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1)
마존현세강림기-1563화(1560/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21화)
5장 간절하다 (1)
정홍근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 다.
“꼭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겠습 니다, 회장님.”
고한봉의 그 말이 정홍근의 귓가
에 아직도 울리는 것 같다.
“그럼••••••
정홍근이 잡고 있던 잔을 꽉 움 켜잡았다.
“내가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 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게 어디 말 이나 되는 일인가. 더구나 그가 누 구인가. 다름 아닌 정홍근이다.
그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기라 도 한다면, 온 매스컴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총리가 모를 리가 없 지.’
차라리 총리가 멍청하다면 모를 까.
대한민국의 총리쯤 되는 자리는 멍청한 이가 올라갈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어리석어 보이 는 것은 그들이 보여지는 모습에서 오는 손해를 감수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지능이 떨어져서 벌어지 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니 정홍근이 알고 있는 일을 고한봉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고한봉은 그에게 몸조심하라는 말을 남겼다.
대체 이 일을 어찌 해석해야 하 는가.
‘심지어 대통령까지 운운하면서 말이지.’
그들은 아직 정홍근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 라면, 정말 정홍근에게 경고를 하러 온 것이다.
‘그럼 그들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말인가.’
그게 가능한가?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대통령과
총리마저 막을 수 있는 이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이 되지 않는다.
정말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이 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깔아버리면, 지금까지 벌어 진 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모두 이해가 되어버린다.
“허……
정홍근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생기를 잃어버린 그의 머리 로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 았다.
‘그놈이?’
저들이 말하는 ‘그’가 누군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강진호.
MK의 회장.
그리고 아마도 정명철을 그렇게 만든 이.
그에게 그만한 힘이 있다는 말인 가? 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는 이 들도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아니, 어찌하지 못하는 게 아니 지.’
고한봉의 눈에는 분명 은은한 두 려움이 어려 있었다.
대한민국의 총리가 누군가를 두려
워한다?
정홍근이 몸을 떨었다.
‘아니, 아니야.’
믿지 못할 이야기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 다. 왜냐면 그 증거를 그도 알고 있 으니까.
김명찬.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던 그가 한순간에 실각하여 바닥을 넘 어 지하 끝까지 처박혔다.
죄를 지었으니까?
“웃기지도 않는 소리!”
죄는 밝혀져야 죄다.
살인? 살인이 아니라 더한 죄라 할지라도 정권이 작정하고 막으려든 다면 그 죄를 밝힌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명찬은 결국 모든 것을 잃고 실각했다.
대통령이 그를 비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지.’
한때는 그리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명확하다. 대통령과 정권은 김명찬을 비호하려 했다. 아니, 어쩌면 김명찬이 정권,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정권과 싸워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김명찬을 차 디찬 감옥으로 밀어 넣었다.
결론은 명확하다.
강진호는 강자다.
그것도 정홍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한 강자다.
그건 결과의 영역이다. 정홍근이 이해할 수 있는가, 이해하지 못하는 가는 중요하지 않다.
백 년도 더 전에 일본이 한국에 쳐들어왔을 때, 그들의 강함을 이해 하는 조선인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조선인들이 함포를 쏘아대는 배의
존재가 뭘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 었겠느냐, 이 말이다.
하지만 그때도 그 모호한 강함을 피부로 받아들이고 살아남기 위해 움직인 이들이 있다.
정홍근의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 다.
“이해하지 마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 * *
“매출은 완전히 정상화가 되었습 니다.”
“흐음.”
강진호가 황민수의 보고를 받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강진호를 보며 황민수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상화라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 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이 터지기 전보다 두 배 정도의 매출이 나오고 있습니다. 점포 수가 부족해서 매출 1위는 찍지 못했지만, 점포당 매출 로는 거의 1위에 육박합니다.”
강진호의 눈이 조금 더 가늘어졌 다.
그러자 황민수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일단은 보고를 마저…….
“다만, 저희는 이 매출을 일시적 인 상승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져 보자면 저희 업장들은 타 업장에 비 해서 차별화가 부족합니다. 광고의 효과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바이 럴 마케팅이 되었을 뿐, 상승한 매 출은 삼사 개월에 걸쳐서 완만하게 하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적으 로는 본래 매출에서 30% 정도 상 승한 상태로 고정되는 걸 목표로 하 고 있습니다.”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더 일그러 졌다.
이쯤 되자 황민수는 미칠 노릇이 었다.
‘그냥 욕을 하지, 왜 저러시나!’ 황민수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 그래서 여러 가지 대책도 함 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신 메뉴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서 음료 연구소를 설립할 생각이고, 마케팅 팀을 따로 분화해서 지속적 인 마케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회장님, 제가 무슨 잘못이라 도?”
“유능한데 말이야.”
“예?”
강진호가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렇게 유능한데 왜 회장으로는 못 쓰겠다는 거지?’
도무지 황정후라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다.
황민수는 유능하다. 정말 미치도 록 유능하다. 그런데 왜 황민수는 재경의 회장이 될 수 없는가.
실수? 잘못?
물론 그게 이유가 되겠지.
하지만 실수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지금의 강진호 역시 그가 전생에 서 저지른 잘못이 아니었다면 존재 할 수 없는 사람이다. 뼈저리게 후 회하고, 시리게 아파봤기에 다시는 그런 이들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 고 있다.
