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35)
마존현세강림기-1537화(1534/2125)
마존현세강림기 62권 (20화)
4장 대면하다 (5)
“미국이라……
차이커창이 손에 들린 보고서를 보며 미묘한 눈을 했다.
‘의미가 있나?’
미국 무인들의 수준이야 빤하다. 물론 차이커창이 아는 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를 감안해 본다면, 차이커 창이 알지 못하는 전력은 반드시 존 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한계가 있지.’
아무리 준비를 하고 노력한다고 해도 스스로 가진 수준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법이다.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 자체적 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어느날 갑자 기 핵을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이, 무인의 역사가 없는 미국이 어 느날 갑자기 강한 무인들을 다수 보 유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했다면 미국이 지금껏
참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세계가 자신의 컨트롤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국가 니까.
바깥세계의 중국은 가드도 올리지 못한 채 쉴 새 없는 펀치에 난타당 하는 중이다. 그런데 만약 미국이 무인계마저 지배할 힘이 있었다면, 지금 이곳에는 차이커창이 아니라, 차이커창의 시체가 놓여 있겠지.
그러니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다만, 한 가지 거슬리는 건…….
“강진호……
차이커창의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기 시작했다.
그가 아는 것을 강진호가 모를 리가 없다. 아니, 미국에 직접 방문 해 그들과 접촉을 했으니, 자신보다 더 많은 부분을 눈으로 확인했겠지.
그런데도 한국에 미국의 무인들을 주둔시키기로 했다는 건…….
‘빌어먹을, 정보가 부족해.’
홍왕계의 정보력으로 미국까지 커 버하는 건 무리였다. 물론 나라가 나라인 만큼 큰 줄기는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 서 벌어지는 일들을 속속들이 파악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정보가 부족하니 제대로 된 분석 이 나올 수 없다.
거칠게 보고서를 구겨 버린 차이 커창이 공처럼 말린 보고서를 쓰레 기통으로 던져 넣었다.
‘강진호도 강진호지만, 이현수가 거슬린다. 그 여우 같은 놈이 이득 이 되지 않는 일을 벌였을 리가 없 지.’
하지만 대체 그 어중이떠중이들을 한국에 주둔시킨다는 게 어떤 의미 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는 확실하군.’
이 일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한 가지 효과만은 이미 나타났다.
지끈거린다.
머리 한쪽이 바늘로 찌르는 듯이 아파온다. 동시에 위장도 뒤틀리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머리를 꾹꾹 누르던 차이커창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거로 군.”
찝찝하다.
강진호와 총회의 존재는 차이커창 에게 있어서 등 뒤에 겨누어진 칼날 과도 같았다.
문제는 그 칼날이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그마한 가시에 불과하 던 것이 어느새 송곳 수준으로 자라 나더니, 이제는 찔리면 죽음을 각오 해야 하는 단도 수준으로 커버렸다.
그런데 그 단도가 다시 새로이 날을 갈고 있다.
‘아직은 알 수 없지.’
미국이라는 숫돌을 사용해 더 날 카롭게 날을 갈아낼지, 그게 아니면 잘 갈아놓은 날을 되레 망쳐 버릴 지.
어느 쪽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바랄 걸 바라야겠지.’
차이커창이 피식 웃어버렸다.
저 강진호와 총회는 언제나 차이 커창의 예상을 최악의 형태로 뛰어 넘어 왔다. 그러던 이들이 이번만 운 좋게 그를 도와줄 리가 있겠는 가.
보나마나 또 최악의 형태로 자신 들을 괴롭히겠지.
적어도 총회에 관해서는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그놈들의 악운은 이미 질리도록 봤으니까.
단 한 치만 삐끗해도 끝장이 났
을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저놈들은 그 모든 상황을 자력으로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빌어먹을 놈’.”
지금 차이커창이 내뱉은 욕의 대 상은 강진호가 아니었다.
바로 이현수였다.
그는 지옥같이 머리를 굴리고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 해 발이 부르틀 정도로 뛰고 있는 데, 그 망할 놈은 편안히 사무실에 앉아서 총회가 쑥쑥 크는 꼴을 지켜 보고 있겠지.
‘세상 참 불공평하군.’
물론 홍왕계의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1에서 99까지 가는 것보다 99에 서 100을 만들어내는 것이 몇 십 배는 더 어려운 법이니까. 극적인 변화가 눈에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바꿀 것이 많다는 의미겠지.
다만…….
찰칵.
담배를 입에 문 차이커창이 천천 히 연기를 뿜어냈다.
“그 변화가 자꾸 눈에 거슬린단 말이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지금 그들의 적은 총회가 아니다. 그들의 코앞에서 이를 드러내고 있 는 창왕계다.
냉정하게 말해서 창왕계가 주는 실질적인 위협에 비한다면, 총회 따 위는 돌부리에 지나지 않는다. 잘못 발이 걸리면 코가 깨질 수 있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결코 다칠 일이 없 는 돌부리.
그 돌부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차이 커창이 신경과민이리라.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차이커창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들어와.”
끼이 익.
‘경첩을 바꿔야겠군.’
최근에는 신경이 날카로워서인지 문을 여는 소리조차 거슬렸다.
안으로 들어온 이가 차이커창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상황은?”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선봉으로 나선 이들은 모두 괴멸했 습니다.”
“그런가?”
괴멸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차이
커창은 딱히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 다.
태연을 가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 별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 일이 벌써 수십 번째 반복되고 있으니까.
홍왕계와 창왕계는 서로의 영역 경계선에 병력들을 집중시켰다.
그럼에도 아직 제대로 된 전면전 은 벌이지 못하고 소수만을 침투시 키거나 막아내기를 반복하는 중이 다. 선봉의 전멸이라 해봐야 기껏 수십 명.
