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7)
마존현세강림기-1569화(1566/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2화)
1장 파악하다 (2)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온 강진호는 자신의 현관 앞에 대어져 있는 차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남의 현관 앞에 차를 대놓은게 문제냐고?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 차가…….
‘뭔 차가 이렇게 생겼어?’
동그랗게 선이 그어진 듯한 옆 라인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스포츠카 였다. 겉모습만으로는 스포츠카와 세단의 곡선이 어느 정도는 섞여 있 다고 볼 수 있는…….
“부가티 시론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어디서 많이 본…… 아니,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워낙 인상적이 라 잊을 수 없는 얼굴을 한 이가 거기에 서 있었다.
“선물입니다. 스포츠카를 좋아한
다고 하셔서.”
강진호가 정홍근을 보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물이요?”
“예. 선물입니다, 회장님.”
“갑자기 무슨 선물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사과를 드린다고. 본래 사과란 선물과 함께 하는 법이지요. 회사로 가져가기는 좀 큰 물건이라.”
강진호가 차와 정홍근을 번갈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지고 가십시오. 이런 것 안 받
습니다.”
“비싼 뇌물을 들고 온 게 아닙니 다. 회장님이 좋아하실 만한 물건을 들고 온 겁니다. 저도 정신이 있는 놈인데, 설마 회장님께 몇 십억짜리 를 뇌물로 드리겠습니까?”
“며, 몇 십억?”
얼마?
아니, 뭔 차가 억도 아니고, 몇 십억이란 말이 붙는가.
몇 억짜리 차를 타고 다니는 강 진호도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말이 었다.
“그러니 그냥 받아주십시오. 비싼
것도 아닙니다. 뇌물이라고 할 수도 없지요.”
비싼데요?
많이 비싼데요?
영감님, 회장으로 오래 사시더니, 경제관념이 어디로 가버리셨나요?
“이, 이런 건 못 받습니다. 가져 가세요.”
“회장님.”
정홍근이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이 스포츠카를 즐기신다고 해서 선물로 준비한 것뿐입니다. 이 런 작은 선물 하나 하지 못하고 제
가 어찌 회장님께 사과라는 말을 올 릴 수 있겠습니까.”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살폈다.
한국이라는 땅의 길거리 한복판에 서 할아버지의 사과를 받는 모습을 누가 본다면, 전후사정 따지지 않고 욕부터 치고도 남는다.
“아, 아니, 이러지 마시고……
“회장님께서 받아주시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휘휘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지나는 이들이 다 들 뭔 일인가 하고 고개를 빼꼼 내
민다.
주택가라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 아서 망정이지, 만약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었다면 얼굴도 들지 못 했을 것이다.
“진호야, 누구 왔니?”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강진호 가 기겁을 하여 고개를 돌렸다. 천 하의 강진호가 집에서 누군가가 나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당황하고 만 것이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잘 다녀오거라.”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뭐, 이런.’
불도저도 이런 불도저가 없다.
‘성공한 기업가라는 양반들은 다 이런가?’
방식이야 전혀 다르겠지만, 여하 튼 황정후도 자신이 한 번 정한 일 에는 타협을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지금 정홍근은 황정후보다 더한 황 소고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간이라 성공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타입의 수많은 이들 중 대부분은 망하고 운 좋게 살아남은 자라 성공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 다.”
“회장님께서 제 선물을 받아주시 면 두말없이 돌아가겠습니다.”
강진호가 슬쩍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그들 쪽을 지켜보는 눈들 이 있다. 대충 걷어차 버릴 수도 없 다는 사실이 강진호를 괴롭게 했다.
“……받으면 가시는 거죠?”
“예, 회장님.”
“알겠습니다. 받을 테니 돌아가 주세요.”
정홍근이 고개를 들더니 환하게 웃었다.
“박 전무!”
“예, 회장님.”
뒤쪽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박상 우 전무가 뛰쳐나와 강진호에게 키 를 내밀었다.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부가티 시 론입니다. 디보를 구하고 싶었지만 매물이 없어서…… 디보를 구하는 대로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그건 뭐고, 이건 뭔데요?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며 열쇠 를 받아 들었다.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이제 집 앞으로 오지 마십시오.”
“아, 물론……
“농담 아닙니다.”
강진호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 았다.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마 세요. 다시는 제집 앞에 찾아오지 마십시오.”
그의 서늘한 눈을 본 정홍근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곳으로 찾 아오지 않겠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정홍근을 보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강철처럼 버티는 이의 허리를 꺾
어버리는 건 그에게 쉬운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물 흐르듯 그의 압박을 피해가는 이는 상대하기가 영 껄끄러웠다.
‘이현수를 전담으로 붙여 버릴 수 도 없고.’
한숨을 한 번 내쉰 강진호가 키 를 다시 박상우에게 던졌다. 박상우 가 엉겁결에 키를 받아 들자, 강진 호가 살짝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석으로 치워주세요.”
“아? 예, 알겠습니다!”
박상우가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이내 구석으로 차를
뺀 박상우가 허겁지겁 차에서 내려 다시 강진호에게 키를 내밀었다.
강진호가 살짝 못마땅한 눈으로 그 키를 받아 들고는 정홍근을 돌아 보았다.
“약속은 약속입니다.”
“물론입니다, 회장님. 기업가는 약 속과 거래에 민감해야 하는 법이 죠.”
퍽이나 그렇겠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젓고는 차고 쪽을 향해 걸어갔다.
“차 안 모십니까?”
