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10)
마존현세강림기-1512화(1509/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20화)
4장 특정하다 (5)
“……원래 부자시라구요?”
“네.”
어…….
“제가 알기로 강진호 대표님의 아 버지께서는 택시 기사 출신으로, 현 재는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걸로 압 니다만?”
“맞습니다.”
“그런데 부자시라는 게 좀……
“아버지가 부자여야 제가 부자일 수 있는 건 아니죠. 제 돈은 제가 번 겁니다.”
“아…… 그, 그렇죠.”
하광식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설마 강진호가 이런 식으로 말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기껏해 야 이리저리 돌려서 투자를 받았다 고 얼버무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럼 꼬투리를 잡아서 다 토해내 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원래 부자?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지만 하광식은 이 상황에서 반 박할 말이 딱히 없다는 걸 이해하고 말았다. 강진호가 어떻게 돈을 벌었 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이건 카페 루오고 사태에 대한 인터뷰가 아니 게 되어버린다.
그가 물을 수 있는 건 딱 MK까 지였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하광식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 그러시군요. 원래 재산이 있 으셔서 그걸로 MK를 세우셨다?”
“네.”
“……굉장한 거부신가 보네요.”
“생각하시는 것보다 좀 더 많습니
다.”
강진호가 태연한 얼굴로 하광식을 바라보았다.
그 뻔뻔함에 하광식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네. 그, 그럼…… 음.”
하광식이 자신도 모르게 뒷머리를 긁는다. 당황할 때 나오는 그의 버 릇이었다.
“이번 사태 역시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로 빠른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
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 까?”
“고맙더군요.”
하광식이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게 답니까?”
“뭐가 더 필요합니까?”
“……아니죠. 예.”
이제는 완전히 인터뷰의 형식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강진호가 그런 하광식을 보며 피 식 웃었다.
‘재미있네.’
강진호의 집안 사정까지 알고 있 다는 건 제대로 뒷조사를 하고 왔다 는 뜻이다. 이번 카페 루오고의 일 때문에 왔다면 거기까지 조사를 할 필요는 없었겠지.
자, 그럼 어떻게 할까.
이 애송이들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결국 하광식이 살짝 오기에 치민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경찰의 협조가 과도하다는 생각 은 해보지 않으셨습니까?”
“전혀요.”
“카페 루오고의 일에 투입되는 경
찰의 수가 비슷한 사건의 몇 배를 넘는 상황인데두요?”
“그건 그쪽이 결정하는 거죠. 제 가 뭘 알겠습니까.”
“MK 측에서 경찰과의 교감이 있 던 건 아니구요?”
“교감이야 했습니다.”
“네?”
“112에 신고를 했죠. 친절하더군 요.”
강진호가 느긋하게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고는 천천히 내뿜는다.
“더 물으실 게 있습니까?”
하광식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조금도 웃지 않고 있었 다.
옆에 앉아 있는 박규연이 하광식 의 옆구리를 움켜잡았지만, 하광식 은 그 손길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대표님께서는 과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시지 않았습니 까?”
“예. 그랬다가 풀려났죠.”
“무죄를 받으신 거죠?”
“그게 아니면 제가 여기에 없겠 죠.”
하광식이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덕분에 김명찬 총리는 대표님에 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혐의로 지 금 옥살이를 하고 있고 말입니다.”
“네. 정확하게 그 죄목은 아니지 만요.”
“그럼••••••
하광식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진다.
“그 김명찬 총리가 굳이 강진호 대표님을 목표로 그런 일을 벌인 이 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두 분이 크게 관계가 있던 사이는 아닌 모양 인데.”
“노망이라도 났나 보죠.”
“……그게 대표님의 대답입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이현수에게 눈짓을 했 다.
그러자 이현수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문 앞을 가로막았다.
“녹음기 꺼.”
강진호가 낮게 말했다.
그러자 하광식이 움찔했다.
