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46)
마존현세강림기-1548화(1545/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6화)
2장 돌봐주다 (1)
“생각을 해야 할 것 아니니, 생각 을!”
“우리는 뭐 피도 눈물도 없는 사 람이라서 저 뽀시래기 같은 걸 밖에 다 재웠겠어?”
“차라리 네가 오줌을 싸지, 네 가!”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쏟아지는 백현정의 잔소리가 강진 호를 향해 연발로 꽂혔다. 하지만 이 잔소리에 대항할 방법이 없는 강 진호였다.
‘내가 왜 그랬을까?’
좋은 밤이었다.
아주 좋은 밤이었다.
지켜줘야 할 작은 생명의 존재는 강진호가 오랫동안 잊고 살던 것들 에 대한 생각을 되살려 주었다. 그 리고 강아지 덕분인지 간만에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눈을 떠서 오줌으로 엉망이 된 시트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떻게 내가 오줌 냄새를 못 맡 고 잘 수가 있지?’
아마도 그동안의 피로가 한 번에 다 밀려온 모양이었다. 그동안 강진 호가 선잠만 자서 제대로 피로를 풀 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좋은 일이었다.
이 사태만 아니라면.
“개를 굳이 침대 위에 올려서! 너 는 개가 오줌이 마려우면 침대에서 못 내려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그리고 문은 왜 닫았어, 문은!”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없 네.’
한 번씩 이현수한테 정신 줄 빼 놓고 사느냐는 말을 한 걸 사과해야 겠다. 진짜 정신 줄을 빼놓고 사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인데 말이다.
“어휴, 이거 다시 다 빨아야 하는 데!”
“제, 제가 빨게요.”
“너는 옷이나 벗어, 이것아!” 강진호가 고개를 슬쩍 내렸다.
그의 상의에 동그랗게 노란 원이
그려져 있다.
‘한낱 미물이 몸에 쉬를 하는데도 느끼지도 못하다니.’
아무리 살기라고는 없는 행위라지 만, 이건 그야말로 무인 실격이 아 닌가.
“얼른 들어가 목욕이나 해. 그리 고!”
“네?”
“저것도 같이 씻겨.”
강진호의 눈에 노란색으로 물든 강아지가 보인다.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더 서글픈 강진호였다.
“ 개요?”
“……어.”
“아니, 개를 키우신다고요?”
“내가 키우는 게 아니라.”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만, 굳이 설 명을 하고 싶지 않은 강진호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 강진호의 심정을 짐작했는지 이현수가 낄낄대며 웃었다.
“그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집에 개가 한 마리 있으면 집 비우는 것
도 신경 쓰이고, 해야 할 일도 많아 지고.”
“그런데 사람들은 왜 개를 키우는 거지?”
“그야 그 귀찮음을 다 감수하고도 더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 겠죠.”
“으…… ”
…•
“어쩌면 회주님한테는 나쁘지 않 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왜?”
뜬금없는 이현수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회주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를 굴리면 답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응?”
이현수가 미간을 좁혔다.
“답이 없는 놈들이라도 일단 지옥 같이 굴리기만 하면 사람 구실은 한 다고 생각하시잖아요?”
“ 아냐?”
“당연히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재 능과 한계라는 게 있어요. 굴린다고 다 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겁니 다.”
“강아지를 키워보면 실감하시겠
죠. 원래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한 계를 가지고 태어나는 겁니다. 개를 굴린다고 개가 물구나무를 서겠습니 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죠.”
“되면?”
“••••••예?”
“되면 어떻게 할 건데?”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모든 일 은 내기로 생각하시는 거네요.”
“진정하십시오, 회주님. 최근에 회 주님은 너무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
다. 가끔은 경계할 필요가 없는 강 아지를 상대하면서 긴장을 조금 풀 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흐음.”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예. 이해하셨……
“물구나무를 세우면 된다, 이거 지?”
이현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짧은 발이 버둥거린다.
하지만 그 짧은 발을 바라보는 이의 눈은 단호했다.
“화장실에 가야지.”
