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33)
마존현세강림기-1535화(1532/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18화)
4장 대면하다 ⑶
“딱히 신경 쓰실 것은 없습니다, 마스터.”
회랑을 걸으며 위긴스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미국과 총회가 동맹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은 다른 곳과는 다 릅니다. 그들과의 관계가 총회와 원
탁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겁니다.”
위긴스가 슬쩍 손을 들어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게다가 총회에는 제가 있지 않습 니까.”
그 너스레를 보며 마스터가 눈을 찌푸렸다.
“자네를 믿느니, 차라리 내가 거 북이를 믿겠네.”
“이거, 섭섭한 말씀을.”
마스터가 위긴스를 보며 눈을 가 늘게 떴다.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더니 성격
이 조금 바뀐 것 같군. 그런 능글능 글함은 어디서 배웠는가?”
“아••••••
위긴스가 어색한 듯 볼을 매만졌다.
“이게 의식하려고 하는데도 잘 안 되는군요. 워낙 능글맞은 놈을 가르 치고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옮는 모양입니다.”
“•흐 O 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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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가 묘한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봤다.
“그게 원래 자네의 성격인 건 아 니고?”
“설마 그렇겠습니까?”
“사람은 억압이 사라지고 자유로 워졌을 때 본래 성격이 나오는 법이 지. 어쩌면 이게 자네의 본성인지도 모르겠군.”
“하하••••••
“아니, 그게 확률이 높아 보이는 군. 자네는 예전부터 속이 검었으니 까.”
“놀리지 마십시오.”
위긴스가 정색하자 마스터가 낮게 웃었다.
본 대로 말해도 놀린다고 하니, 뭘 어쩌겠는가.
마스터가 슬쩍 화제를 돌렸다.
“미국과 총회가 동맹을 맺는다고 해서 신경을 쓰는 게 아닐세. 총회 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으니, 손을 뻗어오는 곳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원탁은 확 고부동한 총회의 제일동맹일 것입니 다. 그걸 위해 제가 있는 게 아니겠 습니까?”
“흐음.”
“의심하실 필요 없습니다. 로드께 서는 그 어떤 동맹도 원탁처럼 취급 하지 않으시니까요.”
“ 흐음?”
“미국이나 다른 곳에 문제가 생긴 다고 로드께서 직접 미국으로 가시 겠습니까? 원탁이나 되니까 직접 오 시는 거죠.”
“입에 발린 말이군.”
“오, 지금 로드의 정성을 무시하 는 겁니까?”
“이래서 많이 변했다고 하는 거 야. 능글맞군. 한 대 패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마스터도 예전에는 그런 말투를 쓰시지 않았습니다.”
“나 역시 억제되어 있던 거지.” 원탁이라는 거대한 시스템하에 말
이다.
‘나이트니 마스터니.’
그건 하나의 큰 역할극에 가까웠 다. 각 자리마다 요구되는 성향과 역량이 있고, 그 자리를 차지한 이 는 어떻게든 자신에게 요구되는 것 들을 맞춰 나간다.
그 거대한 시스템에 인간이 설 곳은 없다.
아이러니하지.
인간이 오랜 세월 동안 구축해 온 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을 압박하 다니.
어쩌면 원탁의 선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는 절대적인 명제를 깨달은 건지도 몰 랐다.
딸깍.
문을 열고 들어간 마스터가 앞쪽 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앉지.”
“으 ”
위긴스가 방 안을 살펴보았다.
과거, 마스터가 사용하던 집무실 이 아니다. 심플하게 꾸며지기는 했 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크고 웅장하군.’ 마스터가 원탁에서 가지는 힘이
커졌다는 게 이런 곳에서도 나타나 는 모양이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말게. 내가 할 일이 많아지면서 집무실을 좀 더 빠 르게 소통할 수 있는 중앙 쪽으로 옮긴 것뿐이니까. 빈 곳이 이곳밖에 없었네.”
