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
마존현세강림기-156화(156/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7화)
2장 여행가다 (2)
강진호는 딱히 표정 변화를 보이 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박유민은 멀찍이 떨어져 강진호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강진호의 머리에서 나고 있는 김 이 보이는 것 같았다.
“ 요즘……
강진호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박유민의 착각 이런가.
“요즘 애들은 입이 거치네.”
“그, 그렇지.”
강진호가 채팅창에 올라오고 있는 온갖 욕을 보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박유민이 슬그머니 강진호에게 다가가 채팅창을 꺼버렸다.
“하하, 이게임은 채팅 안 보고 하는게 속이 편해.”
“그렇군.”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게임이 좀 이상하네.”
“안 맞아서 그래. 안 맞는 걸 굳 이 할 필요가 있겠어?”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좀 안 맞기는 하지.”
강진호가 화면을 바라보았다.
처참하게 당해서 쓰러져 있는 그의 캐릭터를 본 강진호의 눈에 불꽃 이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자는 승부에서 져서는 안 되는 거야.”
“……게임에서는 승부 찾지 마.”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당당하게 내뱉는 박유민 이었다.
“졌으면 이길 때까지 한다!”
“네 아이디로 하라고!”
박유민이 절규했지만, 강진호는 이미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박유민이 기겁을 하여 강진호의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어주자 그제야 자세를 잡고 제대로게임을 돌리 기 시작했다.
“……거기선 빼야지.”
“ 진호야?”
“진호야, 왜 거기로가니?”
“ 진호야?”
박유민이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의 친구는 군대를 갔다 오더니 완전 상군인이 되어서 돌아왔다.
임전무퇴 (臨戰無退)!
전투에 임함에 있어 결코 물러섬 이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몇이든 결코 물러 나지 않는 불굴의 정신!
군인이라면 칭찬해 줄 수 있겠지 만,게임이라면 결코 칭찬을 해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응?”
“이거, 아까 채팅창 어떻게 켜 냐?”
박유민이 입을 꾹 다물었다.
‘안 보는게 나을 거야.’
맵에 찍히고 있는 핑만으로도 지 금 채팅창에서 무슨 말이 나오고 있을지 알 것 같았다.
괜히 멀쩡한 모니터가 부서지는 꼴을 보느니 그냥 모르쇠 하는게 나아 보였다.
‘괜히 알려줬어.’
눈에서 불을 쏟아내며 마우스질을 하는 강진호의 모습에 박유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혼이 빠졌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강진호를 보면 될 것 같았다.
강진호는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게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거써?”
강진호의 얼굴 앞으로 손을 휘휘 젓는 아이를 박유민이 슬쩍 끌어당 겼다.
“아니야. 진호 살아 있어.”
“주근 거가튼데.”
“……살아 있어.”
넋은 나갔지만, 죽은 건 아니란다. 물론 반쯤 죽은 상태라고 말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아이가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그 모습이 참 귀엽긴 하지만, 지 금의 강진호에게는 슬프게 보이겠 지.
“저쪽으로가서 친구들이랑 놀자. 응?”
“응.”
아장아장 걸어서 놀이방으로 향하
는 아이를 보며 박유민이 혀를 찼다. 애들 눈에도 죽은 것처럼 보이는 중이니, 지금의 강진호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빤하지 않은가.
“ 진호야.”
“진호야, 정신 차려야지.”
강진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게임 하나가지고 그리 충 격을 받고 난리야.”
강진호가 눈을 부릅떴다.
통렬한 참패.
적마라는 이름을 얻은 이후로 강진호에게 패배란 없었다. 그의 인생
에서 패배했다고 절절히 느낀 순간은 단 두 번뿐이었다.
한번은 정사마의 고수들이 그 하 나를 잡겠답시고 모조리 몰려왔던 두 번째 죽음의 순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고등학교 시절 박유민에게 갤럭시 크래프트로 탈탈 털린 순간 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패배는 불특정 다 수를 통한 연패라는 것에 그의미가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강진호는 패배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의 스승이 말하기를 인간은 누 구나 언젠가는 패배에 직면하기 마 련이지만, 그 패배를 통해 배우는 자와 패배를 통해 포기하는 자에서 다음으로 나갈 수 있는 자가 나뉜다 고 하지 않았던가.
강진호가 뭔가를 생각하기 시작하 자 박유민이 기겁을 하여 말을 돌렸다. 잘못하다가는 새로운 프로게이 머가 탄생하게 생겼다. 물론 강진호가 프로게이머를 해도 재미는 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때가 안 좋았다.
“그래서 너 복학은 언제 하는데?”
“응?”
“복학, 복학.”
“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은 2학기에 하려고.”
“그사이에는 뭘 하고?”
제발게임할 거라는 말은 하지 말 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박유민 이었다.
“일단 중국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중국?”
“응. 찾아볼 것이 있어.”
“흐음……””
박유민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중국에는 뭐하 러가느냐고 물었겠지만, 그의 친구는 이유가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중국에가야 한다면가야 하는 이 유가 있을 것이다.
“그럼 언제가냐?”
“내일이나 모레쯤.”
“응? 여권 나오는데만 해도 그 이상은 걸릴텐데?”
“그건 방법이 있지.”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중국?”
“예.”
“중국에는 뭐하러 간단 말인가? 이제 겨우 전역을 했는데, 전역하자 마자 중국으로 휑하니가버리겠다 고?”
