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15)
마존현세강림기-1517화(1514/2125)
마존현세강림기 61권 (25화)
5장 잡아내다 (5)
또옥.
또옥.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정명철이 신음과 함께 도무지 올 라가지 않는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눈 위에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것처 럼 힘겹기 짝이 없다. 하지만 눈을 떠야 한다.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 야 하니까.
욱씬!
의식이 돌아옴과 함께 턱이 욱씬 대기 시작했다.
‘뼈는 멀쩡한가?’
턱 아래 감각이 없다.
그 닭 목도 비틀지 못할 것 같은 샌님의 주먹이 만들어낸 결과라기에 는 황당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 끄으••••••
억지로 눈을 뜬 정명철이 처음으 로 느낀 것은 어둠이었다. 기절해 있어서 어둠에 익숙할 텐데도, 주변 을 전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어 둠.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여기가 어디지?’
정명철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 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 도 없다. 어둠 속에서 미묘하게 드 러난 실루엣으로 이곳이 실내라는 것만 겨우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
다.
“아악!”
몸을 움직이려 하자 손목에서 강 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제야 정명 철은 자신이 의자에 묶여 있다는 것 을 깨달았다. 몸과 손에 친친 감긴 로프가 느껴졌다.
정명철의 핏발 선 눈이 격하게 주변을 다시 훑었다.
‘어느 미친 새끼들이……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세상에.
대낮에 사람을 폭행하고 납치해서 이 어두운 곳에 묶어두다니. 대한민
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일은 남미의 카르텔에서나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 남 한복판에서 사람을 납치해 온다 는 게 말이나 되는가.
‘치, 침착하자.’
정명철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절대 들키지 않고 이런 일을 벌 일 수는 없어.’
강남에 CCTV가 몇 개인가. 그리 고 그가 실종되었다는 걸 회사에서 알았다면 이미 신고가 들어갔을 것 이다. 그의 차가 이동하는 경로가
찍혀 있을 것이고, 곧 그를 납치해 온 이들의 행적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정명철이 해야 할 일은 저들을 흥분시키지 않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그럼 경찰이 이곳을 찾아낼 테니 까.
“후우욱, 후우욱!”
정명철이 깊게 심호흡을 했다. 딱 히 폐를 다치거나 한 것도 아닌데 아까부터 자꾸 숨이 가쁘다.
어째서 일까.
속에서부터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지만, 도무 지 떨쳐 내버릴 수 없는 불안함.
‘정말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정명철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연락을 모두 끊어버리고 며칠씩 잠적을 해버리는 건 그가 자주 해오 던 짓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가 사 나흘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누 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운좋게 그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그런 기적적인 일이 정말 그에게
벌어질까?
‘아니야.’
정명철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 했다.
‘누군가는 봤을 거야, 내가 얻어 맞고 납치되는 광경을 누군가는 봤 을 거야.’
봐야 한다.
반드시 봤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정말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될 테니까.
‘누구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아니,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을 납치한 이들이 누구냐가 아니다.
왜!
왜 그를 납치했느냐다.
정명철이 핏발 선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돈? 돈인가?
그게 아니면 설마…….
‘장기는 아니겠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정명철 의 장기를 노렸다면 굳이 이렇게 묶 어둔 채 살려둘 이유가 없으니까. 절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대체!
정신이 조여온다.
불안한 마음을 머금고 빛 한 점 들지 않는 곳에서 홀로 버틴다는 것 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갖 상념과 온갖 불안한 예상이 정명철 을 괴롭혔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상을 모조리 떠올리고 뇌가 노곤노곤 풀 어졌을 때 즈음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고요하기 짝이 없던 공간에 발소 리가 들어차기 시작한다. 반쯤 고개 를 꺾고 늘어져 있던 정명철이 고개
를 홱 들었다.
누군지 모를 상대가 다가온다는 불안함보다 당장은 반가움이 더 크 다. 이 어둠 속에 홀로 있는 것은 정명철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문이었으니까.
끼이이익!
문이 거칠게 열린다.
그런 후, 안으로 들어온 이가 정 명철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말을 늘 어놓았다.
“뭐야? 누가 불 꺼놨어!”
“……제가 껐는데요?”
“왜 꺼? 왜?”
“자기에 잘 자라고.”
정명철의 눈이 흔들렸다.
‘이 새끼들, 뭐 하는 새끼들이지?’ 얼굴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는다. 태연하게 안으로 들어와서는 지들끼 리 히히덕대고 있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본 정명철은 상대의 어리숙함을 비옷을 수 없었 다. 범인이 자신의 얼굴을 피해자에 게 보여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들 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죽일 셈인가?’
자신을?
자신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
고?
정명철이 공포에 떠는 동안에도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태연하게 말 을 나누고 있었다.
“아니, 인마. 빛도 잘 안 드는 데 다가 애를 혼자 두면 어떻게 해? 정신병 걸리게.”
“이거, 그쪽에서는 워낙 당연한 거라……
“너는 거기 나온 지가 언젠데 아 직까지 물이 덜 빠졌냐? 사람답게 살자, 사람답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실장님 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습니다.”
“어쭈? 이 새끼, 반항하네? 너 그 러면 짐 싸서 돌려보낸다?”
“안 받아줍니다! 이제 그쪽도 저 안 받아준다구요!”
투닥대던 사내 중 하나가 슬쩍 정명철을 보더니, 피식 옷고는 그를 향해 다가왔다.
“이 새끼, 실눈 뜨는 거 봐라, 이 거. 야!”
찰싹찰싹.
사내가 정명철의 뺨을 가볍게 때 렸다. 고통을 주려는 강도가 아니라 정신을 차리게 하려는 강도다.