“지금 기자를 위협하시는……
“뻘소리 지껄이지 말고, 녹음기나 꺼.”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러고는 상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천
천히 상석에 앉은 강진호가 느긋하 게 몸을 기대고는 다리를 쭉 뻗었 다.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으니 대답 해 주지. 대신 오프 더 레코드야.”
하광식이 눈을 크게 떴다.
“왜? 원하던 것 아닌가?”
어투가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 사근사근하게 그들을 대하던 말투가 아니다. 살짝 짐승이 으르렁대는 듯 야성이 묻어나는 말 투. 하광식은 이 모습이 강진호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모습이라 확 신했다.
하광식이 순순히 녹음기를 꺼냈 다. 그러더니 녹음기를 끄는 모습을 강진호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 를 말아 올렸다.
“나에게 관심이 많은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그럼 이런식으로 돌아오지 말고, 나한테 직접 찾아오지그랬어?”
“만나주실 거라고는 생각 못했거 든요.”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을.”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하며 담배를 물자, 박규연이 얼음장처럼 굳은 얼
굴로 입을 열었다.
“저…… 대표님, 죄송합니다. 인터 뷰는 여기까지만 하고 저희는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뭔 소리야?”
“제발 그 아가리 닥쳐요, 선배. 재떨이로 대가리 깨버리기 전에.”
박규연은 정말 사색이 되어 있었 다.
평범한 재벌과도 이런 식으로 척 을 지지는 않는다. 뒷감당을 할 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평 범한 재벌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총리를 묻어버릴 수 있는 사람이면, 기자 두 명 물고기 밥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박규연은 이 하광식의 미친짓에 휘말려서 죽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저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습니 다. 그냥 돌려만 보내주십시오. 저 살고 싶습니다.”
강진호가 매우 황당하다는 얼굴로 박규연을 바라보았다.
“……내가 언제 죽인다고 했나?”
“분위기가……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이현수에게 턱짓을 했 다.
“그렇다는데?”
“사실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이 새끼들을 지금 여기서 던져버릴 까.”
저건 농담이 아니다.
강진호는 웃고 있지만, 이현수는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상태였 다. 강진호를 골탕 먹일 겸, 광고 효과도 볼 겸 가볍게 시작한 인터뷰 가 이따위로 흘러 버릴 줄은 이현수 도 몰랐으니까.
자신이 이놈들의 손에 놀아났다는
생각에 이현수의 얼굴이 차갑게 굳 어버렸다.
“대책 없네요. 그렇게 궁금한 게 많고, 그렇게 뒤가 구려 보이는 놈 들의 소굴에 무슨 배짱으로 걸어 들 어온 건지 말입니다.”
어…….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진짜 나쁜 놈들 같은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강진호는 나쁜 놈이지만, 그 렇다고 기분 나쁜 말 몇 마디를 들 었다고 평범한 사람을 백주 대낮에 죽여 없애지는 않는다.
그건 강진호는 물론, 총회의 행동 원칙에서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래서……
강진호가 하광식을 보며 물었다.
“궁금한 게 뭐지?”
하광식이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대표님은 대체 뭐 하는 사람입니 까?”
“홈……
“제가 궁금한 건 그 하나입니다.”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지?”
“저는 기자입니다.”
“그럼 나는 MK 대표라고 해두
지.”
“그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 람이 있나? 묻고 싶은 게 있다면 제대로 물어. 대답해 줄 테니까.”
“저는•••”•
순간, 하광식은 말문이 막히는 걸 느꼈다.
궁금한 것이라…….
강진호에 대해 궁금한 것.
너무 많다.
수도 없이 많아서 대체 뭐부터 물어야 할지 궁금할 정도다. 하지만
막상 물으려 하자 뭘 물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광식은 새삼 자신이 쫓고 있던 것이 강진호의 모호한 무언가일 뿐, 실체를 가진 명확함은 아니라는 것 을 깨달았다.
그가 생각하는 강진호는 분명 뒤 가 구린 사람이고, 상상할 수도 없 는 스케일의 범죄를 저질러 대는 거 물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강진호는?