홍왕계가 보유한 무인의 수에 비 하면 한 줌에 불과하다.
“적 측의 피해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피차 조무래기라는 건가.
“추가 도발 징후는 없고?”
“예. 아직……
“빌어먹을.”
이 지루한 대치를 언제까지 할 셈이지?
차이커창이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피가 마른다.
아차 하는 순간에 전면전이 벌어 진다면, 승부는 순식간에 나버린다.
그러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고, 잠을 자도 자는 게 아니다.
쓰러지듯 잠에 빠졌다가 홍왕계가 몰살당하는 악몽을 꾸며 일어난 게 몇 번이던가.
이제는 차라리 지는 한이 있어도 결과가 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 망할 대치가 왜 벌어졌냐고?
‘빌어먹을 정부 놈들.’
삼왕계가 서로를 견제하던 건 어 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충돌은 그 모든 것을 감안 하고 시작된 일이다. 쓸데없는 변수 만 아니었다면 이미 승부가 났을지 도 모른다.
“언젠가는 뼈를 갈아 마셔주지.”
강진호가 중국을 방문한 틈을 타 정부 놈들이 야욕을 드러내지만 않 았어도 이리 교착상태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놈들이 야욕을 드러낸 것 까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놈들 이 총회와 동맹을 맺었다는 점이다.
빤히 허울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그 허울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게 세상 아니던가.
흑왕계를 견제하는 것만도 버거운 데 총회와 손을 잡은 정부군 쪽이 눈을 시뻘겋게 뜨고 있으니, 전력을
낭비할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하지만 차이커창은 알고 있다.
이 대치는 결코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 이미 서로 피해 없이 병력 을 물릴 방법은 없다. 어느 한쪽의 인내심이 끊기는 순간, 즉각적으로 교전이 벌어질 것이고, 승부는 단숨 에 갈릴 게 분명했다.
“긴장 풀지 말라고 해.”
“다들 슬슬 한계입니다.”
“알고 있어. 그러니 긴장 풀지 말 라잖아.”
“예. 전달하겠습니다.”
차이커창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도 알고 있다, 지금 자신이 내 리는 요구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
무인도 결국 사람.
바로 앞에 적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 신경은 잡아당긴 줄처럼 팽팽 해져 있을 것이다. 그 날 선 긴장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겠는가.
손을 들어 얼굴을 훔친 차이커창 이 입을 열었다.
“홍왕께서는?”
“두문불출 중이십니다.”
“처소에서 나오지 않고 계신가?”
“예.”
“흐음.”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무책임한 모습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차이커 창은 알고 있다. 지금 홍왕은 자신 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는 걸 말이다.
어차피 이 승부는 홍왕과 창왕의 승부에서 갈린다.
지금 대치하고 있는 병력?
물론 도움이야 되겠지.
하지만 두 왕의 승부가 일방적으 로 기울어 버린다면, 병력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적어도 둘의 승부가 육 대 사의 균형은 유지해야 병력에 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이 긴 대치의 와중에 평정을 유 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차 이커창만 해도 지금 신경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치미는 울화와 불안을 꾹꾹 억누 르고, 당장에라도 적진으로 뛰어들 고 싶은 충동까지 참아내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 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지금 홍왕이 해
내고 있는 것이다.
“후우.”
차이커창이 짧게 심호흡을 했다.
‘나 역시 이리 우는소리를 할 때 가 아니지.’
그의 주인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역시 최선을 다 해 홍왕을 보좌해야 한다.
차이커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준비해라. 시찰을 갈 테니까.”
“예!”
앞서 안내하는 이를 따라 걸으며 차이커창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길고 긴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결 말이 날 것이다. 홍왕계가 살아남든, 창왕계가 살아남든.
“아니!”
차이커창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살아남는 쪽은! 승리하는 쪽은 반드시 우리다!’
그걸 위해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이니까.
그리고 그 뒤에는 저 지긋지긋한 흑왕 놈과 정부군까지 모조리 정리
할 것이다.
그 뒤에는?
‘마왕.’
거기까지면 된다, 거기까지면.
면적으로 따지면 세계의 오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동아시아.
그 동아시아를 제패하는 순간, 세 계를 손에 넣게 된다.
차이커창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꿈같은 이야기.
만화에나 나올 이야기다.
하지만 그 꿈같은 이야기가 머지 않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의 뇌를 엔돌핀으로 홈뻑 적셔 대고
있었다.
“한국에 있는 놈들에게 연락해서 한국에 주둔할 미군 놈들의 정보를 빼내라고 해!”
“미군이라시면?”
“멍청한 질문은 하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대비는 해야겠지.
차이커창이 깊게 심호홉을 했다.
“그리고 절대 강진호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고 해! 흑왕의 행적도 반 드시 파악해야 한다!”
“예!”
‘변수만 없으면 돼.’
차이커창이 표정을 굳혔다.
최악의 상황은 홍왕과 창왕의 전 투에 누군가 난입하는 것이다. 그 순간, 지금껏 그들이 그려놓은 그림 은 단번에 찢어 발겨질 것이다.
“아직은 내 통제 안에 있다.”
창왕도, 흑왕도, 마왕도.
아직은 차이커창의 계산을 벗어나 지 못했다, 아직은.
차이커창이 깊게 숨을 내쉬었다.
위가 욱신욱신 아파왔지만, 통증 에 신경을 쓸 여력도 없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반드 시!’
곧 터질 것이다.
수십 년간 그 힘을 비축해 온 화 산이.
그리고 한 번 터지면 다시는 예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 이다.
마지막 하나가 남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전쟁.
그 전쟁의 시작이 지척에 닿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