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74)
마존현세강림기-1576화(1573/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9화)
2장 대면하다 (4)
才人 才7、리人 페6、才八
esse 르 •
투명한 유리잔에 맥주가 따라진 다. 새하얀 기포가 부글부글 솟아올 랐다.
정흥근은 잔에 차오르는 맥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 맥주를 즐기지 않는다.
나이가 들며 맥주가 부담스러워지 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많 은 양을 먹어야 취기가 도는 맥주보 다는 조금 더 깔끔한 술들을 선호하 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가슴이 답답할 때는 맥주만큼 속을 뚫어주는 술도 없다.
잔에 가득 맥주를 채운 정홍근이 거품이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쭉 들이켰다.
“ 흐.”
따라진 맥주의 반을 단번에 넘겨 버린 정홍근이 입에서 잔을 떼고 살
짝 신음했다.
목을 통해 차디찬 맥주가 넘어가 는 감각이 그의 정신을 온전히 일깨 워 주고 있었다.
‘내가 지금 잘 선택한 것일까?’
사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은 결국 결과 물이라는 이름의 성적표를 받아 들 기 전까지는 평가를 할 수 없으니 까.
당장은 어리석어 보이는 선택이 훗날의 혜안이 될 수도 있고, 당장 은 당연해 보이는 선택이 사람을 사
지로 몰아가는 악수가 될 수도 있 다.
믿을 것은 그저 감.
그와 함께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그의 감각뿐 이다.
그의 감각이 소리친다.
놓지 말라고, 절대 이 끈을 놓지 말라고.
그 감각은 완전히 신뢰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는 불안함 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이번 일이 그만큼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모른다.
정홍근은 MK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도대체 왜 그만한 기업에 정부가 저리 저자세로 나오는지 전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니겠지.’
이유가 있다면 MK가 아니다.
강진호, 바로 그 사람이다.
애초에 처음 총리와 만났을 때, 그의 입에서 MK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도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강진 호에 대한 이야기만 은연중에 홀러 나왔을 뿐이다.
그럼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사람의 힘이 그만한 기업의 힘보다 더 강하다는 건가?”
그게 아니면 MK가 아닌 다른 숨 겨진 무언가가 있거나.
정홍근이 미간을 좁혔다.
이 모호함이 그를 괴롭혔다.
강진호에게 들러붙기로 결심을 굳 혔지만, 그가 들러붙을 대상은 그저 모호하기만 하다. 과거의 일본이나 미국, 혹은 군정처럼 확실한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해 야 할지 정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일본 진출이라……
정홍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일본의 반한 감정은 지금 역대 최고를 찍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에 진출해서 유통 을 하겠다고? 다른 것도 아닌 유통 을?
유통이란 기본적으로 대체제가 있 으면 발길을 끊어도 전혀 문제가 없 는 사업이다. 그리고 일본에 그들을 대신할 대체제는 넘쳐 난다.
그런데 하필이면 유통이라니.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상
황을 모를 리가 없는 고한봉 총리가 그 말을 듣고도 되레 박수를 쳐 댔 다는 점이다.
‘세상이 나만 빼고 모두 미쳐 돌 아가는 것 같군.’
아니면 정홍근만 미쳤든가.
‘내가 늙은 것인가?’
박상우들에게는 그도 이제 늙었다 고 엄살을 떨어 댔지만, 정홍근은 내심 아직은 자신이 세상을 주도하 는 편이라 생각했다. 전성기의 그에 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연륜과 경험 으로 그때의 감각을 커버하고 있으 니 비슷한 급은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일련의 사태를 겪으 면서 어쩌면 자신이 뒤처지기 시작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그만을 내버려 두고 절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니까.
“모르겠군.”
정홍근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담배가 땡기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많이 줄인 담배를 자꾸 만 피우게 된다. 아마 스트레스가 늘어나서 그렇겠지.
의사 놈들은 아무리 담배를 피워 봐야 스트레스가 줄어들지 않는다
고, 피우는 그 순간만 잠깐 편해질 뿐이라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
‘그 잠깐이 중요한 거라고.’
그 잔소리를 늘어놓던 의사 놈을 흡연 구역에서 마주쳤을 때를 생각 하니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담배라도 한 대……
그때 였다.
“음?”
정홍근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분 탓인가?’
담배를 한 대 피워야겠다고 생각 해서인지 코끝으로 담배 냄새가 흘 러 들어오는 것 같다. 그것도 매캐
하게.
고개를 갸웃하고 코를 킁킁거 린 정홍근이 이 담배 냄새가 착각이 아 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안색을 굳혔 다.
“ 누가?”
이 집에는 그 말고는 담배를 피 우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바깥에서 흘러 들어올 리도 없다. 그의 집 주변은 너른 정 원으로 둘러져 있으니까. 그 거리를 뚫고 담배 냄새가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있는가.
그럼 이 냄새는 뭐지?
그 의문은 금세 풀렸다.
저벅, 저벅, 저벅.
정홍근이 고개를 홱 돌렸다.
거실로 이어지는 어두운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낮고 규칙적인,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느긋한 발소리.
정홍근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누구?’
집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곳을 향해 걸어 오는 이는 누구란 말인가.
정홍근의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배어났다.
‘부, 불을……
눈이 아파 거실 불을 꺼놓은 게 실수였다. 복도를 통해 걸어오는 이 가 누구인지 도무지 보이지가 않는 다.
그 순간이었다.
타닥, 타탁.
뭔가 짧게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복도 끝에서 새빨간 점이 생겨 난다.
그러더니 천천히 그 빛을 잃어가 기 시작했다.
