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20)
마존현세강림기-1522화(1519/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5화)
1장 교육하다 (5)
부우우우우웅.
강진호의 스포츠카가 빠른 속도로 국도를 내달린다. 슬쩍 속도계를 본 강진호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일전에 그의 스포츠카를 탄 이현 수가 한 말이 있었다.
“아니, 이 속도로 달릴 거면 이 비싼 차를 왜 타는 겁니까?”
물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이 해한다.
하지만 이미 두어 번 교통경찰에 게 걸려서 고생을 해본 강진호다 보 니 규정 속도를 어기는 게 꺼려졌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생각해 보면 이 차와 그의 처지 가 그리 다르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300도 넘게 속도 를 올릴 수 있는 차지만, 대한민국 의 도로는 시속 100km 이상을 허락
하지 않는다. 폭발적인 엔진과 차체 밸런스를 가지고도 가장 성능이 떨 어지는 차와 같은 속도로 달릴 수밖 에 없다는 의미다.
그게 법이고, 그게 규정이니까.
과거에는 규정 속도를 넘겨 제멋 대로 차를 몰던 강진호다.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해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차를 컨트롤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다시 말해 과거의 강진호는 스스 로가 책임만 질 수 있다면 이 사회 가 정하는 규칙을 어느 정도는 무시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80에 머물러 있는 속도계가 지금 강진호의 처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건 적응이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길들여지 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검을 들고 거슬리는 자는 모조리 쓸어버리던 강진호가 이제는 교통경 찰과 카메라를 겁내며 흥분하여 날 뛰려는 차를 다독이며 거북이처럼 기어가고 있다.
양지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그들
이 정해둔 규범에 내 몸을 맞추겠다 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미 각오한 바이기는 하지만…….
때때로는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아직도 현대에 완전히 적 응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쉽지 않은 일이네.’
강진호가 다시 한 번 쓴웃음을 머 금고는 액셀을 조금 더 세게 밟았다.
규정 속도가 80인 도로에서 아슬 아슬하게 100을 넘긴 속도로 달리 는 것이 유일하고도 소심한 반항이 었다.
끼이이이익!
급격하게 회전한 차가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다.
총회로 이어진 익숙한 길에 접어 든 강진호가 되레 속도를 올렸다.
‘여기는 차에 치일 사람이 없겠 지.’
여기는 총회니까.
바로 앞에서 차가 시속 200km로 돌진해도 아무렇지도 않게 피해갈 이들만 가득…….
“뭐야!”
강진호가 핸들을 확 돌렸다.
끼이이이이이익!
휘청한 차가 좌우로 두어 번 테
일링을 일으키더니, 금세 밸런스를 잡아냈다.
살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강진 호가 길가에 차를 세웠다.
덜컥.
차 문을 열고 내린 강진호가 고 개를 돌려 방금 그가 칠 뻔한 사람 을 바라보았다.
“허억…… 허억, 헉…… 허억.” 강진호의 이마에 살짝 땀이 배어 났다.
‘어떻게 사람이 삼 일 만에 저렇 게 되지?’
순간 못 알아볼 뻔했다.
저 이목구비를 보아하니 지금 언 덕길을 혀를 빼 물고 올라오는 이는 분명 정명철이다. 하지만 강진호가 처음 봤던 정명철의 모습은 이미 사 라진 뒤였다.
꾸준하게 관리했는지 탄탄하기 짝 이 없던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왜소해져 있고, 한눈에 보기에도 꽤 잘생겼던 얼굴은 퀭한 눈과 거친 피 부, 그리고 갈라진 입술 탓에 영 눈 이 가지 않게 변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머리도 좀 빠진 것 같은데……
머리숱이 어…….
아니, 아니지.
이건 생각하지 말자. 이건 너무 끔찍한 이야기니까.
살짝 고개를 내저은 강진호가 정 명철의 뒤를 따라오는 이를 바라보 았다.
“……아직 너냐?”
성주찬이 강진호를 보고는 격하게 고개를 숙였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예전이었다면 이 성주찬의 과격한 인사에 미소를 지어줬을 강진호지
만, 지금은 어쩐지 그럴 기분이 들 지 않는다.
