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3)
마존현세강림기-153화(153/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4화)
1장 전역하다 (4)
남태식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흐으윽.”
강제당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강진호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몸이 절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분은…….
그분은 이런 능력을 보일 수 있을까?
‘잘못 판단했어.’
능력뿐만이 아니다.
성정에 대한 판단도 잘못됐다.
이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자였다.
강진호가 남태식의 얼굴에서 손을 떼더니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잘 들었지만, 저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이야기 같 습니다. 오늘 찾아왔다는 것은 군부 대가 아니면 저와 접촉하기가 힘들 다는 말이겠죠?”
원래는 인정해서는 안 되는 말이 었다. 그렇지만 남태식은 자신도 모 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강진호의 말투가 어느새 존대로 돌아가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남태식이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자, 이번에는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남태식의 입에 물려주었다.
“소령님.”
“예? 아, 예!”
남태식이 화들짝 놀라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가만히 웃고는 말을 이 었다.
“겁먹으실 것 없습니다. 제게 있 어 당신은 짓밟아야 할 존재가 아니니까요.”
강진호의 말에 남태식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지금만큼 자신이 귀환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할 수가 없었다.
온화한 말이지만, 거꾸로 뒤집어 보면 만약 그가 귀환자거나 귀환자 에게 무공을 배운 자였다면 지금 무 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협박이나 다 름없었다.
“저는 당신들의게임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나를 건드리 지 않으면 나 역시 그쪽을 적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씀드리죠.”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 네?”
강진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김학철과 노수봉이 무슨 일을 당 했는지 알고 계십니까?”
“……자세히는 모릅니다.”
“알고 싶다면 나를 건드려 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전하세요.”
차마 ‘예’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 지 않았다.
등에서 흘러내린 땀이 옷을 다 적 시다 못해 시트까지 적시고 있는 것 같다.
단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 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남태식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느라 많은 심력을 소모해야 했다.
“ 후우……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꽁초를 차 안의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시트에 등을 기댔다.
“가시죠.”
“예!”
남태식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는 그런 남태식을 보며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차가 거칠게 출발했다.
아마 남태식은 강진호와 이 차 안 에서 둘이 있는 상황을 더는 원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위병소를 빠르게 통과한 차가 생 활관 현관 앞에 멈춰 섰다.
강진호는 차에서 내리고는 차 안으로 경예를 붙였다.
“ 필승!”
경례를 받는 둥 마는 둥하며 차량 이 빠르게 아래로 내려가자 행정실 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포대장 이 뛰어나와 물었다.
“진호야, 저 양반 왜 왔다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뭘 묻던데?”
“감사 차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사적인 걸 묻던데 말입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포대장이 한숨을 쉬었다. 자살 시도자가 세 명이나 나온 포대다 보니 기무사에서 누가 나왔다고만 하면
심장이 멎을 것 같다.
“근데 진호야.”
“예.”
“너 내일 전역이잖아.”
“예.”
포대장이 음흉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너…… 사회 나가면 형이 챙겨준 거 안 잊을 거지?”
“저, 저번에는 농담이었는데, 지금 내 상황이 농담이 농담이 아니게 됐다. 형 전역하면 뭐해서 먹고사냐?”
“……고생하십시오.”
“진호야? 진호야?”
강진호가 생활관으로 들어가 버리 자 혼자 남은 포대장이 한숨을 내쉬 었다.
“아, 씨. 좀 진작부터 말해놓을 걸.”
군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밤.
강진호는 침낭을 덮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 년 동안 매일 같이 봐오던 광 경이다.
하지만 이 광경도 내일이면 더 볼 수 없을 것이다.
“강진호 병장님.”
“응?”
“아니, 진호야. 수고했다.”
“음…..”
옆에 누운 장재환이 빙긋 웃었다.
“그동안 간부고 선임이고 싸워가 며 애들 챙겨준 거 다들 알고 있고, 다들 고마워하고 있다.”
“딱히 챙기려고 한 건 아냐.”
“알아. 그래도 우리는 덕분에 편 하게 군생활을 했으니까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너야 사회 나가도 알 아서 잘하겠지만, 잘 지내라. 연락 꼭 하고. 나도 곧 나갈게.”