이건 뭔가 손주를 대하는 할아버 지나 할 법한 대사였다.
황정후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전역을 했으면 집에서 주는 밥이 나 먹고 피로나 풀 것이지, 뭐하러 중국에 간단 말인가!”
“찾아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꼭 직접가야 하는 일인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정후가 침음성을 흘렸다.
이놈은도무지 행동 패턴을 예상 할 수가 없었다. 재경대로 온다고 해서 재경에 마음이 있나 했더니, 갑자기 한 학기가 끝나자마자 제멋 대로 입대를 해버리지를 않나, 겨우 전역을 해서 나오자 마자 하루 만에 중국을가겠다고 하지를 않나.
무엇 하나 상식대로 돌아가는 면 이 없었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래야겠지. 하
지만 설마 중국에서 뭔가 일을 벌일 생각은 아니겠지?”
“……”
“중국은 한국 같은 곳이 아니야. 거기서 일이 꼬인다면 우리도 비호를 해줄 수가 없네. 그럴의지가 없는 곳이 아니라 그곳은 우리의 입김 이 닿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정말 알고는 있는지의문이로 군.”
황정후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 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아는 강진호라면 일부러 사 건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까지 강진호가 벌여온 일들은 사실 강진호가 사고를 친 거라기보다는 사고가 강진호를 찾아왔다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대응이 문제지.’
강진호가 사고를 일으키려는 마음은 없지만, 오는 사고를 피하려는 마음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건이 그를 향해 다가오면 강진호는 전력을 다해 사건을 분쇄해 버 린다.
한국에서라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황정후가 막아줄 수 있다지만, 중국 에선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중국은 아직까지는 한국에 비한다면 비상식이 판을 치는 나라 였다. 괜히 강진호를 중국에 보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꼭가야겠는가?”
“예.”
“음……”
황정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숨 줄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황정후도 사용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서 그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알겠네. 자네의 마음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강진호가 마음을 먹은 이상, 그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은 이 미 충분히 알고 있는 황정후였다.
“그래서 내가 무얼도와주면 되겠는가?”
“일단 여권과 비자 문제를 해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음, 그건 어렵지 않지.”
황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 다만……
“ 네?”
“일단 자네의 비자 발급을 빨리 진행하려면 우리도 명분이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내가 말 한마디 한다고 여권이나 비자가 바 로 나오겠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무래도 서류로라도 자네가 중 국으로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으니…… 어떤가, 재경에 입사 한 것으로 처리를……
“그냥 기다리겠습니다.”
“허어,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
지. 아직 학생 신분이니 재경에 입 사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은 어렵겠 지만, 인턴십으로 재경에 들어와 있 다고 하면 될 것 아닌가.”
“음…..”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래. 좋은게 좋은 거 아닌가.”
황정후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강진호와의 끈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사실이 황정후에게 위안을 주고 있었다.
강압적으로 목줄을 맨다면 줄을 끊고 달아나는게 아니라 줄을 묶으
려 드는 사람의 목을 물어뜯고도 남을게 바로 강진호의 성격이었다.
그런 이들은 이렇게 조금씩, 조금 씩 베풀어서 물에 스며들 듯 조금씩 더가까워지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렇게 해야 중국에 있는 친(親) 재경 기업들에게 협조를 구할 수가 있네. 아무래도 중국은 자국에서 타 국의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편이라서 한번 건너서 지원을 하는 쪽이 낫지.”
강진호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가 하는 말이 진실이든, 아니면 자신을 묶어두기 위해서든 관
계없었다. 그저 중국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 했다.
“그리고…… 혼자 갈 계획인가?”
“예.”
“자네 중국어는 할 줄 아나?”
“물론입니다.”
“정말 할 줄 아나? 중국은 다양 한 민족과 다양한 언어가 어우러져 있는 곳일세. 광동어나 북경어만 할 줄 안다고 다 해결이 되는 곳이 아니란 말이지.”
강진호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과거 고등학교 시절에
한문에 대해 공부하면서 현대의 중 국어와 과거의 중국어에 꽤나 큰 차 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던가.
강진호의 표정을 살핀 황정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쯧, 내 그럴 줄 알았지. 믿을 만한 통역을 붙여줄 테니,데리고가도록 하게.”
강진호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조금은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배려를 해준다면 순순히 받 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불
편합니다.”
“그런 걱정 안 해도 되네.”
“ 네?”
“내가 그런 생각도 안 했겠는가?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 아도 되네.”
“그럼 괜찮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정후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심해서 다녀오게.”
“그런데 회장님.”
“음, 왜 그러는가?”
강진호는 황정후를 향해 무언가를 물으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사람 싱겁기는.”
둘이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할 때, 황정후가 말한 믿을 만한 통역은 지 시 사항을 듣고 있었다.
“주, 중국이요?”
조규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중국은 무슨 중국입니까?”
백영기 이사가 껄껄 웃으며 대답 했다.
“회정님께서 강진호씨를 보필하 라는 명을 내리셨네. 이번에는 중국
여행이니, 통역으로 따라가도록 하게.”
“통역이 라니 요?”
“한자 검정 1급에 중국어 능력 시험 1급이 자네 이력서에 적혀 있는데?”
“……이사님.”
조규민은 회사에서 차마 자신의 입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저야맵니다.”
이사실에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