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27)
마존현세강림기-1529화(1526/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12화)
3장 재고하다 (2)
“뭐, 그리 대단한 건 없습니다.” 이현수는 느긋하게 정명철과 함께 걸었다.
“중요한 건 하나죠. 입조심을 해 야 한다.”
이현수가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대고 빙그레 웃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시겠습니까?” 정명철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 다. 그러다 목이 부러지는 건 아닐 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며 이현수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해가 빨라서 좋군요.”
이현수가 손을 뻗어 나란히 걷는 정명철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그런데 정말 이해하셨습니까?”
“••••••예?”
정명철의 눈가가 떨리기 시작한 다.
그가 겁먹은 얼굴로 이현수를 바
라봤다.
강진호?
물론 무서웠다. 하지만 정명철의 입장에서는 이 사내에게서 느끼는 공포가 강진호에게서 느끼는 공포보 다 훨씬 더 컸다.
그의 본능이 그를 해하려는 자와 해하지 않으려는 자를 구분해 내고 있었다.
“정명철 씨.”
이현수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당신이 무척 싫습니다.”
“아마 당신은 내가 누군가를 싫어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이해 하지 못할 겁니다.”
이현수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 다.
“당신은 회주…… 아니, 강진호 씨를 무척 고깝게 여기고 있을지 모 르지만, 그분께 감사드리는 게 좋을 겁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당신이 제 발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었을 테니까요.”
정명철은 알 수 있었다.
이건 절대 협박 같은 게 아니다.
이현수는 이리 멀쩡하게 돌려보내 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자꾸만 아쉬운 눈으로 정명철을 바 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정명철은 자신이 금붕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어항 밖, 고양이의 시선을 느끼는 금붕어.
강진호라는 어항이 존재하지 않았 다면, 이미 그는 고양이의 노리갯감 이 되어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이걸 단순한 협박이라고 생각해 도 괜찮습니다.”
이현수가 묘한 눈으로 정명철을 바라보았다.
“그럼 그때부터는 정말 제 마음대
로 움직일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무 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정명철이 떨리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귀에 말이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듣고는 있지만 뭘 듣고 있 는지 잘 모르겠다. 그가 이해한 것 은 단어가 아니라 분위기와 그가 해 서는 안 될 일에 대한 어렴풋한 이 미지 였다.
하지만 그건 머리로 이해하는 것 보다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입은 화를 부르는 창구고, 만악의 근원이
죠. 저는 당신이 쥐 죽은 듯이 살기 를 바라지만, 회주님께서 그러지 않 아도 된다고 하셨으니 어떤 행동을 하고 살든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이 곳에서 당신이 나가는 순간, 저는 당신을 기억에서 지울 겁니다. 이해 하셨습니까?”
“……예.”
“하지만 만약 제 귀에 당신이 우 리를 언급했다는 말이 다시 들려온 다면……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겁 니다. 그리고 제가 장담하건대, 그때
당신은 이곳으로 오지 못할 겁니 다.”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제 말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건 그리 대단 하지 않아서 듣고 싶은 말을 듣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당신은 오늘 들은 말을 모두 기억해야 합니다.”
“자, 그럼 좋은 경험이 되셨기를.” 현관으로 나온 정명철의 눈에 대 기하고 있는 커다란 세단이 보였다. 그러더니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정 명철에게 다가와 그의 눈에 안대를
씌웠다.
눈이 가려지자 정명철이 움찔하고 뒤로 물러났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저 길 을 좀 숨기고 싶은 것뿐이니까요. 생각하시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 다. 그럴 거라면 굳이 이리 번거롭 게 할 필요는 없잖겠습니까?”
그제야 정명철이 진정했다.
“ 이쪽으로.”
이현수가 눈을 가린 정명철을 잡 아끌었다. 정명철이 힘없이 그의 손 에 끌려 계단을 내려갔다.
차 문을 연 이현수가 정명철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차 문을 닫아버렸다.
안으로 밀려 들어간 정명철이 손 을 더듬어 시트를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앉았다.
엉덩이에 차 시트가 닿는 순간,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간다. 며칠 만에 느끼는, 익숙한 현대 문물의 감각이 정명철을 위안해 주고 있었 다.
“아니, 아니. 아직 긴장 푸시면 안 되죠.”
이현수의 능글능글한 목소리에 정 명철의 몸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긴장을 푸셔도 됩니다. 하지만 긴장을 푸시면 안 됩니다. 이 말을 이해하십시오. 벗어났다는 생각을 하셔도 문제는 없지만, 완전히 벗어 난 것도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합니 다. 그래야 인생을 다시 즐기면서 사실 수 있을 테니까요.”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그의 귀로 파고들었다.
정명철이 이를 악물자, 이현수가 됐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그런 태도만 유지할 수 있다면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일주일간 의 경험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기 를 바랍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경고 하는데…… 헛수작 부리지 마십시 오. 파멸은 욕심에서 시작됩니다. 우 리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건 욕심이 지, 이성이 아닙니다. 잊지 마십시 오.”
이현수가 차문을 두어 번 두드리 자 차창이 위로 올라갔다.
“잘 가세요, 정명철 씨. 다시 뵐 때까지.”
정명철을 태운 세단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이현수가 그 광경을 보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보냈습니다.”
“수고했다.”
회주실로 돌아온 이현수를 보며 강진호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무척 아쉬워 보이는데?”
“아쉽긴 합니다만……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 라보았다.
세단이 내려간 도로 쪽을 바라보 던 이현수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다시 보게 될 것 같으니까요.”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또?”
