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59)
마존현세강림기-1561화(1558/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19화)
4장 호통치다 (4)
강진호를 태운 차가 부드럽게 도 로를 내달렸다.
운전대를 잡은 이현수가 콧노래를 부르다가 슬쩍 백미러를 바라보았 다.
혼이 나간 얼굴의 강진호가 시트 에 몸을 파묻고 있다. 그 모습을 보
며 피식 웃은 이현수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
“받아들이시죠.”
“도무지 왜 고민하시는지를 모르 겠습니다. 세상에 재경을 준다는데,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강진호가 대답 없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회주님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다 압니다. 그런데 굳이 이런 데서 까지 남과 다른 길을 갈 필요는 없 잖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뒤로 젖혀 위를
바라보았다.
“딱히 다른 모습을 보이려는 건 아냐.”
“네, 압니다.”
“다만, 정말 나는 재경을 잘 운영 할 자신이 없어. 그리고……
딱히 필요도 없고.
강진호는 굳이 뒷말을 붙이지 않 았다. 괜히 재경을 무시하는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
“흐음.”
이현수가 코를 긁었다.
“회주님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는 알 것 같습니다.”
이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다.
“하지만 이젠 그냥 받아들이십시 오. 이건 처음부터 이렇게 되기로 결정되어 있던 일입니다.”
“처음부터?”
“네. 오래전부터로 바꿔도 괜찮습 니다. 중요한 건 황정후 회장님의 제안이 하루 이틀 고민으로 결정된 일은 아니라는 거죠. 그 분은 아주 오래전부터 회주님께 회사를 물려줄 결심을 하셨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셨다고?”
“예.”
“이 실장은 알고 있었어?”
“예.”
“나는 왜 몰랐지?”
왜 몰랐겠습니까.
왜!
“회주님은 눈치가 빨라야 할 곳에 는 눈치가 없고, 이상한 곳에서는 눈치가 귀신같으신 분이니까요.”
이거 욕 맞지?
묘한 눈으로 운전석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내게 회사를 물려주시
겠다는 거지?”
“들으셨잖습니까.”
“들어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여하튼 나는 재경이 부담스럽 다.”
“어디, 회주님한테 부담스럽지 않 은 일이 있기는 했습니까?”
“회주님은 무공을 익히고 강하니 까 회주님인 거지, 그냥 평범하게 살았으면 히키코모리입니다. 방에서 안 나오실 거예요. 세상 모든 게 부 담돼서 어떻게 삽니까!”
어?
내가 그 이야기를 했나?
첫 번째 삶에서 정말 히키코모리 로 살던 강진호인지라 도무지 반박 을 할 수가 없다.
“물론 시기가 좋지 않다는 건 알 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른 곳에 신 경을 쓸 때가 아니라 오로지 중국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때죠.”
“그렇지.”
“그런데 황 회장님이 일찍 돌아가 실 것 같습니까?”
“십 년은 더 사실 것 같은데요? 저분도 욕심이 많아서 자기가 연필 들 힘도 없어지기 전에는 절대 경영 권 안 넘길 겁니다. 그럼 십 년 뒤 에나 벌어질 일을 뭘 그리 걱정하십 니까? 그때는 이미 중국 놈들 다 때려잡았거나 우리가 다 때려 잡혔 겠죠.”
거, 시니컬하네.
“그러니 그냥 받으십시오. 지금 부담 안 되고 나중에 부담될 일 아 닙니까? 내일의 일은 내일에 나에게 맡기는 거죠. 왜 오늘의 내가 걱정 을 합니까?”
“……굉장한 대책이네.”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나이가 드신 분입니다. 회주님을 손자처럼 생각하시는 분이죠.”
“내 나이가……
“뭐 그런 게 중요하겠습니까? 손 자라는 말이 정 껄끄러우시면, 아 들…… 아니다. 친구라고 하죠. 친구 처럼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 이 자기 마음이 편해지는 길이라는 데, 거기다 대고 손을 내젓는 것도 사람이 할 일은 아니죠.”