“음.”
장재환은 후임이지만 강진호보다 나이가 한 살 많았다.
“안다. 네가 이런 공치사 안 좋아 한다는 거.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음?”
강진호가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더니 주영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지노! 지노!”
“……왜?”
“빨리 와. 애들 자기 전에 인사해야지.”
“안 하면 안 되냐?”
“할 건 해야지!”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오늘따 라 할 일을 찾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자신의 어깨를 잡아끄는 주영기에게 이끌려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러고는 머리를 긁으며 1생 활관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영기가 불을 켰다.
“아, 뭐야!”
“아저씨, 그냥가세요. 사람 열 받게 하지 마시고.”
“아, 쉰내. 쉰내 좀 안 풍기고가
시면 안 됩니까?”
비난이 쏟아졌다.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왜 굳이 이렇게 욕을 먹으려고 돌아다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주영기가 너스레를 떨며 먼저 인 사를 하자 강진호도 자리에서 일어 난 장병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했다, 진호야.”
“너 새꺄, 깔끔 좀 그만 떨어라.” 눈에 띄게 슬퍼하는 이들도 있었다.
“……강진호 병장님!”
거의 통곡 진전까지 간 녀석을 보 며 강진호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뭘 했다고 이런 반웅이 나 온단 말이냐.
“그렇게 아쉽냐?”
“예. 진짜 죽을 것 같습니다.”
“왜?”
울먹거리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강진호 병장님이 전역하시면, 이 제 포대에 세아 씨 안 오시잖습니 까. 제가 지금까지 그 낙으로 살았는데……
강진호는 아무 대답 없이 이제는 분대장이 된 이상엽을 돌아보았다.
이상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게 처리해 놓겠습니다.”
이상엽이 엄지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자 강진호가 묵묵히 고 개를 끄덕였다.
이런 놈은 지옥을 맛보아야 한다.
다른 생활관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뭐 자랑해 먹겠다고 남들 자는데 기어 들어와서 인사질이야? 얼른 안 꺼져?”
“고생하셨습니다, 강진호 병장님.”
“나가는 길에 구르면 다시 입실해야 하는 거 알고 있지? 내가 기름
칠 잘해놨어.”
“……누가 수송 아니랄까 봐.”
어찌 보면 빤한 이야기들이었다.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면서 덕담 한마디를 주고받는 것. 그게 전부였다.
겨우 100명이서 독립되어 살아야 하는 찰리의 전통이었다. 마지막으로 5생활관을 돌고 나니 시간이 훌 쩍 지나 있었다.
강진호는 주영기와 흡연 구역으로가 담배 한 대를 입에 물었다.
“야, 진호야.”
“어.”
“뭔가 좀 짜하다.”
강진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 만 주영기를 놀릴 수는 없었다.
강진호는 자신의 손을가만히 내 려다보았다.
그저 그동안 알고 지내던 이들과 악수를 한 것뿐인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강진호도 마찬가 지였기 때문이다.
‘끝났구나.’
이제 정말 이 길고 길던 군생활 이 끝났다는 실감이 들었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아니, 오 늘 밤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진호는
이 포대를 나설 것이고. 집으로 돌 아갈 것이다.
딱히 군생활이 끝났으면 좋겠다 고 빌 만큼 나쁜 곳은 아니지만, 그 래도 뭔가 한가지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좀 걱정도 되긴 한다. 시원섭섭 하다고 해야 할까?”
“너는 군대가 안 어울려.”
“……그건 인정하는 바지만.” 주영기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큰일을 겪은 만큼 강진호보다는 주영기가 더 생각이 많을 것이다. 군대에서만 죽을 위기를 두
번 넘긴 주영기가 아닌가.
“ 진호야.”
“그래.”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진짜 남자가 된다고 하잖아?”
“개소리야.”
“……그래?”
“어.”
“그래도 군대를 다녀오면 뭔가 남는다고 하잖아.”
강진호는 대답 없이 주영기의 말을 기다렸다.
“우린 뭔가 남겼을까?”
“글쎄.”
강진호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겨우 군대에서 생활한 정도로 뭔가 느끼기에는 강진호가 겪어온 세파가 너무 많았다.
