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56)
마존현세강림기-1558화(1555/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16화)
4장 호통치다 (1)
“아, 아니!”
“회장님?”
안으로 들어온 이를 본 회장단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저분이 오시나?’
‘평소 이런 자리에는 얼굴도 안 비치시던 분이.’
‘난리 났군.’
회장들의 얼굴이 살짝 하얘졌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다름 아 닌, 재경 그룹의 회장인 황정후였다.
재계의 사자.
그리고 회장들 사이에서는 왕회장 이라 불리는 두 사람 중 한 명이다.
“앉아. 뭐 대단한 사람 왔다고 일 어나기까지 해.”
“회장님, 그동안 강녕하셨습니 까?”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죄송합 니다, 회장님. 제가 진즉 찾아뵈었어 야 하는 건데, 바쁘다는 핑계로 찾
아뵙지 못했습니다!”
“오신다고 말씀만 하셨으면 마중 을 나갔을 텐데.”
회장들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같은 윗세대라고는 하지만, 정홍 근을 대하는 태도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정홍근이 그들의 아버지뻘과 경쟁 하며 기업을 키워온 원로이자 선배 라면, 황정후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스승과도 같았다.
재계에 몸을 담은 이들 중 황정 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가 없다. 설사 지금은 황정후의 재경 그룹보
다 더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 라 해도 감히 황정후 앞에서는 고개 를 들 수가 없다.
이들이 가장 잘 안다.
편법 없이, 정공법으로 회사를 키 워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그 리고 황정후는 그 어려운 일을 자신 의 손으로 일구어낸, 신화적인 존재 였다.
지금 그들이 더 큰 회사를 가지 고 있다고 해서 감히 황정후보다 뛰 어난 경영자임을 자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여기 앉으면 되나?”
황정후가 정홍근의 건너편에 있는 또 하나의 상석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정홍근을 바라봤다.
살짝 못마땅한 눈으로 황정후를 응시하던 정홍근이 입을 우물거리다 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코빼기도 안 보이던 인간이 여긴 뭐 하러 왔어?”
“웃기는 놈일세. 그럴 거면 초대 장은 뭐 하러 보냈어? 종이 아깝게. 기껏 오라고 해서 왔더니, 왜 왔냐 는 소리나 하고 있네. 치매에 걸렸 으면 집에 가서 손주 재롱이나 봐.
괜히 경영이니 어쩌니 하고 여러 사 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정홍근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저 망할 놈이!’
앙숙.
그 말이 아니고서는 두 사람을 표현할 말이 없다. 연배가 비슷하고 사업이 겹치는 두 사람은 평생을 이 렇게 아웅다웅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정흥근은 언제나 황정후에 게 뒤처져 있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비슷한 궤에 올랐지만, 황정후가 건강 문제로 자 리를 비운 동안 재경이 흔들리지 않
았더라면 감히 꿈꿀 수도 없던 일이 라는 건 정홍근이 가장 잘 알고 있 었다.
“그래서 뭐? 누굴 밟자고?”
“듣고 왔나?”
“듣긴 개뿔을 들어. 네놈이 하는 짓거리야 빤하지!”
“••••••이익!”
정홍근이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니들도 마찬가지야. 어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의 총수라 는 것들이 저 노망난 늙은이가 시키 는 걸 하겠답시고 여기 와서 꼬리를 혼들고 있어!”
총수들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누구도 감히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설사 대통령이라고 해 도 그들을 이런 식으로 대놓고 면박 줄 수는 없다.
세상에서 오로지 한 명.
황정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거, 늙은 놈이 성질만 남아서는! 방해할 거면 돌아가!”
“쯧쯧쯧, 저놈은 나이가 들어서도 저 지랄이네.”
황정후가 피식피식 웃었다.
“그래서 어디? 어딜 어떻게 한다 고?”
정홍근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자, 슬쩍 눈치를 본 장명구가 대신 대답 을 해주었다.
“그…… MK라는 곳에서 정 회장 님의 손자분을 폭행했답니다.”
“얼씨구? 그래서?”
“그래서 그…… 경찰 쪽에서는 조 사를 안 해준다는 걸로 봐서 그 MK라는 곳이 정권에 돈을 많이 먹 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그…… MK 라는 곳에 제재를 좀 하자, 뭐 이런 말 중이었는데……
“제재? 뭘 어떻게 할 건데?”
