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51)
마존현세강림기-1553화(1550/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11화)
3장 도전받다 (1)
“선발은?”
“다 끝났답니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것 같 군.”
“애초에 그렇게 엄밀하게 따질 일 은 아니니까요. 삼배수를 선발하는
것 아닙니까? 연수 기간 동안 어설 픈 놈들은 다 탈락시킬 겁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다른 쪽에서는 쓸 만한 놈들이 좀 있었을까?”
“바라지 마십시오.”
“그렇겠지.”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누굴 탓하겠는가, 넘치는 일본의 인재풀을 개박살 내버린 사람이 다 름 아닌 강진호인 것을.
“그러게 걔들을 왜 다 죽이셨습니 까.”
“그때는 이럴 줄 알았나.”
강진호가 입맛을 다셨다.
당시만 해도 일본 무인의 명맥을 적당히 붙여놓고 수하로 굴리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당시에는 당장 일본의 공격을 버텨내 살아남 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참 정신없이 버텨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이놈들은 미국이나 유럽 무인들과는 다릅니다. 그쪽은 연수를 오기는 해도 나름의 정체성 을 지켜줘야 합니다.”
대놓고 마공을 가르치거나 총회의
무학을 가르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슈발리에들이 자신들의 무학을 지키면서도 총회의 소속이 된 것처럼, 이번에 한국으로 오는 미국의 무인이나 유럽의 무인들은 체계를 유지한 채 경지의 상승만을 노려야 한다.
하지만 일본 무인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가르칠 수 있다. 일본 무인들에게는 더 이상 지켜야 할 무학도, 전승되 어야 할 무학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뭘 가르칠지는 생각하셨습니까?” “ 딱히••••••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그렇게 깊게 생각하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딱히 계획은 없었다. 그저 일본의 전통적인 무학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 과도해.’
일본의 무학이 한국보다 뒤떨어지 느냐?
그건 아니다.
결국 무학은 무학일 뿐이다. ‘어 떤 무학을 익히는가’보다 ‘누가 익 히느냐’와 ‘어떻게 익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강진호가 정파의 무학 을 익혔다고 약했을 리야 있겠는가.
문제는 범용성이었다.
일본의 무학은 익히기가 난해하 고, 익힌다고 해서 효과가 바로 나 타나는 타입도 아니다. 제대로 효과 를 보기 위해서는 끝도 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며 파고들어야 한다.
일본 특유의 파고들기가 무학에도 반영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들인 노력을 보상받기까지 너무 오 랜 시간이 걸리는 무학이다.
그리고 강진호들은 그리 느긋하게 가르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단기적인 전력이 되지 못한다면, 저들의 존재가치는 반 이상 떨어져
버린다.
‘굳이 그 길을 갈 필요는 없겠지.’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애초에 방진훈에게 맡기기로 했 으니, 그대로 가지.”
“저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공을 익히게 한다면 단기적으로 는 전력이 더 강해질 것이다. 문제 는 마공은 아무래도 불완전한 면이 있다는 점이다. 마교나 총회처럼 관 리할 이들이 상주하는 곳에서야 별 문제가 생기지 않겠지만, 일본 무인
들이 안정적으로 마공을 구사할 때 까지 지켜보고 관리해 준다?
그건 주객전도다.
써먹기 위해 가르치는 이들이 애 물단지가 되게 할 수는 없잖은가.
“방 이사님이 잘 알아서 하실 겁 니다.”
“으 ”
“사실 총회 내에서 가장 과소평가 되는 분이 방 이사님이죠. 지금 방 이사님이 하는 역할은 과거 이중걸 이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큽니다. 영남회와 총회를 합친 만큼 늘어난 인원들은 모두 관리하고 있는데다가
둘 사이에 있던 알력도 모두 해소하 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지금은 애들 을 가르치는 동시에 마교와의 충돌 도 억제하고 계시고.”
“과소평가하는 사람 따위는 없 어.”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앞에 나서서 싸우고 목소리를 높 이는 사람만이 제 몫을 하는 건 아 니다. 방진훈은 제자리에서 모두가 활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 고 있었다.
과거의 강진호였다면 그런 역할을 대단치 않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
만, 이제는 안다. 그게 얼마나 힘들 고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지금 총회의 이사들 중에서 반드 시 필요한 한 사람만 고르라면, 강 진호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방 진훈을 고를 것이다.
바토르의 역할은 강진호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장민 역시 마찬가 지다. 위긴스는 조금 애매한 면이 생기겠지만, 그건 이현수가 어느 정 도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방진훈의 역할만은 강진호 나 이현수, 그 누구도 대체할 수가 없다.
“진짜 보너스라도 좀 챙겨 줘야겠 네.”
“연봉 올려주십쇼, 연봉!”
“……올려주기로 했잖아.”
“말만 하지 말고, 얼른 올려주십 시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아까 그놈이 귀엽지.’
이제 이현수는 머리가 굵어서 시 도 때도 없이 들이댄다.
어쩌겠는가, 이현수를 저리 만든 것이 자신인 것을.
“여하튼 이걸로 준비는 대충 끝났 습니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죠.”
“그렇지.”
“이제 하나가 남았습니다.”
“음, 또?”
“예.”
이현수가 양손을 모으며 말했다.
“기도해야죠. 제발 저놈들이 삼자 공멸해 달라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강진호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답도 없네, 진짜.’
[증거가 없다는데, 자꾸 왜 이러 십니까?]“이 총장, 정말 나랑 한 번 해보 자는 건가?”
[회장님, 제가 무슨 고래 심줄이 라고 회장님의 말씀을 거역하겠습니 까. 이건 저희가 어찌할 수 있는 일 이 아니라잖습니까.]“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정홍근이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벌써 세 번째 통화다.