“연기해 봐야 소용없이, 인마. 여
기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귀신같 은 사람이야. 그리고 인마, 너 지금 네 앞에 있는 쟤가 누군지 알아? 쟤가 바로 고문 기술자야!”
“누가 고문 기술잡니까, 누가! 이 상한 날조 좀 하지 마십시오!”
“어? 거기 있다 보면 그런 건 다 배우는 거 아냐?”
“신성한 국가기관을 그런 식으로 몰아가지 마시라고요!”
“안기부가 그렇지, 뭐.”
“안기부는 폐지된 지가 십 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직 아닙 니까, 전직!”
정명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고문 기술자?
안기부?
듣는 것만으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말들이다.
어쩌면 자신이 잡혀온 곳이 생각 보다 더 무서운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정명철이 마른침을 삼 켰다.
바짝 말라 버린 입술이 갈라지고 목이 찢어질 듯 아프다.
“무•••••• 물, 물 좀••••••
“아, 물?”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물 떠 왔냐?”
“……제가요?”
“어. 안 떠 왔나 보네. 그럼 어……
사내가 미소를 짓는다.
“보자, 네가 얼마나 인도주의적인 지. 하루 꼬박 물 한 모금 못 처먹 은 놈한테 물을 떠다 줄 것인가, 아 니면 그냥 참으라고 할 것인가.”
“참아, 새끼야!”
“……이 새끼는 나보다 더하네.” 사내.
이현수가 낄낄 웃고는 주머니에 꽂아둔 생수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
다. 그러고는 천천히 정명철의 입가 에 부어 넣었다.
“천천히 마셔라. 물 먹다 체하면 답도 없다.”
이현수가 주는 물을 받아 마신 정명철이 크게 기침을 했다. 그 모 습을 보며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잘 마시네.”
목을 축인 정명철이 떨리는 눈으 로 이현수를 바라봤다.
“다, 당신들, 누, 누굽니까?”
“오, 반말을 안 하네? 상황 파악 이 좀 된 모양인데?”
이현수가 낄낄대며 웃었다.
“나는 다짜고짜 욕하면서 날뛸 줄 알았는데, 역시 돈 있는 것들은 처 세술이 좋다니까.”
이현수가 정명철의 볼을 잡고 쭉 당겼다.
장난처럼 하는 행동이지만, 정명 철이 웃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이현수가 등 뒤의 이종욱을 돌아 봤다.
“뭘 말입니까?”
“이 새끼, 순박해 보이지 않냐?”
이종욱이 피식 웃었다.
“취조라는 게 원래 그런 거죠.”
세상 다시 없을 악인도 국정원 취조실에 들어오는 순간, 순박한 눈 을 하고는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을 한다. 누가 보면 국정원이 죄 없는 사람을 핍박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반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악인 은 자기 자신까지 속여가며 필사적 으로 순진한 척을 하기 마련이다.
형사와 심리 싸움을 하는 범인?
비밀 기관에 잡혀가고도 당당함을 유지하는 악당?
‘그건 영화고.’
현실은 영화보다 몇 배는 더 잔 혹한 법이다.
정명철이 공포를 떨쳐 내지 못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 나를 왜 잡아온 겁니까? 돈 입니까? 돈을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주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풀어주십 시오. 여기서 나가면 절대 신고하지 않겠습니다.”
“진정하세요, 정명철 씨.”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돈을 원했으면 재벌 회장을 납치 하지, 통장에 현금도 얼마 없는 당 신을 납치하겠어요? 보아하니 그쪽
회장님은 정명철 씨 구한다고 돈 쓸 위인도 아닌 것 같은데?”
“그, 그건……
정명철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몸값을 요구한다?
‘절대 줄 리가 없지.’
태광 그룹의 회장, 그러니까 그의 할아버지는 사람보다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돈에 비한다면 혈연 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기겠지.
그가 지불할 몸값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 판단
한다면 흔쾌히 몸값을 내겠지만, 회 장은 그를 그만큼 높이 평가하지 않 는다.
“그리고 우리가 돈이 부족한 사람 들이 아니거든요.”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면서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정명 철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이해합니까?”
“••••••예?”
“우리는 돈이 중요한 사람들이 아 니에요. 건드리지만 않으면 구석에 처박혀서 조용히 살 사람들이죠. 여 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의 목표는 안
빈낙도라 이 말입니다. 산골짜기에 처박혀서 풀이나 뜯으며 살 사람들 인데……
이현수의 목소리가 조금씩 거칠어 졌다.
“그런데 꼭 사람을 건드리더라고. 가만히 살려는 사람을 말이야. 내 말, 무슨 의미인지 이해합니까?”
정명철이 알아듣든 알아듣지 못하 든 상관없다는 듯 이현수가 말을 이 어갔다.
“그래서 우리도 이럴 수밖에 없는 거지. 사람 우습게 보고 툭툭 건드
려 대는 새끼한테 그러지 말라고 해 봐야 얕보이기만 하니까. 손모가지 를 잘라 버릴 수밖에 없다, 이거예 요. 예‘?”
정명철의 눈■이 흔들렸다.
몸이 떨린다.
그의 본능이 지금 이 말들이 단 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 리고 있었다.
“대, 대체 제가 무슨……
“아아•…”
이현수가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가리 닥치세요 회장님 오시니까.”
“예?”
정명철은 이내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저벅저벅.
문밖으로 이어진 복도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온다. 정명철이 자신 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긴 장한 얼굴에서 제대로 된 거물이 온 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 오는 이가 그의 생 사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니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정명철이었다.
그리고…….
저벅.
묵직한 발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
그리고 그 얼굴을 본 정명철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다, 당신!”
모를 수가 없다.
최근 CF 등에서 수도 없이 본 얼 굴이니까.
“가, 강진호……
맥이 풀린 정명철의 목소리가 지 하실로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