (4)
“크흠.”
하광식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질문 목록은 이미 작성해 왔지만, 강진호의 얼굴을 보니 이 종이에 적 힌 텍스트들이 하등 쓸모없게 느껴 진다.
‘이게 진짜 인터뷰지.’
서면으로 작성해 주고받아도 된 다. 그럼에도 굳이 마이크를 잡고 사람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 사람에 게서 풍기는 분위기를 캐치할 수 있 어야 좋은 질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광식이 슬쩍 박규연에게 눈치를 준다. 그러자 박규연이 고개를 끄덕 이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
“아, 너 됐어. 하지 마.”
박규연이 눈으로 ‘선배가 하라고 해놓고 왜 이러세요?’라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하광식은 짜증 섞인 눈
빛으로 박규연의 시선을 씹어버렸 다.
‘뭐 그런 탄한 질문을 하고 있어, 시간 아깝게.’
박규연에게는 맡길 수 없겠다고 생각한 하광식이 직접 입을 열었다.
“이번 카페 루오고에서 생긴 일 때문에 심려가 많으시겠습니다.”
강진호가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아니니까요.”
“바로 그 부분 말입니다만……
“예?”
하광식이 눈을 빛냈다.
“다른 곳에서는 생기지 않던 일이 유독 카페 루오고에만 벌어지는 이 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강진호의 시선이 살짝 이현수에게 로 향했다.
이현수의 얼굴도 살짝 굳어 있었 다.
‘빤한 인터뷰 아니었어?’
‘저는 그냥 요청이 들어와서…… 강진호가 ‘너는 일단 인터뷰 끝나 고 보자’라는 눈빛을 보내자, 이현 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살짝 헛기침을 한 강진호가 말을 이었다.
“저희도 그 점이 궁금합니다. 단 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우연이 아닌 지.”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한편으로는 우연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신규 창 업한 프렌차이즈가 기세가 좋으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기 분이 조금 나으니까요. 뜬금없이 터 진 것보다는 말이죠.”
이현수가 ‘오!’ 하는 입 모양을 만 들었다.
‘저 양반, 말하는 것 좀 보게.’
예전에는 ‘어’하고 ‘그래’밖에 못
하던 양반이 이제는 말하는 폼이 제 법 능숙하지 않은가.
길고 긴 시간 동안 벙어리 하나 사람 만들어냈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현수였다.
“그럼 이 모든 일이 카페 루오고 가 매출이 좋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 이다, 이 말씀이신가요?”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는 겁니다.”
강진호가 살짝 웃으며 말을 끊어 버리자, 하광식이 사람 좋은 얼굴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그 생각에 동
의합니다. 루오고의 기세가 좋지 않 았더라면 굳이 영업을 방해하려는 사람들이 나오지는 않았겠죠. 아, 물 론 이 모든 일들이 누군가의 범죄행 위라는 전제하에 말입니다.”
“예. 그렇겠죠.”
하광식이 미소를 짓는다.
‘나쁘지 않군.’
말을 그리 능수능란하게 하는 타 입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화를 함에 있어서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정도 는 아니었다.
말주변이 없는 사람을 인터뷰한다 는 건 그야말로 고역이니까.
다만, 그렇다는 건…….
‘좀 끌어내 볼까?’
하광식이 슬쩍 톤을 높였다.
“그 부분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경찰 쪽에서는 이미 이 일을 벌인 이들이 기존 프렌차이즈 카페와 연 관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눈치입 니다만.”
“그건 너무 나간 거죠.”
“하하,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게 아 니라, 경찰 쪽에서 그리 말을 한다 는 겁니다.”
“음, 저는 못 들었습니다.”
강진호가 말을 잘라 버렸다.
하광식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이것 봐라?’
여지를 주지 않는다. 여기서 대화 가 잘 풀려야 진짜 묻고 싶은 것들 을 물을 수 있는데…….
‘감각적으로 대화를 하는 타입이 군.’
하광식 역시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앞에 앉은 이가 다른 사람 이라면 그들이 노골적으로 불편해하 는 부분을 빙빙 돌려가며 던져 댔겠 지만, 강진호를 직접 대면하니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음, 그럼 그 부분은 제외하겠습
니다. 여하튼 특정인들이 영업을 방 해하려 든 이유는 카페 루오고가 매 출이 좋고 잘나가기 때문이다. 재미 있는 점은 바로 이 잘나간다는 부분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광식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 었다.
“레드 오션이 되어 한 집 건너 카 페가 있는 세상에서 새로운 카페 브 랜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이 성공의 요인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직 성공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 닙니다.”
“아, 그럼 정정하겠습니다. 초반 매출이 좋은 요인이 어디에 있었다 고 생각하십니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하광 식을 바라보았다.
‘미묘하군.’
굉장히 웃는 낯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와 부드러 운 목소리. 어딜 보아도 호의가 가 득하다.
하지만 강진호는 알고 있다.
‘재미있군.’
눈앞의 이 하광식이라는 사내에게 서 자신에 대한 적의가 느껴진다.
얼굴을 웃고 있지만, 뱃속에 그 비 수를 감추고 있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없이 불편하고 빤한 소리나 늘어놔야 했을 인터뷰가 조금씩 재 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점주들이 노력해 줬기 때문이 죠.”
“하하, 너무 겸손하십니다. 다른 프렌차이즈 점주들이라고 놀고먹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들 역시 노력을 하죠. 그런데도 매출이 다르다는 건
다른 요소가 있다는 의미 아니겠습 니까?”
“다른 요소라……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찾아본다면 요소가 많겠죠. 인테 리어, 광고, 그리고 원두, 서비스까 지……. 그리고 본사의 지속적인 관 리도 이유가 될 것이고.”
