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3)
마존현세강림기-1565화(1562/2125)
마존현세강림기 63권 (23화)
5장 간절하다 ⑶
“그런데 내가 욕심을 부린다는 건 무슨 이야기냐? 재경이 MK를 인수 하면 안 된다는 거냐?”
“안 됩니다.”
황민수가 정색하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체계가 너무 다릅니 다. 급히 합병하다가는 양쪽에 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MK를 우습게 보지 마십시오. 가지 고 있는 현금이라면 재경도 상대가 안 됩니다.”
“……뭘 그런 걸 만들었어? 그게 말이나 돼?”
“말이 안 됩니다만, 말이 됩니다.”
“허허, 거참.”
강진호가 벌인 일이니 황당할 거 라 생각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더 황당했다.
“그리고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 닙니다. 너무 다릅니다. 같은 이름 안에 서로 다른 체제가 공존하면 문
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섞여도 불이 붙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어떻게?”
“천천히 가야죠.”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아. 내 나 이가 몇인 줄 알아?”
“거 보십쇼.”
“응‘?”
“재경은 회장님의 트로피가 아닙 니다. 회장님이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에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 결과를 봐야 한다고 생각하시잖습니까!”
“그런 식으로는 해결될 수가 없습
니다! 물려주기로 다짐하셨으면 믿 고 맡기십시오. 내가 해놓은 걸 적 당히 굴려줄 사람을 구하신다면 다 른 사람을 찾으시고요.”
황정후가 눈을 찌푸렸다.
건방지기 짝이 없다.
누구도 황정후 앞에서 이런 말을 늘어놓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황정후가 화를 내지 않 는 것은, 지금 이 말이 황정후의 자 식인 황민수가 한 말이 아니라 MK 의 사장인 황민수가 한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업의 영역에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구분하지 못하는 이는 사업을 할 자격이 없다.
“어렵다는 소리지?”
“예.”
“그럼 네가 생각하는 최선은 뭐 야?”
“MK가 재경을 합병하는 겁니다.”
“……뭐‘?”
황정후의 눈에 황당함이 어렸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MK 가 뭐 그리 대단한 곳이라고!”
“겉으로 보이는 형식은 아무래도 좋은 겁니다, 회장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재경이 MK를 합병하는 형식이 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합병 이후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 느냐 하는 점이죠. 회장님은 MK를 재경의 계열사 중 하나로 만들어 버 릴 생각 아니십니까?”
황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으 니까.
“그건 안 됩니다.”
“사업적으로 말하는 거야, 사업적 으로? 아니면 네가 MK에 있어서 하는 말인 거야?”
황민수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나가서 재경을 보니 알 수 있었 습니다. 재경은 이미 동력을 잃었습 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버티고 있는 건 회장님이 계시고, 회장님이 만들 어둔 체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 만 그것도 한계지오
황정후가 역정을 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재경은 성장하고 있어.”
“예. 그런데 그 성장이 둔화되었 지요. 그다음은 뭐라고 생각하십니 까?”
이 말에는 황정후도 대답하지 못
했다.
“회장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새 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는 걸 말입니 다. 강 회장님께 그걸 바라고 있는 것 아니십니까?”
“ 으음••••••
“맡기려면 제대로 맡기십시오. 손 발을 묶어놓고 싸우게 하지 마시고 요. 저는 우리 회장님이 그런 상황 에 처하는 걸 지켜보지 않을 겁니 다.”
“끄으웅.”
황정후가 답답하다는 듯 담배를 꺼냈다.
담배에 불을 붙인 황정후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는 물었다.
“그러니까, 합병은 이쪽에서 하는 형식이라도 실질적인 경영진을 그쪽 사람들로 구성을 하라는 말이지? 그 쪽의 체제를 이식할 수 있도록?”
“예.”
“네놈 잇속을 챙길 생각은 아니겠 지만……
“원하신다면 저는 손을 떼겠습니 다.”
“뭘 손을 떼, 이놈아!”
황정후가 역정을 내고는 담배를 뻑뻑 피워 댔다.
