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57)
마존현세강림기-1559화(1556/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17화)
4장 호통치다 (2)
“……그래서 쪽발이라고 욕을 하 고 나오셨단 말입니까?”
“욕은 뭔 놈의 욕이야. 개보고 개 라고 하는 게 욕이야? 쪽발이보고 쪽발이라고 하는 게 왜 욕이야?”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아니,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닌
데…….
개보고 개라고 하면 욕이 아니지 만, 개새끼라고 하면 욕이 아닐까?
황정후가 손에든 커피를 후룩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여하튼 그 친일파 놈이 회장입네 뭐입네 하고 떵떵거리는 꼴이 마음 에 안 들었는데, 잘됐어. 이런 기회 가 없으면 내가 그놈이랑 말 섞을 일이 뭐가 있겠어.”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강진호가 고개를 숙이자, 황정후 가 피식 웃었다.
“감사는 얼어 죽을 감사야. 어디, 네놈이 그런 일로 눈 하나 깜빡할 놈이야? 괜한 일인 것 나도 알고 있어. 그냥 나는 욕하러 간 거야.”
이건 반은 진심이었다.
황정후는 강진호가 이만한 일로 혼들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껏 그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이건 그저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했다.
유통사가 물건을 대주지 않는다 면, 제 손으로 유통사를 차려 버릴 인간이다.
그 와중에 생기는 사소한 손해나 귀찮음은 얼마든지 감수하고도 남았 다. 저들이 강진호를 상대할 생각이 었다면, 방법을 잘못 잡은 거다.
“여하튼 그놈은 써먹을 데가 없는 놈이야. 머릿속에는 질투와 자존심 만 가득하고, 허영 덩어리 같은 놈 이지. 그런 놈이 돈 버는 재주는 있 어서 저만한 회사를 키웠다는 게 대 한민국의 서글픔이지.”
황정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연신 입술을 우물거렸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라.”
“예.”
황정후가 진지해진 얼굴로 말했 다.
“저놈이 저리 큰 회사를 만들 수 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집착이 평범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 로 과하기 때문이야. 그런 놈이 앙 심을 품었으니, 이렇게 쉽게 끝나지 는 않을 거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진호가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황정후가 헛웃음을 지었 다.
“뭔 날파리라도 달라붙는 사람의 얼굴이구나. 야, 이놈■아. 그래도 태
광이고, 그래도 정홍근이야. 만만하 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닙니다. 그 저……
“그저?”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저걸 적이라고 판단을 해야 할 지, 아니면 귀찮은 꼰대라고 판단을 해야 할지.”
“뭐‘?”
황정후가 웃어버렸다.
대한민국을 통틀어도 정홍근을 저 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강 진호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재미있는 건 강진호가 저런 말을 하는데도 전혀 허세로 느껴지 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어른 행세도 못하겠구만.’
어차피 황정후는 강진호가 자신과 비슷한 연륜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을 알고 있다. 그래도 그에게 조언 이나마 할 수 있던 이유는 황정후가 강진호와는 비할 수 없을 만큼 현대 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이다.
하지만 이제 현대에 완전히 익숙 해져 버린 강진호는 자신만의 영역 을 확고히 구축하고는 황정후 이상
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완전 꼬맹이였는데……
물론 겉모습만 어린 것이지만.
이제는 강진호에게 이런 식의 잔 소리 말고는 할 게 없다는 사실이 황정후를 조금 서글프게 만들었다.
“그래, 네놈이 잘 알아서 하겠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신 불법은 적당히 저질러라.”
황정후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 방식에 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도 평생을 떳떳 하게 살아왔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
이니까. 다만…… 예전과는 다르지. 지금의 너는 굳이 그런 방식을 택하 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 말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황 정후의 말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 다.
그에게 있어서 황정후는 나이를 떠난 멘토 같은 존재니까. 그 덕분 의 강진호는 물론이고, 가족들 역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받은 것이 있다면 갚는 것이 있 어야 한다.