총회 제일의 마귀는 누가 뭐래도 이현수겠지만, 특정 부분에 있어서 는 성주찬이 더 심할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을 하는 강진호였다.
“회, 회장…… 회장님……
정명철이 비틀비틀 언덕길을 올라 와 강진호 앞에 철퍼덕 엎어진다. 그러고는 그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 다.
“살려•••••• 살려주•••••• 살••••••
강진호가 정명철의 몰골을 보다가
뚱한 눈으로 성주찬을 바라보았다.
“뭔 짓을 하면 삼 일 만에 사람이 이리되냐?”
성주천이 머리를 긁었다.
“좀 억울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받던 강도를 삼분의 일 수준으로 줄 였는데.”
니들이 받는 강도의 삼분의 일?
“그거 특전사급은 할 수 있는 거 냐?”
“……못할 것 같습니다.”
강진호의 눈가가 살짝 경련했다.
“죽일 거야?”
“아닙니다. 잘 맥이고, 잘 재우고, 영양제까지 챙겨 주고 있습니다. 그 리고 오늘 아침에는 저희랑 제휴한 병원에서 의사 불러서 검진까지 시 켰습니다. 혹시나 홱 쓰러지면 안 되잖습니까.”
“……의사는 뭐라는데?”
“한 이틀은 더 굴려도 된다고 하 던데요?”
강진호의 눈가에서 시작된 경련이 볼까지 확장됐다.
‘그 의사는 대체 뭐 하는 놈이 지?’
물론 총회와 제휴를 맺은 병원이
니 범상한 곳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꼴을 보고도 이틀을 더 굴리라니.
히포크라테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 어나 귓방망이를 후려치고도 남을 짓거리 아닌가.
“사, 살려……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내려 정명 철을 바라보았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눈물콧물을 빼가며 애원하기 마련이지만…….
‘얘, 탈수 같은데……
흘러나올 액체가 없는 모양이었 다. 쩍쩍 갈라진 입술이 입을 열 때
마다 더 크게 갈라진다.
“의무실 데려다가 좀 눕혀놔라.”
“네!”
성주찬이 즉각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했다.
그의 판단으로는 하루 정도는 더 굴려야 하겠지만, 강진호의 판단이 섰다면 그의 판단은 무의미하다.
“몰아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야. 너, 지금 이거 왜 하고 있는데? 얘 괴롭히려고?”
“아닙니다!”
강진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의식이 또렷해야 힘든 것도 알
것 아냐. 이렇게 며칠 보내면 기억 이나 하겠어?”
“……아, 제가 그 생각까지는 못 했습니다. 맑고 투명한 정신을 유지 시키겠습니다.”
“그래.”
강진호가 몸을 돌렸다.
그의 다리를 잡고 있던 정명철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괜스레 부아가 치민 강진호다.
‘생각해 보면 저렇게 생각 없이 사는 놈도 흔치 않지.’
천하의 강진호도 규정 속도를 지 키고 법을 어기지 않으려 애쓰며 살
아간다. 그런데 제 능력으로는 뭐 하나 얻어본 적 없는 놈이 재벌가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법이고 규범 이고 모조리 무시하며 제멋대로 살 고 있지 않은가.
‘웃기는 세상이야.’
현대에는 왕후장상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저 그건 과거처 럼 대놓고 날뛰지 않을 뿐이다.
현대에도 왕은 존재한다.
권력의 왕.
재력의 왕.
그리고 폭력의 왕까지.
그리고 자신이 왕인 줄 알고 설
치는 피라미도 있다.
슬쩍 고개를 돌려 그 피라미를 바라본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고개 를 내저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만드는 게 더 어렵네.’
“좋은 아침입니다, 회주님.”
u 으 ”
회의실에 들어선 강진호가 상석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었다.
“보고해.”
“예!”
이현수가 보고서를 들고 보고를
시작했다.
“일단 MK 쪽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소관은 아니지 만, 저놈이 여기에 있으니까요. 관련 된 이야기라……
“그래.”
이현수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보고를 이어갔다.
“정확한 수치까지는 보고받지 못 했지만,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매출 은 회복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 금 전에 통화했으니, 확실할 겁니 다.”
