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48)
마존현세강림기-1550화(1547/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8화)
2장 돌봐주다 (3)
실내에 바글바글 몰려든 이들을 본 류이치가 눈을 찌푸렸다.
“……이렇게나 많이?”
“아마 이것도 전부가 아닐 거다.”
“뭐‘?”
“전국에 있는 이들을 이렇게 단시 간 내에 모으지는 못하겠지. 아마
지역별로 따로 모집할 생각일 거 다.”
« Q.W
..-
“그리고 다른 지역은 이렇게까지 는 오지 않았겠지. 여기는 교토니 까.”
류이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일본의 중심지는 도쿄지만, 일본 무인계의 중심지는 교토다. 가장 많 은 무인들이 거주하고, 가장 많은 이들이 세력을 형성하던 곳.
물론 그건 작년까지의 이야기지
“이만한 곳을 대관한 걸 보면, 생 각보다 자금력이 넘쳐 나는 모양이 로군.”
“그렇겠지. 우리가 뽑아낸 돈이 그쪽으로 쭉쭉 넘어가고 있을 테니 까.”
시니컬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미치히로가 눈을 찌푸렸다.
“네 의지는 잘 알았다만, 웬만하 면 입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뭔 소리지?”
미치히로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슬쩍 주변을 가리켰다.
“네 기준이라면 여기에는 니가 씹
어 먹고 싶어 하는 배신자나 친한파 놈들이 가득하거든. 그런데 이놈들 의 입장에서는 애국지사인 네놈을 죽여 버리고 싶지 않을까?”
“뜻도 이루기 전에 맞아 죽고 싶 지 않다면, 입조심하는 게 좋을 거 야. 벌써 몇 명이 널 노려보기 시작 했거든.”
“아픈 데를 찔린 사람은 격해지는 법이지.”
미치히로가 실실 웃었다.
그러자 류이치가 눈을 찌푸렸다.
‘아주 살판이 났군.’
예전에 생기가 있던 류이치는 원 래 이런 타입이기는 했다. 매사에 진지하지 못하고 슬슬 농담 따먹기 나 해 대고, 심심하면 사람을 비꼬 아대는 타입.
그래서 무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 쪽은 나일 지도 모르겠군.’
류이치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려면 어떤가.
‘기개를 보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일본의 무사가 어떻게 죽는지 저
놈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류이치는 품속에 숨겨온 소도를 꾹 움켜잡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한 번 다짐을 새기는 그 순간.
벌컥.
앞쪽의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곤노?’
익숙한 얼굴이다.
더는 국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말 을 붙일 수는 없겠지만, 그가 본 것 이 맞다면 지금 앞으로 나온 이는 바로 과거 야마카와카이의 부국장
중 하나였던 곤노가 분명했다.
류이치는 과거 야마카와카이의 기 세가 끝도 없이 뻗을 당시의 곤노를 기억했다. 그는 진정한 사무라이이 자 무사도를 아는 무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곤노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바뀔 수 있 나?’
무사라기보다는 직장인.
그것도 삶에 치여서 식은땀을 삐 질삐질 홀리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다, 다들••••••
곤노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입 을 연다.
“다들 오느라 수고했습…… 정말 수고했다.”
어떤 말투를 써야 할지 감을 잡 지 못한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곤노 는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이 아니라 뒤쪽을 자꾸만 힐끔거렸다.
‘뭐지?’
이상하다.
곤노가 과거의 패기를 잃은 것까 지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곤노의 모습은 단순히 패기를 잃어 풀죽은 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모습.
‘거물이 온 건가?’
류이치가 살짝 허벅지를 움켜잡았 다.
아무래도 한국의 일을 설명해야 할 테니, 총회의 인원이 직접 왔을 것이다. 그리고 저 곤노를 저만큼 질리게 만드는 존재라면 총회에서도 굉장히 상급자가 온 게 분명했다.
‘차라리 잘됐어.’
