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47)
마존현세강림기-1549화(1546/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7화)
2장 돌봐주다 (2)
“어디 갔다 오냐?”
“빠칭코.”
그 대답에 시미지 미치히로가 헛 웃음을 흘렸다.
“또 불쌍한 야쿠자애들 주머니 털 고 왔냐? 걔들도 요즘 상납금 맞춘 다고 뭐 빠지게 구르고 있던데, 적
당히 해라.”
“내버려 둬.”
“요즘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상부 에서 지랄하니까 하는 말이다.”
“별걸 다……
스즈키 류이치가 얼굴을 확 일그 러뜨렸다.
야쿠자의 쌈짓돈을 빼앗아온 게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답답해서 빠칭코나 좀 돌리고 온 것뿐이었다.
하지만 상부라는 말이 나오는 순 간, 속에서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
“이제는 오줌도 정해진 방향대로 싸라고 하겠네.”
“말조심해, 멍청아. 그러다가 일 난다.”
“일 나라지. 빌어먹을.”
스즈키 류이치가 낡은 소파에 털 썩 주저앉았다.
“차라리 일이라도 나는 게 낫겠 다. 이게 정말 뭐 하는 짓거린지 모 르겠네.”
사무소 안은 고요했다.
사람이 없어 고요한 게 아니라 미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사람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한때는 이곳도 활기가 넘쳐 나던
시절이 있었다.
이곳이 야마카와카이의 지부였던 시절.
이제는 그 이름조차 쓸 수 없는 야마카와카이의 영광이 존재하던 시 절에는 이곳을 찾는 이들과 몰려오 는 일감을 처리하는 이들로 언제나 고성이 오갔다.
하지만 지금은?
‘도서관도 이곳보다 조용하지는 않겠지.’
한국, 총회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패배
의 대가로 한국의 점령군이 일본을 지배하기 시작한 이후로 이곳은 활 기를 잃어버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으니까.
일본 무인계가 한국의 무인계에 완전히 지배당한 이후로 그들의 역 할은 사라졌다. 이제는 그저 야쿠자 놈들이 수금한 금액을 받아서 한국 놈들에게 넘기는 짓이나 하고 있을 뿐이다.
“눈치 보여서 수련도 못하겠고.”
“얼마 전에 단체로 수련하던 놈들 다 잡혀갔다더라.”
“빌어먹을, 개 같은 새끼들! 무사 가 수련을 못하면 뭘 하라는 거야!”
“그놈들은 이게 다 미개한 일본 무인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이라 더라.”
“개 같은 소리!”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던데.”
“뭐라고?”
“이게 너희 논리라고.”
스즈키 류이치가 입을 닫았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 못 할 만큼 멍청이는 아니다.
“빌어먹을, 백 년 전에 벌어진 일
을 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데.”
과거에 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 렀는지, 그게 과연 영광스러운 전쟁 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탐욕에 눈 이 먼 이들이 저지른 끔찍한 침략이 었는지.
그런 건 스즈키 류이치와는 아무 런 관련이 없다.
일개 개인인 그가 국가를 대표하 여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잘못 을 단순히 같은 국가를 공유하는 후 손이라는 이유로 반성할 이유도 없 다.
문제는 그 대가는 지금 확실하게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즈키 류이치가 양손을 들어 얼 굴을 감쌌다.
‘끝났어.’
일본 무인계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사람은 가혹함에 절망하지 않는 다.
아무리 가혹한 상황에 처한다 해 도 그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버텨낼 수 있다. 중 요한 건 현재가 아니라 지금부터 만 들어 나갈 미래니까.
하지만 일본의 무인계에는 더 이 상 희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길 수가 없어.’
한국에 대항하던 무인들은 대다수 가 목숨을 잃거나 무공을 잃었다.
야마카와카이가 만든 대규모의 원 정대가 몰살당한 순간, 이미 승부는 끝나 있었다. 그리고 한국 놈들이 일본에 들어와 반항하는 이들의 무 공을 모조리 폐쇄해 버리면서 결정 타를 날렸다.
이제 일본 무인계에 남은 이들이 라고는 폭력성을 거세당해 하루하루 를 그저 살아가는 무인들뿐이다.