“그게 그리 빨리 회복이 되나?”
“지금 태광이 미친 듯이 얻어맞고 있거든요.”
“……저놈 때문에?”
이현수가 고개를 저었다.
“저 새끼 이름은 언론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만한 일을 팀장급이 저질렀다는 걸 누가 믿겠습니까? 언론에서 빙빙 둘 러서 까고, 그 언론을 본 사람들이 인터넷을 폭파시키는 중입니다.”
“흐 99
丁그 •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었다.
“이게 방향이 좋게 갔으면 저희 쪽이 반사이익을 많이 받았을 것 같
은데, 사람들이 저 새끼들 까는 거 에 너무 열중해서 저희가 그리 언급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누명을 썼다 는 건 알았는지 이익이 반짝 솟았다 가 이제는 사고 전 정도로 안정화된 모양입니다.”
“다행이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급한 불은 껐다는 소리다.
“그쪽에서 생색을 엄청 냅니다.”
“국정원?”
“예. 말도 마십시오. 지금 저 언 론사들 움직이는 게 자기들이랑 자 기들 윗선이라고, 이만큼 뒤흔드는
건 대선 때도 없는 일이라고 얼마나 강조를 하는지……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이현수가 학을 뗄 정도라면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를 해 댔다 는 의미일 것이다.
“잘 봐달라는 건가?”
“이만큼 한다는 의미겠죠. 저한테 하는 말은 아닐 겁니다. 저더러 회 주님께 보고를 해달라는 뜻이겠죠.”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딱히 빚을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 지만, 저쪽에서 관계 회복에 무척 적극적이라는 건 확인했습니다.”
“네 계획대로 아닌가?”
“회주님의 계획이시죠. 제가 어찌 감히……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감봉 몇 번 당하더니, 저 이현수 가 겸손해졌다. 세상에 돈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니.
“태광 쪽은? 움직임이 없나?”
“아직은 저놈이 납치되었다는 것 도 파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신고 가 들어온 적이 없더라고요.”
“……삼 일이나 행방불명됐는데?”
“그래서 사람이 평소에 행실이 발 라야 하는 모양이죠. 평소에도 적당
한 데 별장 잡아놓고 며칠씩 마약하 면서 파티를 해 댄 모양입니다. 그 동안 연락이 끊기는 건 예사고요.”
“답이 없네.”
“되레 저 새끼랑 어울리던 양아치 랑 삼류 연예인들이 저놈을 찾아대 고 있는 모양인데, 그거야 뭐 문제 있겠습니까?”
“음, 그렇지.”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설사 저놈이 진짜 실종되었다는 걸 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습니 다. 경찰은 우리 편이니까요.”
이현수가 당당하게 어깨를 내밀었
다.
“……좋은 모양이다?”
“당연한 겁니다. 사실 제가 영남 회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한국에서 무인질 하면서 제일 껄끄러운 게 경 찰이거든요.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 고 잡혀줄 수도 없고.”
“그 경찰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는 건 정말 대단한 업적입니다. 어 쩌면 일본을 점령한 것보다 이게 더 클지도 모릅니다.”
“오버는.”
“진짜라니까요.”
이현수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그리고 경찰을 부린다는 건 단순 히 기분이 좋고 끝날 일이 아닙니 다.”
“음?”
“김명찬 총리가 개판을 치기 전보 다 저희의 입지가 더 상승했다는 의 미죠. 관계적인 측면은 몰라도 영향 력은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이걸로.”
이현수가 뭔가 감회가 새롭다는 듯 살짝 말을 끌었다.
“이걸로 대한민국 내의 총회는 완 전해졌습니다.”
권력을 굴복시켰고, 폭력은 모두 총회의 휘화에 집결되었다. 그리고 프렌차이즈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MK는 완전히 자금세탁을 끝냈다.
권력과 재력, 그리고 폭력이 모두 갖춰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슬슬 준비해야 한다는 거겠죠.” 강진호의 시선이 창밖을 향한다, 저 멀리 서쪽으로.
그의 입꼬리가 절로 살짝 말려 올라갔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이현수와 강진호가 마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