‘오히려 호인에 가깝지.’
하광식은 강진호가 보육원을 운영 하고 있고, 심심하면 그곳에 드나든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육원에 드나들기 시작한 게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다는 것 역시 알 고 있었다.
이건 절대 보여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누가 10년 뒤의 일을 생각하고 미리 보육원을 드나들면서 이미지를 만들겠는가. 강진호 정도 되는 재력 을 가진 이는 마음만 먹으면 미담 따위는 수도 없이 만들어낼 수 있 다.
굳이 그런 귀찮은 짓을 하지 않 고서도 말이다.
사원들 역시 강진호에게 절대적으 로 충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강진호의 구린 부분이라고 해봐 야…….
“김명찬 총리는 왜 대표님을 죽이 려 든 겁니까?”
“내가 싫었겠지.”
“왜요?”
“그쪽은 날 왜 싫어하지?”
하광식은 말문이 막혔다.
싫어한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하 광식이 강진호에게 가진 감정은 절
대 호의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 이 유를 말하라면…….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데는 이 유가 없어. 대부분의 이유는 그저 감정에 끼워 맞춘 변명에 불과하지. 그냥 싫은 거야.”
“지금 그쪽의 감정처럼 말이지.” 강진호가 하광식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었다.
“파고들었더니 뭐가 나오든가?”
“왜 사람을 앞에 두고는 말을 못 하지? 기회를 이렇게 주는데?”
“저는••••••
하광식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런 하광식을 보며 강진호가 낮 게 입을 열었다.
“진실에 다가간다, 겁을 내지 않 는다. 사람들은 보통 그런 걸 용기 라고 하지. 그런데 내 생각은 그게 아냐.”
“그건 만용이지.”
강진호가 낮은 비웃음을 흘렸다.
“정의감이라는 건 굉장한 거야. 그 정의감을 품는 것만으로 내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 같거든. 더구
나 이상하게도 그 정의감이 나를 지 켜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실제 로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건 주변인 들의 필사적인 노력인데도 말이야.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처럼.”
박규연이 핼쑥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박규연이 아니었다면 하광식은 이 미 몇 번은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족속들은 자신을 만 류하는 이들을 겁쟁이라고 비난하고 자기가 용기 있다고 생각하지. 실제 로는 어떤지 알아?”
“그냥 성격이 더럽고, 편집증적이 고, 독기로 똘똘 뭉친 것에 불과해.”
강진호의 말이 하광식의 가슴에 박혀들었다.
“그럼 정말 용기라도 있어야지. 하지만 어때? 막상 기회를 주니까 입을 못 열겠지? 내게 무슨 말이 나올까 무서우니까. 그 말을 듣고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겁나니까. 아냐?”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부정할 수 있을 리 없다. 그가 아무런 질문을 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
“잘 들어.”
강진호가 씹어뱉듯 말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다치 지 않을 선에서 주둥아리를 털어 네 알량한 정의감을 충족시키는 짓거리 는 다른 데서 해. 나는 그런 걸 참 아줄 정도로 착한 사람이 아니니까. 나를 캐고 싶다면 정말 목에 칼이 박힐 각오를 하고 와. 소원대로 해 줄 테니까.”
강진호가 빙그레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사는 좋게 써줄 거라 믿지. 그 게 약속이었으니까. 더 필요한 질문
이 있으면 서면으로 남겨두도록. 성 실하게 답변해 주지.”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하광식은 그 모습을 보면 서도 일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탁.
문을 닫은 이현수가 칼날 같은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대표님이 저리 말씀하셨으니, 곱 게 돌려보내 주지.”
“감사합……
“ 다만.”
이현수가 귀기 어린 목소리로 말
했다.
“내가 지켜주는 건 너희가 오늘 집으로 들어가는 것까지야. 그 뒤가 어떻게 될지는 알아서 상상해.”
“알려줄 테니까.”
이현수가 씹어뱉듯 말했다.
“우리가 어떤 놈들인지 말이야.” 하광식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배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