물론 황정후는 강진호가 자신의 병을 고쳐 주고 관리해 주는 것만으 로 충분히 대가를 받았다고 생각하 겠지만 말이다.
“주의하겠습니다.”
“쯧.”
황정후가 겸연쩍은지 살짝 혀를 찼다.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구나.”
“아닙니다.”
강진호가 황정후를 똑바로 바라보 며 입을 열었다.
“항상 도움이 됩니다.”
강진호의 눈이 그 말이 진실이라
는 것을 알려준다.
괜히 어색해진 황정후가 헛기침을 하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저 강진 호가 저런 말을 해준다는 게 그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강진호는 모를 것이다.
수많은 이들에게 회장님으로 떠받 들린다고 해서 공허함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오로지 그가 인정한 이들의 평가만이 그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그래. 그럼 이 이야기는 적당히 하고. 민수, 그놈은 어떻더냐? 잘하 고 있느냐?”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일 못합니다.”
“•…”으응?”
“정말 못합니다.”
황정후의 얼굴이 싹 굳어졌다.
“그, 그렇구……
“그러니 재경으로 다시 데려갈 생 각은 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데리고 있을 겁니다.”
“허…… 이놈.”
그제야 얼굴이 풀린 황정후가 살 짝 안심했다는 듯이 의자에 등을 기 댔다. 말은 안 해도 황민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었다.
가만히 강진호의 뒤에 서 있던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 다. 함부로 둘의 대화에 끼어들 수 없었는데, 이제야 그가 나설 타이밍 이 온 것이다.
“사장님은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이현수가 살짝 부연했다.
“사장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프렌 차이즈를 정착시키는 건 절대 불가 능했을 겁니다. 설사 성공했다고 하 더라도 이런 형태는 아니었겠죠. 정 말 많은 것을 해주셨습니다.”
“거, 뭐, 모자란 놈이 해봐야 얼 마나 한다고.”
살짝 역정을 낸 황정후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 으음, 그래. 그놈 이 내 밑에서 많이 배우기는 했지. 인성이 글러먹어서 그렇지, 능력만 따지면 어디서도 써먹기 나쁘지 않 을 거야. 흠, 흐홈!”
살짝 얼굴을 붉히며 입가를 가리 는 황정후를 보며 강진호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을 참기가 쉽 지 않다.
‘그렇게 좋으시면 부르시지.’
아마 황정후가 부른다면 황민수도 만사 젖혀놓고 달려올 것이다. 하지
만 아직은 황정후도, 황민수도 그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잘하시기도 하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십니다. 그 열정은 저도 본받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람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 가치 가 없는 거야. 제 가진 능력도 제대 로 발휘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어! 열심히 하는 게 대단한 게 아 니라,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부 끄러워해야지!”
“……여하튼 그렇습니다.”
이현수가 입을 닫고는 한발 물러 섰다.
너무 과하게 들이밀었다가는 역효 과가 난다. 이쯤에서 적당히 빠지는 게 가장 좋아 보였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큰아드님은……
“내버려 둬. 제 놈도 제 길을 찾 겠지.”
황정후가 담배를 길게 빨고는 한 숨을 내쉬었다.
자식들의 이야기가 나오니 심사가 조금 복잡한 모양이었다. 평생을 부 끄럼 없이 살았다고 자부하는 황정 후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자식들 아
니던가.
담배를 뻑뻑 피워 대던 황정후가 슬쩍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그러고는 씁쓸하게 말했다.
“예전 네 말이 맞았어. 내가 잘못 이 컸지.”
황정후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홱 들었다.
“예?”
황정후의 입에서 설마 저런 말이 나올 줄이야. 일본이 쳐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보다 더 놀라웠다.
“이번에 민수 놈이 MK에서 일하 는 걸 보니 알겠더구만. 그놈들에게
재경이라는 환경은 좋은 곳이 아니 었던 거야. 어딜 가든 내 새끼라고 오냐오냐해 줬으니 그리될 수밖에.”
