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76)
마존현세강림기-1578화(1575/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11화)
3장 다시 찾다 (1)
‘몸에 활력이 넘치는군.’
이상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의 육신은 쇠약해졌고, 이제는 걷고 움직이는 단순한 동작조차 부 담이 되던 차였다. 하지만 지금 그 의 몸에서는 젊을 때나 느끼던 활력 이 가득하다.
‘정신은 맑아졌고.’
항상 머릿속에 뿌연 뭔가가 자리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은 그런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 되레 너무도 맑아서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변화.
수도 없이 쓰이는 말이지만, 지금 정홍근보다 이 단어가 어울리는 이 는 없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번데기가 나비가 되듯 정홍근은 변화했다.
“ o w
이십 년은 젊어진 듯한 느낌에
정홍근이 기분 좋은 신음을 발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박상우나 사원들의 반응도 이해한 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놀라봐야 지금 정홍근이 느끼고 있는 놀람에 비할 수나 있겠는가.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젊음이라는 것이 이리 굉장한 것 이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자신 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 이토록이나 굉장한 것이었을 줄이야.
넘쳐 나는 활력은 드문드문 이어 지던 생각을 깨끗하게 이어주었고,
맑아진 정신은 그가 무엇을 해야 하 는지 알려주었다. 그동안 그가 얼마 나 멍청하게 굴었는지도 말이다.
놓치고 싶지 않다.
절대 이 감각을 놓고 싶지 않았 다.
그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태광과 지금의 상태를 교환하라고 하면, 태 광 따위는 얼마든지 던져 줄 수 있 다. 더 많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할 수만 있다면 악마와 거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이미 했는지도 모르지.’
정홍근이 낮게 웃었다.
당연히 지금의 그를 이 상태로 만들어준 것은 강진호였다. 계약을 마친 강진호는 그의 머리를 움켜잡 고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했고, 그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정홍근은 새 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었다.
아니. 과거의 잃어버린 세상을 다 시 만났다고 하는 게 조금 더 적절 하겠지.
“후우.”
담배 연기를 뿜어낸 정홍근이 미 소를 지었다.
악마. 그래, 악마겠지.
사람이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을 테니, 강진호는 분명히 악마일 것이 다.
그래서 두렵냐고?
천만에.
오히려 희열을 참아낼 수 없을 정도다.
이제 그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바 래져 가는 과거의 영광을 부여잡고 죽어가는 것은 사양이다.
어차피 천국에는 갈 수 없을 몸. 악마와 거래를 해서 새로운 삶을 얻 어낼 수 있다면, 영혼 따위야 싸게 먹히는 거겠지.
‘이런 사람이니 그들이 벌벌 기는 거겠지.’
강진호가 가진 힘의 실체를 확인 했다.
물론 자신이 본 것은 빙산의 일 각에 불과하겠지만, 그 일각만으로 도 강진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 지 이해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 었다.
정홍근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 았다.
더 많은 영광.
더 많은 전리품.
그리고 더 많은 제물.
정홍근이 얻어야 할 것과 정홍근 이 바쳐야 할 것.
“좋군, 아주 좋아. 하하하하하하 핫!”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린 정홍근이 눈앞에 보이는 전면 유리를 손바닥 으로 쾅! 쳤다.
그의 손아래에 서울이 모조리 들 어온 것 같다.
‘아니지, 아니야.’
이제는 겨우 이런 것으로 만족하 려 해서는 안 되지.
그분이 원하시는 건 겨우 이런 땅덩어리가 아니니까. 일본을 통째
로 들어 그분에게 제물로 바치는 것 이 그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정홍근은 반드시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모시는 이들을 만족시키는 데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던 정홍 근이니까.
* * *
“무섭더라니까.”
강진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뭔 엄살을 그렇게 부리십니
까.”