전화를 할 때마다 좀 더 자세하 게 조사를 해보겠다고 면피하던 검
찰총장이 이제는 숫제 배를 째고 있 다. 그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려니, 이가 갈리고 속이 뒤집히는 정홍근 이었다.
“백주 대낮에 벌어지는 일을 왜 아무도 몰라? 그 고급 오피스텔에서 CCTV가 그 시간만 맞춰서 모두 사 라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그쪽에서 나서지 않고서야 누가 이 런 일을 하냐고!”
[저희가 공작한 일이 아닙니다. 막말로 저희가 왜 그런 일을 하겠습 니까?]“그럼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
이야?”
[허허, 참.]정홍근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것 봐라?’
같은 말이라도 사람의 태도는 천 차만별인 법이다.
증거를 찾지 못해서 범인을 특정 할 수 없다.
지금 검찰청장이 하고 있는 말의 요지는 이것이다.
문제는 그 말을 하면서 검찰총장 이 조금도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 는다는 점이었다. 마치 자신이 가게 에서 진상을 부리는 노인이라도 된
것 같지 않은가.
정홍근이 눈을 가늘게 뜨고 검찰 총장을 슬쩍 찔렀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생각이 있어.”
[회장님, 정말 저희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장님께서 믿 지 않으신다면, 저도 도리가 없습니 다.]“그래, 그렇단 말이지?”
정홍근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러고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불을 붙 였다.
‘겁을 안 먹어?’
정홍근 정도라면 검찰청장 따위는 하루아침에 갈아 치울 수 있다. 그 가 뿌린 돈이 가져다주는 권력을 감 안한다면, 검찰총장을 교체하는 데 딱히 명분도 필요 없었다.
명분 따위야 저들이 알아서 만들 어낼 테니까.
그런데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검찰총장이 그의 말을 귓등으 로도 듣지 않고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 다.
“누구야?”
[예?]“네가 그렇게 단단히 믿고 있는 이가 누구냐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 르겠습니다.]“ 몰라?”
정홍근이 코웃음을 쳤다.
“이봐, 나 정홍근이야, 정홍근! 내 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눈에 빤히 보이는 수작질을 해? 네가 이러면 내가 순순히 물러날 것 같아?”
수화기 너머에서 낮은 침묵이 흘 러나왔다.
“어차피 네가 말 안 해도 내가 알 아낼 수 있어. 그래, 어디 한 번 보
자고! 내가 어떻게 하는지 똑똑히 지켜봐!”
[회장님.]
“뭐야?”
[하아……』
수화기 너머에서 낮은 한숨이 새 어 나온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듣 고 잊어주십시오.]
이제야 뭔가 나오려는 모양이다.
정홍근이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렸다. 그러고 는 담배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어서 말해보게나.”
[관여하지 마십시오, 회장님.]
“••••••뭐?”
여유롭기 짝이 없던 정홍근의 표 정은 검찰청장의 말 한마디로 산산 이 깨어졌다.
[이건 건드리면 죽는 독입니다.]
“자네, 지금 내가 누군지 알고 이 런 말을 하는 건가?”
[압니다, 회장님. 대한민국에 발붙 이고 사는 이들 중에 태광 그룹을, 그리고 회장님을 무시할 수 있는 사 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농이 아닙니다. 건드리지 마십시오. 파고들지도 마십시오. 회장님도 무
사하지 못합니다.]
정홍근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쪽이야?”
[아니, 아닙니다. 그쪽은 아닙니 다.]대통령과 관련된 쪽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정계의 유력자도 아니라 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런 말이 나온다?
정홍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보게.”
[예, 회장님.]“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산전수전 을 다 겪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어.
때로는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적도 물고 늘어져서 결국은 꼬꾸라뜨렸 지. 그런데 그런 나도 감당하지 못 할 이가 누가 있다는 말인가.”
[회장님, 이건 제 마지막 예의로 드리는 말입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 릴 수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명심해 주셔야 합니다. 관여하지 마 십시오.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십시 오.] [제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저 따위는 관여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정홍근이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 내고는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재떨이 에 비벼 껐다.
“하나만 물어보자, 이거야.”
[예, 회장님.]“자네는 이 일을 벌인 이가 누군 지는 아는 거야?”
[모릅니다.]“정말이야?”
[예.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조사 자 체가 허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어느 선에서 조치가 내려 왔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시죠?] [그만두십시오, 회장님. 저도 회장 님께 받은 은혜가 있으니 통화라도 하는 겁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어떤 이도 이 자리에서 회장님과 통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일단 알았어.”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가 바로 끊 겼다. 귀를 파고드는 통화 단절음에 서 다급함을 느낀 정홍근이 피식피 식 웃고 말았다.
‘건드리지도 말라고?’
이 정흥근에게?
정홍근이 가만히 소파에 등을 기 댔다.
차라리 적당히 상대의 정체를 알 려주기라도 했다면, 그게 아니라도 그냥 네가 참으라는 식으로만 나왔 어도 이런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검찰총장의 발언은 결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 리고 말았다.
바로 정홍근의 자존심이다.
모른다.
저런 놈들은 모른다.
아직 삶이 남고, 더 많은 것을 이
룰 수 있는 이들은 모른다. 이제껏 이룬 것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 이 자신이 이룬 것을 얼마나 소중하 게 여기는지.
그런데 지금 저 검찰청장의 말이 정홍근이 일생 동안 일궈온 것을 모 두 부정했다.
“어디 보자고.”
어디 한 번.
정홍근이 인터폰을 눌렀다.
“박 전무 들어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