“••••••예?”
말•이 좀 이상한데?
“진즉부터 회사에서 내쫓아서 험 한 사회를 경험하게 했어야 하는데, 내가 그 생각을 못했어! 사자는 제 자식을 절벽으로 떠민다던데!”
“그럼 죽어요……
사자가 들었으면 기겁할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황정후였다.
강진호는 사람은 역시 쉽게 바뀌 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넌지시 입
을 열었다.
“아까는 반쯤 농담으로 말씀드렸 지만……
“음‘?”
“황 사장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 하십시오.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내가 그놈이 왜 필요해?”
황정후가 황당하다는 듯이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너, 우리 회사가 얼마나 잘 돌아 가고 있는지 몰라서 그러냐? 작년에 도 매출이 5%나 올랐어!”
“압니다.”
황정후가 경영을 정상화한 후, 재
경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물론 과거처럼 비약적인 성장을 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완만하게나마 나 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경영과 재정의 건전성 을 확보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그놈들은 회사를 반쯤 말아먹은 놈 들이야. 아서라, 아서. 내가 그놈들을 다시 쓰느니, 회사를 팔아먹고 말지.”
“살 곳은 있구요?”
“중국 놈들은 좋아하겠지.”
황정후의 말에 강진호가 살짝 한 숨을 내쉬었다.
“회장님.”
“음‘?”
“사람은 영원히 살지 못합니다.”
그 무거운 목소리에 황정후가 살 짝 눈을 가늘게 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모두가 그 사실을 모르고 삽니다. 그걸 실감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입 니다.”
경험이 묻어 있는 말이다.
그렇기에 무겁고, 그렇기에 진실 했다.
“무슨 말인지는 안다만……
“이제는 슬슬 후계도 생각하셔야
지요.”
“나는 아직 괜찮아.”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게 사 람입니다.”
황정후가 영 불편하다는 듯 미간 을 좁혔다. 하지만 바른말은 막지 않는 게 또 황정후의 철칙이었다.
“병에 걸려 죽고, 노화로 죽고…… 그것만이 죽음이 아닙니다. 내일 당 장 천장이 무너져 깔려 죽을 수도 있 는 게 사람입니다. 특히나 회장님처 럼 많은 걸 이끄시는 분은 후계를 생 각하셔야 합니다.”
강진호가 쓰러진 후.
마교는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 다.
전 중원을 그 발아래에 둔 마교 다. 어떤 문파도, 어떤 세력도 그런 업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다시 말 하자면, 유사 이래 최강의 힘을 과 시하던 마교조차도 강진호의 부재를 감당하지 못해 삼류 문파로 전락하 고 말았다.
강진호의 영향력이 거대했던 만 큼, 강진호의 빈자리도 그만큼 컸던 것이다.
그렇다면 재경은?
황정후가 갑자기 쓰러지면 재경은
어찌 되겠는가.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것에도 한계 가 있다.
“재경은 회장님만의 것이 아니라 고 말씀하셨잖습니까. 회장님이 없 어도 재경의 직원들은 먹고살아야 죠. 그걸 준비하는 건 회장님의 의 무입니다.”
“거, 내가 그리 생각이 없어 보이 나? 내 다 생각이 있어!”
“아, 그럼?”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그래서 말인데……
황정후가 살짝 미소를 띠었다.
그 환한 얼굴을 본 강진호는 되 레 살짝 불안해졌다.
황민재나 황민수의 이야기가 나올 거라면 황정후가 이런 표정을 짓지 는 않을 것이다.
‘또 무슨 엉뚱한 이야기를 하려고?’ 강진호가 살짝 화제를 돌리려는 순간, 황정후가 그가 도망갈 수 없 도록 얽어맸다.
“그 후계 말이다만, 네가 해볼 생 각은 없느냐?”
“ 예?”
강진호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