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26)
마존현세강림기-1528화(1525/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11화)
3장 재고하다 ⑴
강진호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정명철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강진호가 뒷머리를 긁었다.
‘느낌이 좀 이상하네.’
강진호는 정명철에게 딱히 손을
대고 싶지는 않았다. 그가 저지른 일이 강진호를 짜증 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따져 봤을 때 그가 직접 손을 쓸 정도는 아니었으 니까.
다만, 어느 정도는 그 대가를 치 룰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기에 강진호가 선택한 것이 교육이다.
살아 있어봐야 인간쓰레기에 불과 하고,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다면, 어떻게든 멀쩡한 인간으로 만들어야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건
만…….
‘착한 놈으로 만들어오랬더니, 왜 애를 불쌍하게 만들었지?’
처음 그가 본 정명철의 느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근육질의 단단한 몸은 피골이 상 접해 있고, 머리숱까지 빠져 보였다.
옷은 해질 대로 해져 난민이 따 로 없고,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 위 로 눈이 퀭하니 파여 있다.
그 눈이 연신 불안하게 주변을 더듬거렸다.
‘뭔 전쟁 노예 같은데……
사람이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극단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놀라 울 따름이다.
얼마나 괴롭혔으면…….
자신을 건드린 이는 절대 용서하 지 않는 강진호조차 정명철의 처참 한 몰골에는 안쓰러움을 가질 수밖 에 없었다.
“이거.”
“히 이이이이이 익!”
강진호가 살짝 손을 뻗자, 정명철 이 그 자리에 웅크리며 머리를 양팔 로 감쌌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잘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뭐든 하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강진호의 시선이 정명철에게서 떨 어져 그의 뒤에 서 있는 성주찬에게 로 향했다.
성주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 팼냐?”
“……저 좀 억울합니다.”
“ 팼냐고.”
“약간, 아주 약간 손을 대긴 했습 니다만, 정말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 렇게 늘씬하게 팬 건 아닙니다. 저
진짜 억울합니다.”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누구 기준으로 약간인데?”
“절대로 무인 기준으로 팬 거 아 닙니다. 제가 내공도 안 싣고, 안 아픈 데만 골라서 때렸습니다.”
“그 손으로?”
성주찬이 자신의 솥뚜껑 같은 손 을 내려다보더니, 슬그머니 손을 뒤 로 감췄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묘하단 말이야.’
정명철은 그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이상한 적이었다.
패 죽이자니 심한 것 같고, 내버 려 두자니 그도 짜증 나고.
굴리자니 밋밋하고, 패자니 불쌍 하다.
성주찬도 그 묘한 경계선을 어떻 게든 유지하려 한 모양이지만, 결과 물의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하기야.
몸은 부차적인 문제였을 것이다.
생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에 끌려와 괴물 같은 놈들에게 둘러싸 여 구르고 얻어맞는 상황을 누가 받 아들일 수 있겠는가.
“몸보다 정신이 먼저 무너졌다는 건가.”
“제가 이놈들 몸뚱아리가 약한 건 감안했지만, 설마 정신력도 이리 허 약할 줄은 예상을 못해서……
그렇겠지.
보통 그런 건 고려 안 하기 마련 이니까.
강진호가 슬쩍 정명철을 바라봤 다.
“그래서 굴릴 만큼은 굴렸냐?”
“일주일 됐으니 이 정도면……
“분은 풀렸고?”
“불쌍해서 더는 못 굴리겠습니다.
죗값은 치렀다고 봐야죠. 아직 짜증 을 내는 애들이 더러 있긴 합니다 만, 대부분은 이제 그만 풀어주자는 의견이라……
으 Q.»
M..•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점주들이 그 리 생각한다면, 정명철은 죗값을 다 치렀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지금 정명철의 상태인 데…….
“어떻게 생각해?”
“예?”
“네가 말하는 죗값에는 이 상태로
앞으로 살아가는 게 포함되어 있 나?”
“……아니요. 이건 정말 제 실수
입니다.”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거군.”
“죄송합니다.”
“죄송할 것 없어.”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정명철에게 다가갔다.
자신을 향해 강진호가 다가오자 정명철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사, 살려…… 살려주십……
정명철의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오들오들 떨어 댔지만, 강진호는
거침없이 다가가 그의 머리를 한 손 으로 움켜잡았다.
“끄으••••••
그러고는 기를 불어넣어 정명철의 머릿속에 가득한 탁기를 일순 날려 버렸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정 명철에게서 손을 뗀 강진호가 입에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였다.
“후우우우.”
천천히 담배를 피운 강진호가 담 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더 니 정명철의 입에 물렸다.
정명철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지 만, 흐려졌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피워.”
정명철이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받아 입에 문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여준 강진호가 라 이터를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입꼬 리를 말아 올렸다.
“일주일 만에 피우는 담배는 어떤 맛이지?”
“……최악입니다.”
정명철의 목소리는 나직하긴 하지
만, 조금 전과는 다르게 또렷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거지.”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었을 때는 담배 맛이 역하다는 걸 모르지. 그 러다 한참을 끊고 다시 피우면 알게 되지. 얼마나 역한지, 얼마나 독한 지.”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도 담배를 끊지 못하 는 게 사람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게 된다.
“너도 이제는 알겠지, 자신이 무
엇을 누리며 살아왔는지 말이야.”
“그리고 또 하나 알아야지.” 강진호가 바닥에 주저앉은 정명철 과 시선을 마주쳤다.
“집안이라는 배경을 제외해 버리 면 너라는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지 말이야.”
