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21)
마존현세강림기-1523화(1520/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6화)
2장 대비하다 ⑴
인간의 천성은 바뀔 수 있을까? 성주찬은 솔직히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천성은 바뀌지 않는다.
소심하게 태어난 사람이 대범해질 수 없고, 활동적인 사람이 소파에서 주말을 보낼 수는 없는 법이다.
천성이란 그런 것이니까.
하지만 천성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인간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천성적으로 사회에 맞지 않는 부 분을 억누르고 깎아 사회에 적응하 는 데 문제가 없도록 바꾸는 과정.
그걸 세상은 교육이라 부른다.
‘이 새끼도 바뀔 수 있을까?’
성주찬이 정명철에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웬만한 인간은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사교육이 발달하면서 학교가 가지는 입지가 계속 줄어든다
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공교육이 완 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어린아이 들이 학교라는 사회를 거치면서 해야 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알아가 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건 보통 인간이 아닌데.’ 성주찬이 입맛을 다셨다.
살면서 정명철 같은 인간은 거의 보지 못했다.
‘얘는 다른 의미로 대단한 놈이지.’ 보통 사람의 자신감이라는 건 자 신이 무엇을 이루었는가에서 시작한 다.
하지만 이놈은 이룬 것이라고는 개미 눈꼽만큼도 없으면서 자신감만 은 하늘을 찌른다. 알맹이 하나 없 는 놈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 기할 정도였다.
‘이것도 일종의 정신병 아닌가?’ 근자감병?
성주찬이 피식 웃고는 정명철의 엉덩이를 한 번 걷어찼다.
“아니, 이 새끼가 틈만 나면 쉬려 고 하네? 힘드냐? 힘들어, 이 새끼 야? 네가 지금까지 괴롭혀 온 사람 은 십 몇 년씩 괴로워했을 텐데, 고 작 며칠 굴렀다고 죽는 시늉을 하고
있네. 확! 시바, 모가지랑 몸뚱아리 랑 분리해 버릴라.”
“허억•••••• 헉••••••
“달려, 새끼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든 정 명철을 사람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각 오를 한 성주찬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의 이 작은 행동들이 대체 무 슨 결과를 가지고 올지 말이다.
“저건 뭐냐?”
방진훈이 거의 인간 좀비가 되어 서 연무장을 구르고 있는 정명철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 사람 무인 아닌 것 같은데? 왜 일반인이 총회 연무장에서 저러 고 있는 거냐? 어쭈? 저건 성주찬 이 아냐?”
방진훈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성주찬은 총회를 나간 사람이다. 그가 성주찬에게는 나름 개인적인 호의를 가지고 있다지만, 원칙은 분 명해야 하는 것. 총회를 나간 사람 이 총회에 들어와 있는 것도 문제 고, 그런 이가 일반인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뭔 일인지 알아봐.”
“아, 저거요.”
천태훈이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회주님이 또 일 하나 벌이신 모 양입니다.”
“응? 회주님이?”
여기서 그 이름은 또 왜 나오는 가.
방진훈이 고개를 갸웃하자, 천태 훈이 그가 아는 상황을 대충 설명했 다.
“아, 그러니까……
방진훈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새끼가 은퇴한 애들 매장에서 깽판 쳐서 영업방해를 한 놈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놈을 잡아다가 굴린다 고? 무인이 아니라서 죽여 버릴 수 는 없고, 그렇다고 죽어라 패자니 지은 죄가 패기에는 애매해서?”
“예.”
“별……
방진훈이 피식, 웃었다.
“아주 이제는 소꿉장난을 하시네. 예전 같았으면 일반인이고 나발이고 그냥 패 죽여 버렸을 텐데.”
“에이, 회주님이요?”
방진훈이 고개를 슬쩍 돌려 천태 훈을 바라보았다.
“내가 요즘 너희를 보면 한 번씩 어이가 없다.”
“••••••예?”
“너나 나나 회주님 손에 모가지 날아갈 뻔한 게 얼마나 됐냐? 야, 그때 수틀렸으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어. 어디 야산에 묻혀서 염라대왕 이랑 쎄쎄쎄 하고 있겠지.”
