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79)
마존현세강림기-1581화(1578/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14화)
3장 다시 찾다 (4)
“거……
방진훈이 떨떠름한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물론 어……
그러고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 다.
“물론 회주님께서 제게 총회의 무
인들이 익힐 상승 무공을 만들라고 명을 내리신 것은 사실이고……
방진훈의 손가락이 갈 곳을 모르 고 꼼지락댔다.
“명을 받았으면 지키는 게 수하 된 도리지만……
뾰루퉁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본 방진훈이 미묘한 목소리로 입을 열 었다.
“그 무공이라는 게…… 만들라고 하면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불 과 한 달 사이에 결과물을 바라시는 건 좀……
무표정한 얼굴의 강진호를 보며
방진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
‘나는 당신들 같은 괴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니, 이건 다른 괴물들이 들어도 혀를 찰 만한 소리였다.
불과 한 달 만에 새 무공을 창안 하라니.
이건 바토르가 들어도 기겁을 할 일이고, 위긴스가 들어도 돌아앉을 일이다. 그런데 그걸 방진훈에게 요 구하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방진훈이 울분이 가득한 눈으로 그의 앞에 앉은 폭군을 바라보았다.
저 양반은 오백 원 주고 빵 하나
랑 콜라 두 개에 컵라면 하나 사 온 다음에 남은 돈은 가지라고 할 사람이다. 군대에서 강진호의 후임 이었던 이들이 불쌍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내 생각인데……
가만히 방진훈의 반응을 보고 있 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예.”
“굳이 내가 먼저 말을 안 했어도, 방 이사 성격이면 이미 준비하고 있 었을 것 같은데. 아닌가?”
방진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제 성격은 언제부터 그렇게 잘 아셨다고.”
“보다 보면 알게 되지.”
“후, 이 동네는 뭔 비밀이 없네.” 방진훈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고는 조금 겸연쩍은 얼굴로 말한다.
“준비라고 할 건 없고, 그냥 취미 삼아 끄적이던 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제가 딱히 내보일 만큼 토대가 쌓인 건 아니라서……
“가져와 봐.”
“……눈 버리실 텐데.”
“괜찮아.”
“끄으으으응.”
방진훈이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 다.
‘거, 사람 프라이버시는 좀 존중 해 줘야지.’
반쯤 완성된 결과물을 남 앞에 내보이기 싫은 마음이야 다들 비슷 하지 않겠는가. 그 결과물에서 어마 어마한 것이 나올 것도 아닌데.
방진훈이 힘없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고는 파일을 열었다.
“여기요.”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직도 비급을 한글 파 일로 보는 게 도무지 적응이 안 돼 서.”
“시대가 시댄데, 그럼 공책에라도 씁니까?”
“그런 건 아니지만……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마우스 를 잡았다.
‘때로는 아날로그도 나쁘지 않단 말이지.’
비급을 모니터로 읽어야 하는 이 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아날로그가 간절해진다. 물론 비급을 타이핑하
는 것이나 수기로 작성하는 것이나 내용의 차이가 없다면 아무런 문제 가 없겠지만…….
‘느낌이 다르니까.’
강진호가 어색한 손짓으로 마우스 휠을 내렸다.
한글 창에 깨알 같은 글씨로 가 득 차 있는 문자들을 읽어 내리는 강진호의 표정이 가면 갈수록 진지 해졌다.
“으..”
M..•
그와 동시에 방진훈은 그런 강진 호의 뒤에서 쉴 새 없이 손가락을 꼼지락댔다.
‘아, 어색해 죽겠네.’
이게 무슨 숙제 검사 맡는 애도 아니고, 세상에 이 나이에 이런 기 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으음.”
강진호가 모니터를 뚫어져라 노려 보더니 시선도 돌리지 않고 주머니 에서 담배를 뺐다. 담배를 물고 불 을 붙인 강진호가 묘한 시선으로 화 면을 바라보았다.
“……거,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말 씀하십시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좀 놀라는 중이야.”
“예?”
“무학은 이런 식으로 발전하는 거 군.”
강진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비급은 확실히 미완성의 비급이었다. 하지 만 그 뼈대는 분명 서 있고, 바로 그 뼈대가 강진호를 놀라게 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실적적이고 파격적이다. 겉모습만 보면 거의 마공과 다를 게 없다. 하 지만 그 중심에는 분명 정공의 흐름 이 확실하게 살아 있다.
이건 거의 새로운 무학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더니.”
아마 끊임없이 실전을 겪고, 전쟁 을 치른 총회의 상황이 방진훈에게 이런 무학을 만들게 했을 것이다.
‘예전이라면……
이 무학은 절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살기가 짙다. 초식 자체는 정공이 라기보다는 사공이나 마공에 가깝 다. 만일 그가 있던 시대에 정파의 누군가가 이런 무학을 만들어냈다 면, 사마외도로 몰려 사지 근맥이
잘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정파인이 마공을 만들어냈다는 소 리를 들었을 테니까.
하지만 살짝 떨떠름한 눈으로 자 신을 바라보는 방진훈에게서는 그런 불안함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거로군.’
정사마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실 리가 추앙받는 지금 같은 세상에서 는 정공을 익힌 방진훈의 손에서도 이런 무학이 나오는 모양이다.
강진호는 더없이 신기하다는 눈으 로 모니터를 응시했다.
“……별롭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좀 실전적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일전에 새 무공 만들 때 회주님이 실전적인 부분을 섞어주신 덕분에 좋은 게 나오기도 했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도 있으니까요.”
“좋은 선택이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하나 를 가지려 한다면 다른 하나는 내놓 아야 한다.
