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45)
마존현세강림기-1547화(1544/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5화)
1장 육성하다 (5)
갸웃.
갸웃.
움찔.
움찔.
강진호는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하 는 작은 생물체를 보며 눈을 끔뻑였 다.
뭐지?
왜 그의 집에 저런 기이하고 작 은 생물체가 있는가.
“오빠 왔어?”
“정지.”
자신에게 달려오려는 강은영을 멈 춰 세운 강진호가 손가락으로 털이 숭숭한 생명체를 가리키며 해명을 요구했다.
“저건 뭐지?”
“아, 동동이?”
“••••••동동?”
“웅. 얘.”
강은영이 손을 뻗어 꼼지락대는
작은 강아지를 안아 들었다. 강은영 의 한 손으로도 들릴 만한 작은 강 아지가 핑크빛 배를 드러내며 혀를 내밀었다.
“아빠가 데려왔어.”
“……네가 아니라 아버지가?”
«으 »
“o’.
그 순간, 안방에서 강유환이 걸어 나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데려왔다.”
“행복한 집에는 강아지 한 마리쯤 은 있어야 하는 법이지.”
강진호의 얼굴이 미묘하게 흔들렸
다.
“이, 이제 와 굳이요?”
“‘이제 와’가 아니라 ‘이때쯤 되니 까’ 데리고 온 거다.”
“예?”
강유환이 혀를 찼다.
“자식새끼 키운다고 평생을 바쳐 서 고생했더니, 이놈들은 이제 다 자랐다고 집에 붙어 있지도 않고.”
“아빠! 나는 붙어 있는데?”
“너는 집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소파에만 붙어 있잖아! 아빠가 와도 보는 둥 마는 둥하고 휴대폰만 들여 다보는 게!”
“……잘못했습니다.”
강은영이 조용히 입을 다물자, 강 유환이 묘한 표정으로 강아지를 바 라봤다.
“늙으면 집에 왔을 때 반겨주는 건 개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 마리 데리고 왔지.”
강진호의 눈썹이 연신 꿈틀댔다.
“이걸요?”
“왜? 문제라도 있느냐?”
“문제라기보단……
강진호가 개를 싫어하는 건 아니 다. 그에게 동물에 대한 호오란 존
재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 작고 연약한 생명체는 그의 가치관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무릇 개란 집을 지키는 생물인 법. 저런 작은 강아지보다는 튼튼하 고 충성스러운……
“뭐라니? 개가 집을 왜 지켜? 집 은 경찰이 지키지.”
“도어록이랑.”
강유환이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여하튼 그래서 앞으로 집에서는 개를 키우기로 했으니, 너도 알아야
할 것들을 숙지하도록.”
“알아야 할 거요?”
강은영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개밥 주는 법, 개똥 치우는 법, 개랑 놀아주는 법.”
여러분.
친애하는 가족 여러분.
물론 제가 직접 말하지 않은 터 라 이런 것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는 건 과욕인지 알지만, 저는 대한민국 의 이만 무인들을 다스리는 총회의 회주이자, 한국에서 다시 태어난 마 교의 교주이며, 당당한 중견 기업인 MK의 회장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부터 개똥……. 하…….
“이거, 모두가 합의된 겁니까?”
“물론이지.”
그 순간이었다.
“아니!”
문을 벌컥 열고 나온 백현정이 눈에서 불을 뿜었다.
“나는 반대야!”
백현정이 단호하게 말했다.
“또 이런 식이지, 이런 식이야! 일은 지들이 벌이고! 뒷감당은 내가 하고! 지금이야 내가 뭘 하니, 네가 뭘 하니 말 쉽게 해 대지만, 딱 한
달만 지나봐라! 개밥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개 목욕시키는 것까지 다 내가 해야 할 텐데!”
백현정이 도끼눈을 뜨고 강유환에 게 소리쳤다.
“저 개, 당장 가서 돌려주고 오지 못해요?”
강유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봐라, 진호야. 내가 이러니 개라 도 키워야지. 마누라한테 괄시받고, 자식들한테 무시당하고.”
“……저희가 언제 아버지를 무시 했어요.”
“뭐‘?”
강유환이 눈을 부라렸다.
“하나뿐인 애비 데려다가 공장에 취직시키고 죽어라 부려 먹은 불효 자식 놈이 이 동네에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시 그놈이 누군지 아냐?”
어…….
저도 소문은 들어봤습니다만.