“처음이라 어색해요. 타던 것 타
고 갑니다.”
“아, 그럼 차를……
강진호가 차고 문을 열고 그 안 에서 금동이 MK. 2를 끌고 나오자, 정홍근이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자전거를 타고 가신다고요?”
“회사가 별로 안 멀어서요.”
“이런. 회장님이 자전거를 좋아하 신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놓친 모양이군요. 알았습니다.”
“……또 이상한 짓은 하지 말아주 셨으면 좋겠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상대가 싫어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도 기업가의
기본이죠.”
정말 퍽이나 그렇겠다.
한숨을 푹 내쉰 강진호가 금동이 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이 불편한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
“그럼.”
강진호가 쏜살같은 속도로 멀어지 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홍근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 전무.”
“예, 회장님!”
“차보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것 같 은데, 정보 수집이 잘못된 것 아닌 가?”
“죄, 죄송합니다. 워낙 베일에 싸 이신 분이라.”
“TV만 틀면 나오는 사람이 베일 에 싸여 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무덤 안에라도 숨어서 산다는 소린 가?”
“……죄송합니다.”
할 말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박상우는 여기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 그리 현명하지 않은 처사라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후우.”
정홍근이 짧은 탄식을 토해냈다.
“쯧, 상대의 취미도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하다니. 박 전무도 다됐어.”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으면 사람 을 제대로 부려보도록 해. 이제 우 리도 발로 뛸 나이는 지나지 않았는 가. 팔팔하고 의욕 있는 애들을 굴 리는 게 우리의 일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조사해 봐!”
“예!”
허리를 굽히며 대답하는 박상우를 보며 정홍근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회장실.
정홍근이 박상우의 보고를 받으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를 자주 타지는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간간 이 즐기시는 것 같은데……
“그 자전거도 범상치 않아 보이던 데.”
“특수 제작한 자전거라고 합니다. 전문가에게 사진을 보였지만, 이런 모델은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소재는 카본으로 보이고, 따로 제작 한 거라면 웬만한 외제차 한 대 값 은 가볍게 뛰어넘을 거라고 했습니 다.”
“자전거가 차보다 비싸다고?”
정홍근이 눈을 찌푸렸다.
그도 부자기는 하지만, 때때로 사 람들이 돈을 쓰는 방법에 위화감이 들 때가 있다.
“허허, 별……
고개를 내저은 정홍근이 피식 웃 고는 입을 열었다.
“만들어봐.”
“예?”
“더 좋은 자전거로 한 번 만들어 봐.”
“하지만 회장님. 저쪽 자전거가 어떤 건지 정확하게 모르니, 더 좋
은 자전거라고 하셔도……
“쯧쯧쯧. 자네,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나? 예전에는 안 그렇더 니.”
“예?”
“그만한 자전거를 제작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겠나? 보나마나 제일 잘 만드는 곳에 주문 제작했을 것 아닌가.”
“아…… 그렇지요. 이탈리아 쪽일 수도 있겠습니다.”
“조사를 해보라고. 분명 몇 년 새 에 한국에서 들어온 주문이 몇 개 되지 않을 거란 말이야. 그중 최고
가로 제작된 제품을 확인하고, 그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끝 아닌가.”
“예, 회장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 다.”
박상우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정홍 근을 바라보았다.
보통 나이가 든 경영자들이 그 총기를 잃어가는 데 반해, 정홍근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어도 될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본인은 스스로 늙었다고 자책하지 만, 박상우가 보기에는 그의 날카로 움은 아직 살아 있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그분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겠 습니까?”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정홍근이 딱 잘라 말했다.
“고전이 왜 고전이고, 정석이 왜 정석인 줄 아는가? 그만큼 잘 먹히 고, 잘 통하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정석은 빤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빤 한 게 계속 쓰이는 이유가 있는 법 이지.”
정홍근이 나직하게 웃었다.
“그리고 선물은 부차적인 걸세. 중요한 건 선물을 구실로 자꾸 얼굴
을 마주치는 게지.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자주 보면 정 든다. 기본 아닌가.”
“예, 회장님. 다만, 그분께서…… 영 평범한 분은 아닌 느낌이라
“그건 노력으로 해결해야지.”
정홍근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천 장을 바라보았다.
“명철이 놈은 좀 어떤가?”
“많이 안정되셨습니다. 이제는 발 작의 빈도가 거의 없어졌다고 합니 다.”
이으 »
정홍근의 눈이 살짝 가라앉았다.
박상우가 슬쩍 정홍근의 눈치를 살폈다.
꽤 아끼던 손자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상우는 알고 있다. 정흥근 에게 있어서 정명철이 아픈 손가락 이었다는 사실을.
그런 손자를 이리 만든 자에게 선물 공세를 하며 친분을 도모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달가울 리는 없 다. 사람이라면 말이다.
“멀리 치워 버려.”
“••••••예?”
“수도권 밖으로 내보네. 강 회장
과 그놈이 조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마. 괜히 다 된 밥에 재 뿌 리기는 싫으니까.”
“……회, 회장님.”
“왜‘?”
박상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정홍근이 입꼬리를 뒤틀었다.
‘손자 따위.’
태광에 앞날이라는 거대한 것에 비한다면, 정명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떻게든 인연을 맺어야겠어.’ 이런 잔 수작으로 해결을 볼 생
각은 없다.
더 많은 일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가 만족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해낼 것이다.
“끌끌끌, 이거, 오랜만에 활기가 도는 느낌이로군.”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며 정 홍근이 아주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