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68)
마존현세강림기-1570화(1567/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3화)
1장 파악하다 ⑶
이현수가 강진호를 보며 낄낄대며 옷었다.
살면서 눈 밑이 퀭해진 강진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상 상이나 했겠는가.
이 가엽고 안쓰러운 회주의 모습
을 보며 이현수가 더없이 즐겁다는 듯 통쾌하게 웃어 젖혔다.
“낄낄낄낄, 제가 얕보지 말라고 말씀을 드렸잖습니까.”
“끄으으응.”
강진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노이로제 걸리겠어.”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뭔 영감이 체력이 그렇게 좋아? 무인인 줄.”
“원래 정신력은 체력을 초월하는 법입니다. 이게 일제의 잔재인 정신 론이죠.”
“그럼 안 좋은 것 아냐?”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그 양반이야 그 잔재의 화신 같은 사람 이니까요.”
“끄으응.”
강진호가 앓는 소리를 냈다.
정홍근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 다.
그가 가는 곳마다 정홍근이 나타 났다. 나중에는 분신술이라도 쓰는 게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 러는 와중에도 한 번 경고를 해놨더 니, 강진호의 집 앞에는 절대 나타 나지 않는다.
그러니 더 미칠 노릇이었다.
아무리 강진호가 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사람이라지만, 자신 에게 잘해주려고 애쓰는 사람에게 무작정 화를 낼 수는 없잖은가.
게다가 그 대상이 곧 쓰러질지도 모르는 노인이라면 천하의 강진호도 화를 내기 전에 세 번, 네 번 생각 해 볼 수밖에 없다.
사람을 죽이는 데 거리낌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죽이는 데는 거리낌이 있다. 강진호도 사람 이니까.
그러니 이건 대항이 불가능하다.
“뭔 놈의 회장이 회사에는 안 들
어가고……
“회사는 회장 없어도 굴러갑니 다.”
이현수가 태연하게 말했다.
“대통령이 나라를 부흥시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듯이 말아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규모가 커진 국가는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한 사람에게 과도한 권한이 몰리는 걸 견제합니다. 기업도 마찬 가지죠. 아무리 제왕적인 권위를 가 지고 있는 회장이라 할지라도 회장 이 혼자 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 다.”
이현수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게 정말 회장이 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룹 의 운명이 걸린 일 아닙니까.”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 는 정홍근이 짜증 나는지, 그걸 보 며 낄낄대는 저 새끼가 짜증이 나는 지 구분이 가질 않을 판이었다.
“남 일처럼 보지 말고 좀!”
“방법이 없잖습니까. 회주님이 결 정하실 수밖에요.”
“끄웅.”
두고 보자더니, 이게 두고 보는 건가?
정홍근은 거의 자연재해 같은 인 간이었다.
인간은 몰려오는 태풍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저 창문을 꼭 닫고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라야 한다.
강진호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할 수 있지?”
“그걸로 큰 사람이라도 말씀드렸 잖습니까.”
이현수가 살짝 정색했다.
“무시하지 마십시오. 저쪽도 필사 적인 겁니다. 저 나이에 저런 근성 과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건 회주님도 아시잖습니까.”
“……그렇지.”
그야 물론 인정한다.
저 나이에 저리 왕성하게 활동한 다는 건 정말 존중해야 할 일이다.
그 왕성한 활동량의 타깃이 자신 이란 점만 제외할 수 있다면 말이 다.
“뭘 많이도 받으셨네.”
이현수가 강진호의 옆에 놓여 있
는 선물들을 보며 낄낄 웃었다.
“하나 가져가도 됩니까?”
“•…”안 돼.”
“에이, 돈도 많으신 분이.”
이현수가 빙긋빙긋 웃으며 쌓여 있는 수많은 상자 중에서 작은 것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 정도면 뭐…… 헐, 뭐야, 이 거?”
상자를 열어본 이현수의 눈이 휘 둥그레졌다.