“대고 있는 식자재 납품을 중지할
생각입니다.”
“중소기업 쪽에서도 못하도록 허 리 꾹꾹 눌러주고?”
“……예.”
황정후가 낄낄대며 웃었다.
“저 영감탱이가 간만에 머리를 좀 썼구만. 그렇지, 그렇지. 가맹점주들 이 있는데, 재료가 납품 안 되면 난 리가 나겠지. 회사야 버티면 그만이 지만, 점주들은 못 버티니까.”
황정후의 반응이 의외로 나쁘지 않자 총수들도 얼굴을 풀었다.
“우리랑은 별 관계가 없는 이야기 네? 우리야 유통이랑은 별 관계가
없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총수들이 슬쩍 황정후의 눈치를 봤다.
“왜? 내가 막을까 봐?”
“……회장님.”
“눈치 보지 마. 괜찮아. 하고 싶 은 대로 해.”
황정후가 껄껄 웃었다.
그제야 기분이 좀 풀린 듯 정홍 근도 안색을 풀었다.
“저놈이 실성을 했나, 뭘 저리 웃 어 대?”
그러거나 말거나, 황정후는 테이
블을 두드리며 웃었다.
“좋아서 웃는다, 이놈아.”
“뭐가 그리 좋아?”
“아니, 이렇게 좋은 거래처를 넘 겨주겠다는데, 내가 좋지 않을 리가 있나.”
“•…”뭐?”
“듣자하니 거기 카페가 전국에 수 십 개고, 곧 100개까지 늘린다던데, 이런 데만 독점으로 맡아도 유통사 하나 차리는 거지. 좋아, 좋아. 너희 는 다 빠져. 나 혼자 할 테니까.”
“이놈이!”
정홍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다른 총수들도 겸연쩍은 표정으로 황정후를 바라봤다.
“ 회장님……
“똑똑히 들어, 이놈들아!”
황정후가 표정을 바꾸고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천치 같은 것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직 이런 수작질을 하고 있 어? 니들이 그딴 식으로 구니까 대 기업이 갑질을 하니, 어쩌니로 세상 이 시끄러운 것 아냐! 치고 올라오 는 곳은 일단 밟고 보려는 것 아 냐!”
“그, 그게 아니라… 정 회장님의 손자분이……
“그 인간 말종 같은 놈이 좀 얻어 맞은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황정후가 코웃음을 쳤다.
“요즘 같은 세상이니까 그놈이 목 붙이고 살아 있는 거지, 옛날 같았 으면 내가 빠루로 머리를 깨버렸을 거야. 어디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 사람입네 하고 까불어 대!”
정홍근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 랐다.
“방해하러 온 거면 당장 꺼져!”
“꺼지긴 니가 꺼져야지. 넌 쪽팔 리지도 않냐? 애비대부터 나라 팔아 먹고 일본 놈들 발이나 핥던 놈이 어찌 이 나이가 되어서도 똑같은 짓 을 하고 있어!”
“황정후!”
정홍근이 테이블을 내려쳤다.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친 일파 놈이 모가지 안 짤리고 살아남 았으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품고 살 아야지. 어디 일본 돈 끌고 와서 회 사 차리고 목을 뻣뻣이 세우고 다 녀! 그리고!”
황정후의 부리부리한 눈빛이 주변
총수들을 훑어보았다.
“니들은 그만큼 돈을 처 벌어놓고 도 아직 저런 놈한테 뭐 뜯어먹을 것 없나 붙어 있어? 니들이 그러고 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이야? 에라이, 이 빌어먹을 놈들아! 사람 은 염치가 있어야 사람이야! 부끄러 움을 모르면 짐승이다, 이 말이야!” 총수들이 다들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운 건 둘째 치고, 일단 황 정후와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
‘거, 불편해 죽겠네.’
‘갑자기 왜 오셔 가지고.’
아버지께 야단을 맞는 기분이다.
일단 명분도 저쪽에 있으니, 변명거 리도 없다.
“니들 마음대로 해봐. 대신! 니들 이 발 뺀 자리는 내가 바로 차고 들어갈 테니까, 나중에 딴소리들 하 지 마라. 알았어?”
황정후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총수들이 기겁을 하고는 황정후를 바라봤다.
“가, 가십니까?”