잔챙이에게 피를 튕겨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 상급자라면 그에 걸맞은 반응을 하겠지.
“이, 이야기는 들었겠지만, 에……
여기에 있는 지원자들 중……
숨을 헐떡이던 곤노가 고개를 내 저었다.
“나, 나보다는 오신 분께 직접 말 을 듣는 게 나을 거다. 다, 다들 자 리에서 일어나라. 영광스럽게 짝이 없게도, 총회의 회주님께서 여러분 을 격려하러 직접 이곳에 와주셨 다.”
그 순간, 작게 웅성거리던 실내에 쥐 죽은 듯한 침묵이 감돌았다.
심지어 류이치조차 눈을 크게 뜬 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회주?
강진호?
그 강진호가 직접 왔다고?
류이치가 기겁을 하고는 의자 손 잡이를 움켜잡았다.
우드드득.
그가 잡은 손잡이가 그대로 부러 져 나간다. 하지만 류이치는 자신이 의자를 부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 한 듯 뚫어져라 앞만 응시할 뿐이었 다.
곤노가 문쪽을 힐끔거렸다.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마치 억겁처럼 느껴졌
다.
그리고 그 억겁같은 시간이 지나 고서야…….
저벅.
저벅.
낮은 발소리와 함께 강진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강진호가 태연 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지금 까지 곤노가 차지하고 있던 연단에 자연스레 올라섰다.
이어 그 뒤를 똑같은 검은 정장 을 입은 사내가 따랐다.
이곳에 있는 이들의 생각은 하나
로 모아졌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첫말로 무슨 말이 나올 것인가.
그리고 강진호의 첫말은 그들의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반갑다, 쓰레기들. 내가 강진호 다.”
낮은 목소리가 울린다.
곤노가 경악하여 강진호를 돌아봤 다. 이 말을 과연 그대로 통역해도 되겠냐는 의미다.
하지만 대답은 강진호가 아닌 그 의 뒤에 서 있던 이에게서 나왔다.
“그쪽은 됐으니 비켜. 내가 통역
한다.”
“……아, 알겠습니다, 실장님.”
이현수가 한 발 앞으로 나서서 마이크를 잡더니, 낮게 웃었다. 그러 고는 강진호의 인사말을 여과없이 통역해 읊었다.
술렁이기 시작한다.
강진호의 말을 들은 이들이 서로 를 돌아보았다.
‘뭐지?’
‘쓰레기라고 한 건가?’
반응할 수가 없다.
불만을 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긍정할 수도 없다. 적어도 첫 인사
정도는 의례히 사람을 추켜세워 줄 거라 여긴 이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그저 강진호를 바라봤다.
“아닌가?”
강진호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자 통역을 하던 이현수 가 재빨리 강진호의 담배에 불을 붙 여주었다.
“후우.”
담배 연기를 짧게 뿜어낸 강진호 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쓰레기가 아닌 일본 무인들은 이 미 다 죽었겠지. 그게 아니면 무공
이 폐쇄되어 폐인이 되었거나.”
“여기에 있는 놈들은 남들이 죽어 나갈 때 제 목숨 하나 살려보겠다며 침묵하고 있던 것들 아닌가. 그런 주제에 이제 뭐라도 뜯어먹어 보겠 다고 여기까지 기어 들어온 거고.”
강진호의 모든 말을 통역한 이현 수가 슬쩍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건 회주님의 개인 의견이고, 총회의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음 을 알립니다.”
“아, 참고로 제 의견은 같아요,
쓰레기 여러분.”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이, 이노오오오옴!”
그 순간이었다.
앞쪽에 앉은 이 중 하나가 품에 숨겨온 칼을 뽑아 들고는 강진호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다.
“죽어라아아아아앗!”
강진호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무인 을 향해 귀찮다는 듯이 손짓을 했 다.
퍼어어어억!
가죽 북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인이 달려들던 속도보다 더 빠르
게 튕겨 나갔다.
