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52)
마존현세강림기-1554화(1551/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12화)
3장 도전받다 (2)
“회사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누군지 알아내.”
박상우 전무가 고개를 슬쩍 들어 정홍근을 바라보았다.
고집스레 닫힌 정홍근의 입매를 보는 순간, 박상우는 더 이상 어떤 말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정홍근을 모셔온 그에게 표정만으로 정홍근의 심정을 짐작하 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다만…….
“회장님.”
직장인이란 때로 안 되는 걸 알 면서도 들이대야 할 때가 있는 법이 다.
“이번 한 번은 참으시는 게 어떻 겠습니까?”
정홍근의 눈이 일그러졌다.
“자네.”
“예, 회장님.”
“내 성질 몰라서 그러는 건가?”
“아닙니다, 회장님. 이번 일로 회 장님이 얼마나 심려가 깊으셨는지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런 말을 지껄인단 말 이야?”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느낌은 얼어 죽을 느낌!”
정홍근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큰일 벌일 때마다 박 전무가 느 낌 좋다고 한 적은 있어? 항상 느 낌이 안 좋았잖아?”
“회장님……
박상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에도 제가 하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시니 회장님께서도 저 를 옆에 두고 쓰시는 것 아닙니까?”
요쯔 ”
퍼、•
그 말에는 동의한다는 듯 정홍근 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도 짧게 혀를 차 불만은 내보이는 걸 잊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이 일이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애매한 권력자였다면 적당히 누구인 지를 알려주고 협의하라는 식으로 나왔을 겁니다.”
“그게 말이나 돼?”
정홍근이 단호한 눈으로 말했다.
“내가 누구야? 자네는 누구고?”
“……태광 그룹의 회장님이십니 다.”
“나라고 생각이 없겠어? 생각해 봤다, 이거야!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우리 태광을 일방적으로 박살 낼 수 있는 데가 어디 있냐, 이 말이야!”
박상우 전무이사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정홍근의 말은 그리 틀리지 않았다. 한 회사를 풍비박산 낸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서는 거의 불가능 한 일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정보가 빠른 세
상에서는 과거 군사정권 때처럼 일 단 박살을 내버리고 적당한 이유를 붙여 해명하는 게 통하지 않는다.
그룹의 재무 정보나 사업 자체가 이미 대중에 웬만큼은 공개가 되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 하나 짓누르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인데, 태광을 부순 다?
‘말이 안 되지.’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수 많은 정치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적당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 면 실각의 위험까지 존재한다.
그런데 누가 감히 이런 부담을 지고 태광을 건드린단 말인가.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박상우가 저리 자신만 만하게 나오는 것이다.
“그래도 회장님, 검찰총장이 그렇 게까지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겁 니다.”
“총장? 검찰총장? 그게 뭘 알 아?”
“……회장님.”
정홍근이 코웃음을 쳤다.
“검찰이라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 지 알아? 권력이 전부인 줄 아는
놈들이야. 당연하겠지. 제 놈들은 윗 놈들이 손가락하나 까딱하면 목이 잘려 나가는 처지니까. 게다가 잘나 가는 회장들이 검찰청 들어갈 때는 하나같이 휠체어나 타고 가서 굽실 대니까 재벌이 별게 아닌 줄 아는 것 아니냐고.”
“그 샌님들이 뭘 알겠어. 지들이 아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거지. 그러니 그딴 말을 함부로 하는 거 지. 신경 쓸 것 없어.”
“하지만 회장님.”
정홍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박 전무.”
“예, 회장님!”
“자꾸 나를 화나게 할 셈이야?” 박상우가 입을 꾹 다물었다.
정홍근의 눈가에 노기가 어린다. 이 이상은 그라도 위험하다. 그를 쳐내지야 않겠지만, 잠시 동안 전출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내가 웬만해서는 이런 일을 안 해. 모르겠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이놈들이 알고 있단 말이야. 저 놈들이 우리 정가를 건드렸다는 걸 알고 있다고! 그 말인즉, 저놈들이
이미 약을 쳤다는 이야기잖아.”
