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7)
마존현세강림기-157화(157/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8화)
2장 여행가다 (3)
“야매?”
백영기 이사가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조규민이 더듬더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무, 물론 입사할 때야 그런 스팩을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입사를 한 지가 벌써 몇 년인
데요. 이젠 다 잊었습니다.”
“그러니까……
백영기가 이마를 톡톡, 두드리고는 말을 이었다.
“일단 그런 스펙을가지고 있던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오랜 비서실 생활에 써먹지를 않다 보니 이제는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다…… 뭐, 이런 말인가?”
“정확합니다.”
“그럼 뭐, 별문제도 없지 않은가.”
“ 네?”
백영기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한번 했던 걸 다시 못할 이유가
없지. 출국 전날까지 원래의 실력을 다시 되찾으면 되는 일 아닌가.”
“……출국날이 언젭니까?”
“모레.”
“ 네?”
“삼 일 내로 완벽하게 처리하게! 완벽하게!”
“……네?”
조규민을 지옥으로 밀어 넣은 줄도 모른 채 강진호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확실히 문제가 있을 수 있겠어.’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꽤
나 큰 핸디캡이었다. 특히나 그가 하려는 일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 면 문제가 심각해질지 몰랐다.
통역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가 하 려는 것은 일상적인 언어를 번역하는 통역이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암초를 만 난 강진호가 고민에 빠졌다.
“아고.”
그때, 문이 열리더니 퍼진 얼굴의 강은영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늦었구나.”
강은영이 억울하다는 얼굴로 대답
했다.
“놀다 온 거 아니거든요.”
강진호의 눈이가늘어졌다.
“일하다 왔니?”
“그런 거지.”
“스케줄이 너무 바쁜 것 같구나.”
강진호의 말에 강은영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강진호가 이런 말을 할 때면 언제 나 일이 터진다는 것을 이제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아, 아냐, 오빠! 안 바빠!”
“지금 시간이 몇 시니?”
강은영이 손을 내저었다.
“아냐. 진짜로 일 때문에 늦게 온 거 아냐. 따져 보면 일 때문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한데,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지금 온 건 아니야.”
“그럼?”
강진호의 눈이가늘어지자 강은영 이 ‘앗, 뜨거라’ 하는 얼굴로 재빨리 대답했다.
“학원 다녀왔어.”
“학원?”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학원은 무슨 학원이란 말인가.
그의 동생은 공인된 수포자였다. 수학 포기자가 아니라 수능 포기자
가 그의 동생인 것이다.
이제 와서 학원을 다닌다고 하더 라도 딱히 좋은 결과를 보지는 못할텐데?
강진호가 결심을 굳힌 얼굴로 말했다.
“수능을 제대로 볼 생각이 있다 면, 내가도와주마.”
“오라버니.”
“음?”
“아무리 오라버님이 전지전능하시 다고 해도 이 동생의 머리에 지식을 주입하여 대학으로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아뢰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사람은 다들 쓰임새가 있는 법이다. 강은영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은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을 쳐서 답이 없다는게 아니라, 수능 공부를 하는 것보다 효 율이 좋은 길로가고 있으니까.”
“안 물어봤는데요? 그거, 내 머리가 무척 나쁘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강진호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오빠, 고등학교가기 전에는 나보다 공부 더 못했다고 들었는데? 근데 오빠도 고등학교가서는 성적
뛰었잖아! 나도 공부를 안 해서 그 렇지, 하면 잘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럼 너도 무공 배우든가.
강진호는 쓸데없는 대화에서 벗어 나 본론을 찔렀다.
“그래서 무슨 학원인데? 공부는 아니라며?”
“외국어.”
“응?”
강진호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묻자 강은영이 한숨을 푹푹 쉬더니 입을 열었다.
“이번에 나 중국이랑 일본으로 진 출하기로 했거든. 요즘가수들은 한
국에서 좀 반웅 있다 싶으면 일단 외국으로 돌리더라고.”
“그래?”
“아무래도 시장 차이가 크니까. 그래서 외국 진출 준비 중인데, 나도 거기가면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 할 거 아냐. 만날 ‘아이시떼루’, ‘워 아이니’만 할 수는 없잖아.”
“그렇지.”
“그래서 속성으로 배우고 있어. 이쪽으로 유명한 강사님이 계시거 든. 해외 쪽으로 진출하는 애들이 주로 많이 배워. 엄청 고가이기는 한데, 아무래도 그쪽 언어를 배워서
가면 노력했다는 인상을 주기는 하니까. 소속사에서 보통 돈을 대주고 배우라고 하는 편이지.”
강진호의 눈을 번뜩였다.
“강사는 괜찮고?”
“나는 솔직히 그 사람이 잘가르 치는지 못가르치는지 알 수가 없 지. 그 사람한테밖에 배워보지 않았 으니까. 근데 같이 배우는 사람들 말로는 한국에서 그래도 이 사람이 단기 속성으로는 최고라고 하더라 고.”
“그래?”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은영아.”
“응, 오라비?”
“그래서 그 학원이 어디라고?”
“응?”
강은영이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강진호는 눈앞에 보이는 학원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문제가 있으면 내가 배워 버리면 그만이지.’
통역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면, 속성으로라도 배워 버리면 그만 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겠지만, 강진호는 완전 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 라, 언어의 변화만 어느 정도 파악 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예를 들자면 조선 시대에 훈민정 흠을 쓰던 사람이 지금의 한글을 다시 배우는 격이니,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비하면 훨씬 효 율적일 것이다.