천태훈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회주님이 워낙에 사람이 온
화해져서 그렇지, 처음 봤을 때 생 각 안 나냐? 나는 뭐 눈에 칼 박아 넣은 줄 알았다. 사람 눈빛이…… 어우.”
방진훈이 진저리를 쳤다. 천태훈 역시 방진훈이 느끼는 감정에 동의 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처음 총회와 얽혔을 때의 강진호 는 정말 칼날로 만들어진 사람 같았 다. 아마도 강진호가 그들을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겠지만…….
‘아니, 아니지. 그러고도 한동안은 계속 그런 느낌이었지.’
예전의 천태훈은 감히 강진호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은 멀리서 보면 먼저 다가가 인사하 고 농담도 나누는 사이가 되지 않았 는가.
“생각해 보니 진짜 많이 변하셨네 요?”
“나는 아직도 깜짝깜짝 놀란다니 까. 이 새끼들이 뭔 회주님이 지들 친구인 줄 알아. 농담 따먹기를 하 더라니까? 농담 따먹기를?”
찔리는게 있는 천태훈이 입을 살짝 닫았다.
“옛날 회주님 같았으면 저 새끼는 지 모가지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 어야 해.”
“……그런 것 같습니다.”
방진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람이 온화해진 건 좋은 일인 데, 그래도 저건 좀……
“은퇴자들이랑 얽힌 일이라서가 아닐까요?”
“옹?”
“회주님도 그쪽으로 신경을 많이 쓰시니까, 그걸 방해하려 드는 놈에 게 당연히 화가 나셨겠죠.”
“아니. 그게 아니라 대충 손가락
하나씩 뽑다가 패 죽여 버리면 되는 데 왜 살려두려고 하시는 건지.”
천태훈이 멍한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니지.’
생각해 보면 방진훈이 이상한 건 아니다.
총회에 일반을 건드리지 말라는 규칙이 있던 건 사실이지만, 그 규 칙이 제대로 지켜진 적은 거의 없었 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돈 받고 사 람 죽여주던 일도 마다하지 않던 총 회가 무슨 수로 그 규칙을 지키겠는
가.
예전의 총회였다면 정명철은 이미 죽고도 남았다.
강진호가 온 이후로 규칙 같지 않던 규칙이 그 생명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하튼 회주님이 하시는 일이라 저희가 끼어들긴 좀 그런 것 같습니 다.”
“••••••그래?”
방진훈의 목소리가 묘해졌다.
순간, 천태훈은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방진훈이 이런 목소리를 낼 때마
다 반드시 일이 터진다. 심사가 뒤 틀렸다는 이야기다.
‘회주님에게 심사가 뒤틀리지는 않았을 거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천태훈은 방 진훈이 강진호를 얼마나 믿고 따르 는지를 잘 알고 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강진호가 없었다면 방진훈은 지금 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중걸과 싸우다 죽었거나, 아니면 영남회와 싸우다 죽었겠지.
아니, 굳이 영남회까지 갈 것도 없다.
이중걸이 이기기 위해서라면 일본 놈들까지 끌어들이는 지독한 인간이 라는 점은 그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일이었으니까. 아마 대립이 극한 까지 치달았으면, 숙청당하는 쪽은 방진훈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방진훈이 이중걸에게 반기 를 든 것은 그가 총회의 회원들은 소모품 취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진호는 오히려 방진훈보다 더 그 들을 챙기고 있다.
숙소를 만들어주고, 봉급을 인상 하고, 바깥세상에 당당히 내밀 수
있는 명목상의 직업도 주었고, 이제 는 총회를 나간 이들의 먹고살 길마 저 열어주고 있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진호교의 교도들이 워낙 많은 총회이지만, 천태훈은 그중에서도 방진훈이 가장 독실한 신자임을 의 심하지 않았다. 그런 방진훈에게 강 진호의 방침에 딴지를 품는다는 건 신성모독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는 건 다른 쪽에 불만이 있다는 건데…….
“……애들은 지금 뭐 하고 있냐?”
