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49)
마존현세강림기-1551화(1548/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9화)
2장 돌봐주다 (4)
심장이 제멋대로 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쿵쿵거리는 소리가 머리를 울릴 정도다.
다리에서는 힘이 빠진다.
후들거리는 다리가 남들 눈에 보 일까 봐 신경이 쓰인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싫으 니까.
류이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똑바로 노려보 았다.
그 도발적인 시선을 느꼈는지, 강 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류 이치를 바라봤다.
“할 말이 있더다니?”
류이치가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 이미 그가 하려던 건 실패했다.
지금 와 새삼 강진호에게 달려들 어도, 조금 전 일격에 박살 난 이와
다를 게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는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죽음 도 죽음 나름의 가치가 있다. 의지 를 전할 수 없는 개죽음을 누가 원 하겠는가.
입술을 질끈 깨문 류이치가 입을 열었다.
“한국으로 가면 한국의 무학을 배 우게 되는 겁니까?”
“그렇다.”
“왜 우리가 익힌 무학을 더 발전 시킬 수는 없는 겁니까?”
강진호의 입가에 비웃음이 피어났
다.
“몰라서 묻나?”
“••••••예?”
“너무 당연한 걸 묻는군. 약하기 때문이다.”
류이치가 입을 다물었다.
그런 후, 강진호는 굳이 하지 않 아도 될 말을 부연했다.
“일본의 무학으로는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 쭤도 되겠습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강진호의 입꼬리가 더 올라간다.
“몰라서 묻나?”
모두가 입술을 깨물었다.
“굳이 증명이 필요하다고는 생각 되지 않는군. 증명은 이미 끝났으니 까.”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일본의 무학이 한국의 그것보다 우수했다면, 일본은 한국에 패배하 지 않았을 것이다.
무인의 수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한국에 완전히 점령당해 버 린 이상 그들의 어떤 말도 힘을 받 을 수가 없다. 더구나 종전 이후 점
령군에게 대항하는 것조차 실패하지 않았는가.
강진호가 고개를 들자 모두가 시 선을 내리깔았다.
‘저 망할 놈은 왜 일어나서……
‘제 얼굴에 침이라도 뱉겠다는 건 가?’
다들 류이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굳이 저런 질문을 해 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류이치는 그 성난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웠 다.
지금 이곳은 논리를 따지는 곳이 아니다. 보여주어야 할 것은 의지 다!
“지금 우리는 한국보다 약할지 모 릅니다. 하지만 일본의 무학 역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럼 돌아가.”
“••••••예?”
“돌아가라고.”
강진호가 귀찮다는 듯 손짓했다.
류이치가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지금 강진호의 대답은 그가 원한 어떤 종류의 대답과도 달
랐다.
그 눈빛을 본 강진호가 피식 웃 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하는 말은 내가 굳이 너희를 데리고 가서 너희의 전 통 무학을 가르쳐서 발전시켜 달라 는 소린가?”
“아, 아니……
“너희 무학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다. 그런데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여기서 할 말인가?”
“발전시키고 싶으면 네가 해. 내 가 굳이 거기에 관심을 둘 이유는 없을 것 같군.”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 답을 하고는 되물었다.
“또 말할 게 있나‘?”
류이치가 다시 주먹을 움켜쥐었 다.
“ 없나?”
“이런 일을…… 이런 일을 하시는 의도가 뭡니까?”
“의도?”
“예. 의도!”
강진호가 류이치를 보며 싱긋 웃
었다.
류이치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의 도대로 따라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원하는 말을 해주지. 너희 를 앞잡이로 써서 일본을 지배하고, 우리에 대한 증오를 너희에게로 돌 리고, 적당히 면피하면서 일본을 제 대로 빨아먹기 위해서다. 그리고 아 무래도 한국인인 우리보다는 너희가 좀 더 일본을 잘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기도 하고.”
“더 해줄까? 너희가 자랑하는 야 마토 정신인가 뭔가가 돈과 권력 앞 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도 증명되겠군. 결과적으로는 일본 무 인의 상층부를 모두 친한파로 채워 서 항구적인 지배를 해볼 생각이 다.”
류이치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모르는 이는 없다.
이곳에 온 이라면, 아니, 이곳에 오지 않았어도 생각이 조금만 있는 사람이라면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를 수야 있겠는가.
그럼에도 류이치가 굳이 이런 질 문을 한 이유는, 그 말을 떳떳하게 하지 못할 강진호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에서였다. 이 많은 이들 앞에서 말을 더듬고 회피하는 모습만 보여 줘도 그에 대한 공포가 웬만큼은 중 화될 테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말을 돌리지 않 았다.
오히려 그가 듣기에도 어이없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자신의 의도를 밝혀 버렸다. 저것 말고 다른 의도 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이 들 정도로 말이다.
“왜? 돌려 말해주길 원했나? 일 본인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하던 데‘?”
“내 의도는 방금 말한 대로다. 마 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꺼져라. 가 서 마음대로 떠들어봐.”
“……방금 그 말을 그대로 전해도 된다는 말입니까?”
“안 될 이유가 있나?”
강진호가 되물었다.
하지만 그 물음에 답할 수 없었 다.
안 될 이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류이치가 이곳을 박차고 나가 다 른 이들에게 강진호가 이런 말을 입 에 담았다고 목청껏 외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달라질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억눌린 이들을 더욱 굴욕적 이게 만들 뿐이다.
그 굴욕이 분노로 이어지고, 그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 상,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행동으로 옮겨지면 더 처 참한 꼴을 당하겠지.’
