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29)
마존현세강림기-1531화(1528/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14화)
3장 재고하다 (4)
“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정명철이 발버둥을 쳤다. 그러자 간호사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그를 내리눌렀다.
평범한 환자가 이렇게 발작을 한 다면 구속구를 입히거나 전신을 묶 어두겠지만, 정명철의 신분이 신분
이다 보니 의사도 간호사도 감히 그 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더구나…….
지금 그들의 뒤에서 지켜보는 시 선이 더더욱 그들을 조심스레 만들 고 있었다.
정명철을 내리누르던 의사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지팡이를 짚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 보였다. 노인과 시선 이 마주친 의사가 재빨리 고개를 돌 리고 정명철을 내리눌렀다.
“환자분! 환자분! 진정하세요!”
“아아아악 j 아악! 아아아아아아 악!”
“야! 팔 제대로 눌러!”
“예!”
의료진들이 정명철을 움켜잡았다.
발악하는 정명철과 그를 누르는 의료진들을 바라보던 노인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미치기라도 했느냐?”
“아, 아닙니다, 회장님.”
김상호 전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홀러내렸다.
그의 옆에 서 있는 이는 그의 어 깨까지밖에 오지 않는 작은 이지만,
누구도 감히 그를 작다고 무시할 수 는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인이 바로 태광 그룹의 회장인 정홍근이기 때 문이다.
정홍근의 노안이 정명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럼 저 꼴은 어떻게 된 거냐?”
“그게…… 저, 저도 잘……
정홍근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 다.
“애 관리 잘하라고 해놨더니, 아 주 폐인을 만들어놨구나.”
김상호의 허리가 절로 굽혀졌다.
“죄, 죄송합니다.”
“한심한 놈들.”
정홍근이 영 마뜩찮다는 눈으로 정명철을 바라보았다.
“나이가 들면 사람이 될까 싶었는 데, 애초에 나기를 잘못 태어난 놈 은 도리가 없는 모양이군.”
김상호가 마른침을 삼켰다.
정명철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다.
하지만 김상호는 정명철을 옹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룹에서 생각하는 김상호의 가치는 더 이상 크지 않 다. 정명철이 팽당한다면, 김상호 역
시 정명철이 삶는 솥에 함께 들어가 게 될 것이다.
“주치의의 말로는 일시적인 쇼크 라고 합니다. 장기적인 장애로 발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답니다.”
“의사 놈들이야 원래 그렇게 지껄 여 대지.”
정홍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쇼크? 그 쇼크에서 벗어난다면 사람 구실은 할 수 있냐, 이 말이 야. 저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 나?”
“회복하실 겁니다.”
“회복하면 뭐가 달라지나?”
김상호가 입을 닫았다.
지금 이 말은 정명철이 온전하게 회복될 수 있는가를 묻는 말이 아니 었다.
정명철이 회복한다고 해도 그 천 성이 어디 가겠냐는 소리였다.
“쯧쯧쯧.”
혀를 찬 정홍근이 영 마음에 들 지 않는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다 사람이 아니야. 사람 구실을 해야 사람이지. 정씨 집안에 어쩌다가 저런 망종이 태어나서는 사람을 골치 아프게 하 는지 모르겠군.”
“그래도 핏줄이 어디 가겠습니까? 마음만 먹으시면 누구보다 잘 하실 분입니다.”
“빤한 소리를.”
김상호가 살짝 주먹을 쥐었다.
여기서 정홍근의 말에 동의하는 건 정말 멍청한 짓이다. 정홍근은 자신의 집안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 하고, 자신의 핏줄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람이다.
아무리 그가 험한 말을 한다고 해도 다른 이들은 그의 핏줄을 떠받 들고 우대해야 한다. 그게 정홍근의 기본 마인드였다.
아부가 먹혔는지 정홍근의 입꼬리 가 살짝 꿈틀거렸다.
