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19)
마존현세강림기-1521화(1518/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4화)
1장 교육하다 (4)
“연락이 계속 안 된다고?”
“그렇습니다.”
김상호가 얼굴을 확 일그러뜨렸 다.
“빌어먹을.”
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디에 처박 혀 있기에 연락이 안 된단 말인가.
‘보나마나 어디 처박혀서 마약이 나 하고 있겠지.’
거기가 어딘 줄만 알면 소원이 없겠다.
익명으로 제보해서 구치소에 처박 아 버리게.
“후……
김상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면 정명철이 나타나지 않는 게 그나 회사에 그리 나쁜 일 만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냉정하 게 생각해 보면, 한동안 그가 회사 에 나오지 않는 쪽이 훨씬 낫다.
어느 곳이든 위기가 닥칠수록 하
나로 뭉쳐 일관된 방향을 가지고 위 기를 돌파해야 한다.
하지만 그가 아는 정명철은 천성 적인 반골.
순풍이 불면 돛을 거꾸로 달고, 노를 저으면 노를 부러뜨리는 이다.
그러고는 고통받는 이들을 보며 낄낄대겠지.
‘없는 게 나아.’
김상호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 그가 짜증이 난 이유는 회 사가 이런 위기에 처했는데도 코빼 기조차 보이지 않고 잠수를 타버린 정명철의 무책임함 때문이지, 정명
철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제길.”
김상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옥상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와 옥상 한쪽에 마 련된 흡연 구역으로 간 김상호가 담 배를 꺼내 물었다.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 지?’
한때는 그에게도 꿈이 있고, 희망 이라는 게 있었다. 이 회사에 입사 할 때만 해도 상사맨으로서 성공할 거라 다짐했고, 그의 능력으로 반드 시 높은 지위를 따낼 거라 맹세했
다.
물론 반쯤은 이뤘지, 반쯤은.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지위와 성공뿐이다. 그리고 그 지위는 능력 이 아닌 아부와 줄대기로 이룬 것에 불과하다.
‘대놓고 말도 못하지.’
누군가는 그의 성공을 부러워한 다. 돈만 잘 벌 수 있다면 무슨 상 관이냐는 말도 수두룩하게 들었다.
분명 김상호도 그 말에 동의했다. 얼마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슬슬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고 기나긴 직장 생활을 정리
할 때가 다가오니 한 가지 의문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잘 버틴 걸까?’
그럴지도 모르지.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
남부럽지 않은 집, 남부럽지 않은 차.
자식들은 명문대에 진학했고, 이 제는 당당히 한 사람의 몫을 하고 있다.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면 누구에게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
성공한 삶이다.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해도 이것만 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가 보 기에도 성공한 삶이고, 남이 본다 해도 딱히 폄하할 말을 찾아내지 못 할 것이다.
그런데…….
뭘까.
이 채워지지 않는 기분은.
김상호가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 다.
‘늦어버렸어.’
한창 못할 것이 없던 시절에는 성공만 할 수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스스 로 느꼈을 때는 조금만 더 버티면 정말 더는 버티지 않아도 될 거라고 여겼다.
그리고 지금은…….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몸은 이미 늙어버렸고, 친구들은 떠났다. 시간과 돈이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
몰랐다.
성공을 위해 버린 것이 다시 돌 아오지 않는다는 걸.
친구야 다시 사귀면 된다고 생각
했다. 취미야 나중에 가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멀어진 가족과의 관계는 일에 치이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회 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떠나간 친구는 그의 연락을 받아 도 그저 심드렁할 뿐이고, 새삼스레 가지고 싶은 취미도 없다. 즐기는 법을 잊어버렸으니까.
휴일을 맞아 간만에 집을 떠나지 않아도 할 짓이라고는 멍하게 소파 에 앉아 관심도 없는 TV 채널을 한 없이 돌리는 것뿐이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그가 원한 결말은 이런 게 아니 었는데.
그저 버티고 버티며 열심히 살아 간다면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 했는데.