황민수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실패를 겪어 지옥 끝까지 떨어져 본 사람은 책임이 뭔지 알고, 후회 가 뭔지 알게 된다.
황민수 역시 그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사람이다. 이만한 회장감이 어디 있는가.
강진호가 가만히 황민수를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황 사장은 재경에 회장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예?”
황민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야. 미련은 없냐고.” 황민수가 겸연쩍게 웃었다.
“아니, 그게 제가 되고 싶은 마음 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회장님 때문인가?”
“아니요.”
황민수가 뒷머리를 긁었다.
“말을 하다 보니 조금 이상해졌는 데, 제가 재경에 미련이 철철 남았 는데 참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재경의 회장직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왜?”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가 키우던 회사 아닌가. 미 련이 남을 것 같은데?”
강진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교의 교주라는 자리에 별
미련이 없었다. 그냥 주변 놈들이 시비를 걸어오니 싸우고, 무시받지 않기 위해 싸우고, 기분이 나빠서 패 죽이다 보니 어느새 교주가 되어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관심이 없다는 말이 내가 아닌 누군가가 교주가 되어도 괜찮다는 말과 같지는 않다.
황민수 역시 그렇지 않을까?
재경이라는 곳에 미련을 두지 않 으려고 해도 원래 자기가 올라가려 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오르는 꼴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란 그런 거니까.
“미련이라……
황민수가 겸연쩍게 웃었다.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요. 그 런데 그게 그리 격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저는 회장이라는 자리를 잘 몰 랐던 것뿐입니다.”
“음?”
“설명하기 좀 어렵습니다. 저는 회장이라는 자리를 그냥 최고의 권 력자 정도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회 장이 될 수 있다면 내 사람들의 자 리를 좀 더 챙겨줄 수 있고, 내 권 력을 조금 더 강화할 수 있다고 생 각한 거죠. 그러니 그냥 회장이 되
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맞는 소리 아닌가?”
“맞는 말이지요. 그저 하나가 빠 졌을 뿐입니다. 그만큼의 책임도 함 께 온다는걸요.”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이제는 대충 압니다. 회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는 사람에게 어떤 각오 가 필요한지. 그런데 저는 그만한 그릇이 안 됩니다.”
또 저놈의 그릇 이야기다.
누가 자식 아니랄까 봐 황정후나 황민수나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릇이야 넓히면 그만이지.”
“저는 제 한계를 압니다, 회장님. 저는 이미 제 그릇을 넓혀가고 있습 니다. 이제는 예전과는 다르게 제가 하는 일들을 제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황민수가 볼을 긁었다.
“이게 뭐랄까, 그냥 워라밸이죠. 저는 지금에 만족합니다. 지금 딱 밸런스를 잡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다시 재경의 회장이 되면 지금처럼 살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저는 전체적인 것을 조망하는 것보다는 직접 뛰고 디테일을 잡는 쪽에 더 재능이 있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
는 직위는 여기가 마지노선입니다.”
“회장이 되어도 할 수 있는 거 아 닌가.”
문득 황민수의 표정이 미묘해졌 다.
‘이 양반이 왜 자꾸 나를 재경의 회장으로 만들려고 하지?’
본인이 생각 없다는데 왜 자꾸 설득…….
“어?”
황민수가 고개를 살짝 꺾었다.
“혹시 아버지…… 아니, 황 회장 님이 회장님께 회사를 물려받으라고 하신 겁니까?”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그러고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뭔가 민망한 느낌이다. 다른 사람 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황민수에게는 하기 껄끄러웠다.
“아하, 그래서 저한테 떠미시려 고?”
“일없습니다. 저는 안 합니다.”
“화, 황 사장의 회사 아닌가?”
“제 회사는 MK입니다, 회장님.
혼동하지 말아주십시오.”
황민수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기 저는 못 갑니다. 여기에서 잘려도 거긴 안 갑니다. 예전에는 제가 몰랐죠. 내가 그 자리에 올라 가면 황 회장님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걸! 대한민국에 그게 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습니까? 보나마나 호부견자라고, 호랑이 밑에서 개새 끼가 나왔다고 욕이나 먹을 텐데!”
“……내가 알기로는 예전부터 그 욕은 먹은 것 아닌가?”
“회장님, 선 넘지 마십시다.”
“아, 미안합니다.”
황민수가 콧김을 뿜었다.
“저는 절대 안 갑니다. 죽어도 안
갑니다. 차라리 제 형님을 찾아보십 시오. 그 양반이야 아직 권력에 눈 이 멀어 있을 테니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황민수가 낄낄 웃었다.
“아버지가 그걸 허락하겠습니까?”
“포기하십시오, 회장님. 저는 살면 서 저희 황 회장님이 자기 의견 꺾 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회장님한 테까지 말이 들어갔으면, 이미 승계 절차는 준비가 다 되어 있을 겁니 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십시오.”
황민수가 아주 개운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잘됐네요. 제가 재경 회장은 관 심이 없어도 재경 사장은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저도 한자리 주실 거죠?”
“……가.”
“예‘?”
“ 나가.”
이놈이고, 이현수고 다 똑같은 놈 들이다.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