“정신을 차리면 말이지, 정신을 차리면. 그런데 저놈이 정신을 차리 겠는가?”
“태공망은 평생을 기다려 노년에 야 그 빛을 발했습니다. 붕새는 천 년을 웅크렸다 한 번의 날갯짓으로 천 리를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큰 일을 하는 사람은 시작이 남다른 법 입니다.”
“갖다 붙이기는.”
정홍근이 못마땅하다는 듯 김상호 를 힐끔 보고는 이제 좀 진정이 된
정명철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저놈이 어디 갔는지는 알아보았 나‘?”
“경찰에 의뢰를 해놓기는 했습니 다만, 본인이 CCTV를 피해 다니시 는 분이라……
“저놈이 제정신을 차리기 전엔 알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이군.”
“죄송합니다.”
“흐으으음.”
정홍근은 이 일만큼은 김상호를 탓하지 않았다.
왜냐면 왜 정명철의 행적을 제대 로 쫓지 못했냐는 말은, 정명철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느냐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정홍근의 기준에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디 일개 전무 따위가 정명철을 감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무리 정명철이 그룹의 후계자로는 거론조 차 되지 않는 말석 중의 말석이라고 는 하나 그래도 명색이 그룹의 일원 이었다.
노비나 다름없는 김상호와는 그 격이 다른 자다. 어디 노비가 주인 을 감시한단 말인가.
“주치의에게 똑똑히 전해.”
“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 상관없 어. 말을 또박또박 할 수 있도록 만 들어.”
“••••••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아야 지.”
정홍근의 눈이 차게 빛났다.
“아무리 개새끼라고 한들 정씨 가 문의 개새끼다. 개를 건드려도 주인 을 보고 건드리라는 말이 있지. 이 건 작게는 태광, 그리고 더 나아가 서는 정씨 가문에 대한 도전이나 다 름없어.”
김상호가 숨을 죽였다.
정홍근이 이렇게 말한다는 건, 정 명철을 건드린 이를 발본색원하여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더구나 정씨 가문이라는 말이 입 에서 나온 이상 쉽게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하여 적을 철저하게 부순다는 의도가 없 었다면 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 을 테니까.
“뭐 하고 있나?”
“예‘?”
“나이가 들더니 머리도 나빠진 모
양이군. 당장 가서 전하지 않고 뭘 하고 있는 게야!”
“죄, 죄송합니다!”
김상호가 부리나케 주치의에게 달 려가자 정홍근이 눈을 찌푸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믿을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
그의 시선이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정명철에게 꽂혔다.
그의 시선에는 여러 감정이 떠올 라 있었다.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경멸과 애틋함.
그의 가문에 있는 어떤 이도 정 홍근에게 이런 감정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망나니.
당장 내다 버려야 할 쓰레기.
정명철에게 쏟아지는 시선과 평가 를 모를 정홍근이 아니었다. 그 역 시 정명철이 갱생할 가능성이 있다 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것과 버리는 것은 별개 의 문제다.
손가락이 썩었다고 해서 아무렇지 도 않게 뽑아버릴 사람이 몇이나 되 겠는가. 정홍근에게 있어서 정명철 은 단순히 아픈 손가락이 아니었다.
그의 인생을 통틀어 최악의 실패
작.
‘저놈만 멀쩡해진다면……
그의 삶은 완전해진다.
그렇기에 정명철에게서 완전히 손 을 떼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이 터지면서 그가 오랫동안 고민 해 온 일이 그의 통제를 벗어난 결 말을 맞이하게 생겼다.
정홍근은 그걸 참을 수 없었다.
‘어떤 놈들인지는 몰라도……
정홍근의 노안이 새파란 살기를 홀려댔다.
‘감히 이 대한민국에서 나를 건드 린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해
주마.’
“늙은이?”
“네. 노망난 늙은이죠.”
강진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단어 선택 좀.”
