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11)
마존현세강림기-1513화(1510/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21화)
5장 잡아내다 (1)
MK를 나온 두 사람은 한동안 아 무런 말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보이는 어두운 골목 을 찾아들어 담배를 빼 물었을 뿐이 다.
한참 동안 말없이 연이어 담배를 피워 대던 박규연이 핏발이 선 눈으
로 하광식을 바라보았다.
“이제 어쩌실 건데요?”
“제 말 안 들리십니까?”
박규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하광 식의 귀를 찔러 들어갔다.
할 말이 있을 리 없는 하광식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선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입니까?”
“ 아니••••••
“거기가 어디라고 날뛰어요, 거기 가 어디라고? 씨발! 거기가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곳일지도
모른다고 한 건 선배 아니었어요? 예?”
하광식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 다.
“그런데 그런 놈들 있는 곳에 들 어가서는 속을 긁고,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걸 대놓고 밝혀요? 대체 뭔 생각으로요? 그 대가리에 뭐 들 었냐구요!”
“야!”
“뭐!”
하광식이 살짝 언성을 높였지만, 이번에는 박규연도 전혀 참아주지 않았다.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닙니까? 그건 뭐 모자걸이예요?”
“그만해, 새끼야.”
“그만은 얼어 뒈질 그만이야!”
박규연이 살기까지 담긴 눈으로 하광식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새삼 자 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실감 하는 하광식이었다.
“저는요, 선배가 그래도 똘기는 있어도 나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 고 생각했어요. 자기를 안 돌보는 것도 정의감이 넘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구요. 그런데 오늘 보니까
선배는 그런 게 아니에요. 선배는 그냥 미쳤어요.”
박규연의 눈에 독기가 맺혔다.
하광식이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 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잊을 수가 없다.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강진호의 시선이 화인처럼 박혀 잊 혀지지가 않는다.
“……씨발, 진짜 진즉에 처 내버 려 뒀어야 하는 건데.”
박규연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깨
달았다.
강진호의 말은 틀린 게 없다.
이대로라면 그는 하광식의 뒤치다 꺼리나 하다가 끔찍한 꼴을 보고 말 것이다.
폭주하는 기관차를 막겠답시고 부 여잡고 있는 이의 결말은 궤도에서 이탈한 기관차와 함께 죽는 것밖에 더 있는가.
박규연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 다.
“알려줄 테니까, 우리가 어떤 놈 들인지 말이야.”
이현수의 마지막 말이 그의 뇌리 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건 선전 포고라고 할 수도 없는 말이다.
선전포고라는 거창한 말을 쓰기에 그들은 너무도 강대하고, 박규연과 하광식은 너무도 미력하다.
그렇다고 경고라는 말을 쓰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그 단어로는 지금 박규연이 느끼고 있는, 천 근 같은 공포를 설명할 도리가 없으니까.
“빌어먹을, 이제 겨우 애가 돌인 데.”
박규연이 어찌할 바 없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규연은 알고 있다. 저들이 마음 만 먹는다면 자신과 하광식을 세상 에서 지워 버리는 데 단 하루도 걸 리지 않을 것이다.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한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이미 경찰이 저들의 개가 되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인데, 무슨 수로 저들을 막으란 말인가.
정부부터 군경까지 저들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씨발, 24시간 라이브 방송이라도 해야 하나.”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박규연도 잘 알고 있다. 일단 그런 식으로 생 존을 하려고 해도 저들은 마음만 먹 으면 언제든 박규연을 처리할 수 있 다.
그리고 저들이 그를 손대지 않아 버리는 게 더 문제다.
삶은 파괴될 것이고, 기자로서의 신뢰도는 땅으로 떨어질 테니까. 사 생활과 벌이 없이 무슨 수로 살란 말인가.
“진정 좀 해, 새끼야.”
“진정이요? 진정?”
박규연이 이를 갈았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됐는데! 뭔 씨발, 남의 나라 이야기 하듯이 침착한 척하고 지랄이야! 빌 어먹을!”