“아니, 정말, 그……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잘 안 풀리면 섭혼까지 할 생각 으로 갔는데, 세상에 저렇게 적극적 으로 달려드는 이는 처음 봤어. 오 죽하면 내가 누군지 알고 만나기를 기다린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
“낄낄, 회주님이 처음 보는 유형 의 사람이기는 하죠. 회주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 순간부터 그에 게 다른 선택지는 선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얼마나 더 많은 신뢰 를 얻어내느냐의 싸움이 되는 거
죠.”
이현수의 예상대로 정홍근은 강진 호에게 완전히 복종했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다른 반응이 나왔겠지만, 정홍근은 좋은 의미에 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평범한 사람 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체면 같은 건 아 무런 의미가 없다.
자신보다 약한 이들이 고개를 숙 이고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 기는 만큼, 자신보다 강한 이에게 무릎을 꿇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이다.
그리고 강진호는 강자.
압도적인 강자였다.
자신과 접촉하는 강자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기회로 삼는 정 홍근에게 있어서 강진호의 존재는 황금이 가득 쌓여 있는 산과 다름없 었다.
‘거의 감격의 눈물을 흘릴 판이었 겠지.’
정홍근이 어떤 생각으로 강진호에 게 복종했을지를 생각하니, 이현수 도 살짝 질리기는 했다.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지.
정홍근이 강진호에게 복종하면 할
수록 그들의 발이 넓어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까.
“음, 그래도 섭혼을 해놓는 쪽이 좋았을까?”
“부작용이 있습니까?”
“바토르 정도로 확고한 정신을 가 지고 있는 자가 아니라면 결국은 꼭 두각시가 되어버리지. 혼자서 생각 하지 못하고 맹목적이 되어버려. 결 국은 정신이 파괴돼.”
“그럼 안 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 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하인이 필요 한 거니까요. 일본 쪽 업무는 정홍 근이 전담해 주어야 합니다. 그걸
감안한다면 지금의 형태가 최상이 죠.”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정홍근은 배신하지 않습 니다. 오히려 저런 타입은 절대 배 신하지 않아요. 우리에게서 얻어낼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배신 의 배 자도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왜?”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오히려 저런 타입들이 배신을 하 지 않나?
“배신이라는 건 감정의 영역입니 다. 이득을 좇아간 것을 배신이라고
할 수는 없죠. 정홍근은 이득 앞에 감정을 두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리 와 함께하는 게 자신에게 이득이 된 다는 생각이 있는 이상은 절대로 배 신하지 않을 겁니다.”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설사 태광이 무너진다고 해도 배 신하지 않겠지.’
정홍근에게 태광은 모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홍근이 태광을 애 틋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이게 바로 황정후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다.
황정후에게 있어서 재경은 또 하
나의 자신과도 같다. 아니, 어쩌면 황정후의 머릿속에서는 재경이 황정 후 자신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홍근은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태광이란 자신이 이룬 업적의 상징이다. 이제는 그보 다 더 나은 업적을 만들어낼 수 없 고, 태광만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기에 태광에 집착 하는 것일 뿐.
그러나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태광조차도 언제든 불구 덩이에 집어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정홍근이다.
“아까 들은 대로라면 몸을 좀 잡 아주셨다고요?”
“음, 그대로 두면 1년도 못 버털 것 같아서. 적당히 손은 좀 봐줬어. 탁기를 태워내고 정리해 줬으니, 못 해도 수명이 한…… 10년은 늘어나 지 않았을까?”
“그럼 지금 다시 젊어진 듯한 느 낌을 받고 있겠네요?”
“그렇지.”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자신이 가진 전부보다 중요한 것 은 삶이다. 어느 부자도 돈과 목숨 을 교환하지는 않는다. 강진호가 자
신의 수명을 잡고 있다는 것을 이해 한 이상 정홍근은 거지가 되는 한이 있어도 강진호를 배신하지 못한다.
‘뭐, 회주님이 그런 것까지 생각 하고 정홍근을 고쳐 준 건 아니겠지 만.’
원래 강진호야 내키는 대로 행동 한다.
그 내키는 대로의 행동을 이득이 되는 행동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이 현수가 해야 할 일이다.