“그렇습니다만…… 그게 왜?”
“알고 건드린 거란 말이야, 알 고!”
박상우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명철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걸 알 고도 이런 짓을 벌인 거란 말이지! 그리고 내가 화를 낼 거라는 사실도 짐작하고 미리 검찰 쪽에 손을 써둔 거란 말이야. 이게 나를 엿 먹이겠 다는 생각이 아니고 뭐란 말이야!”
정홍근이 대노하여 테이블을 내려 쳤다.
“이 정홍근이가 만만하게 보이지
않고서야 어떻게 감히 이런 일을 벌 일 수가 있어! 이게 정말 명철이의 일이라고 생각하나?”
박상우가 눈을 딱 감았다.
정홍근의 말대로라면 이건 더 이 상 정명철의 일로 국한할 수 없다. 이건 태광에 대한 도발이자, 정홍근 에 대한 도발이다.
“나는 내 눈으로 봐야겠어. 이 정 홍근이를 개무시하고 이런 일을 벌 이는 놈들이 누구인지!”
“회장님…… 감당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감당 못할 일이 이 대한민
국에 있어?”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가 누군 데 감히 한국 땅에서 나를 무시할 놈이 있단 말이야. 대통령도 그런 짓은 못해! 찾아! 회사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이런 일을 벌인 놈들 이 누구인지 찾으란 말이야! 알았 어‘?”
결국 박상우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회장님. 회장님의 지시대로 정명철 사장을 시해한 이들이 누구인지 제가 알아
보겠습니다.”
“박전무.”
“예, 회장님.”
“사람이 늙으면 걱정이 많아지고 겁이 많아지는 법이야. 자네나 나나 늙었어. 알아?”
“……예.”
“늙은 놈이 젊은 사람처럼 굴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겁이 나도 배에 힘을 딱 주고 버티는 거야. 겁 이 나지 않는 것처럼. 그게 안 되면 물러나는 거고!”
“……예, 회장님.”
정홍근이 가만히 박상우를 노려보
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 자네를 나무라는 게 아냐.”
“예.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마찬가지라는 거야. 자네가 겁을 먹으면 자네가 물러나야 하는 거고, 내가 겁을 먹는 날은 내가 물러나는 날이 되는 거지. 이제 우리한테 뭐 가 남았어? 젊은 놈들처럼 머리가 쌩쌩 돌아가, 아니면 그놈들처럼 빠 릿빠릿하게 대처가 돼. 남은 거라고 는 경험하고 배짱밖에 더 있냐, 이 거야.”
“회장님의 말씀이 옳으십니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저 말은 옳다.
이제 정홍근이나 박상우나 젊은이 들을 따라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럼 에도 회장이니 전무니 하며 고개를 뻣뻣이 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한 발을 물러나면 끝이야. 한 발을 물러서면 다시 한 발을 내주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 니란 말이지. 이게 사소한 일로 보 이나?”
“……아닙니다.”
“이건 태광에 대한 도전이고, 나
에 대한 도전이야. 내가 이 일을 그 냥 넘겼다는 말이 나와봐. 온 재계 가 나도 이제 힘이 빠졌다고 이를 드러낼 게 빤하단 소리야! 알았어?”
“……예.”
정홍근이 영 마뜩찮다는 얼굴로 박상우를 바라보다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은 물러설 때가 있고, 물러 서지 말아야 할 때가 있어. 이게 물 러설 때였다면, 나도 납작 엎드렸을 거야. 다 늙은 놈이 자존심만 찾는 게 아니란 소리야.”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그래. 그럼 얼른 알아봐.”
“예, 회장님.”
박상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홍근 을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러고는 회장실을 벗어나 문을 닫았다.