“저 새끼들은 절대 우리 안 건드 려.”
“뭔 수로 그렇게 장담하시는데 요?”
“건드릴 가치도 없거든.”
하광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건드려서 얻을 것도 없고, 괜히 건드리다 일 틀어지면 귀찮아지지. 그렇다고 우리가 지들한테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 날파리만 알짱거려도 일 단은 손을 휘둘러 보는 게 사람이에 요.”
“맞아. 그런데 저 새끼들한테 우 리는 날파리만도 못하거든.”
“거…… 씨발, 희망적이네요.”
우습게도 이 말이 MK를 나온 이 후로 그가 들은 말 중에 가장 긍정 적이었다.
우습게도 말이다.
하광식이 다 타버린 담배를 바닥 에 던지고는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박규연이 저리 발악을 하지 않아 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확실 하게 이해하고 있다.
적어도 강진호와 저 이현수라는 놈의 머릿속에서 박규연은 몰라도 하광식은 분명 낙인이 찍혔을 것이 다.
‘적으로라도 취급해 주면 영광이 지.’
앵앵대는 모기 수준이겠지.
당장 다가오지 않으면 귀찮아 건 드리지 않지만, 주변에 알짱거리면 귀찮음을 무릅쓰고 살충제를 들게 만드는 모기 말이다.
“선배.”
박규연이 뭔가 결심한 듯이 하광 식을 바라보았다.
“오늘 이 순간부터 강진호에 대해 서 관심 끊으세요.”
“강진호고, MK고, 얼씬도 하지 마세요. 이건 진짜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는 경고이고 부탁입니다.”
“마지막은 뭔 마지막이야?”
박규연이 하광식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오늘 이후로 저는 선배가 뭘 쫓
든, 무슨 일을 하든 관심 끊을 겁니 다. 그러고는 쥐 죽은 듯이 살 거예 요.”
“너 기자 아냐?”
“기자는 개뿔이. 뒈지고 나서 기 자가 뭔 소용이에요. 내가 뭔 대단 한 사명감이라도 있어서 기자 한 줄 알아요? 먹고살려고 하는 거지!”
박규연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과격하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시니컬 하게 들렸다.
“선배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선 배가 지금까지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했다구요. 결국에는 지면 채우고 월 급이나 받아먹는 거 아니에요?”
“말 함부로 하지 마, 새끼야.”
박규연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으로 하광식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어쨌든 저는 경고했어요. 이제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이제 MK라 는 말을 머리에서 지워 버릴 테니 까.”
“야, 우리가 이런 협박 한두 번 받아보냐? 왜 쫄고 그래? 저 새끼 드..»
“한두 번 받아본 게 아니니까 쪼
는 거예요. 저거, 협박 아니니까.”
“저는 살고 싶거든요.”
박규연이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러 고는 하광식에게 일언반구 말도 없 이 몸을 돌려 가버렸다.
홀로 남은 하광식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빌어먹을.’
그도 안다.
그가 지금까지 만난 범죄자가 몇 인데 저 말이 협박인지 아닌지도 구 분하지 못하겠는가.
강진호는 모르겠지만, 이현수는
정말 그들을 잡아 죽이고도 남을 사 람이다.
‘그리고 저 강진호가 정말 열 받 으면 이현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 겠지.’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이마에서 홀러내린 땀이 눈으로 파고들어 눈이 따끔따끔하다.
건물 벽에 등을 기댄 하광식이 멍한 눈으로 고개를 돌려 드높이 솟 아 있는 MK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합니까?”
강진호가 뚱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뭘 어떻게 해?”
“묻어버립니까?”
“왜‘?”
“저 새끼들이……
이현수가 이를 갈았다.
‘아무리 멋모르는 놈들이라고 해 도 그렇지.’
이건 이현수에게는 거의 문화 충 격이나 다름없었다. 이현수는 지금 까지 단 한 번도 강진호의 앞에서 저리 건방지게 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 다.