순식간에 핏덩어리가 된 이가 바 닥에 몇 번 튕기고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죄송합니다, 회주님. 무기 검사를 했어야 하는데.”
“됐어.”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 했다.
뭔가 위협이라도 되어야 화도 나 는 법이다.
“기개라도 보이려는 모양인데, 웃 기지도 않는 소리. 지금까지 침묵하 고 살아온 너희에게는 기개를 보일
자격도 없어. 너희 따위가 뭘 보여 주겠다는 거지? 너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이미 죽은 이들이 모두 보 여줬다.”
류이치의 몸이 벌벌 떨렸다.
강진호의 말이 그의 폐부를 찔러 들어온다.
“겁쟁이들은 인내라는 말로 자신 의 비겁함을 포장하지. 나는 참아냈 다. 더 큰 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더 큰 기회 따위는 절대 오지 않아. 시기를 놓친 인간이 품에 안 을 건 비겁함뿐이지.”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너희가 쓰레기가 아닌 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후우우.”
짧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가 고개를 들고 모두를 마주 보았 다.
강진호와 시선이 마주친 이들은 차마 그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너희 같은 쓰레기들 을 싫어하지 않아.”
정확하게 말하면 조금 다르다.
강진호는 열정이 없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 는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 기준을 적용 할 수 있을까?
글쎄.
그럼 먼저 죽은 이들처럼 이미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마지막 한 사 람까지 목숨을 버려가며 싸우는 게 옳은 일일까?
강진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 다.
총회도 마찬가지다.
만약 강진호가 삼왕계의 손에 죽 고 싸워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 황이 온다면, 최선의 선택은 그들에 게 고개를 조아려서라도 살아남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존.
명예를 지키기 위한 죽음 따위는 강진호에게 하등 가치도 없다. 더구 나 그 명예라는 게 꼴같잖은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라면 더더욱.
“쓰레기여도 상관없다. 적어도 너 희는 자신의 삶이 중요하다는 사실 은 알고 있는 이들이니까. 그래서 제안하건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너희에게 이 일본을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
조금도 다듬어지지 않은 말.
날것 그대로의 말이 모인 이들의 귀에 틀어박혔다.
“간단하다. 한국으로 와라. 와서 수련을 받고 일본에 남아 있는 이들 보다 강해져서 돌아오면 된다. 그 대가로 간단한 일만 처리해 주면 너 희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 주지.”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아, 앞잡이가 되라는 말씀이십니
까?”
“그래.”
심지어 포장도 하지 않는다.
“앞잡이, 개, 친한파. 어떻게 불러 도 괜찮겠지. 결국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쪽에서는 나름 적당한 호칭을 생각한 것 같지만, 까먹었군. 하지만 호칭 따위가 중요하지는 않겠지. 어 떤 이름으로 불리든 하는 일은 달라 지지 않을 테니까. 너희가 할 일은 간단하다. 나를 위해서 일본인들을 지배해라.”
“할 놈은 남고, 나머지는 나가.” 강진호의 말이 끝나자 지옥 같은 침묵이 감돌았다.
그들이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르 다.
적어도 그들이 기대한 것은 부드 러운 권유와 사탕발림이었다. 이곳 에 온 사람치고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모를 이는 없다. 그런 멍청이가 올 곳이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적당한 포장이라 도 할 줄 알았다.
어차피 손만 대도 벗겨질 얄팍한
포장지에 불과하겠지만, 그게 존재 하는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가는 생각보다 큰 차이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포장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 모양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무슨…….
그때 였다.
류이치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섰 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똑바로 바라보 았다.
덜덜 떨리는 다리.
꽉 쥐어진 주먹.
그리고 살짝 붉어진 눈.
그 모습이 지금 그가 얼마나 큰 부담을 안고, 얼마나 큰 격동을 참 아내고 있는지를 말해주었다.
“몇가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그런 류이치를 보고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