“네? 아……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고는 꾸욱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푸들푸들 떨 리는 그의 볼이 지금 그가 웃음을 참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못하게 했 다.
“아…… 죄,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회주님 앞에서 쓸 만한 단어는 아니었지요. 늙은이 라니.”
저 새끼가?
강진호의 눈가가 살짝 꿈틀거렸 다.
“아, 제가 말한 건 육체적인 의미 입니다, 육체적인. 당연히 정신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딴지를 걸 부분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강진호는 굳이 이 화제를 끌고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자세하게 설명해 봐. 무슨
소리야?”
“태광의 회장 말입니다.”
“ 회장?”
“예. 정흥근. 올해 나이 83세.”
“오래 살았군.”
“재계 서열 10위권 안에 드는 태 광 그룹의 회장입니다. 어찌 보면 황정후 회장님과 비슷한 측면이 있 는 사람이죠. 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른다는 측면에서 말입니 다.”
“흐음, 그래?”
“물론 황정후 회장님이 이 말을 들으셨다면 제 머리에 재떨이를 던
지셨겠죠.”
“겉으로 보이는 것만 비슷할 뿐입 니다. 황정후 회장님은 맨바닥에서 재경을 일구어낸 입지전적인 인물이 지만, 정홍근은 일제 강점기부터 거 부였던 가문의 돈으로 그룹을 만들 었죠.”
“일제강점기부터 라면?”
“네. 친일파 출신입니다.”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그런데도 재계 10위 안에 든다 는 건가?”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국민들을 비난할 생각은 하지 마 십시오. 황정후 회장님이 과할 정도 로 깨끗한 겁니다. 일일이 따져 보 면 지금 재계의 떵떵거리는 놈들 중 친일을 하지 않은 이들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니까요.”
강진호의 표정이 영 풀리지 않는 다.
친일 행적이야 아무래도 좋다.
역사에 휩쓸리는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살아남기 위해 친일을 택하고 자신의 자존심 을 내다 팔았다 해도 강진호 개인적 으로는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
다.
하지만 그 친일파들이 떵떵거리며 잘살아가는 건 별개의 문제다.
“껄끄럽잖아.”
“그 당시는 다들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깨끗한 기업이 설 탕을 백 원에 팔고, 친일파 놈들이 설탕을 오십 원에 판다면 뭘 사시겠 습니까?”
“소수의 신념 있는 이들이라면 백 원짜리를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닙니다. 그 당 시에는 그 기업들의 소유주가 친일
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정보도 없었습니다. 국민들이 그 사실에 신 경을 쓸 때쯤에는 이미……
이현수가 양손으로 크게 원을 그 렸다.
“공룡이 되어 있었다는 건가?”
“불매 정도로는 해결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 덩치가 커져 있었죠. 이 건 국민의 잘못이 아니라 정치가의 잘못입니다.”
“약자의 설움이겠지.”
“그도 맞는 말입니다.”
이현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애초에 모든 것은 힘이 없어 벌
어진 일이니까.
“흐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하튼 그래서?”
“정명철이 가문 내에서도 날뛰는 망아지 취급을 받는데다가, 회장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는 게 정 론이었습니다만…… 정명철의 소식 을 듣고는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바 로 병원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예상 못했나?”
“못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현수가 미묘하게 미소를 지었 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격하네 요. 문제가 조금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흠,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거로 군?”
“아니요.”
“••••••응?”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되면 이쪽에서는 그냥 뭉 개 버리면 됩니다. 이제 태광 따위 는 총회의 상대가 안 됩니다.”
“흐음.”
자신만만한 이현수의 태도를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건드려 줬으면 하는 반웅 같은 데?”
“제가 뭐 태광에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저도 떳떳하게 살아온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도발을 해온다면 굳이 피할 이유도 없잖습니까?”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황정후 회장님이 좋아하시겠네 요. 앙숙이시니까.”
여하튼 주변에 성격 좋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하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