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82)
마존현세강림기-1584화(1581/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17화)
4장 요동치다 (2)
– 너는 나를 부정하려 애썼다.
적천마존의 눈에서는 이제 안쓰러 움마저 느껴졌다.
그가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 다.
–
네 멋대로 나를 부정하고, 나 를 받아들이려 하고, 나를 지배하려 했지.
“……너는 그저 나일 뿐이다.”
–
그래, 나는 너다. 하지만 지금 의 네가 나일 수 있겠는가?
— 나를 잃어버린 나여. 너는 그 저 편해지고 싶었을 뿐이다. 현대라 는 안락함에 젖어 놓아버리고 싶었
을 뿐이다. 강해졌다고? 네가 강해 졌다고? 흐하하하하하하하핫 !
적천마존이 광소를 터뜨렸다.
– 너 따위가 강해졌다고?
적천마존이 일순 태도를 바꿔 귀 가 찢어질 것처럼 거대한 고함을 터 뜨렸다. 그 기세에 온 세상이 떨며 숨을 죽였다. 하늘마저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려 버릴 것 같다.
– 언제부터 네가 무공의 고하로
강함을 판단했지? 나는 나보다 강한 자와 수도 없이 싸워 이겼다. 내가 강함을 자부할 수 있던 이유는 더는 나에게 적이라 칭할 만한 존재가 남 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지. 봐라, 나 약한 자여. 너에게도 눈이라는 게 있다면 그 눈으로 나를 봐라. 네가 감히 나에게 비할 수 있을 것 같더 냐! 평화에 젖어 가진 것조차 놓아 버린 네가 나의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더냐!
“ 나는
– 필사적으로 외면하고 또 외면 해 네가 도달한 곳이 이곳인가? 그 렇다면 너의 끝 역시 빤하겠군. 그 래, 그토록 도망쳐 도달한 결론이 결국은 혼자서는 강해질 수 없다인 가? 그래서 온갖 곳에서 쓰레기 같 은 것들을 끌어모아 네 방패막이로 삼는 건가?
“ 나는••••••
강진호가 몸을 떨었다.
아무런 반박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이라면 할 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강진호만은 저 말에
반박할 수 없다.
그는 강진호니까, 그는 적천마존 이니까.
그가 어떻게 강해졌고, 어찌 살아 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자이니 까.
– 네가 경멸하던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짓을 하는군. 나의 적을 모 두의 적으로 만들고, 그들을 방패막 이로 세우는 게 정파인들이 하던 짓 과 다를 바가 없군. 어디까지 썩을 생각이지?
“아니야!”
강진호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그건 아니다.
강진호는 단 한 번도 그들을 방 패막이로 내세운 적이 없다. 모든 것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의 삶을 지키고 강진호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 어쩔 수 없었다라…….
적천마존이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강진호의 가슴을 비수 처럼 파고들었다.
— 좋은 변명이군. 예전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변명이지. 들어라, 과거를 잊은 자여. 아니, 과거를 버 린 자여. 과거를 놓고 안온함에 젖 어버린 너에게 과거의 목소리를 들 려주지.
적천이 이를 갈 듯 말했다.
– 네 강함으로 너를 증명하라.
– 강자의 말은 옳다. 그것이 어 떠한 강함이든…… 약해 빠진 네 말 은 그저 힘없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네가 나에게 옮음을 주장할 수 있겠 는가? 네까짓 놈이 감히 내 앞에 서?
더없이 폭력적이다.
논리와 합리를 힘으로 짓밟고, 법 칙과 규범을 비옷는다.
그래.
그랬지.
그게 적천마존이었다.
그렇기에 버리려 했다.
그렇기에 외면하려 했다.
그게 강진호가 중원이라는 험난하 고 비인간적인 땅에서 살아남기 위 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해도, 적천 의 방식은 현대에는 도저히 어울리 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가 버린 것이 지금 부 메랑처럼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 너는 패한다.
강진호의 몸이 살짝 떨렸다.
— 너도 이미 알고 있겠지, 이런
어린아이 소꿉장난으로는 그들을 당 해낼 수 없다는 걸.