“잘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르겠네.”
주영기가 담배 연기를 천천히 뿜 어내고는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들어가자. 자는데 부스럭거려서 깨운다고 또 맞을라.”
넌 좀 맞아도 돼.
강진호는 피식 웃고는 주영기를 따라 생활관으로 향했다.
“ 필승!”
“그래, 다들 고생했다. 몸조심하 고.”
“예.”
당직사관에게 보고를 마친 강진호 와 주영기가 현관을 향해 걸었다.
“……근데 너는 옷이 그게 뭐냐?”
“왜‘?”
“A급은 다 어쩌고 폐급을 입고 왔어?”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밖에 나가면 군복 입을 일이 뭐가 있어? 좋은 건 애들 주고 오면 되지.”
주영기가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강진호의 생각은 확고했다. 바리바리 좋은 옷을 챙기고 군 용 물품까지 싸서 나가는 선임들을도통 이해할 수 없던 강진호다.
좋은 것이 있다면 안에 있는 사람 들이 써야 하지 않겠는가.
“예비군은?”
“와, 몇 백 명이 반짝거리는 A급 입고 있는데, 그가운데서 폐급 입 고 있겠다고? 시선 집중 쩔겠는데?”
순간, 길을 되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한 강진호지만, 결국 발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미 어젯밤에 다 뿌 렸다. 지금 와서 돌려달라고 한다면 욕만 먹을 것이다.
위병소로 내려가자 초소에서 장재 환이 밖으로 나왔다.
“ 어?”
주영기가 어이없다는 듯 장재환을 바라보았다.
분대장인 장재환이 왜 위병을 선 단 말인가. 당직하사로 행정실에 있 으면 몰라도.
“너 이 새끼,니가 왜 여깄어?”
장재환이 씨익 웃었다.
“새끼? 마, 내가 형이야.”
“……재환이 형, 여기 왜 계십니까?”
주영기에 너스레에 장재환이 웃음을 터뜨렸다.
“보나마나 아침 인사도 안 하고 새벽같이 빠져나갈 줄 알았지. 우리 선임가는 길인데, 그래도 내가 배 웅해 줘야지. 애들이야 자게 놔둬야 겠지만 우리야 뭐 잠 좀 덜 잔다고 별거 있겠어?”
“우리?”
“그렇지 말입니다.”
부사수 초소에서 이상엽이 나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쭈? 단체로 맛이 갔는데?” 주영기가 악담을 해 댔지만, 기분은 좋은 듯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다고 누가 감동할 것 같냐?”
“하, 저 인간은 끝까지 진짜.” 이상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됐다, 보내주자. 아저씨들, 얼른가서 사람 몰골 좀 되세요. 우리도 곧 따라갈게요.”
“하, 새끼들 진짜.”
주영기는 웃음이 나와 참을 수가
없다는 얼굴이었고, 강진호마저 미 미한 웃음기를 내보이고 있었다.
“자, 차렷.”
장재환과 이상엽이 자세를 잡았다.
“경례.”
“ 필승!”
장재환과 이상엽의 경례를 하자 강진호와 주영기도 마주 경례를 했다.
“이제 꺼져!”
“저 새끼……
“새끼?”
“저 형이!”
네 사람이 서로를 한번 부둥켜안 았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감동 받지 못 하는 사람이 있었다.
위병조장이 밖으로 나와서는 죽을 상을 했다.
“아, 좀가십시오. 포대 원투쓰리 포가 다 여기 모여서 뭐하시는 겁니까? 사람 쉬지도 못하게.”
“새끼가 빠져가지고.”
주영기가 너스레를 떨고는 아쉬운 눈으로 포대를 돌아보았다.
한참 동안 주영기는 포대를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가자.”
“으응.”
주영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병 소 밖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뗐다.
“……진짜 끝이네.”
“그래.”
“내가 다시는 이쪽으로는 오줌도 안 쌀 거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주영기의 얼 굴에는 아쉬움이가득했다. 후임들의 전송을 받으며 강진호와 주영기는 터덜터덜 발을 옮겼다.
끝
길고 길던 군생활의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