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4)
마존현세강림기-154화(154/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5화)
1장 전역하다 (5)
“전역 축하드립니다.”
“나와 계셨어요?”
“오늘 같은 날 제가 오지 않을 수 없죠.”
강진호는 포대 아랫길에 차를 대 놓은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조규민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위병소 앞쪽에서 보이지 않기에 오늘은 안 온 줄 알았더니, 아래쪽 에다가 차를 대놓고 있던 모양이다.
“오늘은 왜 여기 대셨습니까?”
“전역할 때의 기분이란 건 좀 즐 길 필요도 있는 겁니다. 저는 전역 하고 버스 타러 갈 때의 그 기분을 아직 잊지 못하거든요. 충분히 만끽 하시라고 일부러 좀 멀리 댔습니다.”
이건 배려심이 있는 거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쓸데없는 것까지 신경을 쓰는 거라고 해야 하는 건지.
“타시죠.”
강진호는 주영기와 함께 조규민의 차에 올랐다.
조규민이 차를 몰아 민통선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전역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복잡미묘하시죠?”
그런가?
강진호는 딱히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주영기는 조규민의 말에 공감하는 모양이었다.
“좀 그렇습니다.”
“전역할 때는 다 그런 기분이죠. 미묘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시원 하고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조규민이 씨익 웃었다.
“그런데 삼 일만 지나면 아무 생각 없이 놀게 되니까 걱정하지 않으 셔도 됩니다.”
“……경험담입니까?”
“그렇죠.”
조규민이 너스레를 떨었다.
“뭐, 별거 없습니다. 군대 다녀온 다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더군요. 아 마 곧 느끼게 되실 테지만 말입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규민은 차를 몰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디로가시겠습니까? 두 분 식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주영기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저는 동생부터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성심으로가겠습니다.”
주영기가 슬쩍 바라보자 강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무래도 집으로 바로가야 할 것 같았지만, 성 심이라면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니 들렀다가는데 무리는 없었다.
“여러 번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조규민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가족들에 대한 일부터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다는 말을 들은 주영 기는 조규민에게 매우 깍듯했다.
차가 쉼 없이 달려 얼마가지 않 아 성심 보육원에도착했다.
“조심해서가.”
강진호가 인사를 하자 주영기가 되레 물어왔다.
“어? 안 내려?”
“가족부터 봐야지.”
“하긴 그렇겠다. 난 일단 여기 일 보고 고향 내려갔다 와야 하니까,
나중에 보자.”
“그래.”
“전화 받아라. 경고했다.”
“……알았다고.”
주영기가 손을 혼들며 멀어지자 조규민이 차를 출발시키며 말했다.
“밝네요.”
“천성이죠.”
“다행입니다.”
“예.”
강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그만한 일을 겪으면 트라 우마가 남기 마련이지만, 정신과 치 료를 병행해 열심히 케어를 한 보람
이 있는지 주영기는 예전의 밝음을 되찾고 있었다.
물론 아직은 겉으로만 그런 면이 있지만, 살아가다 보면 나아질 것이다.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기 마 련이니까.
“흉터 정도야 감내하고 살아야죠. 제 몫이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조규민 역시 강진호의 말에 동의 했다.
강진호는 주영기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해줬다.
다만, 한가지 아직 조규민이 확 신할 수 없는 것은 과연 강진호가 주영기를 자신의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박유민의 케이스에서도 알 수 있 듯이 강진호는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한 이에게는 대가 없이 베풀 수 있는 것을 모두 베풀어 버리는 타입 이었다.
“다시 보기로 하셨습니까?”
강진호는 대답을 조금 망설이는 듯했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나게 되겠
죠.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는 거군.’
강진호가 주영기에게 박유민급의 관심을 보인다면 조규민 역시 주영 기를 체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 만 지금 말하는 것을 보면 강진호 역시 아직은 그 정도로 주영기를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지켜봐야지.’
가장 덧없이 멀어지는 것이 군대 에서 만난 인연이다. 사회와 다른, 닫힌 곳에서 이어진 인연은 사회로 나오면 그 끈끈함이 많이 희석되기 마련이니까.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강진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휴가를 나와서 보는도시와 전역을 하고 보는도시는 다를 것이 없는데도 어쩐지 다르게 느껴졌다.
“진호야!”
어머니가 강진호의 손을 꼭 잡았다.
“일찍 왔네.데리러 간다니까.”
“먼데 굳이 오실 필요 있나요. 입 대하는 것도 아니고, 전역하는 건데요.”
“그래그래, 고생했다.”
어머니가 눈가를 훔치시는 것을 보니 강진호도 묘한 기분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2년 동안 캠핑이라도 다녀온 느낌이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달랐던 모양이다.
“밥 먹어야지.”
“네.”
딱히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아무 래도 이럴 때는 군말 없이 밥을 먹는게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곧 후회하게 되었지만.
“……잔치 있나요?”
“응?”
강진호는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
들을 보며 몸을 떨었다.
어디서 소 한 마리는 잡은 듯한 기세였다.
“아버지는요?”
“출근하셨지.”
“은영이는요?”
“은영이도 출근했지.”
“그렇군요. 어머니는 식사 안 하 세요?”
