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17)
마존현세강림기-1519화(1516/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2화)
1장 교육하다 ⑵
성주찬은 간만에 주먹을 움켜쥐었 다.
‘이게 얼마 만이지?’
총회를 벗어난 이들이 다들 재능 이 없어 그 삶을 포기한 게 아니다.
철들기도 전부터 무학을 익히던 이들이 그 투쟁의 삶이 자신과는 맞
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 손을 턴 경 우도 꽤 있었다. 바로 성주찬이 그 런 경우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성주찬은 어쩌면 자 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 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리 사람을 패 죽여 버 리고 싶다고 느낄 리가 없으니까.’ 으드득.
이가 절로 갈린다.
물론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 성주찬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 새끼야?”
“하~ 씨발, 내가 어이가 없네.
새파란 새끼가 어디 할 짓이 없어 서.”
“와, 저거 진짜 감정 실어서 패버 릴 수도 없고.”
점주들이 저마다의 분노를 담아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온건 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다. 총회를 나오기 전이었다면 만나는 순간 일 단 주둥아리에 주먹부터 박아 넣고 시작했겠지만, 지금은 나름 법과 질 서가 무엇인지 알게 된 이들 아닌 가.
이현주가 보았다면 동네 양아치
될 놈을 가맹점주 시켜놨더니 사람 되었다고 흐뭇해할 광경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막상 당하는 이는 전혀 그런 부분을 알 수 없다는 점 이었다.
“어, 아아••••••
정명철은 거의 정신이 나가기 일 보 직전이었다.
생각해 보라.
대낮에 납치되어 어딘지도 모를 곳에 끌려온 것도 충분히 공포스러 운 일인데, 이제는 그의 주위를 누 가 봐도 사람 몇은 죽이고도 남았을 인상을 가진 놈들이 둘러싸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정명철이 아니라 웬만큼 담이 큰 사람도 이런 상황에서는 오줌을 지 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어둠 속에 서 혼자 버티느라 쇠약해진 정명철 은 오죽하겠는가.
“사, 살려주세요!”
“살려줘?”
점주 중 하나가 어디서 챙겨 온 것인지 모를 칼을 혀로 핥았다.
“이 새끼가 배때기에 구멍 뚫어서 모가지에 창자를 둘둘 감아버릴라. 지가 한 짓은 생각 안 하고, 살려
줘?”
“야, 이 새끼야! 너를 살려주느니, 차라리 모기를 살려주는 쪽이 세상 에 더 이롭겠다.”
“진짜 죽이면 안 돼? 아니면 대 가리 깨버려서 다시는 말 못하게 만 들거나.”
뭘 들어도 살벌한 말뿐이다.
하지만 정명철을 둘러싸고 있는 점주들을 바라보는 이현수는 그저 피식피식 웃기만 했다.
“저 새끼가 든 칼, 저거 빵 자르 는 칼 아냐? 저걸 왜 가지고 왔 어?”
“내일 아침에 팔 거 자르다가 소 식 듣고 바로 왔다는 것 같은데요.”
“내일 쓸 빵을 지금 잘랐다고? 저 새끼 재교육.”
“예.”
이종욱이 가차 없이 휴대폰에 이 현수의 지시를 써넣었다.
괜히 빵칼을 들고 왔다가 참혹한 결과를 맞이한 이가 생겼지만, 본인 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점주들이 하는 양상을 둘러보던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야, 쟤들 많이 착해졌다. 보자 마자 목 따버리겠다고 달려들 줄 알
았는데, 그래도 좀 참네.”
당장에라도 앞으로 달려 나갈 듯 이 몸을 들썩이는 이들은 있지만, 그런 이들은 주변에서 알아서 막아 주었다.
“성주찬이 오라고 해.”
“예.”
이종욱이 앞으로 달려 나가 성주 찬을 불러왔다.
“부르셨습니까, 실장님.”
유 Q 99
이현수가 성주찬을 보며 미소 지 었다.
“잡아왔다.”
“감사합니다.”
성주찬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니. 근데 진짜로 잡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듣자하니 쟤 재벌 3세 라면서요?”
“재벌 3세가 뭐 대단한 건가. 대 한민국에 재벌 3세만 해도 몇 백 명은 될 텐데.”