이미 그들은 한국의 무인계에 대
항할 힘을 잃었으니까. 저들이 무엇 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류이치의 어깨가 늘어졌다.
‘노예는 되는 줄 알았거늘……
그게 아니라면 개쯤은 될 거라 생각했다.
주인의 말에 거역하지 않지만, 자 꾸 밥을 빼앗기고 얻어맞다 보면 그 발목 정도는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개. 적어도 그 정도는 될 거라고 믿 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강진호에게 있어 일본이란 도마
위에 올라 숨이 반쯤 끊어진 생선과 다름없었다.
개를 키우는 주인은 개의 감정에 신경을 쓰지만, 생선을 요리하는 요 리사는 생선의 감정에 관심을 가지 지 않는다. 생선을 회 치든 굽든 그 건 요리사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지금 일본은 강진호에게 있어서 그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해도 반항할 수 없을 만큼 반쯤 죽어버린 생선.
그런 이들을 위해 연수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건 어쩌면 자비로운 일일지도 몰랐다.
“말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
강진호의 눈이 류이치를 바라봤 다.
류이치는 그 눈빛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저 눈에는 아무것도 없다.
겁박의 의도도 없고, 지배하는 자 의 우월감도 없다. 심지어는 귀찮게 말을 물고 늘어지는 류이치에 대한 짜증조차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럴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차라리 화를 내고 류이치를 짓눌 렀다면,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
다.
‘그럴 가치도 없다는 거겠지.’
맹견이 짓는다면 사람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강아지가 아무리 화를 내고 짖 는다고 해서 사람이 관심을 가지겠 는가.
오히려 귀엽다고 쓰다듬을 마음만 생길 뿐이다.
“이런다고…… 이런다고 우리가 영원히 굴복할 것 같습니까?”
분노와 무력감으로 이성을 잃은 류이치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발언에도 딱
히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오해하는 모양인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항구적인 지배라는 건 그저 바람 일 뿐이지. 국가가 통합되지도 않았 는데, 일본에 대한 영원한 지배 같 은 걸 꿈꾸는 멍청이는 아니다.”
“ 다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적어도 내가 눈을 뜨고 있는 동 안에는 반항하는 이들을 내버려 둘 생각은 없어.”
“그러니 너희가 해야 할 일은 둘 중 하나지. 하나는 내가 없어질 때 까지 납작 엎드려서 숨죽이고 살아 가든가……
강진호가 모두를 눈빛으로 짓누른 다.
“그게 아니면 내게 협조해서 영광 을 누리든가.”
“여기까지다.”
강진호가 선을 그었다.
“이곳에 온 이들은 두 종류 중 하 나겠지. 하나는 협조해서 기회를 잡 아보려고 온 이들, 그리고 다른 하
나는 우리의 의도가 뭔지 파악해 보 려고 참여한 이들.”
강진호가 뒤쪽 문을 가리켰다.
“탓하지 않는다. 불손하다고 욕할 생각도 없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동안 협조할 생각이 없는 이들은 돌 아가라.”
모두가 숨을 죽였다.
“눈치 볼 것 없다. 나는 내 입으 로 한 말은 지키니까. 다만…… 내 가 돌아왔을 때도 다른 의도를 가지 고 여기에 남아 있는 이는 그 대가 를 치르게 해주지. 알다시피……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난 그렇게 자비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야.”
실내가 고요해졌다.
강진호가 그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렸다.
이현수가 그 뒤를 따라 문밖으로 나갔다.
대관한 공연장을 빠져나온 강진호 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괜찮겠습니까?”
“뭐가?”
“너무 깔아뭉개셨는데, 쟤들도 자 존심이 있잖습니까?”
“자존심은.”
강진호가 피식 웃는다.
패해서 고개를 숙이고, 달려들어 죽기보다는 살아남기를 택한 이들이 다. 물론 강진호는 그런 이들을 비 난하지 않는다. 개죽음보다는 살아 남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한 이들이 반드시 버려야 할 것 하나가 있다.
바로 자존심이다.
생존과 자존심은 둘 다 가져갈 수 없는 것이다. 살아남아 안녕을 누리길 선택한 이라면, 자존심을 지 키려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 자존심이 없는 놈들이 필요한 것 아니었나?”
“그건 그렇죠.”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키워볼 만해 보이십니까?”
“괜찮은 놈들이 남아 있을 리는 없지.”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이현수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
쓸 만한 인재라면 총회의 전쟁을 치를 때 모조리 동원되었을 거고, 그들은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남 은 이들은 쭉정이밖에 없다.
“선택해야지.”
“어떤 것을?”
“저놈들이 쭉정이인 걸 인정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쓰든가.”
“……아니면?”
“아니면 쭉정이를 사람 만들어봐 야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되겠습니까?”
“굴리면 안 되는 게 없는 법이 지.”
“제가 저번에 분명 사람이 굴린다 고 다 되는 건 아니라고 말씀을 드 렸지만……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만은 편한 대로 하십시오. 쟤들이야 뭐, 굴리다 망가지든 말든 저는 아무 상관 없으니까요.”
“성격이 안 좋네.”
“원래 그랬습니다.”
피식 웃은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말했음 에도 아직까지 공연장을 벗어나는 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건방진 놈도 하나 있고.”
“아, 그놈이요? 재미있던데요. 감 히 회주님을 보고도 고개를 뻣뻣이 세우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
리 약해 빠져서 아무것도 못 느낀다 고는 하지만.”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놈이 마음을 바꾸면 제대로
악당이 되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