“네. 저도 종합적으로 카페 루오 고에 여러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합 니다. 하지만……
하광식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결국 그건 돈으로 만드는 차이
아니겠습니까?”
강진호가 대답하지 않자 하광식이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대표님. 그런 식으 로 이해하지 말아주십시오. 돈만 써 서 만들어낸 차별점이니 대단할 게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돈을 써서 라도 차별점을 만들어낸다면 당연히 의미가 있지요. 게다가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카페 루오고는 다른 프렌차이즈들보다 좋은 비율로 점주 들과 정산을 하고 있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가맹비도 그리 높지 않구 요. 아직 가맹을 추가로 받고 있지 는 않지만요.”
“네.”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가맹비도 적게 받고, 정산 비율 도 높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같은 커피값에 원두는 최고급을 쓰더군요.”
“예.”
“본사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텐데 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다만, 길게 보고 있죠. 카페 루오고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테니까요.”
“투자금은 회수할 수 있다는 말씀 이시군요?”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광식이 미소를 지었다.
몰이사냥에 성공한 늑대처럼 말이 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 는 박규연의 얼굴은 긴장으로 딱딱 하게 굳어갔다.
‘이게 무슨 인터뷰야, 이 미친 인
간아!’
이런 인터뷰가 어디 있는가.
이건 숫제 취조나 다름없다. 이 대화를 경찰서 지하에 있는 최조실 로 옮겨놔도 위화감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걸 지면에 싣는다고?’
내가 왜 저 인간을 여기로 데려 왔을까.
이젠 거물이 된 강진호를 직접 마주하고 나면 현타가 와서 포기할 줄 알았건만, 하광식은 되레 물 만 난 물고기처럼 강진호를 물어뜯고 있었다.
이제는 제발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박규 연이었다.
“그래서 여쭈고 싶은 게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박규연의 마음을 아는지 모 르는지, 하광식이 태연하게 강진호 에게 물었다.
“네. 얼마든지요.”
“본사의 부담이 굉장했을 것 같거 든요. 전국에 동시에 100개의 매장 을 연다는 건 대기업 프렌차이즈들 도 함부로 시도할 수 없는 일이죠. 실패했을 경우에 회수하지 못하는
투자금이 막대해지니까요.”
강진호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다.
“맞는 말씀입니다. 다만, 그럴 필 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대 로 먹혔다고 생각하구요.”
“예. 전략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광식이 슬쩍 웃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인지 도가 높지 않은 MK라는 회사에 그 만한 자본금이 존재할 수 있냐는 부 분이죠.”
박규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미친 새끼!’
이 짓거리를 하려고 관심도 없는 카페 이야기를 빙빙 돌려 왔구나!
박규연이 연신 혀를 내밀어 바짝 말라가는 입술을 핥아댔다.
‘엄마한테 전화라도 하고 올걸.’
아들내미 사라지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이미 하광식과의 조사를 통해 MK라는 곳이 과도한 권력이 모여 있는 정체불명의 집단이라는 걸 알 고 있는 박규연으로서는 오늘 밤 그 가 잠들 곳이 시멘트가 가득 차 있 는 드럼통 안이 아니기만을 빌 수밖
에 없었다.
이미 이 미친 인간을 말리기는 늦었으니까.
“그런 부분도 궁금해하나요?”
“예. 궁금하죠. 갑자기 나타나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하고, 이 제는 프렌차이즈까지 손대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다 강남 땅에 이 커 다란 사옥까지 만들구요.”
하광식이 빙글빙글 웃어 댔다.
“보통 기업이라는 건 점차 커 나 가는 법인데, MK는 원래 있던 돈 을 마구 뿌려 댄다는 느낌이란 말입 니다. 그러니 그 자금의 출처가 궁
금할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재벌 가의 차명 회사라든가, 그게 아니라 면 외국계 자금을 받은 회사라든가. 아니면 혹은……
하광식이 살짝 입을 가렸다.
“아, 죄송합니다. 이건 너무 나갔 네요. 여하튼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MK는 그리 투명하지는 않은 회사 같습니다만? 대표님께서 이 부분을 명확하게 밝혀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진호가 하광식을 빤히 바라보았 다.
그러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재미있네.’
이제는 이 사람이 시비를 걸러왔 다는 게 확실해졌다. 이현수는 처음 에는 안절부절못하다가 이제는 숫제 사람을 물어뜯어 죽여 버릴 기세로 하광식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봐야 뒤통수가 따가운 정도겠 지만.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 다. 그러고는 하광식에게 담배를 내 밀었다.
“ 피우시죠.”
“아, 흡연은……
“괜찮습니다. 원래 담배 피우시는 것 같은데.”
하광식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강진호는 그저 그의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로 알아차린 것이지만, 하 광식의 귀에는 강진호가 이미 그의 행적을 모조리 조사했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들렸다.
“네, 그럼.”
하광식이 담배를 받아 들자, 이현 수가 재떨이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 려놓았다. 그러자 강진호 역시 담배 를 물고 불을 붙였다.
찰칵.
“후우.”
깊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가 빙그레 웃었다.
시비를 건다라…….
그럼 받아줘야지.
“그러니까, MK의 자금 출처가 궁금하시단 말씀이시죠?”
“제가 궁금한 게 아니라……
“그거 말씀드리는 게 뭐 그리 어 려울 건 없죠.”
하광식이 긴장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진호의 입에 서 나온 대답은 하광식의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접니다.”
“••••••예?”
“저요.”
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대고 다 리를 꼬았다.
그 모습을 본 하광식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살짝 벌렸다.
“그, 그게 무슨 말씀……
“제가 돈이 많거든요.”
“그것도 엄청.”
태연하게 웃는 강진호의 얼굴을 본 하광식의 머릿속에서 어처구니라 는 단어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