물론 태광 그룹이라면 재벌 중에 서도 상위권에 들지만, 이현수는 딱 히 뒷감당을 걱정하지 않았다.
뒷감당.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지금의 총회는 뒷감당을 걱정할
만한 곳이 아니다. 총회가 작정하고 뒤집으려 하면 오히려 태광 그룹이 그 뒷감당을 걱정해야 한다.
“정말 마음대로 해도 됩니까?”
“죽이면 안 돼.”
“에이,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그게 뭐 죽을죄라고.”
“불구도 안 된다.”
“어, 그건 좀 아쉬운데……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감정은 알겠는데, 적당히 해라. 저 새끼가 엿 같은 건 사실이지만, 조금 냉정하게 보면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죠.”
“패는 것도 괜찮고, 뭐든 하고 싶 은 대로 해. 대신에 후유증은 남기 지 마. 이 기회에 사람 하나 만들어 본다 생각하고 적당히 조져.”
“명심하겠습니다.”
성주찬이 희희낙락하며 웃었다.
“그래, 말귀를 잘 알아들은……
“제가 또 후유증 안 남게 사람 패 는 건 끝내주거든요.”
아니, 전혀 이해 못한 것 같은데?
‘뭐, 상관없겠지.’
후유증만 안 남는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현수는 저놈 을 땅에 묻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 으니까.
저놈이 저지른 일에 화가 나서가 아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저 조금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남을 제멋대 로 짓밟으려 드는 저 마인드가 마음 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자격은 없 겠지만.’
타인을 짓밟으며 살아온 것은 이 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약자들을 철저히 밟 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현수와 정명철의 다른 점이 있 다면, 이현수는 결코 재미를 위해서, 그리고 조금의 귀찮음을 피하기 위 해서 사람을 짓밟지는 않았다는 점 이다.
이현수는 저런 타입들을 경멸했 다.
‘김석일 같거든.’
트라우마처럼 그의 안에 박혀 있 는 김석일의 얼굴이 떠오른다. 옛 생각에 기분이 더러워진 이현수가
바닥에 침을 뱉고는 다시 점주들을 바라보았다.
흥분해 뛰쳐나간 점주 중 하나가 정명철의 멱살을 움켜잡고 있었다.
“어때? 그 잘난 재벌 간판 떼고 나니 현실이 좀 보이나?”
“어어••••••
“넌 몸 성히 돌아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마라. 내가 너 때문에 앓은 속 을 생각하면 당장 패 죽여도 성이 안 풀린다. 넌 여하튼 뒈졌어.”
멱살을 잡은 이가 정명철을 그대 로 내팽개쳤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정명철이 초점 없 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헤, 벌 어진 그의 입에서 그가 지금 얼마나 공포에 질려 있는지를 알 수 있었 다.
하지만…….
공포에 대항하는 방법은 사람들마 다 다른 법이다.
“이, 이 개새끼들아!”
“오?”
이현수가 흥미를 되찾았다는 눈으 로 정명철을 바라보았다. 그걸로도 모자라다는 듯이 쪼르르 달려가 점 주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정명철이 악에 받친 눈으로 발악 하고 있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이 개새끼들아!”
“하? 이 새끼 보소?”
“이거, 조금 전까지 겁먹은 표정 짓고 있더니, 그게 다 연기였던 모 양이네? 와, 뭐 이런 놈이 다 있 지?”
“잘못한 게 없다는데요?”
정명철이 이를 갈았다.
얼마나 세게 갈아붙였는지 입안에 서 뭔가 부러지는 듯 둔탁한 소리가 났다.
“그런 건 누구나 다 하는 거라고! 내가 안 했으면 손대는 사람이 없었 을 것 같아? 이 씨발, 이 동네는 원 래 이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 이 왜 괜히 나한테 지랄이야!”
이현수가 발악하는 정명철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이래야지.’
이래야 교육하는 맛이 있는 법이 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너무 순순히 따라와서 맥이 빠지던 찰나였다.
“너희 개새끼들, 니들이 무사할 것 같아? 죽여, 이 개새끼들아! 내
가 너희 얼굴 똑똑히 봐놨어. 내가 여기서 나가면 너희가 살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누군지 알아? 내 태 광 그룹 손자야! 이 빌어먹을 새끼 들아!”
“어휴, 무서워라.”
점주들이 실실 웃음을 홀렸다.
