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72)
마존현세강림기-1574화(1571/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7화)
2장 대면하다 (2)
‘이 현수?’
보고에는 없던 인물이다.
MK의 조직도에도, 따로 조사한 곳에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 름이 었다.
“어서 오십시오, 실장님.”
하지만 고한봉 총리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현수와 손을 맞 잡았다.
“초면에 이리 환대를 해주셔서 너 무 감사합니다.”
“하하하, 어찌 초면이라 하겠습니 까. 제가 실장님을 알고 있고, 실장 님이 저를 알고 있는데, 얼굴을 맞 대는 게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제가 하나 배우는군요. 총리님의 말이 맞습니다.”
이현수가 빙그레 웃고는 정홍근을 향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이현수라 고 합니다.”
“아…… 아, 반갑소.”
정홍근이 살짝 어색한 투로 이현 수를 향해 인사했다. 그러자 이현수 의 살짝 뒤에서 고한봉이 눈을 찌푸 렸다.
그 기색을 읽어낸 정홍근이 재빨 리 말을 바꿨다.
“반갑습니다, 정홍근입니다.”
“회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정홍근이 이현수의 입에서 나온 회장님이라는 말에 살짝 움찔했다.
“자, 앉으시지요.”
“예. 감사합니다.”
정홍근이 자리에 앉은 이현수를 보며 살짝 미간을 좁혔다. 이내 표 정을 풀기는 했지만, 마음속 의혹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상석?’
자리라는 것은 나름 상징적인 의 미가 있다.
지금 이현수가 앉은 곳은 마주 보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자리, 보 통 상석이라 불리는 자리였다.
대한민국의 총리와 태광이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신분도 불명확한 자 가 상석을 차지한다?
이건 웬만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홍근은 애초에 상석에 앉을 입 장이 못 된다. 고한봉과 함께 있는 자리라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상석 은 양보해야 한다.
문제는 뒤늦게 온 고한봉이 상석 을 내버려 두고 그의 앞에 앉았다는 점이다. 둘만 있을 때는 딱히 이상 한 점이 없었는데, 새로 사람이 오 자 상황이 묘해졌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 젊은이가 자연스럽게 상석을 차지하고 앉았음 에도 딱히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생활을 해보
지 못한 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만, 저 젊은이는 그래 보이지 않았 다.
그럼?
‘자신이 거기에 앉는 게 당연하다 고 생각하는 건가?’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강진호도 아니고, 그의 수하 주제 에 대한민국의 총리와 태광의 회장 보다 윗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마음 한편에 자리한 불편함을 꾹 누른 정홍근이 표정을 관리했다.
“바쁘신 와중에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이것참, 죄송스러운 생각
뿐입니다.”
“아닙니다, 실장님. 실장님이 불러
주신다면 참 감사한 일이지요.”
정홍근이 고개를 들어 고한봉을 바라보았다.
이건 숫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할 만한 말이 아닌가.
‘저 사람이 왜 저러지?’
자존심도 없이?
‘아니, 아니지.’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고한봉이 어떤 사람인가. 그 서슬 퍼런 군사정권에서도 목을 뻣뻣이
세우고 할 말, 안 할 말을 다 하다 가 모진 고초를 당한 사람이다.
자존심 빼면 시체밖에 남지 않는 사람들이 전직 운동권들이다. 그런 이가 자존심을 버릴 리가 있는가.
그럼 둘 중 하나다.
저 이현수라는 이가 가진 권력이 저 고한봉이 자존심을 버려야 할 만 큼 강하거나, 실제로 이현수의 위치 가 고한봉보다 높아서 고개를 숙이 는 데 거리낌이 없거나.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
‘이게 대체 무슨……
정홍근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한봉을 바라봤다.
아울러 이현수는 정홍근의 눈빛이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번 변하는 것 을 놓치지 않았다.
‘생각해라. 그래, 생각해라.’
웃음은 안으로 삼켰다.
정홍근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빤하다. 지금 고한봉의 태도를 이해 하지 못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 생 각은 잘못되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고한봉은 절대 이현수에게 저런 태 도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지금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 는 간단하다.
김명찬 사태로 완전히 경색되어 있던 정부와 총회의 관계를 회복할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현수가 먼저 연락을 한 것 자체가 화해의 제스처로 받아들여질 테니까.
고한봉이 여기에서 총회와 정부의 관계를 다시 잇는다면, 그에게는 굉 장한 업적이 된다. 대외적으로 공표 할 수는 없는 업적이지만 말이다.
이현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한봉 이 모를 리가 없다. 저쯤 된 정치인 은 거의 요괴와도 다를 게 없어서 간단한 뉘앙스만으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귀신같이 캐치하는 법이니
까.
덕분에 지금 고한봉이 평소보다 더한 저자세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간 중간 이현수에게 시그널을 보 내면서.
“회장님은 잘 지내십니까?”
“그분은 항상 잘 지내십니다. 덕 분에 제가 괴롭죠.”
“하하, 그 자리가 다 그런 거지 요.”
“총리님도 고충이 많으시겠습니 다.”
“어허, 그런 말씀 함부로 하시면 큰일 납니다. 저는 아주 행복합니다,
아주!”
“충청도분이셨나요?”
“크흠.”
뭔가 찔리는 듯 고한봉이 헛기침 을 했다.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고 입을 열 었다.
“바쁘신 분들 붙들고 쓸데없이 농 담을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두 분을 여기 모신 이유는 다름 아 니라 몇 가지 상의할 일이 있어서입 니다.”
“상의라 하시면?”
“회장님께서 태광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볼 생각을 하신 모양입니다.”