“여하튼 그럼 이제 실무적인 일만 남았네요. 정홍근이 적극적으로 협 조해 준다면, 일은 어렵지 않습니
다.”
“그런데 그게 정말 가능한 건가? 유통망인가 뭔가, 그걸 먹는다는 게?”
“가능합니다.”
“이득은 있고?”
“••••••예?”
“그 유통망인가 뭔가를 장악하면 이득이 되는 건가?”
이현수가 관자놀이를 살짝 눌렀 다.
저기요.
회주님, 당신 경영학과 아니십니 까? 얼마 전에는 이론서를 그만큼
독파하며 경영도 배우셨잖습니까. 물론 그런다고 실무를 이해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현수가 한숨을 살짝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현재 일본 최고 부자와 미국 최 고 부자가 모두 유통업체 사장입니 다.”
“응? 그래?”
“유통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습니 다. 세상의 모든 물건은 결국 때를 다하면 사라지고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되지만, 그 물건을 소비자에게 이동시켜 주는 행위 자체는 사라지
지 않습니다. 그래서 화수분이죠.”
요 o ”
“장악만 할 수 있다면 영원히 돈 을 벌어다 주는 일이 될 겁니다. 문 제는 그 장악이 어렵다는 건데, 다 행히 저희는 이미 유통망의 절반 정 도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을 마음대 로 부릴 수 있습니다.”
“일본 무인?”
“거기에 야쿠자죠. 기본적으로 이 놈들이 돈을 버는 장소가 유통과 엔 터테인먼트 등입니다. 공짜로 그걸 꿀꺽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을 이유 가 없죠.”
“음, 그렇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략 적인 방법은 알 것 같다.
“그럼 유통망을 통해 일본의 돈을 빼낸다는 건가?”
“아니죠. 그건 시작일 뿐입니다. 유통을 과점하면 저희가 가격을 마 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대 부분의 과점 유통망이 그런 시도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때쯤 되면 정 부에서 압력이 들어오기 때문인 데……
이현수가 사악하게 웃었다.
“적어도 일본 내에서는 저희는 그 걸 배제할 수 있습니다. 그놈들도 생각이 있다면 우리에게 대항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잘 자다가 급사 하고 싶지 않다면요.”
“지금 저놈들이 하고 있는 건 최 후의 발악 같은 겁니다. 슬슬 목에 칼이 들어올 것 같으니, 겨눠지기 전에 우리가 만만한 놈들이 아니라 고 웃통을 까고 드러눕는 거죠. 차 근차근 그 위에 올라타서 파운딩을 쳐주면 금방 탭을 하게 될 겁니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 여하튼 네
가 알아서 한다는 거지?”
“……예.”
“그럼 됐지.”
뭔가 돌고 돌아 빤한 결론에 도 달한 기분이지만, 지금은 그것도 좋 았다. 여하튼 시도하기 어렵던 문제 가 생각지도 않은 이의 등장으로 깨 끗하게 풀려 나간다는 느낌이니까.
“정홍근과 협의하여 새 회사를 하 나 설립하겠습니다. 지분은 9대 1쯤 으로 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저번에 말씀드렸다시피 그 대가로 태광의 주식도 좀 받아오겠습니다.”
“알아서 해.”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이걸 시작으로 태광을 집어삼키 는 거지. 그리고 황 회장님이 재경 을 물려주시면……
MK를 중심으로 상상할 수도 없 는 크기의 거대 기업이 탄생한다. 물론 쳐낼 것을 쳐내고, 비대해진 몸집을 정리하는 수순이 필요하겠지 만, 재계 순위는 확실하게 재편될 것이다.
“개똥도 약에 쓸데가 있다더니, 친일파 놈이 쓸데가 있네.”
이현수가 낄낄대며 웃었다.
그 모습을 본 강진호가 눈을 찌
푸리며 슬쩍 의자를 뒤로 밀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저놈이 좀 이 상해지는 것 같다.
……아니, 원래 그랬나?
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