아무래도 정명철은 그의 신분이나 배경이 이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 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하기야 알 리가 없겠지.
점주들이 정명철 같은 인간을 잘 보지 못한 것처럼, 정명철 역시 자 신의 배경을 무시하는 이들은 거의
처음 만나봤을 테니까.
“억울해? 억울하다고? 개 같은 소리 하지 마! 억울하면 힘이 있든 가! 이 개 같은 새끼들아, 너희랑 나랑은 인종이 달라. 태어날 때부터 다르다는 말이야! 그런데 왜 내가 너희 생각을 해줘야 돼? 왜 내가? 옷기는 소리 하지 마!”
흥분하여 소리친 게 힘겨웠는지, 정명철이 컥컥대며 바닥을 짚었다. 한참을 기침하던 정명철이 바닥에 가래를 뱉어내고는 이를 악물고 모 두를 노려보았다.
“개보다 못한 평민 새끼들이 주제
도 모르고! 내가 이렇게 당할 사람 같아?”
점주들이 정명철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숫제 말이 통하지 않는 수 준이다.
“일단 저 새끼 반쯤 죽여놓고 시 작하자.”
“저건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겠 다. 일을 벌여도 크게 벌일 놈이야.”
그때 였다.
“그리 틀린 말도 아니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점 주들이 허리를 쭉 펴며 부동자세를
취했다.
“열어! 빨리 길 열어, 새끼들아!”
누군가의 외침에 뒤를 돌아본 점 주들이 좌우로 물러나 정명철에게 가는 길을 열었다. 그러자 그 길로 한 사람이 태연하게 걸어왔다.
이현수가 몰려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와 걸어오는 강진호에게 빠짝 붙 었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 이현 수가 강진호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 고는 재빨리 불을 붙였다.
‘아오, 저 간신배.’
‘저 양반은 왜 지금 태어났냐. 조 선 시대에 태어났으면 내시가 딱인
데.’
점주들의 불만 어린 시선을 깔끔 하게 무시한 이현수가 한 걸음 물러 나 강진호의 뒤를 따랐다.
느긋하게 걸어간 강진호가 정명철 의 바로 앞에 쪼그려 앉아 시선을 마주 댔다.
“아니. 맞는 말이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 호가 입에 물린 담배를 손으로 옮기 고는 가볍게 웃었다.
“나는 동의해. 억울하면 힘이 있 어야지. 힘이 없는 이가 말하는 억
울함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지. 세상 이 그런 걸 뭐 어쩌겠어.”
정명철이 핏발 선 눈으로 강진호 를 노려보았다.
“내가 뭘 잘못……
“착각하지 마.”
강진호가 정명철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나는 네가 뭘 잘못했다고 한 적 은 단 한 번도 없어.”
무거운 살기가 정명철을 내리눌렀 다.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건 네 권 리지. 그런데 말이야……
강진호가 담배를 물고는 깊게 빨 아들였다. 다시 연기를 뿜어낸 강진 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웃었다.
“널 어떻게 하든 그건 내 권리란 말이지.”
“••••••뭐?”
“ 억울해?”
“억울하면 힘이 있든가.”
정명철의 몸이 덜덜 떨렸다. 강진 호가 갈 곳을 몰라 어지러이 움직이 는 정명철의 눈동자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나는 네 말에 동의해. 힘이 있는 자는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지. 그 게 지금까지 네가 살아온 방식이지. 그런데……
강진호가 검지를 펴 정명철의 이 마를 꾹꾹 눌렀다.
“너보다 더 강한 사람을 만날 경 우는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군.”
“상대를 죽이려는 자는 자기가 죽 을 각오를 해야 하는 법이지. 마찬 가지야. 상대를 짓밟으려는 자는 자 기가 짓밟힐 각오를 해야 돼. 세상
은 그런 거니까.”
“나, 나는……
“그러니까 이제 한 번 느껴봐. 너 보다 더 강한 자에게 짓밟히는 게 어떤 기분인지. 나는 그냥 너를 짓 밟고 싶을 뿐이니까. 어설픈 이유 같은 건 가져다 대지 말자고.”
강진호가 정명철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럼 수고해.”
강진호가 몸을 일으켜 돌아서자, 점주들이 다시 정명철을 둘러쌌다.
강진호가 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건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