무척이나 안타깝네요. 이 동네에 그런 불효자가 있다는 사실이…….
강유환이 어물쩡거리는 강진호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남들은 자식이 성공하면 해외여 행이다 뭐다 다닌다고 정신이 없다
는데! 너는 어떻게 된 놈……
“시끄러워요!”
강유환이 재빨리 입을 닫았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으면 해외여 행을 가면 그만이지, 뭔 개를 데려 와서 해외여행 운운이에요!”
“아,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왜 상의도 없이 감당도 못할 일을! 그것도 어디서 저런 하 얀 걸 데리고 와서! 그 털은 다 어 쩔 거고, 쟤가 집에 오줌이라도 싸 면 어떻게……
강은영이 슬쩍 안고 있던 개를 바닥에 내려놨다. 그러자 동동이라
이름 붙은 강아지가 꼬물꼬물 백현 정에게 다가가더니, 그 발목에 얼굴 을 비벼 댔다.
“얘, 얘는 왜 이래?”
백현정이 당황하여 자신의 발에 몸을 비비는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작고 하얗게 따끈따끈한 무언가가 발에서 꼼지락대는 감각이 뭔가 생 소하면서도…….
“저, 저리 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차마 비벼 대는 강아지를 밀어내지 못하는 백 현정이 었다.
‘요물이네.’
‘저거, 여우야.’
아마 본능적으로 비벼야 할 상대 가 누구인지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강은영이 재빨리 지원에 들어갔 다.
“엄마! 엄마!”
“응?”
“얘, 배 만져 봤어?”
“나, 나는 관심 없어.”
“아니야, 엄마. 이게 정말 귀여워! 봐봐!”
강은영이 재빨리 강아지를 들어서 백현정의 손에 얹어준다. 자신도 모 르게 강아지를 받아 든 백현정의 얼
굴이 노곤하게 풀렸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각 이 도무지 화난 얼굴을 만들지 못하 게 했다.
“터, 털이 많이 날리……
“엄마, 내가 하루에 세 번씩 청소 기 돌릴게!”
“옷에 털도 묻고……
“에이, 우리 집에 옷 신경 쓰는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오빠는 만날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데. 나만 신 경 쓰면 되잖아?”
“너는 밖에도 안 나가는 기집애 가!”
“……그렇긴 하지.”
백현정이 살짝 한숨을 쉬었다.
손안에서 꼬물대는 감각이 싫지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이 감 각이 참 뭐랄까…….
백현정이 슬쩍 강아지를 끌어당겨 가슴에 안았다.
“여하튼 당신은 반성해요!”
“어떻게 대책도 없이 이런 걸 가 지고 와! 이걸 누가 감당한다고.”
“엄마, 내가……
“너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애 밥이나 챙겨! 배가 꾸르륵대잖
아!”
“ 옙!”
강은영이 사료를 물에 불리려 부 리나케 뛰어가자, 백현정이 도끼눈 을 뜨고 강유환을 바라보았다.
“애 산책시키고 목욕시키는 거, 당신이 다 알아서 해요! 알았어요?”
“내, 내가 한다니까. 애도 둘을 키웠는데, 그거 못할까 봐.”
“어이고, 새벽부터 나가서 카페 열고 이제는 공장까지 돌아다니는 사람이 잘도 시간이 나겠다.”
“밤에 와서 할게, 밤에.”
“ 여하튼!”
백현정이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강유환을 바라보다가 슬쩍 강아 지를 내려다봤다.
“이름이 동동이가 뭐야! 촌스럽 게!”
“그, 그럼 당신이 다시 붙이든가.”
“……그럼 초코.”
강유환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초코는 좀……
“뭐요? 초코가 동동이보다 못하다 는 거예요?”
“그, 그런 건 아니고……
강유환의 등이 식은땀으로 젖어가 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이 집에 실권자는 백현 정이고, 강아지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사람도 백현정이다. 그러 다 보니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전권은 오로지 백현정에게 달 려 있었다.
그러니 넙죽 엎드릴 수밖에.
“초코든 동동이든 다들 나 몰라라 할 거면 키울 생각도 하지 말아요.”
“그럼 키워도 되는 거야?”
“그럼 뭐 어떡해! 이미 데리고 온 애를!”
“그렇지, 그렇지. 반품도 안 돼.”
“어디 개한테 반품이라는 말을 써
요? 그래도 살아 있는 앤데.”
지금은 무슨 말을 꺼내도 좋은 말을 못 듣겠다 싶은 강유환이 헛기 침을 했다. 그러고는 뒷짐을 지고는 몸을 슬쩍 돌렸다.