“후우우우우.”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김상호 가 허탈한 옷음을 지었다.
뭘 어쩌겠는가.
그는 이미 동력을 잃어버린 낡은 기차와 다름없다.
젊은 날에는 궤도를 이탈할 힘 정도는 있었겠지. 하지만 이제는 자 력으로는 이 궤도를 벗어날 수 없
다.
낡고 소모되어 끼익끼익대는 부품 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며 끝이 어딘 지도 모르는 궤도를 따라 그저 달릴 수밖에 없다.
연료가 떨어져 멈출 때까지.
담배 연기를 폐 속으로 깊게 밀 어 넣은 김상호가 고개를 들어 하늘 을 바라봤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다.
‘언제부터 였을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지 않 게 된 것이.
예전의 그는 꽤 자주 하늘을 올
려다본 것 같은데.
김상호가 담배를 비벼 껐다.
새삼 감상에 젖기에는 그의 가슴 이 너무 말라 버렸다. 감정에 몸을 맡겨본 적이 너무 오래돼서 어색하 기만 하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김상호가 주름진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어 휴대폰을 꺼냈다.
“예, 회장님.”
김상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백 방으로 수소문을 하고 있지만, 한
번 잠수를 타면 며칠이고 연락이 없 는 분인지라……
김상호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혔 다.
그저 전화일 뿐이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만큼 멍 청이는 아니다.
하지만 긴 회사 생활 동안 몸에 익어버린 버릇은 그가 의식하기도 전에 그의 허리를 말랑말랑하게 녹 여 대고 있었다.
“예……. 예? 아, 그 건은 제가 문제 없이……
김상호가 질끈 눈을 감았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욕설과 고함이 귀를 찔러온다. 그 수화기를 귀에서 떼지 못한다는 것이 김인호의 서글 픔이 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어떻게 든 사장님께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 화가 끊겼다.
김상호는 끊어진 전화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 다.
“아무리 개새끼라고 해도 제 담장 안의 개새끼라는 건가……
언제나 그랬다.
정명철이 지독하게 사고를 치고 다녀도 회장은 절대 그를 버리지 않 았다.
욕을 하고, 화를 내고, 심지어 지 팡이로 내리치는 한이 있어도 그를 자신들의 울타리 밖으로는 밀어내지 않는다.
반면 수십 년 동안 인생을 포기 하다시피 회사에 헌신한 그에게는 당근과 칭찬이 끊임없이 주어지지 만, 결코 울타리 안으로 발을 내딛 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그들만의 성.
그들만의 공간.
김상호는 알고 있다.
그가 티끌만 한 실수만 저질러도 저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쳐 버릴 것이다.
가치가 없으니까.
그들에게 가치 있는 존재는 오로 지 저 울타리 안을 살아가는 이들뿐 이다. 울타리 밖에 있는 이들은 그 저 도구. 그래, 도구에 불과하다.
십 년 동안 부품이 닳아빠지도록 집 안을 청소한 청소기의 공로를 누 가 알아주던가.
밑창이 다 찢어지고 구멍이 뚫리
도록 주인의 발을 보호한 신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던 가.
도구란 그런 것이다.
그의 헌신은 그저 도구로의 효용 에 불과하다. 닳고 낡으면 언제든 버려진다.
김상호는 허탈하게 웃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인데…… 오늘따라 이 사실이 왜 이렇게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지 모를 일 이다.
깊게 한숨을 내쉰 김상호가 몸을 돌렸다.
‘그럼 뭐 어쩌겠는가.’
그에게 남은 것은 이것밖에 없는 데.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이 회사에 대한 헌신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늙어버린 몸과 더는 부 러움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성공, 그리고 쓸 곳도 없는 돈뿐이다.
다시 말해 이 회사에서의 삶이 없다면 그는 어디에서도 필요치 않 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미 다 채워 버린 단추를 다시 풀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우스꽝스 럽게 단추가 채워진 셔츠라도 입고 가는 수밖에.
