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28)
마존현세강림기-1530화(1527/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13화)
3장 재고하다 ⑶
거침없이 달리던 세단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미 저녁이라 하기에 도 늦은 시간이라 크게 막히지는 않 지만, 서울의 도로를 고속도로처럼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 막히네.”
“에이, 빨리 끝내고 퇴근해야 하
는데.”
“그러게.”
운전을 하던 이가 뒤를 힐끗 바 라보았다.
눈을 가린 정명철이 석상처럼 굳 어 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거리 는 모양새를 보니 잠•이 든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곳까지 오는 동안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야, 쟤 안대 벗겨줘.”
“괜찮겠어?”
“서울 접어들면 벗겨줘도 된다셨 어.”
“그래?”
보조석에 앉아 있던 이가 손을 뻗어 정명철의 얼굴에 씌워진 안대 를 벗겼다.
“야, 눈 떠라.”
정명철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 고는 뭔가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광경 을 본 그의 눈이 마구 흔들리기 시 작했다.
“쟤 진짜 지가 뭔 바닷가 가는 줄 안 모양인데?”
“드럼통?”
“그런가 봐.”
“시대가 어느 시댄데 드럼통이야? 요새는 화장터랑 협의에서 깨끗하게 처리해 주는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정명철의 귀에는 그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오직 서울의 야경만이 그의 눈에 틀어박혔다.
정명철이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 다.
‘살았다……
겪어보지 않는 이들은 모른다. 그가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이현수가 몇 번이나 죽이지 않는
다는 말을 했음에도, 그 말을 신뢰 할 수 없었다. 아니, 애써 신뢰하는 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남 을 수밖에 없었다.
정명철과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 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심정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서 다시 서울 의 야경을 보게 되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이 밀려 들어왔 다.
“저 새끼 우는 것 같……
“그만해, 새끼야.”
“왜?’’
“아무리 저 새끼가 마땅히 당할 짓을 당했다고는 해도,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라는 게 있는 거야.”
“내가 뭐 그리 대단한 말을 했다 고……
운전석에 앉은 이가 힐끔힐끔 백 미러를 바라보았다. 뒷좌석에 앉은 정명철이 몸을 떨며 오열하는 모습 이 보였다.
“새끼야, 인생의 좋은 경험 했다 고 생각해. 이러고 나서 사람답게 살면 더 좋은 거지.”
“그래, 인마. 우리도 정신 못 차 리던 시절 있었어. 맞을 만큼 맞고,
구를 만큼 굴러보니 세상이 만만하 지가 않더라. 그것만 알아도 뽕 뽑 은 거야.”
정명철은 대답 없이 창밖을 바라 보았다.
운전을 하던 이들 역시 별말 없 이 차를 몰았다. 딱히 정명철과 나 눌 만한 말은 없다. 그들이 할 만한 말은 이미 이현수가 다 했을 것이 다. 괜히 입을 열어 정보를 더 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린 차가 이내 한곳에 멈춰 섰다.
“야, 여기 어디야?”
“저 새끼 회사 있는데.”
“……실장님이 저 새끼 집에다가 내려주라고 했잖아.”
“어? 회사 아니고?”
“야, 이 또라이 같은 새끼야! 운 전대 잡은 놈이 자기가 어디 가야 하는지도 모르냐?”
운전석에 앉은 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야, 너희 집 어디야?”
“……괜찮습니다. 여기…… 여기 내려주시면 됩니다.”
운전석에 앉은 이가 = 찌푸렸 다.
정명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지 만, 그 눈만큼은 또렷했다.
“괜찮을까?”
“하, 씨……. 별문제야 있겠어? 여하튼 쟤가 아는 데다 내려주면 되 는 거잖아.”
“괜히 실장님한테 욕먹을까 봐 그 러지.”
“쟤가 실장님한테 전화해서 이를 것도 아닌데 뭘 어떻게 알겠어. 떨 구고 집에 가자.”
“그래, 그럼. 야, 내려.”
정명철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손은
제대로 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보 조석에 앉은 이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
“내려.”