“뭔 놈의 파텍이 선물로 들어옵니 까? 이거, 외제차보다 비싼 시곈 데.”
“……그게 뭔데?”
“아우, 대기업 회장님 클라스 보 소. 이걸 선물로 주는 것도 아니고, 선물 중에 하나로 주네.”
이현수가 간이 떨린다는 듯 곱게 시계 상자를 닫아서 선물 더미 위에 올렸다.
“……주머니에 들어간 거 빼라.”
“귀신 같으셔라.”
이현수가 궁시렁대며 주머니에 넣 은 시계를 꺼내 시계 상자 안에 넣 었다.
“대체 왜 주차장에 들어오는 걸 안 막는 거야?”
“회주님, 경비도 사람입니다. 쟤들 이 태광 회장이 회주님 만나러 왔다 는데, 무슨 수로 막습니까?”
“무인이 뭐 그런 걸 신경 써?”
“쟤들 이제 무인 아닙니다. 그리 고 아무리 무인이라고 해도 태광 회 장님을 어떻게 무시합니까? 회주님 머릿속에 파워 밸런스가 이상한 거 예요. 태광 회장님이면 대통령을 못 되어도 총리쯤은 됩니다. 총리가 사 무실 방문한다는데, 허가 안 받았다 고 막는 장면이 상상이 되십니까?”
듣고 보니 이상하기는 하네.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선물 더미 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일주일만 지나면 선물들 때문에 회장실이 가득 찰 판이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주차장에 들어와 선물을 내려놓고 가버리는 사람을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강진호가 역정을 내려 하 면, 정홍근이 아니라 정홍근의 부하 직원들이 사색이 된다. 그들의 입장 에서는 선물을 전달하고 오라는 회 장의 지시를 지키지 않을 도리가 없 다.
“너구리 같지 않습니까?”
“끄웅.”
늙은 생강, 늙은 너구리, 늙은 여 우
어떤 말을 붙여야 지금 강진호가 겪고 있는 이 곤란함이 표현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한숨만 나 오는 강진호였다.
“그래서……
강진호가 책상에서 머리를 떼고 의자에 둥을 기댔다.
“이제 볼 만큼 본 것 같은데, 어 쩌자는 거지?”
“그야 회주님이 결정하실 일이 죠.”
“그게 어려우니까 이리 말하잖 아.”
“네. 그럼 조금 생각을 단순하게 바꿔보죠. 회주님은 정홍근 회장에 게 원한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니.”
강진호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애초에 그는 자신을 공격하는 이 에게는 가차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 만 따져 보면 정홍근은 그를 건드린 적이 없다.
그를 공격한 건 정홍근이 아니라 정홍근의 손자인 정명철이다. 나름
21세기인이라 자부하는 강진호가 정홍근에게 연좌죄를 물을 생각이 아니라면, 그 책임을 정홍근에게 돌 리기는 어렵다.
물론 정홍근 역시 대기업들을 종 용하여 MK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황정후에 의해 시작부터 엎 어져 버렸고, 결국 MK는 아무런 피해를 본 게 없다.
게다가 MK에 대한 경제적 공격 을 강진호에 대한 공격과 동일시해 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고.
‘이론은 그렇고.’
중요한 것은 강진호가 딱히 정홍
근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들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귀찮고 짜증 난다’와 ‘증오스럽 다’는 별개의 감정이니까.
“그럼 친일파와 손을 잡으실 수 있겠습니까?”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는 불을 붙였다.
“후우.”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피 식 웃었다.
“굉장히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 하는데.”
“어째서요?”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음…… 확실히 그렇기는 하죠.”
일제에 부역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긴 놈이 나쁜 놈으1가, 사람을 천 단위로 죽인 자가 나쁜 놈인가.
이건 따져 볼 것도 없는 일이다.