강진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 지 모르는 이라고 해도 강진호를 직 접 대면하면 일단은 언행을 조심하 게 된다. 그게 사람의 본능이니까.
‘저 새끼들, 어디가 고장난 것 아 냐?’
정확하게는 저 새끼들이 아니라 저 새끼가 맞다.
박규연은 그래도 사태를 파악하고 최대한 몸을 낮췄다. 하지만 하광식 인가 뭔가 하는 놈은 머리에 나사가 몇 개쯤 풀렸는지, 강진호를 앞에
두고 그의 신경을 긁는 짓을 태연하 게 해 댔다.
“세상에는 가끔 미친놈들이 나타 납니다. 아니, 가끔도 아니죠.”
이현수가 머리를 저었다.
“동영상 사이트에 옥상 파쿠르만 쳐봐도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미친 놈들이 있다는 걸 알 게 되실 겁니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놈도 그런 부류죠.”
“미친놈이라는 건가?”
“정확하게는 스릴 중독 쪽 같은데 요.”
“ 중독?”
“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세상에는 위험한 일만 찾아다니 는 놈들이 있거든요. 과도한 긴장감 에 빠졌을 때 솟아나는 엔돌핀에 중 독된 놈들요. 그런 놈들에게 평범한 일상은 무채색으로만 느껴질 겁니 다. 위기에 처하거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때만 감각이 살아나는 거 죠.”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그건 비유가 아니라 정말 미친 것 아닌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던데.”
“대놓고 미친 놈들보다 저런 놈들 이 더 위험합니다. 적어도 대놓고 미친 놈들은 피할 수라도 있으니까 요.”
“흠.”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만큼 위협을 해놨어도 다시 달려들 가능성이 있 다는 건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마약중 독자가 자력으로 마약을 끊지 못하 는 것과 같죠. 한동안은 자제하려고 하겠지만, 결국에는 다시 금단현상
이 온 마약중독자처럼 달려들려고 할 겁니다.”
이현수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처리하겠습니다.”
“ 뭘?”
“저놈이요.”
이현수의 태도는 단호하기 짝이 없었다.
“저런 놈들은 집요합니다. 겁대가 리를 상실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오늘만 살기 때문에 뒤를 걱정하지 도 않습니다. 아마 잃을 것도 없을 겁니다.”
“때로는 저런 놈들이 사고를 제대 로 칩니다. 차라리 미리 제거를 해 버리는 게……
“죽인다고?”
“에이, 설마요.”
이현수가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저 그렇게 미친놈 아닙니다. 죽 이기는 왜 죽입니까?”
“그럼 뭘 어떻게 처리할 건데?”
“접근하면 엿된다는 걸 머리에 박 아 넣어야죠. 옥상에서 파쿠르 하는 놈들이 그 짓을 하는 이유는 아직 옥상에서 떨어져 보지 않았기 때문 이고, 저 새끼가 회주님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이유는 엿 되어보지 않 아서죠.”
이현수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 를 톡톡, 건드렸다.
“뇌에다가 접근하면 엿 된다는 걸 문신처럼 박아 넣어 버리면, 다시는 이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겁니 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게 제일 편한 방법이라는 건 동의한다.
“내버려 둬.”
“ 회주님……
“조금 덜 귀찮기 위해서 사람을
겁박하고 싶지는 않아. 그만큼 말을 했으면 이해했겠지.”
“저런 놈들은 그걸 이해 못……
“그때는 네 마음대로 해.”
이현수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창으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 골 목 안쪽에서 이쪽을 올려다보는 하 광식의 모습이 보였다.
‘별 날파리가 다 꼬이는군.’
드러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이 런 것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각오는 했다. 하지만 은근히 피로 가 몰려오는 건 강진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벌은 뭐 받을래? 감봉 한 번 더?”
“……살려주십쇼.”
“아니면 대련 한 번?”
“감봉해 주십쇼.”
돈보다는 목숨이 중요하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는 이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