회장실 문에 기댄 박상우가 눈을 살짝 감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정홍•근의 말도 일리가 있다. 아 니,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정흥근 의 말이 옳다.
하지만 박상우는 아까부터 자꾸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듯한 진득한
느낌을 떨쳐 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불안해.’
왜 불안하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궁색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돌아가는 정황이 영 일반적이지 않 았다.
정홍근 회장은 검찰총장이 세상을 모르는 샌님이라 저런 말을 한다고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샌님이 무슨 수로 검찰총장 자리까지 올라간단 말인가.’
그들이 정계를 재계보다 두려워하 는 건 사실이겠지만, 필요에 따라서
는 재계와 손을 잡고 정계를 공격하 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이다.
아무래도 이 일은 영 껄끄럽다.
“어떻게 되셨습니까?”
그가 회장실에 불려갔다는 말을 듣자마자 회장실 앞으로 몰려와 대 기하던 이사들이 박상우를 재촉해 댔다.
“……일단 조사하라고 하시는군.”
“정명철 사장님의 일 말입니까?”
“그렇다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일에 그룹사 가 직접 나서는 건……
박상우가 눈을 찌푸렸다.
“이런 일이라니? 회장님의 손자분 이 다쳤는데, 그걸 이런 일이라고 적당히 치부해 버린다는 말인가?”
“죄, 죄송합니다.”
“입조심해. 여기가 어디라고!” 목소리를 낮춘 박상우의 말에 이 사들이 목을 움츠렸다.
“이런저런 말 할 것 없어. 회장님 지시나 이행해.”
“선을 대봅니까?”
“우선은 경찰이든 검찰이든 관련 되어 있는 이들이 있을 테니, 알고 있는 선은 다 동원해서 찔러봐.”
“자금은……
“나한테 선보고만 하면 얼마든지 지원해 줄 테니, 일단은 알고 있을 만한 이들은 모조리 물어봐. 그리 고…… 아무래도 이 일이 정계와도 관련이 있는 모양이니, 정치권도 찔 러봐.”
“여당 쪽은 쉽지 않을 겁니다.”
“언제는 쉬운 일 있었어?”
박상우가 차가운 눈으로 쏘아보자 다들 고개를 푹 숙였다.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이면 월급 값은 해야지. 이런 일도 제대로 처 리하지 못하면 그 비싼 돈 받을 염 치가 없는 것 아냐!”
“……그렇습니다, 전무님.”
“움직여.”
“예!”
이사들이 우르르 흩어지자 박상우 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 회장의 말에 그나마 토라도 달 수 있는 건 회장실 안까지다. 일 단 그곳에서 정해진 일을 회장실을 벗어나는 순간, 법이 되어야 한다.
그게 태광의 법칙이고, 이 수많은 이들이 일하는 회사가 지금껏 일사 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던 이유다.
설사 그게 잘못된 지시라고 할지 라도, 분열되는 것보다는 일사불란
하게 잘못을 저지르는 쪽이 낫다.
‘지금까지는 그랬지.’
지금까지는.
하지만 박상우는 한 가지 의혹만 은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과연 그게 맞을까?’
이 일사불란함이 최악으로 작용했 을 때는 그룹사 전체를 지옥으로 밀 고 들어가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아니겠지.”
박상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어쩌면 그의 상상이 맞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 다. 지금만은 아니어야 한다.
‘태광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 는다.’
수많은 위기를 버텨내고 여기까지 온 그룹이다. 그가 평생을 바쳐 온 회사다. 그런 거대한 회사가 겨우 이만한 일로 무너질 리는 없다.
상대가 누구든 태광을 상대하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설사 조금의 위기를 겪는다고 해 도…….
박상우가 슬쩍 회장실의 문을 바 라보았다.
‘회장님이 조금은 내려놓는 계기 가 될지도 모르지.’
이미 기호지세다.
박상우가 살짝 관자놀이를 누르고 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부디 이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