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6)
마존현세강림기-1568화(1565/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1화)
1장 파악하다 ⑴
탁.
세단의 문이 닫힌다.
노구를 차 뒷좌석에 실은 정흥근 이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회장님,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 까?”
앞자리 보조석에 앉은 박상우가
몸을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정홍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 이제 시 작이니까.”
“……물론입니다, 회장님.”
박상우가 살짝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데…… 이런 말씀을 드리기 는 좀 껄끄럽습니다만……
“말해봐.”
박상우가 두어 번 머뭇거리고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이게 정말 잘하는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왜 아직도 회장님이 왜 이렇
게까지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 니다.”
정홍근이 피식 웃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예.”
“내가 말해준다고 한들 자네가 이 해하겠는가?”
“……제가 회장님의 깊은 뜻을 짐 작하는 건 어렵겠지요.”
“자네를 무시하는 건 아니야. 하 지만 이건 말해봐야 평행선을 달릴 이야기지. 그러니 그냥 나를 믿고 가주게.”
“……예, 회장님.”
황송하다는 둣 몸을 돌리는 박상 우를 보며 정홍근이 시트에 몸을 기 댔다.
‘백날 천 날 말해봐야 알아듣지도 못하겠지.’
그러니 박상우는 직장인인 거고, 정홍근은 경영자인 것이다.
박상우도 나름 정홍근의 곁에서 보좌하면서 권력과 폭력의 힘을 충 분히 느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천만에.
모른다.
박상우는 아무것도 모른다. 힘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
인지를, 그리고 그 힘을 가진 자의 곁에 있는 게 얼마나 큰 이득을 낳 는지를 말이다.
태광 정도면 이미 충분히 힘을 가진 게 아니냐고?
웃기는 소리.
힘이란 상대적이다.
개의 우두머리가 범을 당해낼 수 있는가.
범이 없는 곳에서는 왕처럼 살 수 있겠지. 하지만 범이 나타나는 순간 모든 권위는 사라지고, 평범한 개로 전락할 뿐이다.
정홍근만큼 태광이 가진 힘을 잘
아는 이는 없다.
개들 사이에서 목을 세울 수 있 는 정도.
진짜 힘을 가진 범이 나타나면 바로 꼬리를 내려야 한다. 범을 보 고도 자신의 힘을 과신한 개는 달아 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목에 송곳 니가 박히기 마련이다.
그가 해야 할 것은 철저히 고개 를 숙이는 것.
그러고 나서 범의 힘을 등에 업 는 것이다.
“집으로 가세.”
정홍근이 눈을 감았다.
‘이제 첫술이야.’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아직.
“꼬리 치는 거죠.”
이현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꼬리를?”
“예.”
“왜‘?”
강진호가 이해 못하겠다는 듯 고 개를 갸웃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이쪽으로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는 건 이해한다. 누가 봐도 그런 상 황이니까.
하지만 강진호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태광의 회장쯤 되는 이가 왜 굳 이 그래야 하느냐였다. 굳이 자신과 우호 관계를 맺지 않아도 딱히 지장 이 없지 않은가.
“이유는 간단합니다. 회주님을 강 자라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 강자?”
“예. 뭐, 저놈들도 장님은 아닐 거고, 여러 곳에서 정보가 들어오겠 죠. 저희와 태광이 정면으로 부딪칠 것을 우려한 정계에서 정보를 줬을
수도 있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루트가 어디든 간에 저희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봐야죠. 그 결과, 우리가 상대할 수 없는 강자라고 판단했을 거구요.”
이현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그냥 상관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찾아가서 난동 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차이가 나는 거지.”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강진호를 바라보며 말했 다.
“회주님, 저 작자는 애초에 그렇 게 회사를 키워온 사람입니다. 애초 에 저 일가가 그래요.”
“••••••응?”
“일제 강점기 때는 친일파로 일제 에 부역했죠. 그런 후, 전쟁 전에는 친미파가 되었다가, 전쟁이 끝나고 는 다시 친일파로 복귀하는 동시에 군사정권에 줄을 대고 성장한 놈들 입니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같은 기업인이긴 하지만, 황 회 장님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러니까……
“네. 언제 어느 때고 자신보다 강 하고 줄을 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고개를 숙일 준비 가 되어 있는 것들이죠. 일단은 우 호를 다지는 데서 시작할 겁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찰거머리처럼 달라 붙겠죠.”
강진호가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 다.
“그럼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 니라고?”
“이것 자체가 꿍꿍이인 겁니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저놈은 그냥 친총회파가 되고 싶은 것뿐이에요.”
이현주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만한 정보까지 얻을 수는 없었을 텐데요? 너무 비 상식적이지 않아요?”
“뭐가 비상식적인데?”
“저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만으로 어떻게 총회에 붙는다는 결론을 내 릴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 실장은 안 되는 거
지.”
“••••••예?”
이현수가 멍한 얼굴의 이현주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줄 을 대면 이미 자리는 다 차 있는 법이야. 주식이랑 같은 거지. 정보가 풀려서 오를 게 확실해진 주식은 이 미 매물이 없어. 내가 들어갈 수 있 을 때는 폭락을 앞에 둔 때뿐이지. 개미는 그렇게 털리는 거야.”
이현수가 손을 들어 목을 베는 시늉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인간의 촉은
인정해야 해. 강자가 누군지를 귀신 같이 파악하고 먼저 들러붙어 이득 을 보는 방식으로 대기업을 만든 사 람이라니까. 한 번이라도 선택을 잘 못했으면 태광이라는 기업은 존재하 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모조리 더 힘센 쪽 을 찾아내 붙은 인간이지. 이 정도 선택은 굳이 확정적인 정보도 필요 없어. 그냥 뉘앙스만으로 다 알아챘 겠지.”