“모험이지, 너무 큰 모험이야. 그 놈들이 뭘 안다고 재경을 운영해?”
“아버지, 강 회장님은 아버지가 아닙니다. 아버지를 따르던 그 이사 들과 사장단들이 회장님을 아버지처 럼 따를 것 같습니까?”
“그놈들이 어디 진호한테 눈이나 뜰 수 있겠어?”
“그걸 해 나가는 과정도 스트레스 일 뿐입니다. 애초에 손발이 잘 맞 는 사람이 있는데, 왜 굳이 그래야 합니까? 기껏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키워온 사람들의 자리를 빼앗고 싶 지 않다는 욕심이 전부 아닙니까?”
황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 욕심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 니다. 다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 아야 하는 법이지요. 안고 가십시오, 회장님. 떠나는 사람은 명예가 아니 라 독을 안고 나가는 법입니다. 후 대에게 짐을 넘기지 마십시오.”
황정후가 더없이 깊게 담배를 빨 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무슨 말인지 알았다.”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
니다.”
황민수가 빙그레 웃었다.
“회장님은 정말 알 수 없는 분이 시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이 맡은 일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요.”
“그 모호한 느낌이 문제지.”
황정후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사실 강진호에게 회사를 맡겨서 잘될 거라는 근거는 없다. MK가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지만, 그게 강진호의 능력이 아니라는 건 황정 후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는 언제나 근거가 없었어.’
근거가 존재하는 순간, 그건 이미 선택이 아니다. 회장이라는 자리는 답의 근거를 찾는 자리가 아니라 답 이 없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내는 자 리다.
이게 그런 경우였다.
지금껏 재경을 커온 것은 그 결 정적인 순간에 근거 없이 느낌만으 로 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 다. 그리고 지금 황정후는 재경을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하려 한다.
“끄웅, 어떻게든 경영을 좀 더 가
르치려고 했더니……
“그런 게 될 분이 아닙니다.”
황민수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회장님께 바라는 것도 그 런 게 아니겠죠. 그분은 경영을 하 실 분이 아닙니다. 선택을 하고, 사 람을 다루셔야 할 분이지요.”
“……뭐, 경영이야 네놈이 해도 되겠지.”
“안 한다니까요.”
“시키면 해야지.”
“……그건 그런데.”
황민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와 황정후의 생각은 결국 비슷
하다. 그들이 강진호가 재경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강진호의 경 영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강진호의 경영 능력은 평범하다. 아니, 사업가로 친다면 오히려 처지 는 편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최고의 경영을 해낼 수 있는 이들을 부릴 능력이 있다.
“이런 시대에 참 특이한 놈이야. 네놈이 눈을 똑바로 뜨고 내게 대들 게 만들다니.”
“확실히 이상한 분이기는 하죠.”
강진호의 일이 아니었다면, 강진 호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아니었다
면, 아무리 명분이 필요했다고 하더 라도 황민수가 황정후를 찾아와 이 리 따져 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니 내가 포기를 못한다니 까.”
황정후가 끌끌 옷었다.
“여하튼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재고 를 한 번 해주십시오.”
“알았다니까.”
황정후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귀찮다는 듯한 동작이지만, 저건 황정후가 이미 이 일을 자신의 고민 거리로 삼았다는 표현이다.
황민수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만 가보겠습니다.”
“ 벌써?”
“할 말은 다 했으니, 그만 가야지 요. 출근도 해야 하고.”
“밥 먹고 가.”
“예?”
황민수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봤다.
집도 아니고 회산데, 뭔놈의 밥이 란 말인가.
“간만에 왔는데 밥이나 먹고 가 지, 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냥 가?”
“아, 아니, 출근은 해야지요. 지금
시간이……
“왜? 내가 너희 회장한테 전화 한 통해서 네 출근 늦춰줄 능력도 없을까 봐?”
“밥 먹고 가.”
“아침 먹고 왔습니다, 회장님.”
“마침 잘됐네. 나도 아침은 먹었 어.”