속성의 무학은 빨리 익힐 수 있 는 대신 그 한계가 극명하다. 그리 고 만성의 무학은 그 한계가 크지
않은 대신 익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논쟁의 여지 가 있겠지만, 지금 총회에 필요한 무학이 뭔지는 생각할 것도 없다. 일단은 당장 수준을 높여놓고 봐야 한다. 미래의 일은 그 뒤에 걱정해 도 늦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방진훈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강진호 가 생각한 이상으로 좋은 것을 만들 어냈다.
“완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제 한계를 넘었습니다.”
방진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비슷한 거죠. 이게 어떤 식으로 가야 하는가는 알겠는데, 어떻게 가 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전의 무학 과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는 했는 데, 수준이 다르니 참고가 안 되더 군요.”
“으 ”
방진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개구리한테 날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다고 무슨 답이 나오겠습니까. 제가 할 줄 아는 건 뛰는 것밖에 없는데,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하니 어려운 것뿐이죠.”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 엄살은.”
“엄살이 아닙니다. 저는 회주님이 나 바토르 님 같은 괴물이 아니란 말입니다. 회주님이 없었으면 저는 이중걸이나 김석일 같은 놈들이랑 투닥거리고 있었을 겁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그릇이 있는 법이죠.”
“그 정도는 아냐.”
강진호가 딱 잘라 말했다.
물론 강진호가 없었을 시, 이중걸 과 방진훈의 권력 싸움이 어떻게 홀 렀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중 걸 역시 숨겨진 한 수가 있었으니
까.
하지만 권력과 세력의 문제는 몰 라도 누가 더 훌륭한 무인인가를 따 진다면, 강진호는 주저 없이 방진훈 을 고를 것이다. 그대로 십 년만 더 흘렀다면 이중걸은 감히 방진훈과 손을 맞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 다.
“별로 어렵지는 않은 것 같은데.”
“네. 회주님이시면 그렇겠죠.”
“아니. 방 이사도 할 수 있어.”
“에이, 제가 어떻게 합니까. 이게 완성되면 어떤 형태일지 감도 안 잡 히는데.”
“보여주지.”
“••••••예?”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천천히 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자세가 자신이 만들어낸 비급 의 기수식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방 진훈이 두 눈을 부릅떴다.
“뭐, 뭐 하시는?”
“눈으로 보면 알겠지.”
“자, 잠시만요! 여기서?”
“공간이 그리 필요하지 않아.”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습니까?”
방진훈은 일단 강진호가 대충 미 완성의 비급을 홅어보고 그 완성형 을 그려냈다는 것에 당황했다.
‘아니, 그거야 할 수 있겠지. 이 양반이니까.’
적어도 무학과 관련된 부분에 있 어서는 강진호에게 더는 놀라지 않 겠다고 다짐한 방진훈이다. 딱 잘라 말해 방진훈은 강진호가 갑자기 하 늘을 날아다녀도 놀라지 않을 자신 이 있었다.
그저 ‘허허, 이제 별짓을 다 하시 네’라고 웃고 넘기겠지.
문제는 그 완성형을 그려낼 정도 로 비급을 파악했다면, 그냥 자신이 완성시키면 그만인데, 왜 굳이 시연 까지 해가며 자신에게 일을 떠넘기 느냐는 것이었다.
“직접 하십시오, 직접!”
“안 돼.”
“왜요! 지금 시간이 급한 것 아닙 니까?”
“무공을 완성해서 많은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
“그렇죠!”
“하지만 그것보다 방 이사가 한 단계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해.”
강진호가 진지한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나는 방 이사를 전력 외로 분류 한 적 없어. 애들을 가르치고 싶다 고 해서 맡긴 것뿐이지, 방 이사도 총회 전력의 중요한 부분이야. 스승 으로서가 아니라 무인으로서.”
방진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저런 괴물들이 넘쳐 나는데요?”
“방 이사가 저들의 나이가 된다면 배는 더 강하겠지.”
“정공은 쌓아가는 거야. 쌓이고 쌓인 정공은 훗날에 힘을 발휘하는 법이지. 지금의 내가 나약해 보인다 고 좌절할 것 없어. 그건 당연한 거 니까.”
“으음.”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같은 정공을 익힌 이들 끼리 비교했을 뿐이야. 그러다 다른 무학을 익힌 이들이 나타나니 따라 가기 버겁다고 느꼈겠지. 실망할 것 없어. 정공은 바닥이 넓고 위로 갈 수록 좁아지는 항아리 같은 거니까. 같은 양의 물을 채워도 처음에는 더
디게 올라갈 수밖에 없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 다.”
“봐, 그리고 이 무학을 완성해 봐. 반드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방진훈이 진지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고 해서 왜 강해지고 싶은 열망이 없겠는가.
강함을 포기하는 무인은 없다. 차 라리 무인임을 포기할 수는 있어도 무인으로서 살아가는 이는 결코 강 해지고 싶은 열망을 놓을 수 없다.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그저 잠 시 내려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쓰일 곳을 찾았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그가 아직 무인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저런 말을 하면 웃 었겠지만……
강진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 람이다. 그가 방진훈이 더 이상 가 망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위로를 했 을지언정 거짓으로 사람의 기분을 북돋으려 하지는 않았을 게 분명하 다.
“봐.”
강진호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방진훈이 두 눈을 부릅떴다.
강진호의 동작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집중하고 또 집중했 다.
유려하게 움직이던 강진호의 동작 이 점점 더 빨라진다. 기가 요동치 고 공기가 터져 나갔다. 하지만 세 차게 뿜어지는 바람에도 방진훈의 눈은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이윽고 강진호의 동작이 멈췄다.
손을 내린 강진호가 방진훈을 바
라보았다. 하지만 방진훈은 강진호 를 보고 있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정리하겠다 는 듯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끊임 없이 중얼거릴 뿐이다.
강진호가 방진훈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