정명철이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 자 눈에 익숙한 건물이 들어왔다. 태광 F&D의 사옥이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 자.”
그 말을 남긴 이가 뒤도 돌아보 지 않고 차에 올랐다. 그러고는 세 단이 과격하게 출발해 정명철에게서 멀어졌다.
정명철이 멀어지는 차를 홀린 듯 이 바라보았다.
여전히 떨리고 있는 그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구겨진 담뱃갑을 꺼 냈다.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문 정명철이 힘겹게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아, 뭐야?”
“길 한가운데서.”
“아직 저런 인간이 있네.”
지나가던 이들이 다들 눈살을 찌 푸렸지만, 대놓고 제지하려는 이는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도 정명철은 정상적이지 않았으니까.
폐 속으로 들어온 담배 연기를 기침과 함께 토해낸 정명철이 멍한 얼굴로 걷기 시작했다.
익숙하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낯 설게만 느껴지는 그의 사옥으로 말 이다.
저벅, 저벅, 저벅.
결코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사옥 으로 접근한 그가 담배를 끄지도 않 은 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 거기!”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경비가 화 를 내며 뛰어왔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 어?”
경비가 정명철의 얼굴을 확인하고 는 눈을 비볐다. 몇 번이고 정명철 을 확인한 경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혹시 사, 사장님?”
정명철의 손에 들린 담배가 입으 로 향했다.
마약중독자가 따로 없는 몰골의 정명철이 초점이 풀린 눈으로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상대가 상대다 보니 경비는 제지할 생각도 하지 못 한 채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 다.
“아, 아니, 몰골…… 아니, 모습이 왜?”
정명철이 경비를 무시하고 엘리베 이터로 향했다. 오가던 사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좌우로 길을 열었다.
띵.
문이 열리자 정명철이 말없이 엘 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 문이 닫히고서야 사원들이 수 군대기 시작했다.
“뭔 일이야, 저게?”
“진짜 마약이라도 했나? 사람 몰 골이 아닌데?”
“나는 뭔 난민인 줄 알았어.”
다들 의아함이 담긴 눈으로 굳게 닫힌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덜컥.
문이 열린다.
김상호 전무가 짜증 어린 얼굴로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누가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오나?”
대답이 없다.
조금 이상함을 느낀 김상호가 고 개를 들었다.
응?
이사들의 얼굴이 이상하다.
마치 못 볼 장면을 본 것 같은 얼굴로 멍하게 문 쪽을 응시하고 있 다. 그 시선을 따라 김상호가 고개 를 돌렸다.
“어 엇?”
그 순간, 김상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처음에는 웬 노숙자가 들어온 줄 알았다.
낯설기 짝이 없는 이였으니까.
하지만 그 얼굴은 곧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저 옷?’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손목에 둘 러진 값비싼 시계.
거기까지 확인하자 이 사람이 누 구인지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 은 일이 되었다.
“사, 사장님?”
정명철.
정명철이 거지나 다름없는 몰골로 회사에 돌아온 것이다.
“사장님!”
“아, 아니, 대체 무슨 일을 겪으 셨기에?”
“괜찮으십니까?”
김상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미친놈이 또 뭔 짓을 하고 다 닌 거야?’
딱 봐도 큰 사고를 겪은 몰골이 다. 문제는 정명철은 사고를 치면 칠 인간이지, 자기가 사고를 당할 인간은 아니라는 것.
보나마나 마약에 쩔어 있다가 사 고를 쳤겠지.
거기까지는 좋다.
‘생각이 없나?’
적어도 저 몰골로 회사에 들어오 지는 말아야지.
생각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저런 꼴을 부하 직원들에게 보이지
는 않을 것이다. 이곳까지 올라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정명철의 꼴을 보았겠는가.
김상호의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 일단……
저 몰골을 더 이상 다른 사람들 앞에 보여서는 안 된다.
“사장님, 일단은 이러지 마시 고……
김상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명철에게 다급히 다가갔다. 우선 은 좀 씻기고 거적때기가 되어버린 옷이라도 좀 갈아입혀…….