“제가 살면서 얻은 진리 중 한 가 지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으 99
“사람은 안 변합니다, 회주님.”
이현수가 피식 옷으며 말을 이었 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라 면 교도소는 지금쯤 빈방에 쌓이는 먼지를 치우느라 바쁘겠죠.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교도소는 계속 새 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 대다 수가 재범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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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뀌는 사람도 있잖아?”
“저처럼요?”
이현수가 피식 웃으며 자신을 가 리 켰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회 주님. 이건 바뀐 게 아닙니다. 눌린 거죠.”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다.
“제가 예전처럼 살지 않는 이유는 회주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 장 회주님이 사라지고 제 위에 김석
일이 다시 돌아온다면, 제가 과연 지금처럼 살겠습니까?”
요 Q.»
M..•
“사람이란 그런 겁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압박을 받고 살죠. 누 군가에게는 그 압박이 사람이고, 누 구에게는 법이며, 누구에게는 도덕 이죠. 돈일 수도 있고, 애정일 수도 있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게는 그게 회주님일 뿐입니다. 바뀐 게 아니라는 거죠. 새로운 압 박에 적응한 겁니다.”
강진호가 살짝 미간을 좁히자, 이
현수가 손을 내저었다.
“아, 물론 제가 회주님의 압박에 힘겨워한다…… 뭐, 이런 건 아닙니 다. 이건 근원적인 이야기죠. 회주님 이 없다면 저는 또 다른 압박을 버 텨내야겠죠. 달라지는 것뿐입니다.”
“흐음.”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을 겁니 다. 총회에서 받은 압박이 그놈을 사람답게 만들겠죠. 그런데 그 압박 은 지금 끝났습니다.”
“교도소에서 나간 사람은 대부분 다시는 죄를 짓지 않아야겠다고 다
짐하며 사회로 돌아가죠. 교도소 생 활이 그만큼 끔찍하니까요.”
“끔찍?”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하자, 이현 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회주님이야 마음만 먹 으면 벽 부수고 나올 수 있으니까 별것 아니겠죠. 위긴스 이사님이 콜 라 셔를도 해드렸고/
“보통 사람에게 교도소는 끔찍한 곳입니다. 하지만 죄를 지으면 그 끔찍한 곳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죠.”
“압박이 줄었기 때문에?”
“네. 피부에 와닿을 때와 막연한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때는 다를 수 밖에 없죠. 정명철도 마찬가집니다. 한동안은 별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이곳에서 한 고생이 어느 정도 미화 가 되기 시작하면?”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저지르겠죠.”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담배를 입 에 물었다.
“바라는 것 같은데?”
“반쯤은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저런 놈을 무척 혐오하거든요. 저런 인간도 좋은 집안에 태어나면 잘 먹 고 잘산다는 게 세상의 아이러니죠. 생각 같아서는 죽창으로 배때기를 찔러 버리고 싶지만……
어, 그렇게나?
“여하튼 지금은 기다려야죠, 저놈 이 어떻게 나오나.”
강진호가 미묘한 얼굴을 했다.
이현수의 말이 웬만큼 들어맞는다 는 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저 말 에 동의해 버리면 어쩐지 지금까지 의 강진호의 변화를 부정하는 느낌 이 든다.
“그래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변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 다. 물론 변하죠.”
이현수가 엄지와 검지의 사이를 살짝 띄웠다.
“ 이만큼요.”
“자기가 보기에는 어마어마하게, 남들이 보기에는 이만큼.”
거, 사람 신랄하네.
“특히나 저런 놈은 변화의 폭이 적습니다. 그렇게 쉽게 변할 놈이었 으면 지금까지 저리 살지도 않았겠 죠. 내기해도 좋습니다. 저놈은 반드
시 또 사고를 칠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저 말리지 마 십시오. 진짜 제가 알아서 할 겁니 다.”
“ Q.”
..•
“약속하신 겁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담배에 불 을 붙였다.
“마치 내가 저놈을 보호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말하는군.”
“실제로 그러고 계시잖습니까.”
“민간인이라 그런 것뿐이야. 하지 만 여기까지 와서 이리 겪고도 달리
나온다면, 그때는 그 말로는 감형을 받을 수 없겠지.”
이현수가 씩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실 줄 알았습니 다.”
강진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하기야, 이제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여하튼 정명철 건은 마무리를 지 었고, 매출도 회복했다.
정명철이 다시 무슨 사고를 친다 고 해도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될 일이다.
그전에…….
‘저저…… 눈빛 봐, 저거.’
먹이를 노리는 독사같은 눈을 하 고 있는 이현수를 보니 조금 남아 있던 걱정까지 싹 날아가 버렸다.
아마 이현수라면 정명철 주변에 감시를 붙여놓고 뭔가 낌새만 보이 면 바로 납치해 뼈와 살을 분리해 버릴 것이다.
사방에다 덫을 깔아놓고 방생해 준 느낌이랄까.
강진호는 부디 정명철이 이현수의 덫에 걸리지 않기를 바랐다. 이현수 에게 걸려드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
니까.
“그건 그렇고……
“예.”
“미국 쪽에서는 연락이 없나?”
“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보고 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음?”
“오늘 아침에 국정원 쪽에서 연락 이 왔는데, 아마 2주 내에 시찰단이 방문할 예정인 모양입니다. 한 번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O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받은 게 있으니 할 건 해야겠지.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창밖 을 바라봤다.
‘미국이라……
한국에 미국의 무인들이 들어오면 삼왕계는 어떻게 반응할까?
‘재미있어지는군.’
강진호가 고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