옷을 벗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김상호가 단호한 얼굴로 옥상을 내려갔다.
회의실로 들어서자 이사들이 그를 초조한 얼굴로 바라본다.
“전무님, 사장님은……
“사장님은 한동안 안 나오신다.”
“이런 때에……
“계시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데, 뭔 상관이야!”
김상호가 입을 닫았다.
흥분했는지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한숨을 푹 내쉰 김상호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
“어쨌든 한동안은 사장님 없이 회 의 진행할 테니, 일단 시급한 것부 터 처리합시다. 경찰 쪽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예. 그게……
보고를 받으며 김상호가 얼굴을 굳혔다.
‘일단은 닥친 일부터.’
그게 김상호가 살아가는 방식이니 까.
정명철이 몸을 뒤틀었다.
그러고는 다 죽어가는 신음성을 냈다.
온몸에 성한 곳이 없다.
관절은 하나같이 비명을 질러 대 고, 근육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소리를 얼마나 질렀는지, 목
은 쩍쩍 갈라져 침을 삼킬 때마다 끔찍한 고통을 만들어낸다.
‘이러다간 진짜 죽는다.’
여긴 숫제 미친놈들밖에 없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다. 하지 만 그를 둘러싸고 괴롭히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이해했다.
저것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정명철도 그런 소리를 꽤 듣고 살아온 사람이지만, 저들에 비하면 바른생활을 해온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만, 몸에 힘
이 들어가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지?’ 한 시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일 년 같다.
저놈들은 사람이 어떻게 해야 미치 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체의 한계와 정신의 한계를 교묘하게 건드 리며 딱 돌아버리기 직전까지만 사람 을 괴롭힌다.
차라리 정신이라도 놓을 수 있다 면 이 고통이 조금은 가실 텐데, 절 대 거기까지는 가지 않는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보다 더 적절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바닥을 짚은 팔이 덜덜 떨린다.
원래는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 이 묵어야 할 숙소에 정명철 혼자 덩그러니 누워 있다.
‘도망쳐야 돼.’
정명철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이대로 있다면 정말 죽는다. 맞아 죽 는 게 아니라 체력 고갈로 죽을 판이다.
정명철이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시도 없어.’
다행히 저놈들은 그가 완전히 지 쳐 곯아떨어졌다고 생각했는지, 감 시도 붙이지 않았다.
저 문.
저 문만 잠겨 있지 않다면…….
정명철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 로 가누며 문을 향해 비척비척 걸어 갔다. 최대한 소리를 내고 싶지 않 지만, 미약한 발자국 소리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후욱••••••
짧게 심호흡을 내뱉은 정명철이 문고리를 꽉 움켜잡았다.
문고리를 돌린 정명철이 가만히 문을 당겼다.
다행히 바깥에서 잠금장치를 해둔 건 아닌지, 작은 소음과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민가만 찾으면……
경찰이든 어디든 연락만 할 수 있으면 이 미친놈들을 싸그리 감방 에 처넣어 버릴…….
정명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세 사람이 담배를 꼬나물고 두런두런 앉아 있다. 그들 앞에 펼쳐 진 담요 위로 트럼프 카드들이 보인다.
이 새끼들은 잠도 없나?
“왜 나왔냐고.”
“아••••••
정명철이 필사적으로 변명 거리를 찾았다.
“화, 화장실 좀……
“화장실?”
“예. 갑자기 배가 아파서.”
“어. 그럴 수 있지.”
가까운 쪽에 있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있는 뭔가를 들어 정명철에게 내밀었다.
“자.”
“……이게 뭐죠?”
“요강 몰라? 이 새끼, 금수저라더 니 요강도 모르네.”
“들어가서 싸. 잘 챙겨뒀다가 내 일 아침에 버리고. 엎으면 니 면상 도 엎어질 줄 알아.”
“들어가.”
“……예.”
정명철이 요강을 받아 들고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은 정명철 이 손안의 은색으로 반짝이는 금속 용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개새끼들.’
사람도 아니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