이현주도 입을 다물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게 가장
말이 된다. 황당하고 어이없기는 하 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군사정권에 붙 은 것처럼 저희 쪽에 찰싹 달라붙고 싶어서 저러는 거라고요?”
“그렇지.”
“……뭔 사람이 자존심도 없나?”
“자존심이 있는게 더 이상하지. 친일파에 뭔 자존심이 있어.”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와는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 저 사람들에게 체면이나 자존심은 오로지 약자를 상대로만 발휘되는 거야. 자신보다 강자에게 고개를 숙
이고 꼬리를 치는 게 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지 이해도 못할걸?”
이현주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이다.
물론 그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결국 사람은 이득을 따 라 움직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평 범한 사람이 이득과 자존심의 밸런 스를 어느 선에서 맞추느냐를 고민 한다면, 저들에게는 그 밸런스 자체 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무서울 정도
네요.”
“욕망에 충실한 거지.”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저런 평가는 접어둬. 저 사 람에 대한 평가는 굳이 우리가 아니 라도 할 사람이 많을 테니까. 다만, 뭐, 인간적인 호오야 어쩔 수 없겠 지.”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예, 회주님.”
“어떻게 하는게 최선이라는 거 지?”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가 씨익 웃 었다.
“내버려 두십시오.”
“••••••응?”
“회주님의 안 좋은 점 중 하나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반드시 그에 대한 해결책을 그 자리에서 확 립하려 한다는 겁니다. 때로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해결책이 됩니 다.”
오으…”
M…•
“급한 건 이쪽이 아니니까요. 사 실 우리는 저 인간이 어떻게 나오든 별 상관이 없잖습니까? 급한 건 우
리가 아니라 저쪽이죠.”
“그렇지.”
“그러니 내버려 두고 그냥 지켜보 십시오. 이쪽에서 반응이 없으면 몸 이 달아오른 저쪽에서 뭐라도 하려 들 테니까요. 그걸 지켜보다가 결정 하시면 됩니다.”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차가워졌 다.
“잘라 버리든지, 아니면 개로 부 리든지.”
“••••••개로?”
“물론 혐오감은 이해합니다. 하지 만 잘 생각해 보십시오, 회주님. 저
희는 얼마 전에 일본 내에 친한파를 만들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고 마음에 들지도 않는 일본 녀석들 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입니다. 제 발로 개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이를 굳이 밀어낼 필요가 있습니까?”
“으음.”
“잘 생각해 보십시오, 회주님. 태 광은 정말 큰 기업입니다. 재계 순 위로 따지면 재경과 비등비등한 곳 입니다. 그런 곳을 아래에 두고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기회죠. 재 계로 발을 넓혀 나가는 와중에 이런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재경이 있잖아. 굳이 또……
“솔직히 이런 말씀까지는 드리고 싶지 않은데……
이현수가 볼을 긁었다.
“재경은 황 회장님의 것 아닙니 까?”
“그렇지.”
“그 재경에 저희가 뭘 할 수 있겠 습니까?”
순간, 강진호도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친분은 친분일 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친분이 좋게 작
용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문 제가 됩니다. 저희가 재경에게 일본 사업을 대리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겠습니까?”
“못하지.”
제안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 지만 그렇게 된다면 재경에 너무 많 은 것을 밝혀야 하고, 너무 많은 것 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있어 서 재경은 친분이 있는 기업일 뿐, 파트너는 아니니까.
강진호가 재경을 물려받는다면 가 능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최소한 몇 년 뒤의 이야기다.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서 MK를 만든 것 아닌가?”
“MK는 특정 분야에 쏠려 있는 기업이라 아직 역량이 딸립니다. 총 회의 존재 때문에 MK가 힘을 받는 거지, MK 단독으로 보자면 이제 막 프렌차이즈 하나를 연 중소기업 일 뿐입니다. 할 수 있는 것에 한계 가 있죠.”
“……태광은 다르다는 거로군.”
“예.”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더 좋은 점은 저 정홍근 회장이
라는 작자는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 고 있는 이라는 점이죠. 자신들이 우리에게 달라붙어 이득을 내기 위 해서는 자신들이 먼저 우리가 군침 을 흘릴 만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제 손자라도 내놓겠 다던데.”
“거보십쇼. 저 인간은 비열하고 끔찍하고, 재수 없을지언정 절대 멍 청하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욕을 해.”
그게 욕보다 더 심하네.
“ 여하튼……
이현수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태광을 길들여 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일단은 지켜보는 게 맞습니다. 저놈들이 당 장 말 잘 듣는 개가 되어 꼬리를 칠 수 있을지, 아니면 좀 얻어맞아 야 정신을 차리는 들개인지 말이 죠.”
“은근슬쩍 결과를 정해놓은 것 같 은데……
“에이, 오해입니다, 오해.”
이현수가 낄낄대며 웃었다.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저쪽의 의도는 확실
히 알았으니, 대응이 좀 쉬워지기는 했다.
‘이현수의 말대로 조금 지켜봐야 지.’
하지만 강진호도 이현수도 이 시 점에서는 알지 못했다.
한 번 비빌 언덕을 찾아낸 정홍 근이 얼마나 집요해질 수 있는 인간 인지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 간은 생각 이상으로 빨리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