“아니요. 딱히.”
“딱히?”
“네. 딱히 나쁜 변화라고 생각하 지는 않습니다. 저도 예전의 제가 아니니까요.”
소탈한 것은 좋다.
하지만 이끌어 나가는 이에게는
그에 걸맞은 권위가 필요한 법이다. 강진호가 과하게 소탈한 덕분에 골 머리를 썩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잖 은가.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나야 편하 지. 커피, 아니면 홍차?”
“오랜만에 영국에 왔으니 홍차가 좋겠습니다.”
“직접 내려주지.”
“감사합니다.”
마스터가 홍차를 두 잔 타 와 위 긴스의 건너편에 앉았다.
“향이 좋군요.”
“한국에서도 같은 걸 먹을 수 있
을 텐데?”
“글쎄요. 모르겠습니다. 타지에서 는 이 맛이 안 나더군요. 물 때문인 지, 아니면 기분 탓인지는 잘 모르 겠지만.”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영국에 와서 홍차를 마시면 고향에 돌아왔다는 기분이 나니까요.”
“낭만적이로군.”
두 사람이 고소를 머금었다.
가만히 차를 음미하던 위긴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원탁은 어떻습니까?”
“이제는 완전히 정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세.”
“오, 벌써요?”
“그렇게 말하지 말게나. 덕분에 반쯤 죽을 뻔했으니까. 몸무게가 10 파운드나 빠졌다네.”
“……어쩌다가?”
“반쯤 죽을 뻔했지. 사람이 서류 에 묻혀서 죽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니까.”
마스터가 너스레를 떨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일은 아니 죠.”
“그것도 맞는 말이지.”
마스터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조금 어이없기도 하네.”
“어떤 점이 말입니까?”
“내가 그 오랜 세월 동안 원탁에 헌신하며 이루려고 했던 것들이…… 상황이 바뀌고 나니 불과 반년도 안 돼서 간단히 해결되어 버리더군.”
마스터의 얼굴에 무게감이 어렸 다.
“왜 권력을 가진 이들이 결국에는 독재자가 되는지 이해하겠더군. 사 람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그 와중에 최적을 뽑아내고 실행하는 건 너무 많은 것을 소모하지.”
“인력과 시간, 노력과 감정 노동.”
“그렇지.”
마스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적인 절차를 유지하기 위해서 는 그 소모값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 다. 그게 원탁이 지금까지 지켜온 철칙이었다.
하지만 강진호의 등장과 함께 재 편된 원탁을 겪어보니, 지금껏 해온 것이 다 무엇이었는가 하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었다.
“빤한 소리 아닙니까. 훌륭한 독 재자는 우둔한 의회보다 몇 배는 나 은 결과를 가져오죠.”
“그렇지.”
“그럼에도 역사가 독재를 거부한 것은 독재란 결국 타락하기 마련이 고, 다음 독재자가 또 훌륭하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죠. 무능한 독재 자라는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것이 발전에는 더 낫다는 판단 때문 아니 겠습니까?”
마스터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다시 말하자면, 유능한 독재자가 권력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어떤 민 주적 절차도 그 효율성을 따라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자네도 과거에는 시스템의 신봉 자였던 것 같은데?”
“신봉했기에 그 한계를 똑바로 볼 수밖에 없었죠.”
“그 결과가 총회를 선택한 것이 고‘?”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옛날이야기는 접어두시죠.”
“이게 벌써 옛날이야기가 되어버 렸군.”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이라……
그리 생각하면 아득하기까지 하 다.
강진호가 나타나기 이전, 그가 살 아온 시간보다 강진호가 나타난 이 후부터 지금까지가 훨씬 더 긴 것 같다.
‘그만큼 밀도가 높았다는 이야기 겠지.’
평생에 두 번 겪기 힘든 일들이 그 짧은 시간 만에 수도 없이 벌어 졌으니,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을 만 도 했다.
“시스템이 정비되었다는 말이군 요.”