말씀이 좀 이상하신데요? 그런데 왜 잘됐습니까?
“점심 먹고 가.”
“겸사겸사 몇 가지 일도 처리 좀
해주고. 내가 요즘 눈이 침침해서 서류를 잘 못보겠어.”
“아, 아니, 남의 회사 직원을
“자식이 아비 일 도와준다는데, 문제가 있어?”
물론 없죠.
아니, 물론 그게 문제가 안 되는 건 맞는데…….
황정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엄살 부리지 말고 저 ~어기 가서 앉아. 대신 점심은 좋은 걸로 먹여 줄 테니까.”
“그나마 감사……
“너, 예전부터 설렁탕 좋아했지? 점심은 그걸로 하면 되겠네.”
“……저 설렁탕 안 좋아해요.”
“그럼 곰탕이었나?”
그냥 좋아하는 걸로 하자. 그게 낫겠다.
* * *
“후후후후후.”
“후후후후후후후후.”
“후후후, 후후후후! 후후후후후!”
강진호가 살짝 떨떠름한 얼굴로 이 웃고 있는 사람을 빤히 바라보았 다.
‘ 뭘까?’
저건 자랑하고 싶은 얼굴인데, 대 체 뭘 자랑하고 싶은 걸까?
적당히 찔러보자.
“미국은 잘 갔다 왔어요?”
“오우, 어메리카?”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본토 발음이에요, 본토 발음! 헤 헤, 이번에 첫 장면 찍고 왔는데,
다들 얼마나 내 발음이 늘었다고 칭 찬을 하는지! 내가 열심히 한 보람 이 있었다니까요!”
“아, 네.”
“그리고 연기가 좋다고! 좋다고 몇 번을 말하는지, 다들 아주 박수 까지 치더라니까요. 그렇게 깜짝 놀 란 표정 처음 봤어요.”
“……그냥 미국애들이 리액션이 좋은 것 아닐까요?”
“뭐요?”
“……환상의 연기를 보았으니 당 연한 반응이겠죠.”
“그렇죠?”
최연하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며 강진호도 흐뭇하게 웃었다.
‘나는 이제 당당한 현대인이다.’
설마 이런 곳에서 이 사실을 실 감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쯤 되 면 강진호도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 람의 나약한 남자가 되었다 할 수 있었다.
“엄청 긴장했는데, 할리우드도 별 거 아니더라고요. 거기도 뭐 어차피 사람 사는 덴데.”
“다행이네요.”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한은솔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
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인데요. 누 나, 아니, 이사님.”
“응‘?”
“그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응.”
한은솔이 영 말하기 껄끄럽다는 듯이 머뭇대다가 힘없이 입을 열었 다.
“……그쪽에서 성우를 고용해서 후시 녹음을 해도 되겠냐고 문의가 왔거든요?”
“뭔 녹음?”
“후시 녹음이요.”
최연하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러니까 후시 녹음이면, 내가 연기한 거 위에다가 성우 목소리를 입히겠다?”
“그렇죠……
“왜?”
“그야…… 어.”
한은솔이 어색하게 웃었다.
“모, 목소리 톤이 좀 걸맞지 않다 고 판단한 게 아닐까요?”
“발음이 엿 같아서는 아니고?”
최연하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아니, 이 새끼들이!
그럴 거면 칭찬을 하지 말든가!
“에이, 썩을 것들! 한국 사람이 한국말만 잘하면 그만이지!”
뭔가 기분을 잡쳤다는 듯이 씩씩 대던 최연하가 고개를 홱 돌려서 강 진호를 바라봤다.
“안 되겠어요, 진호 씨!”
“네?”
“저 영어 과외 선생님 좀 붙여주 세요. 발음 교정해야겠어!”
“하세요. 왜 그걸 저한테……
“그때 그 영감님 감정 잘 잡으시 던데?”
“위긴스?”
“네!”
“……말은 해볼게요.”
“꼭이요.”
최연하의 눈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 시각, 총회에서 아무 생각 없이 연구를 하고 있던 위긴스 가 뜬금없이 찾아오는 한기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