정홍근은 지금 빛을 발한 것이 담배의 끝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지금 담배 를 피우며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상황.
정홍근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 다.
‘경찰을…… 아, 아니, 비서에게?’ 일단 어디에라도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알리려는 순간.
저벅.
사내가 복도를 벗어나 거실로 걸 어 들어왔다.
어스름한 불빛이 사내의 얼굴을 비추는 순간, 휴대폰을 움켜잡은 정 홍근의 손에 힘이 풀렸다.
아는 얼굴.
아니, 모르는 얼굴…….
아니.
아는 얼굴이다.
“후우.”
뿜어낸 담배 연기 사이로 가려져 있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가, 강 회장님?”
강진호.
정홍근에 눈에 들어온 이는 분명 강진호였다.
하지만…….
저 사람이 정말 강진호인가?
정홍근은 자신의 몸을 파고드는 짙은 위화감에 몸을 떨었다.
분명 강진호의 얼굴을 하고, 강진 호의 체형을 하고 있건만,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그가 아는 강진호와 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그가 본 강진호가 도대 체 이런 성격으로 어떻게 그만한 기 업을 운영해 왔냐는 생각이 들 정도 로 허술하고 온순한 사람이었다면, 지금 그의 앞에 나타난 강진호는 그
런 생각을 일시에 날려 버릴 정도로 무겁고 어둡다.
저벅저벅.
강진호가 대답 없이 걸어와 소파 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다 타버린 담배를 테이 블 위에 놓인 재떨이에 던져 넣었 다.
찰칵.
바로 새 담배를 하나 꺼낸 강진 호가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그러 고는 소파에 둥을 기대고 내려다보 는 시선으로 정홍근을 웅시했다.
“피워.”
“피우려던 것 아니었나?”
정홍근의 떨리는 손이 담뱃갑을 잡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 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강진 호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덜덜 떨린다.
정홍근은 그의 떨리는 손끝을 바 라보며 숨을 죽였다.
‘내가 떨고 있다고?’
왜?
몸으로는 당할 수 없는 젊은 남 자가 알 수 없는 의도로 찾아왔기 때문에?
얻어맞고 죽을까 봐 걱정이 돼 서?
그럴 리가 있나.
그는 정홍근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죽을 위기 따 위는 수도 없이 넘겼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선을 헤쳐 오면서도 단 한 번도 공포에 젖어보지 못한 정홍 근이다.
이런 상황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 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왜 떨고 있는가.
‘짓눌리는 것 같군.’
그의 떨리는 눈이 강진호를 응시 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거대하 다.
분위기가 바뀐 강진호는 눈을 마 주치는 것만으로 심장이 멎을 듯 압 도적인 지배자였다.
수많은 권력자와 수많은 지배자들 을 겪어본 정홍근이기에 알 수 있 다. 이자는…… 이자는 왕이다. 그것
도 무자비한 독재자고, 뒤를 보지 않는 패왕이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간다.
이런 이라면 뭐라도 해냈을 것이 다. 어떤 분야에서든 다른 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웠을 것이다.
이런 이와 적대한다는 건 화약을 들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같 다.
정홍근의 얼굴을 타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고한봉.’
왜 총리가 그렇게 결사적으로 그
를 말리려 했는지 알 것 같다. 그의 눈에는 정홍근이 불로 뛰어드는 나 방처럼 보였겠지.
정홍근이 떨리는 손으로 가져간 담배를 입에 물었다. 하지만 손 끝 이 덜덜 떨려서 제대로 불을 붙일 수 없었다.
찰칵.
강진호가 라이터를 켜 정홍근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정홍근이 불이 붙은 담배를 손으 로 빼내고는 바로 고개를 푹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을 자신보다 강한 자와 약한 자로 완벽하게 구분하는 감각을 가 진 정홍근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 이 얼마나 강한 자인지 본능으로 이 해했다.
감히 계산조차 허락되지 않는 압 도적인 강함.
머리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영역 이다.
“그래.”
강진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지금까지 했던 장난질은 치우고 제대로 이야기를 해보지.”
강진호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홍 근의 머릿속에서 천둥처럼 울렸다.
“내 밑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다르다.
그가 원한 것도, 강진호에게 말한 것도 완전한 굴복과는 달랐다.
하지만 정홍근은 굳이 이의를 제 기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협상의 대상이 달라진다면, 협상 의 내용도 달라져야 하는 법.
그 모호하던 강진호와 지금 그의 앞에 나타난 강진호는 다른 사람이 다. 그러니 그 내용도 달라질 수밖
에 없다.
“예, 회장님. 성심성의껏 모시겠습 니다.”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그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 했다.
그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며 정홍 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되는대로 지껄이지 말고, 원하는 것을 말해.”
“이건 거래다. 그리고 계약이지. 나는 너를 이용한다. 그럼 너는 내 게 뭘 원하지?”
“저, 저는…… 제가 원하는 것
O..”
덜덜 떨리는 목소리.
갈 곳을 모르는 눈.
식은땀을 홀려 대는 몸뚱아리.
그 모든 것을 극복해 낸 정홍근 이 신음하듯 말했다.
“영광, 제가 원하는 것은 영광입 니다. 영원히 이어질 영광!”
“숙여라.”
강진호가 차갑게 말했다.
“고개를 숙이고, 네가 가진 것을 바치고, 내게 굴종해라.”
정홍근의 자세가 점점 낮아진다.
“그럼 네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 주지. 나는 그저 그 대가를 받을 뿐 이다.”
정홍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홀린듯한 얼굴로 그 자 리에 납작 엎드렸다.
“모시겠습니다.”
엎드린 정홍근을 바라보는 강진호 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 다.
“계약은 성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