“아, 회장님께서?”
고한봉이 반색했다.
“큰 결심을 해주셨군요. 그것참 좋은 일입니다. 나라를 위해서도 정 말 좋은 일이지요.”
“다만, 음……
이현수가 살짝 뜸을 들였다.
“일단 어느 정도는 마음이 드신 모양인데, 사실 일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친분이 친분으로 남는 건 의미가 없지요. 친분이 작용을 해야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정홍근은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강진호의 마음이 변했다는 건 그 가 바라마지 않는 소식이지만, 지금 그가 보고 있는 상황이 그를 단순히 기쁨에 젖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이현수가 고소를 머금었다.
“태광과 합작하여 몇 가지 사업을 해보려 합니다. 물론 태광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이겠죠.”
“오, 사업이라고 하셨습니까? 어 떤 사업을……
“일본으로 진출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몇 번이나 고려를 했던 일인데…… 이제 슬슬 시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전임께 는 말씀을 드렸는데, 인수인계가 되 었을지……
“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럼 말이 쉽겠습니다.”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태광과 합작하여 일본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여러모 로 걸리는 부분이 많아서 총리님께 서 조금 도와주셔야 할 것 같은데,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허허, 기업이 해외에 진출한다는
데, 정부가 반대할 이유가 있겠습니 까? 발 벗고 나서야지요.”
“단순한 기업 진출이 아니라 그렇 습니다.”
고한봉의 눈■이 살짝 가라앉았다.
“회장님의 뜻입니까?”
“예. 숙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 이죠.”
“그럼 저는 어떤 일이든 돕겠습니 다.”
고한봉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게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기쁜 일이지요. 안 그래도 전임 때 벌어진 일 때문에 면목이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회장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참 좋은 일 아니겠습니 까?”
이현수가 가볍게 웃었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회장님은 개인의 일을 단체의 영역 으로 넘기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전 임은 전임이고, 총리님은 총리님이 시죠.”
“그리 생각해 주신다면 더없이 감 사한 일이지요.”
정홍근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었다.
대화가 폭풍처럼 지나간다. 그리
고 그 빠른 대화 속에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들어 있었다.
‘뭐 이런 내용을 저리 환담하듯 해버리지?’
일본이 어쩌고 진출이 어쩌고, 정 부의 도움이 어쩌고 하는 내용들이 술자리 안줏거리처럼 빠르게 지나간 다.
그 급전개 속에서 대체 어떤 스 탠스를 취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정홍근이었다.
“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한봉이 웃으며 정홍근에게 말을 건네왔다.
“예? 아, 정확하게 무슨 내용인지
잘……
“MK의 회장님께서 정 회장님과 손을 잡고 일본에 진출해 보고 싶다 고 하십니다.”
“아……
그걸 못 알아들었겠는가.
대체 무슨 분야로 뭘 어떻게 진 출할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이 있어 야 할 것 아닌가.
그 디테일은 다 뭉개 버리고 이 런 식으로 협의를 하는 경우가 어디 에 있는가.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예?”
“태광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지 요. 저라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잘만 하면 태광이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는 기회 같 은데……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적당히 감상을 늘어놓는 척하면서 정홍근에게 정보를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는 일. 협조 를 구해야 하지만, 대외적으로 공표 할 수는 없는 일. 다시 말하자 면……
민정 합작 수준의 불법적인 일?
등골이 서늘해진다.
‘대체 MK는 뭐 하는 곳이지?’
저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지금 정부와 MK 중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이는 MK다. 정확하게는 저 어린놈이 고한봉을 잡아 휘두르고 있다.
‘내 생각 이상으로 MK가 대단한 곳이라는 건가?’
정홍근이 대답할 말을 필사적으로 찾는 그 순간이었다.
“다만……
이현수가 술잔을 들어 살짝 목을
축였다.
“회장님께서 우려하시는 바도 있 습니다.”
“어떤••••••
“합작이라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 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확고해야 할 수 있는 일이지요. 특히나 해외, 그것도 일본에서 벌이는 사업을 어 설픈 관계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 그렇지요.”
“사실 회장님은 태광을 그리 신뢰 하지 않으십니다. 아아, 오해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악감정이 있다는 말
은 아닙니다. 그저 친분도 없고, 신 뢰를 쌓을 만한 일도 없었을 뿐이지 요. 그렇기에 회장님은 차라리 재경 과 함께 이 일을 처리하고 싶어 하 십니다.”
재경이라는 말이 나오자 정홍근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러고 보니……
황회장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강진호를 변호했다.
분명 무슨 관계가 있을 거라 생 각은 했지만…… 설마 여기서 그 이 름이 나올 줄이야.
“으음, 재경이라, 재경. 하지만 재
경은 일본과는 딱히 관계가……
“예. 그래서 제가 회장님을 설득 중입니다. 결국 문제는 하나지요. 신 뢰를 택할 것인가, 정보를 택할 것 인가.”
이현수가 슬쩍 정홍근을 보며 미 소를 지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 해결되면 빤한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 한 가지가……
“정 회장님께서 우리 회장님께 신 뢰를 드릴 수 있다면, 더는 고민할 여지가 없는 일이지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회장님?”
정홍근이 이를 악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대체 뭐 어 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감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 그가 진짜 선택을 내려야 할 때, 모든 것을 알고 한 적이 있 던가.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머리가 아 니라 감이다.
“제가……
한 번 심호흡을 한 정홍근이 단 호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그 간절한 정홍근의 눈을 본 이 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욕심 많은 너구리라면 그렇게 나 와야지.’
좋은 날이다.
아주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