작은 낑낑거림이 귀를 파고들지 만, 강진호는 인간의 마음을 버리기 로 다짐했다.
“화장실이 바로 앞이다.”
그 순간, 방 밖으로 나온 백현정 이 강진호를 보며 멍한 얼굴을했다.
“너, 뭐 하니?”
“네?”
“뭐 하냐고.”
“보시다시피.”
강진호가 욕실 주변에 친 울타리 와 그 안에 갇혀 있는 강아지를 가 리켰다. 욕실 안에는 이번에 구입한 배변 패드가 놓여 있다.
“이렇게 저 안으로 들어가 오줌을 싸게 하면, 다음부터는 알아서 화장 실을 찾아간다고 하더라고요.”
“……그 강아지가 그 안으로 들어 간다고?”
“네.”
“문턱이 제 키보다 큰 것 같은 데?”
강진호가 개와 문턱을 동시에 바
라봤다.
‘전략 수정이 필요하겠는데?’
일단은 문턱을 좀 깎…… 아니, 강아지용 계단을 놓을까?
백현정이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마를 짚었다.
‘내 새끼지만, 저건 인간이 왜 저 럴까?’
최근에는 그녀 주변 사람들도 강 진호가 작은 회사의 사장이라는 말 을 듣고는, ‘학교도 잘 가더니 역시 사회에서도 잘나가네’를 외치는 중 이었다.
하지만 강진호의 엄마인 백현정만
은 자신의 아들이 얼마나 허당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 화상아, 대체 이런 건 어디서 배워왔니!”
“인터넷에 그렇게 써져 있었는 데……
“그것도 애가 좀 커야 뭘 시켜 먹 든 말든 하지!”
“어릴 적에 잡아야 한다고……
“한마디를 안 지고!”
“애 괴롭히지 말고, 그거나 빨리 치워.”
“너무 오냐오냐 하면 애 버릇
이……
“너도 오냐오냐 키웠어! 그래서 네가 버릇이 없니?”
생전 뭔가를 키운 거라고는 마교 도 놈들을 지옥같이 굴려 키운 경험 밖에 없는 강진호다. 그런 강진호가 애를 둘이나 키운 백현정을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진호야.”
“ 예?”
“개를 키우는 건 좋은데, 개가 제 몫을 다 하려고 만들지 마.”
“무슨 말씀이세요?”
백현정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개들이 리모컨 가져오고, 앉으라면 앉고, 구르라면 구르는 걸 보면 조금 안쓰러워. 그게 얼마나 훈련을 해야 하는 건데. 그런데 그 렇다고 개들이 행복하겠니? 키우는 사람만 뿌둣하잖아.”
“내가 너희를 키울 때는 너희가 하고 싶은 걸 하고 크길 바랐다. 개 도 마찬가지야. 조금 버릇없고 말썽 을 부리면 어때. 그게 제 행복한 길 이면 그렇게 해줘야지.”
“사람이랑 개를 비교하는 건
좀……
“사람 애기보다는 개가 낫다. 네 아버지도 좀 봐라. 외롭다고 개 키 운다고 하시지, 막둥이 하나 더 낳 자는 말은 안 하시잖아.”
강진호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동생?
하나로도 벅차다.
“그러니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애 괴롭히지 말고 냅 둬. 침대에만 올리지 말고.”
“……네.”
강진호가 울타리를 치웠다.
그러자 강아지가 그래도 좋다고
다가와 강진호의 다리에 올라탔다.
“그런데 얘 이름은 동동이에요, 초코예요?”
“아직 안 정했어. 좋은 이름 있으 면 생각해 봐.”
“……정해주시겠죠.”
“우리가?”
“아뇨. 뭐……
슬쩍 휴대폰에 뜬 노란색 화면을 본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 데가 있어요.”
“이상한 소리를 하네. 여하튼 애 밥부터 먹여.”
“……오늘만 다섯 번을 먹었다는
데, 또 먹여요?”
“애는 원래 작게 여러 번 먹는 거 야. 네가 어릴 적에는……
“잘못했습니다. 그냥 먹일게요.” 말만하면 강진호의 어릴 적이 나 오는지라 반박을 할 수가 없다.