“엄마는 아까 먹었어.”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인즉슨, 저 식탁에 차려져 있는 음식이 전부 강진호가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는 뜻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무래도 강진호를 어디서 주워 온 것 같다.
이건 사람 먹으라고 차린 밥상이 아니다. 어디 코끼리라도 먹이면 모를까.
“많이 먹으렴. 엄마 밥이 얼마나 고팠을까.”
‘죄송하지만, 저는 혀가 민감하지 못해서 어머니 음식이나 군대 밥이 나 그리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만.’
하지만 죽어도 입 밖으로는 낼 수 없는 말이었다.
강진호는 식탁에 앉기 전에 다시
밖으로 향했다.
“어디가니? 밥 안 먹고.”
“편의점 좀 다녀올게요.”
“응? 뭘 사려고?”
“아뇨. 잠시만.”
강진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에서 소화제를 팔던가‘?”
단련된 그의 위장도 한계는 있었다. 이럴 때는 현대의학의 힘을 빌 려야 한다.
“그래서 집에 잘데려다 주었나?”
황정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전역이로군.”
“이상하게도 군대는 안에서는 죽 어도 시간이 안가는데, 밖에서 보 면 금방 다녀오는 것 같습니다. 입 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전역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본인 앞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말게.”
“……강진호씨라면 괜찮을 겁니다.”
“후후.”
황정후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강진호야 워낙 감정 변화가 적은 사람이니까.
“그럼 대충 이번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지만.”
황정후가가만히 바라보자 조규민 이 낮은 한숨을 쉬었다.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그렇겠지.”
“이상합니다. 자기 아들이 그렇게 되었는데 왜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제가 그만한 힘이 있다면 결코 좌시 하지 않았을 겁니다.”
황정후가 혀를 찼다.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받은 조규민 이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이제 겨우 30대인 조규민 에게 황정후와 같은 수준의 관점을 바라는 것은 애초에 무리 아닌가.
“정치인이 어떤 족속인지 알고 있 나?”
“……잘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간사한 인간 들이라네.”
빤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달랐다.
“TV를 보다 보면 한낱 연예인들
도 꽤나 똑똑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 그렇지 않은가?”
“예,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 대단한 경력을가 지고 정계에 입문한 이들이 하나같 이 멍청한 짓을 해 대는가에 대한의문을가져 본 적이 없는가?”
“……없습니다.”
황정후가 혀를 찼다.
“정치인이라는 것들은 감내하는 존재라네. 뱃속에 칼을 품고 앞에서는 웃으면서가만히 때를 기다리는 것이 정치인이지. 더구나 노영덕은 3선 국회의원일세. 차기 당대표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지. 그런 사람이 자신의 아들에게 일이 생겼다고 해서 감정을 못 이기고 난 장을 피울 것 같은가?”
조규민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
“이미 조사는 다 했을 걸세. 그리 고 기다리고 있겠지. 이번에 벌어진 일을가장 유리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을 말일세. 그쯤 정계에서 굴러먹은 괴물들에게는가족사 역시 하나의 카드일 뿐일세. 권력이란 그만큼 달콤한 것이니까.”
사실이라면 정말 소름 돋는 말이
었다.
자신의 아들이 광인이 되어버렸는데, 그걸 카드로 사용한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가능이나 한 일 인가.
아무리 속에 능구렁이가 백 마리는 들어앉아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곳이 정계라는 말을 여러 번 들어오 기는 했지만, 이건 조규민의 상식에 서는 한참이나 벗어나 있는 이야기 였다.
“그리고 정치인은 잊지 않네. 단 지 참을 뿐이지. 그가 움직여도 된 다는 판단이 서게 된다면 자네는 지
금까지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날 카로운 공격을 받게 될 걸세.”
조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조사를 한다고 해도 강진호와 노수봉의 연관점을 찾아내기는 어렵겠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일이 꼬였을 경우, 강진호로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최악의 적이 등장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회장님, 외람된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할 경우, 강
진호 씨의 존재를 노영덕이 알게 된 다면 칼날이 강진호씨에게 향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 재경 역시 그 칼날의 표적이 될 수도 있 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행동 해야 합니까?”
황정후의 눈이가라앉았다.
대답 없이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 황정후가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정계는 무서운 곳이지.”
“예.”
“하지만 재경 역시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지. 그들이 우리를 노린다
면, 그만한 피해는 감안해야 할 것이야. 나는 그만한 힘을 쌓아왔으니 까.”
조규민 역시 그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 었다.
그가 듣고 싶은 것은 황정후에게 있어 강진호라는 존재가 재경의 명 운을 걸고 지켜야 할 만큼의가치가 있느냐였다.
그리고 황정후가 확답을 주었다.
“지금 당장 재경에게 있어서 강진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네. 만 약 그쪽에서 칼춤을 추고 싶다면,
우리도 칼을 들어야겠지.”
“알겠습니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일세……
“예.”
황정후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우리의도움이 필요하기나 할까?”
“……예?”
황정후는 조규민의의문에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가만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악수는 두지 않는게 좋을 거야, 노영덕의원.’
노영덕의 마수가 강진호를 괴롭힐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황정후가 걱정하는 것은 노영덕 이라는 음흉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강진호를 건드렸을 때, 강진호가 어 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
황정후의 낮은 한숨이 조용히 홀 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