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13)
마존현세강림기-1515화(1512/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23화)
5장 잡아내다 (3)
[이번 카페 루오고 영업방해 사태 를 사주한 이가 태광 그룹 계열사인 태광 P&D의 직원으로 밝혀졌습니 다. 용의자는 태광 P&D의 영업부 소속으로, 실적 압박에 이기지 못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 다. 한편, 범죄에 사용할 자금을 마
련하기 위해서 횡령까지 저지른 것 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죄가 있을 수 있다 판단하고 용의자를 조사 중입니다.]
화면을 바라보던 앵커가 고개를 돌리고 기자를 마주 본다.
[무척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기업 계열사라고는 하 지만, 대기업의 직원이 시장에 진입 한 신생 기업을 조직적으로 영업방 해를 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조직적으로’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용의자가 태광 P&D의 직원임은 분명하지만,태광 P&D가 이 일에 동참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물론 그 부분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겠죠. 하지만 그걸 감안 한다고 해도 무척이나 충격적인 일 이 아닐 수 없는데요. 심지어 이 일 을 하기 위해 횡령을 저질렀다, 이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 다.] [예. 전문가들은 대기업 과도한 매출에 대한 압박이 이런 상황을 불 러왔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심해지다 보니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굉장히 꼼꼼 히 일처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 [네. 확실히 그런 정황은 있습니 다. 하지만 강박이 심해질 때는 판 단의 문제가 크게 나타날 뿐, 업무 능력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 다고 합니다.] [음, 그건 좋지 않은 일이군요. 차 라리 업무 능력에 큰 지장이 생긴다 면 기업들도 사원들의 스트레스 해 소를 위해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설사 그렇지 않
다고 해도 기업들이 해야 할 일 들 이죠.] [예. 이번 일로 인해 국민들의 충 격이 무척이나 큰 것으로 보이는데 요, 무엇보다 공존과 공생을 외쳐 온 대기업의 민낯, 특히나 자신보다 약한 기업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견제해 온 대기업의 민낯이 드 러난 사건이 아닌가 하는…….]
뚝
리모컨이 책상 위로 떨어진다.
정명철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빌어먹을.”
앵커와 아나운서들도 은근히 이 일은 태광 P&D가 벌인 일이 아니 라 일개 직원의 일탈임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전방위적으로 뿌려둔 돈 은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부정적인 사건에 태광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었다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였다.
정명철이 슬쩍 휴대폰을 들었다.
액정에 뜬 부재중 전화들을 본 그의 얼굴이 전보다 조금 더 일그러 졌다.
“빌어먹을 노친네. 그만큼 잔소리
를 해 대고 또 무슨 할 말이 남아 서 전화질이야.”
정명철의 옆에서 시립하고 있던 김상호가 슬쩍 입을 열었다.
“회장님이 십니까?”
“그래.”
“화가 많이 나신 모양입니다.”
“언제는 나한테 화 안 낼 때가 있 었나? 그냥 레퍼토리가 좀 더 다양 해진 것뿐이지. 별것도 아닌 일 가 지고 말이야.”
물론 이 사건이 그런 식으로 취 급될 만큼 가볍지 않다는 건 정명철 도 알고, 김상호도 알고 있다. 그저
정명철은 이러한 일로 잔소리를 듣 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뿐이었다.
“어차피 며칠만 있으면 잠잠해지 겠지?”
“물론입니다, 사장님.”
“하, 진짜.”
머리를 벅벅 긁은 정명철이 슬쩍 김상호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김 전무, 내가 이번 일로 실망이 커.”
“김 전무라면 문제없이 일을 해결 할 것 같았는데, 내가 김 전무를 너 무 과대평가한 건가?”
“……송구합니다.”
김상호가 눈을 살짝 감았다.
‘빌어먹을 놈.’
이 모든 일을 지시한 것은 당연 히 정명철이다. 김상호가 에둘러 몇 번이고 반대를 표했지만, 그 반대를 모조리 묵살한 것 역시 김상호였다.