강진호가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집은 세 가지고.’
일단 황정후가 한 번 정한 일을 되돌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놈의 아들내미들도 끝끝내 다시 받아들이지 않은 황정후가 아니던 가. 고집이라고 하면 어디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강진호도 황정후 의 고집에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 어 버렸다.
그런데 이 사태를 무슨 수로 막 겠는가.
강진호가 미간을 꾹꾹 눌렀다.
‘ 편두통이……
이현수가 그런 강진호를 보며 피 식 웃었다.
‘진짜 신기한 사람이야.’
다른 이들에게는 강진호의 고민이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재경을 넘긴다고 하면 경영이고 나발이고 일단 덥석 받아버릴 테니까.
그리고 그게 맞다.
하지만 강진호는 경우가 조금 다 르다.
일단 기본적으로 강진호에게는 재 경의 재력이 필요가 없다. 심지어 강진호에게는 MK의 재력도 필요가 없다. 강진호의 통장에 쌓여 있는 돈도 평생 다 쓰지 못할 텐데, 그
돈을 받아 뭘 하겠는가.
강진호는 돈을 불려 생활을 바꾸 겠다는 욕심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 이었다. 그의 소비력을 감안한다면, 통장에 쌓인 돈의 1%라도 죽을 때 까지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재경을 받는다?
‘골치 아프시겠지.’
황정후가 강진호에게 바라는 것은 재경을 제대로 경영해 주는 것이다.
그 바람이 부담이 된다. 스스로 잘할 거라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떠맡는 느낌이니까.
“정 고민이 되시면, 일단 그건 접
어두십시오. 황 회장님도 이번 한 번으로 어떻게 해결을 보겠다는 생 각은 아니실 겁니다.”
“응?”
“건설업을 처음 시도하실 때도 수 십 번 실패하고 나서 결국 해내신 분 아닙니까. 아마 십 년에 걸친 장 대한 설득 계획을 짜놓으셨을걸요?” 강진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최근에 들은 말 중에 가장 무서 운 말이었다.
“그 압박을 그 시간 동안 버티실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냥 거절하십시 오.”
“ 하아••••••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 쉬운 일이 없다.
“아마 황 회장님도 큰마음을 먹고 하신 말씀일 겁니다. 그분 마음도 좀 헤아려 주십시오.”
“……세상에 헤아릴 게 너무 많 아.”
“그만큼 회주님이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 아 니겠습니까?”
“사양하고 싶네.”
정말 사양하고 싶다.
“여하튼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제
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 만, 제 생각에는 회주님이 빠져나갈 길은 없어 보입니다.”
강진호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쉽지가 않네.’
그의 입지가 커져 갈수록 사람들 이 바라는 게 많아진다. 지금 돌이 켜 보면 대체 강진호는 무슨 배짱으 로 마교의 교주가 되었던 걸까?
‘미안하다, 청마.’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새삼 청 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업무에 지쳐 반쯤 죽어가던 그의 얼굴을 생각하니, 뭔가 알 수 없는
미안함이 마구 솟구쳤다.
그때는 이 모든 일들을 청마가 대신 처리했겠지. 강진호는 말만 교 주지, 실제로는 바깥 일이 터지면 칼 들고 쫓아가는 행동대장이나 다 름없었다.
그때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여겼는 데…….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해.”
“예?”
“아니, 아무것도.”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현수를 슬쩍 바라봤다.
‘이 실장에게도 좀 더 잘해줘야겠
어.’
과거의 청마만큼은 아니지만, 이 현수도 강진호를 보좌하기 위해서 생고생을 하고 있다.
그런 점을 알아줘야 하는데, 최근 에는 깝죽댄다고 너무 구박만 한 것 같다. 그 깝죽댐도 친근함에서 나오 는 것을.
살짝 안쓰러운 얼굴로 이현수를 바라본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열었 다.
우선 감봉한 것부터 다시…….
“그런데 회주님.”
“혹시 재경을 맡고 나서 입 닦으 시지는 않겠죠?”
“••••••응?”