따뜻한 물에 사료를 한 줌 불려 놓은 강진호가 제 엄지발가락을 물 고 뜯는 강아지를 빤히 바라봤다.
‘행복이라……
강진호의 기준으로는 조금 이상한 말이었다.
사람이 개를 키우는 이유는 개로 부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
만 그의 엄마는 강아지가 행복한 것 을 보고 싶다고 했다. 다른 무언가 가 행복하다는 사실이 그 모습을 지 켜보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 는가.
강아지를 한 손으로 들어 올린 강진호가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러고는 옆에 앉아 있는 백현정 을 보며 물었다.
“어머니.”
“징그럽다. 엄마라고 좀 해!”
“••••••엄마.”
“그래, 내 아들.”
“개가 행복한 걸 보고만 있어도
좋아요?”
“그럼.”
“개가 말썽을 피워도?”
“너무 심하면 고쳐야지. 그런데 내 맘에 쏙 들게 만들려고 하면 안 돼.”
“왜요?”
“너도 그렇잖아. 내 맘에 쏙 들게 는 안 살아주잖니.”
“너도 살고 싶은 방식이 있으니까 엄마 아빠가 제발 집에 좀 들어오라 고 해도 낮밤 안 가려가며 일하는 거 아니니?”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사실 이건 개를 키우는 방법은 아닐지도 모르지. 그런데 나는 내가 보는 사람들이 내 마음에 들어주길 바라지는 않아. 그건 욕심이잖아. 그 냥 잘 커주기만 하면 돼.”
“ O ”
백현정이 손을 뻗어 강진호의 등 을 두드렸다.
“이것 봐, 내 새끼. 얼마나 잘 컸 어?”
“예전에 네가 사고를 당했을 때,
엄마는 생각했단다. 네가 살아서 눈 만 떠주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 고. 절대 애한테 뭘 시키려고도 하 지 않고, 그냥 살아 있는 것만으로 도 감사하겠다고.”
“••••••엄마.”
“때로는 그럴 때도 있지. 내 새끼 가 밤새도록 게임만 하고……
움찔.
“새벽 내내 게임 돌리다가 아침에 멀쩡한 눈으로 학교 간다고 나설 때 는 엄마도 입이 근질근질하지. 그런 데 내가 그때 너한테 화를 냈다고 뭐가 더 좋아졌을까?”
“……아니겠죠.”
“그래. 나는 그냥 우리 아들이 건 강한 것만으로도 좋아.”
강진호가 조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백현정이 빙긋 웃으며 말 했다.
“너도 그럴 것 아냐. 은영이 년이 가수 된다고 설치는 거 별로 안 좋 아했잖아.”
“그랬죠.”
“그런데 그걸 제일 밀어준 것도 너잖니. 그리고 은영이가 요즘 소파 에만 드러누워 있는 데도 별말을 안
하잖니.”
“그게 편해 보이니까요.”
“똑같은 거야.”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강진호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은 그저 지원 하고 믿어준다.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수하들에게는 노력을 강요한다. 더 수련하고 더 노력해서 강해지기를 원한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 까?
친밀도?
글쎄, 그런 건 아니다.
강진호는 무인과 무인이 아닌 사 람을 구분한다. 다시 말하자면, 무인 이 아닌 이들에게는 수련을 강요하 지 않는다. 하지만 무인인 자들에게 는 더 강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여긴 다.
이현수가 한 말에는 어쩌면 이런 부분이 녹아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가족처럼 생각하라는 거 군.’
그들을 믿어주고 조금더 밀어주기 를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작은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별 생각을 다 한다고 생각하는 강진호 였…….
“악!”
강진호가 무릎에 올려진 강아지를 잡아 들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졸졸졸졸.
그의 바지를 향해 강아지의 노란 빛 오줌이 세차게 뿜어졌다.
다리에서 뜨끈한 감각이 느껴진 다.
“홀리지 말고, 가서 바지 벗어.”
“바닥 잘 닦고.”
세상에는 자신의 능력으로도 통제 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