정명철의 눈이 잘게 떨렸다.
“후우우우우.”
강진호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 내고는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정명 철과 눈높이를 맞췄다.
“피워.”
정명철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 배를 잡고는 천천히 빨아들였다. 그 러고는 목이 아프다는 듯 몇 번 구 역질을 했다.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는다.
“네가 새사람이 되면 좋은 일이겠 지.”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 냐. 네가 이곳에서 나가서 예전같이 패악을 부리고 다닌다고 해도 나는 신경 쓰지 않을 거야. 너는 네가 저 지른 죗값을 치렀으니까. 무슨 말인
지 알아?”
정명철의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 다.
그의 고갯짓에서 다급함이 묻어났 다.
“단!”
강진호가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린 다.
“우리와 엮이지 마.”
“여기서 겪은 일을 입 밖으로 낸 다든가, 이쪽과 다시 얽힌다든가 하 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그 렇게 믿어도 되겠나?”
“무, 물론입니다.”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복수를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 지.”
“저, 저는…… 저는 절대……
“괜찮아. 해봐.”
“차라리 그게 이쪽도 깔끔하니까. 네가 한 번만 더 그렇게 나서주면 이쪽도 네 목을 잘라 버리는 데 부 담이 없거든. 나는 차라리 네가 그 래주면 좋겠군.”
정명철이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 다.
이건 단순히 이 상황에서 벗어나 기 위한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충분히 보았다.
이들이 얼마나 괴물 같은 인간들 인지, 그리고 그들의 정점에 군림하 는 강진호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 지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 남자에게 속고 있다.
TV에 나오는 강진호의 모습이 진 짜가 아니다.
기업가로서의 강진호는 진짜가 아 니다.
진짜 강진호는 바로 이곳에 있다.
이런 이들에게 대항하라고?
‘미친 소리.’
그가 가진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의 집안이 가진 힘?
돈이 칼을 막을 수 있다면 의미 가 있겠지. 하지만 이들 앞에서 돈 이란 그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저, 절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절대! 저, 절대로!”
강진호가 정명철을 가만히 바라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강진호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현수가 앞으로 나섰다.
“정명철 씨.”
“예? 아…… 아, 예!”
“고생많으셨습니다.”
이현수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서울로 데려다 드릴 테니, 집으 로 돌아가십시오. 가는 길에는 눈을 조금 가려야 해서 불편한 점이 있을 겁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명철이 질린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 좋은 얼굴을 보고 있자 니, 전신이 얼음 동굴에라도 들어간
듯 차가워진다. 저 인간은 저렇게 웃는 낯으로 사람을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그전에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 씀드리겠습니다.”
“예?”
“가면서 이야기하죠. 이쪽으로.”
이현수가 정명철의 소매를 잡아끌 었다.
정명철이 영문도 모르고 이현수를 따라갔다. 두 사람이 방을 나서자 지켜보고 있던 성주찬이 강진호를 바라봤다.
“ 괜찮을까요?”
“뭐가?”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건 아니잖습니까. 지금이야 당한 게 워낙 많아서 입을 다물고 있겠지만, 며칠 지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지 만, 총회의 안전을 생각하면……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가 화를 내지 않는 건 이 말이 총회의 이득을 더 이상 공유할 수 없는 성주찬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총회에 대한 걱정
으로 하는 말이라는 의미다.
“한 가지 원칙이 있지.”
“……그게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 까?”
“‘그럴 것 같다’로 미리 사람을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대부분은 그렇게 시작하지. 그럴 것 같다. 나는 확신이 있다. 이건 안 봐도 빤하다.”
“권력을 가진 이가 벌어지지도 않 은 일로 사람을 벌 주기 시작하면
타락이 시작되지. 그러고는 결국 자 신을 갉아먹는다.”
성주찬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그들.
아니, 이제는 총회를 나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총회의 무인 들은 강진호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 하지 않는다.
그가 총회를 이끄는 것은 사실이 지만, 그의 능력은 대부분 무력에서 나오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총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이사들이나 이현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의 입에서 나 오는 말은 그런 성주찬의 생각을 바 꿔놓기에 충분했다.
“귀찮음을 덜기 위해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어.”
“그 한 걸음을 내디뎌 버리는 순 간, 많은 것이 달라질 테니까.”
강진호가 가볍게 웃었다.
“저대로 입을 다물 수도 있고, 어 쩌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뭐 어때. 그런 모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데. 그 정도는 해결할 수 있
다.”
성주찬의 눈에 살짝 회한이 어렸 다.
강진호가 말하는 ‘우리’에 그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서였다.
‘조금만 더 버텨볼 걸 그랬나?’
딱히 총회를 나온 걸 후회한 적 없는 성주찬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 큼은 아련하게 가슴이 아파왔다.
강진호가 그런 성주찬의 얼굴을 보더니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소속 같은 건 그리 중요하지 않 아.”
“ 예?”
“MK도 총회의 것이니까. 방향이 다를 뿐이야.”
성주찬의 입가가 실룩였다.
빤한 말이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그래서 너, 전동 그라인더 버렸 어?”
성주찬의 눈이 흔들렸다.
“아, 알바들만 남겨놓고 오느 라……
“알바한테 수동 그라인더 쓰라고 교육을 안 했어?”
강진호의 눈가가 꿈틀한다.
“너, 재교육.”
“이현수한테 가서 재교육해 달라 고 해.”
성주찬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야. 여긴 역시 탈출하는 게 맞았어.’
그 탈출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못 했다는 게 성주찬의 불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