거기에 강진호의 집중력이 합해진 다면, 출국 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사소통이가능할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가격이 좀 비싸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강진호는 현재 경제적인 부 분으로 부담을 느낄 일이 전혀 없었다.
황정후가 준 통장에서는 지금도 ‘헉!’ 소리가 나는 돈이 입금되고 있 었다. 강진호의 씀씀이로는 평생 동 안 돈을 쓴다고 해도 그돈을 다 쓰 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 사치는 부릴 수 있었다.
단순히 황정후가 준 돈이 아니더 라도, 그의 아버지가 차린 카페는 슬슬 입소문이 나서 장사가 무척 잘 되고 있었다. 대기업에서 프렌차이
즈를 하자는 제의까지 들었다고 하니, 생각 이상으로 잘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강은영이 벌어들이는 돈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아직은 학생 이라는 이유로 통장 관리를 어머니가 하고 계시지만, 어머니가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섭다는 말까 지 하신 것을 보면 연예인도 생각보 다 돈을 많이 버는 모양이었다.
강진호가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 어갔다.
배움이란 것이 언제나 즐겁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학구파는 아니
지만, 배워야 할 것을 피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강진호가 안으로 들어가려 문손잡 이를 잡는 순간, 그가 잡은 손잡이 로 같이 손을 뻗은 남자가 있었다.
“음?”
“으응?”
손잡이를 같이 잡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흔하지는 않아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니까.
하지만 손잡이를 같이 잡은 사람이 안면 있는 사람이라면의미가 달 랐다.
그리고 그 안면 있는 사람이 그냥
안면 있는 수준이 아니라 꽤나 자주 보던 사람이라면 말이 또 달라진다.
“……강진호씨?”
강진호는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조규민을 보며 고개를 갸 웃했다.
“여기는 왜?”
“ 그게……
조규민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 고 그저 한숨만 푹푹 쉬어 댔다.
“……그래서 그런 겁니다.”
“그렇군요.”
대기실에서 상담을 기다리며 강진
호는 조규민의 상황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강진호씨, 사회는 까라고 하면 까는 곳입니다. 직장은 더더욱 그렇 구요. 이미 군대에서 경험을 하셨겠 지만, 군대는 직장에 비하면 튜토리 얼 같은 곳입니다.”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군대는 어떻게든 시간만 뻐기면 전역할 수 있지만, 직장은 어떻게든 시간만 뻐기다 보면 짤리는 곳이다.
“그러니 까고는 있는데, 사실 이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진짜 루요.”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 고 말았다.
지금까지 조규민을 봐온 시간이 적지 않을진대, 이런 식으로 조규민 이 죽을상을 하는 것은 처음 본 거 같았다.
맡겨진 일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을 해내던 그였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일에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지 알 것 같았다.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네?”
“저도 웬만큼은가능하고, 이번
일은 통역이 그리 쓸모가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그 냥 중국으로 관광이나 다녀온다고 생각하시고 마음 편히 먹으시죠.”
“강진호씨.”
조규민의 눈에 습기가 차올랐다.
자신에게 수학을 알려 달라고 하 던 그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성장하 여 그를 위로하고 있단 말인가.
뭔가 감개가 무량한 기분이었다.
‘인격적으로 정말 많이 달라졌군.’ 이전에도 학생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다소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했다. 과거의 강진호였다면
이런 식으로 조규민을 위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하실 필요는 없구요.”
“그럼 혹시 저는 안 배우고가봐도 되겠습니까?”
“편하신 대로 하세요.”
조규민이 희희낙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규민이 막 인사를 하고 집에가 려는 순간, 원장실의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 어?’
조규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 학원의 원장인 유미소예요.”
조규민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강진호가 눈에 이채를 띠었다.
‘ 여자였나?’
원장이고 이쪽 계열의 전문가라고 하기에 당연히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일 줄은 미처 몰랐다. 강은영도 딱히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 으니 모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 지만.
여자라는 것도의외지만, 그 여자가 꽤나 예쁘고 젊다는 것도 신기했다.
‘상관없지.’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그런 것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강사도 잘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두 분 다 속성을 원하신다구요? 어떻게 하죠? 지금 비는 타임이 한 분 교육할 시간밖에 없는데.”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이쪽 분은 교육 안 받으실 겁니다. 저만가르쳐 주시면 됩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이 조규
민 입에서 나왔다.
“강진호씨.”
“예?”
“생각을 해보니 제가 맡은 일인데 이런 식으로 강진호씨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맡은 일을 단 한번도 남에게 미뤄본 적이 없습니다.”
“……예?”
“거기다가 제가 이런 식으로 임무를 회피한다는 것은 재경의 체면에도 누를 끼치는 것이죠. 안심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출국 전까지 원어민이 되어 나타나겠습니다.”
“그럼 짜이찌엔!”
조규민이 손을 휘휘 흔들더니, 원장을 향해 강렬한 걸음으로 다가가 서 남자답게 손을 내밀었다.
“조규민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진호가 낮은 한숨을 쉬었다. 관심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저러는 이유를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강진호가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니었다.
평소 칼 같던 인상이 무뎌지고 바 보처럼 웃고 있는 것만 보아도 견적
이 바로 나왔다.
노총각 조규민에게 봄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