그래.
바로 자신처럼.
“어이, 류이치.”
“••••••왜?”
“난 결정했다.”
“ 뭘?”
“일반인으로 돌아가련다.”
“••••••뭐?”
시미지 미치히로가 어깨를 으쓱했 다.
“뭘 놀란 눈을 하고 그래?”
“갑자기 뭔 소리야?”
“말 그대로야. 이제 그만하련다.”
스즈키 류이치가 사나운 눈으로
시미지 미치히로를 노려보았다.
“포기하겠다는 거냐?”
“에…… 포기라는 말을 굳이 쓰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만?”
“뭐라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뭔 데‘?”
시미지 미치히로가 조소를 입에 머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 루 때우는 걸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라는 말로 포장할 생각인가? 나는 그런 멍청한 짓에 동참할 생각은 없
어.”
“그렇다고 도망치겠다고?”
“도망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류이치. 이게 도망이 아니면 뭐지? 어차피 너도 그놈들에게 저항할 생 각은 없잖아?”
“끝났어. 우린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해. 그냥 이렇게 니트처럼 하루하 루 시간이나 때우고 박봉이나 받아 가는 처지가 되겠지. 그 대가로 조 선 놈들의 발이나 핥으면서 말이 야.”
스즈키 류이치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요즘 뭐 하는지 아냐?”
“……뭘 하는데?”
“커뮤니티에 접속해서 한국 욕하 는 걸로 하루를 때운다. 그런데…… 이젠 그 짓도 못하겠어. 한국을 욕 하면 욕할수록 그런 병신들에게 아 부하고 있는 내가 너무 병신 같고 한심해서 더는 못해 먹겠다, 이거 야.”
말을 하려 했다.
그것도 못 버텨서 되겠냐고.
비꼬든 욕을 하든 어떻게든 잡아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치히로의 눈을 본 류이 치는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 었다.
억눌린 그의 눈에 핏발이 서 있 다.
말투는 나긋나긋하지만, 그 역시 이 말을 쉽게 내뱉고 있는 것은 아 니었다.
“솔직히…… 이런 걸 줄은 상상도 못했다. 패한다는 게, 지배당한다는 게, 더 강한 힘으로 억눌린다는 게.”
“뭐가 달라, 멍청아! 예전에도 그 랬잖아.”
“그건 적어도 같은 일본인이었
지!”
“빌어먹을, 이럴 줄 알았으면 대 동아 공영권이 어쩌고 하는 말을 지 껄이는 놈들 다 쳐 죽여 버릴 걸 그랬어. 내가 그 말을 주둥아리로 지껄이고 다니지 않았으면 억울하다 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을.”
류이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무공을 폐하고 일반인으 로 살겠다고?”
“그래.”
“그건 얼마나 갈 것 같은데?”
미치히로가 입을 꾹 닫았다.
그도 알고 있다.
저들이 정말 노리는 게 뭔지 말 이다. 저들은 일본의 무인계 따위에 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완전히 없 앨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적당히 내 버려 둔 채 관리하고 써먹을 뿐이 다.
저들이 정말 노리는 것은 일본의 무인계가 그동안 차지해 온 경제력 이다.
“우리가 당했다는 건, 야쿠자들도 곧 다들 저쪽으로 복속된다는 거 지.”
“이미 복속됐어.”
“그럼 저놈들은 일본 자체를 뒤흔 든다. 무인을 포기하고 눈을 돌린다 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제기랄, 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나가서 할복이라도 할까? ‘우리의 영토를 돌려주세요’를 외치며?”
그런 짓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들은 피도 눈물도 없다.
무사의 비분강개 따위에 귀를 기 울일 이들이 아니다. 되레 비웃을 것이다, 개죽음을 자처한다고.
현실적으로 그들이 한국에 저항할 방법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 그저 어떤 식으로 복종하는가만 이 남아 있었다.
“차라리……
그때 였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다급한 얼굴 을 한 이가 뛰어 들어왔다.
“소식 들었어?”
“……뭔데 급한 척이야?”
“초, 총회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이들을 모집한대!”