“진호, 너도!”
“예?”
“애 산책시키는 건 네가 맡아서 해!”
“예‘?”
제가요?
갑자기 뜬금없이 제가요?
“저, 저는 키우자고도 안 했는
데……
“그럼?”
백현정의 눈에 불이 붙었다.
“네가 안 한 일은 집에서 손가락 하나 안 대겠다는 거야?”
“아뇨! 절대 그런 말은 아닙니 다.”
조심해야 한다.
여기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강진호의 온갖 행위들이 악행으로 변환되어 속사포로 쏟아질 것이다. 지금은 그저 납작 엎드려서 잘못했 다고 빌어야 한다.
“그래서 얘는 예방접종은 다 했데요?”
“……웅? 그런 것도 해야 돼?” 백현정이 칼날 같은 눈으로 강유 환을 돌아보았다.
“내가 이런 인간을 믿고……
“그, 그걸로 거기까지 가기야?” 백현정이 한숨을 쉬며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살아 있는 걸 키운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인 줄 아나 본데, 어설프게 장난감으로 데리고 온 거면 지금 당 장 돌려줘요.”
“아냐.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내가 내일 당장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게. 지, 진호도 같이 갈 거야, 진호도.”
네?
제가요?
아니, 아버지. 왜 거기서 또 저를 끌고…….
“진호, 네가 같이 갔다 와. 알았어?”
“……네.”
“여하튼 이 집안 남자들은!”
백현정이 몸을 홱 돌릴 듯하더니, 슬쩍 무릎을 굽혀 바닥에서 놀고 있 는 강아지를 두어 번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몸을 일으킬 듯하다가 다 시 두어 번 쓰다듬었다.
‘그냥 좋다고 하시지.’
저리 좋은데, 저리.
“은영아, 얘 밥은?”
“더 불려야 돼!”
주방으로 향하는 어머니와 흐뭇한 얼굴로 강아지를 바라보는 아버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진호가 바 닥에서 꼬물거리는 동동이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식구가 늘어나네.’
씻고 방 안으로 들어온 강진호가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튼 채 명상에 잠겼다.
그가 다시 눈을 뜬 시간은 깊은 새벽이었다.
창밖을 바라본 강진호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 피곤하군.’
최근에는 생각할 거리들이 너무 많아졌다.
삼왕계와의 관계, 타국과의 관계, 그리고 전력의 강화를 비롯한 전체 적인 조율까지.
강진호가 해야 할 일들은 늘어나 고, 위기는 점점 커져 간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알 고는 있지만, 때로는 피로감이 너무 크다고 느낄 때도 있다. 무학을 익 힌 강진호가 이리 피로를 느낄 정도
라면, 평범한 사람은 과로와 스트레 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병원에 실려 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한 번씩은 의문이 든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강해진다. 그도, 총회도. 하지만 이 ‘강해진다’에 과연 끝이 존재하 는 걸까?
막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응‘?”
강진호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 려오기 시작했다.
‘ 신음?’
끙끙대는 소리. 아주 작은 신음
소리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호가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고 있으니까.
신음의 정체를 찾아 소파 쪽으로 다가간 강진호가 바닥에 웅크려 끙 끙대는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아픈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둘 중 하나겠지.
춥거나.
외롭거나.
제집 안으로 들어가면 나을 텐데, 굳이 밖으로 나와 낑낑대고 있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강진호가 손을 뻗어 강아지를 안 아 들었다.
살짝 눈을 뜬 강아지가 잠에 덜 깬 얼굴로 강진호의 손을 핥아댔다.
방으로 돌아온 강진호가 강아 지…… 아니, 동동이…… 음, 초코?
여하튼 그것을 제 침대에 올리고 는 드러누웠다.
강아지가 강진호의 옆구리에 바짝 붙어 몸을 동글게 말았다.
잠꼬대라도 하며 몸을 뒤틀었다가 깔리지나 않을까 걱정되는 크기다. 그 작고 작은 생명을 바라보던 강진
호가 베개에 머리를 붙이고는 미소 를 지었다.
‘그랬지.’
시작은 간단했지.
지키고 싶었다.
모두를.
하지만 긴 삶이 이어지면서 처음 의 생각이 조금씩 옅어진 모양이다.
‘잊지 말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옆구리를 파고든 강아지의 체온이 간만에 강진호를 푹 자게 만들어주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