물론 그 사람이 어떤 죄를 지었 느냐가 그 사람이 타인을 평가할 자 격이 있는가를 따지는 요소가 될 수 는 없겠지만, 적어도 강진호는 자신 이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자격의 문제가 아니 라 기분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살인
자도 바퀴벌레를 싫어할 수는 있잖 습니까.”
“..어?”
뭐지? 비유가 찰떡같은데.
“호오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마시고요.”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호오라…….
“친구가 될 생각은 안 드는군.”
“개로 부릴 생각은 있으시다는 거 군요.”
“개가 일본을 좋아한다고 문제가 되나? 일제 개 껌을 주면 되겠지.”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아니요. 아직은 아닙니다.”
이현수가 깔끔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직은 좀 덜 달아올랐을 겁니 다. 그리고…… 무척 중요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
“네. 자기가 사람보다 서열이 높 다고 생각하는 개는 아무리 재롱을 잘 떨고 충직한 척을 해도 언젠가는 사고를 치는 법이지요. 개는 개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어떤 사람 도 개보다는 서열이 높다는 걸 이해
해야 하는 법이죠.”
“ Q..”
M…•
강진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말하자면, 정홍근을 받아들 이기 전에 그의 서열을 제대로 인식 시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어떻게?”
“서열을 아는 법은 두 가지가 있 습니다.”
“옹?”
강진호의 의문 어린 눈에 이현수 가 씨익 웃었다.
“하나는 회주님이 좋아하는 방식 이죠. 깨버리는 겁니다. 쥐어 패고
발로 머리를 짓밟아 다시는 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게 혼을 빼놓는 방 법이죠.”
“……그럼 죽어.”
“네. 노령의 노인에게 그런 방식 을 쓸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건 사실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지요.”
“그렇지.”
“그래서 이번에는 두 번째 방법을 쓸 겁니다.”
“두 번째?”
“예. 서열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너보다 높다는 것만 인식시키
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정홍근이 어찌할 수 없는 높은 서열의 사람이 저희보다 밑에 있다는 것만 이해시 키면 알아서 꼬리를 말 겁니다.”
“……말은 이해하겠는데, 그런 사 람이 있나‘?”
“ 있죠.”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이제 슬슬 관계 회복도 할 겸, 간만에 정부 쪽 인사나 좀 만나보시 죠. 세 분이 같이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끄웅.”
강진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반웅을 본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었다.
“불편하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차라리 한 번에 확 불편을 감수하시면 그다음부터는 편하지 않 겠습니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고, 차라리 깔끔하게 정리하시죠.”
“후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전에 하나.”
“예, 회주님.”
“태광을 굴복시키면 써먹을 데는 제대로 있는 거지?”
“후후후후후후.”
이현수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다.
강진호가 영 이상한 것을 마주한 다는 눈으로 이현수를 보며 오만상 을 찌푸렸다.
“지금 그 말씀을 누구에게 하시는 겁니까, 회주님. 제 특기가 짜내기고, 두 번째 특기는 뽑아내기입니다.”
“태광이고 나발이고, 정말 전 인 력을 모조리 갈아 넣어서 최고의 효 율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거 하나만큼은 제가 대한민국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아니야.
내 생각에 너는 그쪽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야.
그 차이커창도 학을 뗐지.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하려고?”
“제가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일 본을 가장 잘 뽑아 먹을 수 있는 놈들은 일본 놈이고…… 두 번째로 는 일본을 잘 아는 이라고요.”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정홍근 회장만큼 일본을 잘 뽑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존
재하지 않습니다. 그 양반한테 맡겨 놓으면 일 년이 지나기도 전에 일본 은 짜낼 땀도 안 남게 될 겁니다.”
“데려만 와주십시오. 굴려 먹는 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너, 엄청 기뻐 보인다?”
“흐흐흐흐. 안 그래도 저 새끼들 요즘 마음에 안 드는데, 저승사자 하나 확보하겠네요. 아, 즐거워라.” 강진호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때 죽였어야 하는 건데.’
세상에 마귀를 풀어놓은 기분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