“••••••뭐?”
엉덩이가 살짝 들썩인다.
눈이 커지고 순식간에 입술이 바 짝 마른다.
그만큼이나 지금 들은 말은 많은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연수 개념으로 지원자를 뽑아서 한국으로 보낸대. 거기서 수련을 하 고,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게 한다는 데?”
“……그 미친놈들이 갑자기 왜?”
“간부를 키운대, 간부를!”
간부.
그 말을 들은 이들의 눈이 흔들 리기 시작했다.
일본 무인들이 가지고 있던 직위
와 계급은 모조리 해제됐다. 몇몇의 연락책에게 다른 이들을 통제할 권 한이 넘겨졌을 뿐, 조금이라도 중심 이 될 수 있는 이들을 남겨두지 않 았다.
그런데 이제 와 간부를 키운다 고?
“……꼬리를 흔들라는 건가?” 류이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의도는 빤하다.
한국에 충성하며 고개를 숙이고, 그들의 발을 핥을 수 있는 이들에게 직위를 주고 일본을 다스리게 만들 겠다는 뜻이겠지.
“잘도 그런 수작질을……
“어디서 지원하면 되나?”
“미치 히로!”
류이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저 말도 안 되는 수작질에 동참 할 생각이냐?”
“그럼?”
미치히로가 되레 물었다.
“넌 자존심도 없어?”
“자존심? 흐하하하하하하하!”
미치히로가 크게 웃었다.
“자존심, 자존심이래. 내 살다가 이렇게 웃기는 소리는 정말 처음 듣
는군.”
“미치 히로!”
“잘 들어, 류이치. 싸움에 진 개 는 자존심을 찾지 않아. 그렇게 자 존심이 중요하면 진작 배라도 가르 지그랬나.”
“•…”이익!”
“이 썩어 빠진 사무실에서 같이 썩어가는 게 네 자존심이라면 존중 하지. 하지만 내 자존심은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미치히로의 눈에 선연한 살기가 머금어 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어 올라간
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해진다. 그래서 이 빌어먹을 상황을 어떻게 든 타파할 거다. 그게 내 자존심이 야.”
“같잖은 소리!”
류이치가 언성을 높였다.
“결국은 그놈들의 발을 핥아서 출 세하고 싶은 것 아닌가!”
“왜? 그러면 안 되나?”
“이 썩어 빠진 놈이!”
류이치가 미치히로의 멱살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런 류이치의 격한 반응 을 보면서도 미치히로는 피식피식
웃을 뿐이었다.
“때리고 싶으면 때려. 그런데 하 나는 알아주면 좋겠군. 네가 지금 이러는 건 네 애국심이 대단해서가 아냐. 그냥 네 알량하고 무엇을 위 해 존재하는지도 모를 자존심 때문 이지.”
“평범한 사람들을 등쳐 먹고 그 돈으로 즐기며 살던 무인이 이제 와 일본을 생각한다고? 흐하하하! 개소 리하지 마라, 류이치!”
류이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같이 가자.”
“뭐?”
“이런 일을 하는 놈이라면 적어도 한국 내에서는 권력이 강한 이겠지. 네가 그렇게 울분에 차 있다면, 적 어도 그놈의 얼굴에 침이라도 뱉어 주고 죽는 건 어때? 그럼 적어도 한두 놈쯤은 네 이름을 기억하겠지. 언젠가 일본을 되찾으면 열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가자, 류이치. 이건 우리에게 주 어진 마지막 기회야.”
“……조금 전까지 무인으로 살지 않겠다던 놈이 주둥아리는 잘도 털
어 대는군.”
“그야 당연하지. 이건 무인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니까.”
류이치가 과격하게 미치히로를 뒤 로 밀어냈다.
그러고는 경멸 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가주지.”
“좋은 선택이야.”
“하지만 내가 그놈들에게 동조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나는 그 놈들의 민낯을 보고 싶은 것뿐이니 까.”
“……그것도 좋겠지.”
류이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무사는 자기가 죽을 곳을 찾아가 는 법이지.’
이제야 자신이 죽을 곳을 찾았다.
류이치의 가슴속에 선연한 칼날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