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31)
마존현세강림기-1533화(1530/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16화)
4장 대면하다 ⑴
부우우우웅.
차가 도로를 질주한다.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지 않고 뒷좌석에 앉은 강진호는 느긋한 자세로 전화를 받 고 있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 리가 영 불만에 차 있다.
[너무 바쁜 것 아니에요?]크게 화가 난 목소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강진호는 살짝 긴장한 얼 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처리할 게 너무 많아 서……
[네네, 그러시겠죠. 바쁜 남자시니 까.] [나도 참 큰일이지. 이런 사람을 백수라고 생각해서 데려다가 배우로 키워볼까 했으니.]강진호의 입가에 고소가 머금어졌 다.
확실히 그가 처음 만났을 때, 최 연하는 그를 배우로서 캐스팅하려 했다. 만약 강진호가 그녀의 요구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많 은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몸은 좀 챙기고 있어요?]“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게 좋은 게 아니에요.]“네‘?”
[내가 할 부분도 조금 남겨줘야 지. 일한다고 얼굴 한 번 안 비추는 사람이 건강도 챙겨, 가족도 챙겨. 그렇게 할 걸 다 해버리면 나는 뭘 하라고.]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투정 같지도 않은 투정이지만, 저 투정에 최연하의 진심이 묻어났다.
[여하튼 이럴 거면 미국은 괜히 갔다 왔어요.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 데 갔다 왔더니 남자 친구가 실종됐 네.]“이번 일만 처리하고 나면 시간이 좀 날 거예요.”
[그 거짓말 진짜예요?]“……진짭니다.”
[네. 이번에도 또 속아드릴게요. 뭐 어쩌겠어요.]다행히 최연하의 기분이 그리 나
빠 보이지는 않았다.
“진짜라니까요.”
[네에, 네에. 그런데 이번 주말부 터는 제가 바쁘네요.]“네? 왜요?”
[미국에 촬영 가잖아요. 잊었어 요?]“아, 그게 벌써……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지.
“시간이 이렇게 지난 줄 몰랐네 요.”
[네에, 네에. 강진호 씨가 신경 쓰 실 만한 일은 아니죠.]살짝 미안함이 밀려온다.
이런저런 일이 있기는 했지만, 최 연하에게 아주 신경을 쓰지 못할 정 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무관심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인데도 크게 탓하지 않아주는 최연하에게 고맙기 도 하다.
“미국에 촬영 갈 때는 같이 가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됐어요. 일터에 남자 친구 데리 고 다니면 평판 나빠져요.]
“미국도 그런 게 있어요?”
[제가 뭐라고 미국 애들이 취재 오겠어요. 한국 기자들이 취재를 오
겠지. ‘최연하, 이제는 건방져져서 남자 친구 데리고 미국 가더라’ 소 리는 안 듣고 싶으니까, 자제해 주 세요.]
“홈.”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여하튼 알았어요. 나 주말에 나 갈 거니까, 그전에 시간 나면 연 락…… 아니, 시간이 안 나도 연락 은 좀 해요! 어떻게 선톡 한 번이 없어, 이 무심한 남자야!]“여, 연락할게요.”
[네, 끊어요. 밥 챙겨 먹고.]전화가 끊기자 강진호가 깊게 한
숨을 내쉬었다. 운전을 하던 이현수 가 피식 웃으며 백미러를 바라봤다.
‘여하튼 약하다니까.’
난감해하는 강진호의 모습을 지켜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예전에는 강진호 정도 되는 사람 이 왜 여자 하나에 쩔쩔매는지 이해 를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여자에 쩔쩔매는 게 아니지.’
그냥 친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약할 뿐이다. 예를 들어 박유민이 최연하처럼 구박했다면, 강진호는 최연하에게 보이는 반응과 똑같은 반웅을 보였을…….
‘아니, 그 정도는 아니겠지.’
개중 최연하에게 좀 더 약하긴 하지. 하하…….
“늦은 것 아닌가?”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가 액셀을 살짝 더 밟았다.
“아직 시간이 널널합니다. 창문 좀 열어드릴까요?”
“괜찮아.”
이현수가 슬쩍 강진호의 안색을 살폈다.
강진호가 탄 차를 운전한다는 건 이현수에게도 조금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물론 다른 기업의 회장들처럼 흔 들리지 않게 운전하면서 속도는 빠 르게 가야 한다는, 그런 미친 요구 를 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부담 이 되는 이유는…….
‘아니, 저 양반은 왜 차만 타면 저렇게 답답해하나?’
본인이 운전을 할 때는 딱히 그 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 이현수가 운전하는 차에만 타면 ‘지금 당장 이 좁아터진 곳에서 탈출하고 싶다’ 라는 말이 얼굴에 써진 것처럼 군 다.
고양이를 차에 태워도 저렇게 안
달복달하지는 않을 거다.
“금방 도착합니다. 조금만 참으십 시오.”
“으음.”
아무래도 공식적인…… 아니, 공 식적인 자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정부 요인들이 있는 자리에 갈 때, 총회의 회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차를 운전해 가는 건 모양새가 살지 않는다.
강진호는 그런 것을 전혀 이해 못하는 것 같지만, 이건 이현수의 자존심 문제였다.
‘그놈들이 총회를 조금이라도 쉽
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줄 생각은 없어.’
그래서 이현수가 오랜만에 강진호 의 운전대를 잡게 된 것이다.
물론 강진호는 덕분에 무척이나 괴로워했지만 말이다.
이현수가 눈앞에 보이는 건물을 향해 핸들을 돌렸다. 그의 차가 빙 판을 타는 스케이터처럼 부드럽게 회전했다.
“호텔인가?”
“예.”
“미군 기지라도 갈 줄 알았는데 말이야.”