“할 말 다 했으면 가는 거지, 내 가 뭐 하러 여기에 왔겠어. 저 쪽발 이 놈 얼굴만 보고 있어도 속이 뒤 틀리는데!”
“이, 이 썩을 놈이!”
“하고 싶은 욕 해. 하고 싶은 욕. 빠가야로! 빠가야로 아냐? 거, 옛날 에는 한국말도 잘 못하던 놈이 이제 는 일본 욕도 안 하네. 어이고, 옛 날 같았으면 나라 말아먹었을 놈이 야, 저거. 간신배 같은 놈.”
사람 앞에서 대놓고 하지 못할 욕을 바가지로 쏟아낸 황정후가 몸 을 홱 돌렸다.
“사요나라. 어, 그래. 사요나라!” 황정후가 지팡이를 휘휘 젓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남은 이들에게 기이한 침
묵이 감돌았다.
“그……
장명구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정홍근을 돌아봤다.
“분위기가 영 그런 것 같으니, 이 문제는 다음에 다시 말씀하시죠.”
“그, 그럼요, 그럼요. 지금은 말을 해봐야 애매하기만 하고…… 차라리 정리가 되고 나서 말씀을 드리겠습 니다. 일단 그 MK인지 뭔지가 어 떤 곳인지도 알아봐야 하고.”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회장 님.”
총수들이 저마다 짧은 인사를 남
기고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 다.
그러고는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부리나케 아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 터의 버튼을 연타해 댔다.
“빨리, 빨리!”
“회장님 벌써 내려가셨어?”
“밑에 놈들한테 전화해서 회장님 좀 잡아두라고 해! 인사는 드려야 할 것 아니냐고!”
“거, 나이도 있으신 분이 걸음이 왜 이렇게 빨라!”
회장단이 다급하게 열린 엘리베이 터에 몸을 실었다.
정홍근 앞에서는 말을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황정후를 따라가서 자신 은 동참하지 않겠다고 말을 해야 한 다. 그래야 다음에 황정후의 얼굴을 볼 때 민망하지 않을 수 있다.
부끄러움?
그런 게 아니다.
황정후와 정흥근이 이렇게 정면으 로 붙는다면, 무조건 황정후의 편에 붙는 게 이득이다. 어차피 서로 경 쟁하는 관계이니, 이미지가 좋은 쪽 과 연결되는 쪽이 낫다.
빠르게 계산을 끝낸 총수들이 회 의실을 모두 빠져나가자, 혼자 남겨
진 정홍근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 저…… 저 미친 늙은이가!” 콰아아앙!
그가 테이블을 힘껏 내려쳤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생수병들 이 좌우로 쓰러진다.
“아아아아아아악! 이 개자식!”
한껏 비명을 지른 정홍근이 의자 와 책상을 지팡이로 마구 내려쳤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등 뒤에 보이는 커다란 TV를 지팡이로 후려쳤다.
쩌어어어억!
액정에 금이 간 TV를 노려보던
정홍근이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저 개 같은 늙은이가 무슨 바람 이 불어서!”
이런 일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던 사람이 황정후다. 그런데 그 황정후 가 뜬금없이 이 자리에 나타나 MK 를 비호한 것이다.
그의 가장 아픈 부분을 대놓고 비난하면서!
정홍근이 창가로 가 아래를 내려 다보았다.
당연하다는 듯 길가에 서 있는 황정후와 그를 쫓아간 총수들의 모 습이 보인다. 연신 황정후에게 고개
를 숙이는 총수들을 보고 있으니 배 알이 뒤틀리고 속이 뒤집어졌다.
“이…… 이 빌어먹을 놈들!”
뭐가 다르다는 말인가.
그와 황정후가 뭐가 다르기에 저 돈밖에 모르는 놈들이 모두 황정후 를 택한단 말인가!
꽉 깨문 정홍근의 입술이 터지면 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래…… 네놈이 MK를 감싸고 돈다, 이거지?”
정흥근의 눈에 핏발이 섰다.
“MK고 재경이고 다 가만두지 않 겠어! 이 개 같은 놈들! 태광을 건
드린 대가가 뭔지 내가 제대로 알려 주지!”
분노에 찬 정홍근의 고함 소리가 몇 번이고 회의실 밖으로 울려 퍼졌 다.
상황을 지켜보다 문 앞까지 달려 온 비서진들은 감히 그 문을 열지 못하고 한참 동안을 그저 밖에서 숨 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