그 순간, 정명철이 자신의 팔을 잡으려 하는 김상호의 손을 밀어냈 다.
한 번 더 잡아볼 엄두가 나지 않 는다. 밀어내는 손이 워낙에 단호하 다.
멍한 눈의 정명철이 고개를 돌려 김상호를 바라보았다.
“며칠••••••
“예?”
“며칠이나 지났지?”
김상호의 눈에 의문이 어렸다. 그가 잠수 탄 기간을 묻는 건가?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출근하신 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왜 연락을 안 하셨습니까?”
“..일주일 ”
“예.”
“그런데……
정명철이 멍한 눈으로 김상호를 바라봤다.
“사람이…… 사람이 일주일이나 연락이 안 되는데…… 실종 신고도 안 했나?”
“……그전에도 워낙 그런 일이 자 주 있어서. 이번에는 기간이 좀 길 다고 생각은 했지만, 특별하게 뭔
일이 벌어졌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 니다.”
김상호는 할 말이 많았다.
물론 지금 정명철의 몰골을 보고 있으려니 조금이라도 빨리 사람을 풀거나 경찰에 신고를 해서 정명철 을 찾아봤어야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왜 우리한테 따져?’
실종된 사람을 신고하고 찾는 건 가족의 일이지, 회사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명철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사장님, 회의실……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정명철이 초점 없는 눈으로 모두를 돌아봤다.
“그 일주일 동안…… 아무도 나를 찾으려 하지 않고, 그냥 이러고 있 었다는 거로군.”
“사장님……
“일주일이나.”
정명철이 허탈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얼굴에서 웃음 기가 사라지고, 극적으로 변하기 시 작했다. 멍하던 눈동자가 기이하게 번들거리고, 무표정하던 얼굴이 기
괴하게 일그러졌다.
“일주일이나! 이 개새끼들아아아 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앙!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정명철 이 눈앞의 의자를 그대로 걷어차 날 려 버렸다. 그러고는 테이블로 달려 들어 테이블을 뒤집어엎어 버렸다.
“사, 사장님!”
“사장님, 진정하십시오!”
“진정? 진정? 이 개 같은 새끼들 아! 남이 지옥을 겪는 동안 배 두드 리며 편하게 살아놓고는. 뭐? 진정? 이 씨발 새끼들!”
콰앙! 콰앙!
테이블을 걷어찬 정명철이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 기 시작했다.
노트북이 창에 부딪쳐 부서지고, 물 컵이 바닥에서 말 그대로 터져 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으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손에 잡힌 의자를 이사들에게 집 어 던진 정명철이 핏발이 잔뜩 서 붉어진 눈으로 목이 터져라 소리쳤 다.
“죽여 버릴 거야! 이 개새끼들,
내가 죽여 버릴 거라고!”
“사장님!”
김상호가 정명철을 움켜잡았다.
“왜 이러십니까! 왜! 누굽니까? 누구한테 그러시는 거냐구요!”
“……누구?”
정명철의 얼굴이 또 일변했다.
누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정명철 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다시 벌벌 떨기 시작했다.
“아냐. 아냐. 아냐. 아냐. 나…… 나는 아무 말 안 했어. 진짜야. 나 는…… 나는 아무런 말도 안 했어.”
“죽일 거야. 다 죽여 버릴 거야! 아, 아니야. 나는 정말 아무 말도 안 했어……. 人},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세요! 입 닫고 살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개 같은 새 끼들, 내가 다 찔러 죽여 버릴 거 야. 으아아아아아아!”
김상호가 질린 눈으로 정명철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미쳤어.’
“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아 아아……
일순 정명철의 몸이 뻣뻣하게 굳 었다.
그러더니 입에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갔다.
“사장님!”
쓰러지는 정명철을 받쳐 든 김상 호가 고함을 내질렀다.
“앰뷸런스! 빨리 앰뷸런스 불러! 당자아아앙!”
“예!”
김상호가 의식을 잃은 정명철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로서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