“글쎄요.”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소속이 좀 다른 측면도 있고, 일 단은 답사 수준인 측면도 있고. 무 엇보다 저희가 미군 기지로 들어가 는 게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다고 판단한 사람이 있는 모양이죠.”
“누가? 미국이?”
“미국이겠습니까?”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별걸 다 신경 쓰는군.”
“우리가 생각하는 중요한 일과, 그들이 생각하는 중요한 일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우
리가 차를 몰고 미군 기지로 들어간 다는 말은 총회와 미국의 협력을 공 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말과 그리 다 르지 않으니까요.”
“공식적이 아니면 뭐가 다르나?”
“달라질 건 없겠죠. 하지만 체면 은 덜 상하지 않겠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도무지 정치인이라는 족속들의 머 리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 었다.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말입니까?”
“평범한 이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
내는 이들, 그러니까 똑똑하고 특출 난 이들이 정치인을 하는 거잖아?”
“그렇죠.”
“그런데 왜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그런 어이없는 행동들을 하는 거지? 누가 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짓들 을.”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정치인들을 너무 쉽게 보지 마십 시오. 저나 회주님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운영하게 된다면, 아마 3주 내에 탄핵당하거나 나라가 망할 겁 니다.”
“……그건 그렇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정치가 그만큼 어렵다는 거겠죠.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쉬운 게 없습니다. 일이 끝 난 뒤에 평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한정된 정보와 순간 의 판단만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헤 쳐 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현수가 슬쩍 백미러를 바라봤 다.
‘그걸 쉽게 한 사람도 있지만.’
강진호는 총회를 여기까지 끌고 온 전적이 있는 사람이니, 이현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진호가 그럴 수 있던
건 압도적인 힘과 경험을 갖췄기 때 문이다. 만약 강진호가 이중걸이나 김석일보다 약했다면 그게 가능했겠 는가.
정치란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실수 했다고 리셋할 수도 없고, 치트를 쓸 수도 없다. 한 번 판단을 잘못하면 나락에 떨어질 확률을 안 은 채 보이지도 않는 땅을 더듬으며 걸어가야 한다.
‘회주님이 없었다면 우리도 마찬 가지였겠지.’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총회와 영남회의 전쟁이 어떤 결과로 끝났
어도 일본의 침공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강진호가 없는 총회 나 영남회는 절대 일본을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중걸이나 김석일이 제갈공명이 되어 최선의 판단만을 거듭한다고 해서 전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었 을까?
‘천만에.’
그 제갈공명도 결국 병력과 생산 력의 차이는 이겨내지 못했다.
그런데 진짜 공명도 아닌 이들이 무슨 수로 그 차이를 극복하겠는가.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충분한 시간과 자원, 인력이 주어 진다는 전제하에서는 성과를 낼 만 한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실 정치라는 것은 부족한 것들을 어 떻게든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나아 가야 한다.
‘나는 엄두도 못 내.’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권이나 정치인들에 대해 회주 님의 인상이 좋을 수 없다는 건 알 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십시오, 사실 그들 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마피아 아 니겠습니까? 사회의 악이죠.”
강진호가 고소를 머금었다.
“그건 그들의 눈이 아니라 누가 봐도 그럴 것 같은데?”
“하긴 그러네요.”
차를 정문에 세운 이현수가 문을 열었다. 강진호가 반사적으로 문을 열려고 하자, 이현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열고 내리지 마십시오.”
“옹?”
그때, 기다리고 있던 호텔리어가 차 문을 열고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나도 손 있는데’와 같은 말 하 시려는 거 압니다. 아무 말 말고 그 냥 내리십시오.”
이현수가 강진호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강진호가 속으로 귀신같은 놈이라 생각하며 어깨를 펴고 차에서 내렸 다.
그러자 꽤 익숙한 얼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라기에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군요.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 다, 회주님.”
“음?”
강진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레이 놀드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귀하신 몸이 직접 왔을 줄은 몰 랐군. 국방부 차관이라는 자리가 그 리 가벼운 자리는 아닐 텐데.”
“중요한 일이니 직접 오지 않을 수 없지요.”
웃은 낯으로 다가온 레이놀드 스 팬서가 강진호를 향해 손을 내밀었 다. 강진호가 그의 손을 맞잡으며 가볍게 악수를 했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장거리 비 행은 사양하고 싶지만, 윗선에서 워 낙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닦달을 해 대서 말입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게이트를 빌려 주지.”
“흐으음, 사용료로 뭘 드려야 할 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요.”
너스레를 떤 레이놀드가 대기하고 있던 이들을 가리켰다.
“익숙한 얼굴들일 겁니다.”
“음?”
강진호가 그의 뒤에 서 있는 이 들을 보며 이채를 띠었다.
“요구 사항이라기보다는 부탁에 가까웠는데?”
“본인들이 직접 지원했습니다. 아
무래도 회주님께 관심이 많은 모양 이더군요.”
강진호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뒤에 선 이들을 바라보았다.
프랭크 윌슨과 레지 머서.
그가 상대했던 3군 15기갑사단의 군단장과 사단장이다. 일전에 강진 호는 그를 상대하는 이들의 자세를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레이 놀드에게 한마디 남긴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이 한국에 파견될 SOB의 책임자가 될 모양이었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전우라는 건가?”
“하하, 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과하지 않습니까?”
“괜찮아.”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전례가 없던 것도 아니고.”
이현수가 한숨을 내쉰다.
‘저 양반, 저거 언제까지 우려먹 으려고.’
레이놀드가 미소를 지으며 안쪽으 로 손을 뻗었다.
“가시지요. 일단 커피부터 한잔?”
“그러지.”
강진호가 그를 따라 호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