“여전히 반발은 있네.”
“그렇겠죠. 하지만 그건 안고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떤 시스템 을 채용하든 그 시스템을 거부하는 이는 나오기 마련입니다.”
“과거에는 그걸 포용하려 했지.” 마스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젠 그게 버거워지는 걸 보면 나도 늙은 모양이야.”
위긴스는 딱히 그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다.
‘늙은 게 아니라 편해지신 거죠.’ 독재자가 가면 갈수록 더 군중들 을 조여 대는 이유?
간단하다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
다.
인간은 반드시 자신이 더 편하게 느끼는 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일부러 불편을 자처하는 자는 존재 하지 않는다.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것이 처음 에는 별게 아닐지라도, 나중에는 귀 찮은 일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독재자는 이 단계를 제거하고 자신 의 말 한마디가 바로 실행되는 시스 템을 만들어가게 된다.
지금의 마스터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정말 대단한 건 로 드시지.’
강진호는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 장이라도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이사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자신을 견제할 방법을 찾는다. 평범 한 회원이 하는 말을 넘겨듣지 않 고, 이사들의 불평들도 모조리 수용 한다.
너무 당연한 일 아니냐고?
‘그게 당연했으면 세상에 독재자 가 나타날 리가 없지. 인간이 독재 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 이만한 시 스템을 만들어내지도 않았을 거고.’
힘이 없는 자가 시스템에 순웅해 살아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하 지만 시스템을 뒤집어엎을 힘이 있 는 자가 자신의 힘을 억누르고 시스 템에 순응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다.
하지만 강진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해낸다.
전생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 어서 그렇다고 말은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이가 모두 강진호처럼 굴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그릇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이 시스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 던 마스터는 어느새 시스템에 적응 하고는 자신의 힘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처음 격렬하게 저항하며 원탁 의 기조를 유지하려던 마스터의 모 습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 다.
안타깝냐고?
글쎄.
예전이었다면 안타까웠을지도 모 른다. 하지만 이제 위긴스는 마스터 의 변화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 마스터가 달라진 만큼 그도 달라졌 으니까.
“회주님이 저항하는 이들을 일소 해 주신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네.”
“그들은 여전히 지하 감옥에 있습 니까?”
“그렇지.”
위긴스가 살짝 눈을 빛냈다.
“의외로군요. 마스터의 성향이시 라면 진즉에 그들을 풀어주고 인력 으로 활용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네.” 마스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적개심이라는 것은 중화하기 어 렵지. 내가 그들을 풀어준다고 그들 이 내게 협조적이 되겠는가? 보나마
나 앞에서는 협조하는 척하면서 뒤 로는 공작을 벌이겠지. 골치 아픈 일이야.”
과거의 당신이라면 그 모든 것이 발전의 과정이라고 말하셨겠죠.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마스터는 권력에 물들었다.
본인은 맡아줄 사람이 없어 노구 를 이끌고 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고 말하지만, 그건 은퇴를 거부하는 모든 독재자들이 입에 올리는 레퍼 토리에 불과하다.
대체자는 언제든 있다.
한 번 권력에 물든 이는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 다.
“로드께서 한 번 방문하실지도 모 르겠습니다.”
“흐음, 그래? 언제 오신다든가?” 마스터의 눈에 생기가 어렸다.
‘협조적이군.’
자신의 권력이 강진호에게서 나온 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걸로 됐어.’
그렇다면 배신은 없다.
마스터는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절히 원탁을 탄압할 것이 고, 그 탄압부터 나오는 힘을 강진
호에게 제공하는 걸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는 전혀 다른 형태지만, 결 과는 그리 다르지 않다.
‘원탁은 이걸로 완벽해졌군.’
위긴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제 가 옆구리를 두어 번 찌른다면 말입 니다. 원탁과 총회가 굳건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 아 니겠습니까?”
“물론 그렇지.”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웃었다.
서로 다른 속내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