“예? 이제 점심시간 끝났으니 좀 쉬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 쉬어? 쉰다고?”
방진훈의 눈썹이 꿈틀했다.
“내가 뭐 쉬는 걸 뭐라 하려는 건 아니야.”
천태훈의 트라우마가 자극되기 시 작했다.
“훈련할 때는 훈련하고, 쉴 때는 쉬어야지. 나도 꽉 막힌 사람은 아 니야. 할 걸 다 해놓고 쉬는 건 방 해할 생각이 없단 말이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어?”
“……예.”
“그런데 봐봐.”
방진훈이 턱짓으로 정명철을 가리 켰다.
“쟤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 아?”
천태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니, 저놈은 지금 벌을 받는 거 고, 우리는 수련을 하는 건데, 그걸 그렇게 비교를 해버리시면…….
“물론 네가 뭘 생각하는지는 알 아. 상황이 다르다고 여기겠지.”
방진훈이 살짝 콧김을 뿜었다.
“야, 그래도 우리는 무인 아니냐. 그런데 무인의 하루 훈련량이 일반 인이 소화하는 것보다 적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냐?”
“……적지는 않을 겁니다, 절대 로.”
“비슷해도 문제지. 안 그래?”
아니, 훨씬 많다구요! 저희 요즘 정말 열심히 한단 말입니다!
할 말은 차고 넘치지만, 천태훈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괜히 입을 열고 변명을 했다가는 문 제가 두 배로 커진다.
방진훈은 그런 사람이니까.
“내가 너희를 다그치겠다는 게 아 냐. 그런데 생각해 봐. 저 마염 놈 들은 요즘 마교에 찰싹 붙어서 수련 하고 있지. 그 덩치 놈들은 바토르 님이 공처럼 굴려 대고 있지. 심지 어는 위긴스 이사님도 요즘 귀신같 이 애들 몰아치더라 이거지. 그런 데……
방진훈이 슬쩍 고개를 돌려 천태 훈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좀 편한 것 같지 않냐, 이 말이지.”
“아아, 내가 너희를 괴롭히고 싶
다는 말은 아니야. 나는 그런 사람 이 아니니까. 천태훈이, 너는 알 지‘?”
“무, 물론입니다.”
“그래. 너는 알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말인데……
“좀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냐, 이 말이야.”
“여,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내 말, 잘 이해했을리 라 생각해. 그런데 그걸 너만 알고 있어서야 별 소용이 없잖아?”
“……예.”
“아직 휴식 시간 덜 끝났다는 건 알지만, 적당히 애들 불러서 설명하 면 애들 의욕도 고취되고, 그러면 서로서로 좋은 거지. 총회의 미래가 너희에게 달려 있잖아. 그렇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역시 말을 잘 알아들어.”
방진훈이 천태훈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겨 주고는 헛기침을 하며 몸 을 돌렸다. 그러고는 뒷짐을 진 채 휘적휘적 걸어가 버렸다.
어쩐지 그 머리에 원사모를 씌워 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천태훈이
살짝 이를 갈며 휴대폰을 들었다.
“야, 다들 튀어나와.”
“……방 이사님이 뺑이 돌랍신 다.”
[아니, 갑자기 왜?]“그냥 튀어나오라면 튀어나와, 새 끼야. 애들한테 전달해서 5분 내로 전부 연무장에 집합하라 그래. 이사 님 보고 계실 거니까, 각 잡고 나오 라 하고.”
[하아…… 알겠습니다.]“내가 봤을 때는 이거 절대 쉽게 안 끝난다. 어설프게 불만 가진 얼
굴로 나오는 게 이사님 눈에 띄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다 같이 죽는 거야. 표정 관리 시켜라.”
[예. 걱정 마십쇼.]전화를 끊은 천태훈이 지옥 같은 눈으로 정명철과 성주찬을 노려봤다.
‘좀 눈에 안 띄는 데서 굴리든가. 저 망할 새끼!’
이번 일이 끝나면 반드시 성주찬 을 손봐주겠다고 다짐하는 천태훈이 었다.
이렇게 작게 시작한 일일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가며 총회를 지옥의 연쇄로 몰아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