그런데 이제 와 그를 말린 자신 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매번 있는 일이지만, 오늘따라 더 속이 끓어 오르는 김상호였다.
“김 전무도 이제는 늙었나 보네.” 김상호는 딱히 대꾸를 하지 않았 다.
지금 정명철이 하는 짓은 김상호 를 자르기 위한 밑 작업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민망함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 남 탓을 하는 것에 불과했 다.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가 얼마나 불편해지는지는 정명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일을 제대로 못했으면 뒤처리라 도 깔끔해야겠지. 무슨 말인지 알 아?”
“예, 사장님.”
“절대 다른 말 나오지 않게 해. 언론 놈들이야 내버려 두면 며칠 후
에 잠잠해지겠지. 아니면 터뜨릴 것 좀 준비해 놨어?”
“두어 개 정도 있습니다.”
“큰 건 아까우니까, 적절한 걸로 하나 터뜨려. 전에 마약하던 놈들 명단 중에 두세 명 풀면 되겠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좀 조용해지겠지. 지금은 시끄러워서 원.”
정명철이 책상 위의 리모컨을 다 시 집어서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비슷한 보도가 여러 채널에서 나오 고 있는 것을 확인한 정명철이 다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런데 좀 심하지 않아? 우리가 사람을 죽였나, 아니면 불을 질렀나. 겨우 이만한 사건으로 온갖 언론에 서 모두 보도를 해 댄다는 게 말이 나 되는 일이야?”
“……확인해 보겠습니다.”
웬만해서는 정명철의 말에는 동의 하고 싶지 않은 김상호지만, 그가 보기에도 지금의 보도 행태는 확실 히 이상한 면이 있었다.
굳이 보도 자제를 요청하지 않아 도 태광이 언급되는 보도는 언론사 에서 자체적으로 그 횟수를 줄이기 마련이다.
‘추잡하긴 하지만, 큰 건이라고는 볼 수 없을 텐데?’
하지만 저들은 마치 거대한 건수 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보도를 지 속하는 중이었다. 마치 이걸로 여론 을 만들어보겠다는 듯이 말이다.
“저기 저 높으신 그 양반이 끼어 든 거 아냐?”
“예?”
“대기업 때리기 아니냐고.”
순간, 김상호는 웃어버릴 뻔했다.
대기업 때리기?
물론 그런 일을 벌일 때도 있지. 하지만 태광이라고는 해도 태광
P&D는 감히 대기업 때리기의 대상 이 될 수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
‘주제를 알아야지.’
이곳이 그리 대단한 기업이었다면 정명철 따위가 사장으로 앉아 있지 도 못했을 것이다.
“언론 쪽에는 보도 자제 요청을 해보겠습니다.”
“내가 하나하나 확인하기 전에 알 아서 일 좀 해줬으면 좋겠네. 김 전 무 진짜 예전 같지 않아. 내 말, 무 슨 뜻인지 알아?”
“……예, 사장님.”
김상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
다.
하지만 정명철은 그 미소도 꼴 보기 싫다는 듯 얼굴 가득 짜증을 피워냈다.
“그 새끼는 입단속 잘 시켜서 출 두시켰지?”
“영업 3팀장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새끼.”
그새끼라…….
아무 죄도 없이 자기 죄를 뒤집 어쓰고 출두한 사람을 부르기에는 결코 적절하지 않은 단어였다. 하지 만 정명철에게 이런 일은 굳이 지적 할 거리조차 되지 못했다.
“절대 불 수 없을 겁니다.”
“확실해?”
“그리고 불고 말고 할 게 없습니 다. 애초에 3팀장은 아무것도 모릅 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읊을 뿐이 지요. 그가 불 수 있는 것이라고 해 봐야 그와 직접 접촉한 이사 하나뿐 입니다. 일이 잘못되면 그놈이 뒤집 어쓰는 거죠.”
“흐흐, 김 전무도 사람이 참 못됐 구만. 그걸 또 남 시켰네.”
김상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직접 했다가 연루라도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팽하겠지.’