이현수가 엣헴, 헛기침을 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중간에서 열심 히 중재를 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 이 아니겠습니까? 회주님은 잘 모르 시겠지만, 제가 그동안 황 회장님과 많은 상의를 했습니다.”
“그러니 저도 한자리 정도는 주셔
야죠. 아니면 지분도 좋고.”
강진호가 빙그레 웃었다.
‘고생은 개뿔이.’
저 새끼는 더 굴러야 된다.
정홍근이 정명철의 멱살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다 늙어버린 육체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정명철은 반항할 생 각도 하지 못하고 정홍근의 코앞으 로 끌려갔다.
“말해봐라.”
“하, 할아버지.”
“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말을
해봐라! 이게 다 네놈이 그 주둥아 리를 닫고 있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 더냐! 네놈이 입을 열어 고소했다 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놈 을 철창에 처넣을 수 있었다! 그런 데 내 손자라는 놈이 겁을 집어먹고 입을 다물어? 감히!”
정명철이 몸을 덜덜 떨었다. 정홍근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고소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다시 그들이 생각난다. 이제는 그들을 떠 올리기만 해도 정신을 차리기 힘들 었다.
“주, 죽어요, 할아버지. 저 죽어
요! 전 죽기 싫어요!”
“이 망할 놈!”
정홍근이 지팡이를 들어 정명철의 머리를 내려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명철도 맞고만 잊지 않았다. 팔을 들어 막은 정명 철이 지팡이를 잡아 빼앗아 들었다.
“이, 이놈!”
그러고는 그 지팡이를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이놈이 이제는 완전히 미쳤구 나?”
“헤헤, 미쳤냐구요?”
정명철의 눈에 핏발이 섰다.
“미친 건 내가 아니라 할아버지 죠!”
“뭐, 뭣이?”
정홍근이 경악한 눈으로 정명철을 바라보았다.
“그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 악 마 같은 놈들은 건드린다고? 할아버 지가 그 새끼들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웃기는 소리! 말도 안 되 는 소리!”
정홍근이 얼굴을 시뻴겋게 물들인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살아생전 자신의 핏줄에게 이런 말을 들을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리를 버럭 지르며 발악을 하던 정명철의 몸이 갑자기 석상처럼 굳 어버렸다. 그러더니 정명철이 갑자 기 바닥에 몸을 납작 웅크렸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잘 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 말 안 했어요. 잘못했어요. 잘 못했어요……
정신병자처럼 중얼거리는 정명철 을 빤히 바라보던 정홍근이 허탈한 얼굴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누구와 대화를 하고, 누구와 화를
내고 있던 것인가.
“내가, 내가 고작……
그의 상대가 누구던가.
황정후?
아니면 막대한 권력을 가진 정치 인?
아니다.
고작 아직 서른도 아닌 애송이일 뿐이다.
그것도 얼마 전까지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애송이다. 그런데 그 애송이를 상대하는데 아무것도 의미 를 가지지 못한다.
권력은 저들의 편을 들었고…….
재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맥은 그를 외면했고, 사회적 명 망은 갈 곳을 모른다.
무너졌다.
모든 게.
정홍근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의 입술이 찢어지며 시뻘건 피가 턱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너졌다고?”
아니.
아직은 아니다.
인맥? 권력?
그따위 것들은 그저 정홍근이 얻 어낸 것뿐이다. 그리고 그걸 얻어낸
것은 순전히 정홍근이라는 인간, 그 자체였다.
“아직 아니야.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지.”
정홍근이 모종의 결심을 하며 몸 을 벌떡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갑자기 그의 폰이 울리기 시작했 다.
정홍근이 짜증스런 얼굴로 휴대폰 을 뽑아 1T들었다.
“어 엇?”
순간, 정홍근의 얼굴에 당황이 어 렸다.
‘이 사람이 왜?’
액정을 확인한 정홍근의 얼굴이 삽시간에 긴장으로 물들었다.
정홍근이 가만히 전화를 귀에 대 고 입을 열었다.
“예. 정흥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