귀찮음은 감수하지만, 피해는 감 수하지 못하는 이가 바로 정명철이 다. 남의 몸에 박힌 칼보다 자신의 손끝에 박힌 가시를 몇 배는 더 아 파하는 이였다.
그런 이를 믿고 자신을 위험에 던져 넣을 수 있겠는가.
김상호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 었다.
“수사는 곧 마무리가 될 겁니다. 이미지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어차 피 몇 달만 지나면 누구도 이 일을 기억하지 않을 겁니다.”
“인간들이 그렇지.”
김상호가 피식 웃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응?”
“3팀장에게 변호사를 붙여주고 재 판을 좀 끌어보면, 적당히 관심에서 멀어졌을 때 형량을 낮출 수 있을 겁니다. 차라리 그쪽으로 가시는 게……
“변호사? 우리가 그 새끼한테 변 호사를 왜 붙여줘? 그게 다 돈 아 냐?”
정명철이 답답하다는 듯 김상호를 보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얻는 게 뭔데? 그놈이 감방에서 썩든, 밖에서 놀든 우리가 다를 게 뭐가 있어?”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여하튼 마음에 안 들어.”
정명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대화를 그만하겠다는 신호였지 만, 김상호에게는 아직 할 말이 남 아 있었다.
“사장님, 민감한 시기입니다. 아무 래도 기자들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 습니다. 그러니 단 몇 주 만이라도 외출을 자제해 주시면……
정명철이 눈을 부릅뜨고 김상호를
바라봤다.
“뭘 자제하라고?”
“ 외출을……
“김 전무,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이런 시기에 내가 갑자기 집 에 틀어박히면, 기자들이 당연히 날 의심할 거 아냐. 지금 나 엿 되어보 라고 그러는 거야?”
“아닙니다, 사장님. 다만, 파파라 치가 붙을 확률이 높아서……. 괜히 사장님의 사생활만 노출될까 봐.”
“하, 이 답답한 사람아. 내가 가 는 곳들은 기자가 못 들어와요. 없 이 사는 티 내지 마!”
“사장님……
“김 전무, 진짜 늙은 거야? 요즘 들어 왜 그리 잔소리가 심해졌어? 왜? 회장님 코스프레라도 하고 싶어 서 그래? 다음 회의부터는 상석에 앉혀줄까?”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 는 그저 사장님께서 곤란을 겪 지……
“지금 김 전무가 나를 곤란하게 해요, 김 전무가. 쯧.”
정명철이 몸을 홱 돌려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하지만 뭔가 할 말이 남았는지
이내 몸을 돌려 김상호를 바라봤다.
“아, 그리고……
“예, 사장님.”
“이 새끼들 어떻게 할 거야?”
“예? 누구 말씀이신지?”
“그 루오고인지 나발인지 하는 데 있잖아! MK가 어쩌고 하는 데!”
“거길……
순간적으로 정명철의 말을 이해하 지 못한 김상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새끼들 때문에 개망신당했으 니, 갚아줘야 할 거 아냐!”
“아…… 물론, 물론입니다. 다만, 지금은 시기가……
“시기고 나발이고…… 이거, 조금 만 잠잠해지면 저 새끼들 엿 먹여야 하니까, 방법 찾아놔. 알겠어?”
“……예, 사장님.”
“여하튼!”
김상호가 문을 박차고 나가는 정 명철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 병신 같은 새끼.’
차라리 진짜 손도 댈 수 없는 개 차반이라면 다루기가 더 쉬울 것이 다. 문제는 저 정명철이 인성이 더 럽지, 머리가 나쁜 건 아니라는 점 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오늘 같은 대화가
오갔으면 벌써 집기가 부서지고 고 성이 몇 번은 쏟아졌을 것이다. 하 지만 짜증은 짜증대로 내면서 문제 를 일으키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가.
김상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새끼 똥 치우는 짓거리도 신물 이 난다.’
이번 일은 어떻게 잘 해결했다고 하지만, 다음에는 또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이었다.
김상호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사 장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