“ 나는••••••
– 네가 나였다면 고민할 것도 없었겠지. 그저 그 발로 중원으로 가 삼왕인가 뭔가 하는 잡쓰레기들 을 찢어발겨 버렸을 것이다. 그럼 모든 것이 안온해지지. 하지만 너는 그 가장 명확하고 간단한 길을 포기 했다.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충분하다.
이제 충분히 들었다.
‘이게 내 본심인가?’
지금 그의 앞에서 그를 몰아붙이 고 있는 적천마존은 그저 그가 만들 어낸 심상일 뿐이다.
가슴 한구석 가장 깊은 곳에 밀 어 넣어둔 불안함이 그가 가장 두려 워하는 형상으로 구체화한 것에 불 과하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이 모든 대화는 강진호와 강진호의 대화라는 점이다. 현실에 녹아들고자 하는 강진호와 무인으로
서의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강진호. 그 둘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다 지껄였나?”
–
흐음?
적천마존이 흥미롭다는 눈으로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강진호의 표정이 그와 비 슷하게 변해 있었다.
–
조금은 알아들은 모양이로군.
“어차피 궤변이지.”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적천마존의 시선을 마주 봤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지. 지금 이대로는 안 돼.”
꾹꾹 억눌러 온 불안함을 결국은 인정하는 강진호였다.
저들은 강대하다.
아무리 미국의 힘을 빌리고, 일본 의 힘을 끌어다 쓰고, 새로운 무학 을 창안하고, 지리멸렬해진 마교의 마지막 힘까지 뽑아낸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 아니. 가능은 하겠지.
지금부터 십 년의 시간이 더 주 어져 그가 뿌린 씨앗들이 모조리 발 아해 거목이 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저들이 강진호에게 그만한 시간을 줄 리는 없다. 절대.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
그가 더 강해져야 한다.
과거, 그가 적천마존으로서 마교 를 이끌고 결코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정파들을 모조리 짓밟은 것처 럼, 지금의 강진호도 감히 삼왕 따 위가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강함 을 손에 넣어야 한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턱.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움켜잡았 다.
“하나는 이해했다.”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지금 내게 부족한 게 있다는 거 겠지. 네 눈에는 말이야.”
– 잘도 지껄이는군, 약해 빠진 놈이.
“그럴지도 모르지.”
강진호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
다.
다시금 적천을 마주하고 보니 알 겠다,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독기가 없어.’
이런저런 말로 치장할 수는 있겠 지만, 간단하게 결론만 본다면 이 하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적천마존처럼 치열하게 살아가지 못 하고 있다.
더 나아가지 못한다고 해서 멈춰 있을 수는 없다. 그 자리에서 칼이 라도 갈아야 한다. 과거의 적천은 그랬다. 더 높은 경지를 찾아 헤매 기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것을 갈
고닦아 더 강한 자들조차 쓰러뜨렸 다.
그 치열함이 지금의 강진호에게는 빠져 있었다.
“알았으면 반은 된 거지.”
채워 넣으면 그만이니까.
그리고 채워 넣을 방법도 너무 간단하다.
지금 그의 앞에는 패도의 화신이 자 살아 있는 전투의 화신이 있으니 까.
“목을 뜯어내 주지.”
– 하하하하하핫!
적천이 광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내 그 광소가 씻은 듯 사라지더 니, 곧 말도 안 되는 기세가 강진호 를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 약해 빠진 놈이 주둥아리만 살았구나.
전신이 저릿저릿해지는 그 패도의 강진호가 자신도 모르게 이를 드러 내며 웃었다.
‘이거지.’
여기에 있었다.
그가 현대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 던 절대적인 강자.
도무지 손도 써볼 수 없을 것 같 은 압도적인 힘.
그 모든 것은 애초에 강진호 안 에 있던 것이다.
‘잃어버린 게 있으면……
살이 찢어질 것 같은 투기의 폭 풍을 전신으로 받으며 강진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다시 되찾으면 돼!’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강진호 가 적천마존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강
진호를 응시하던 적천마존이 비웃음 을 품으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 그렇게 알고 싶다면 알려주지, 네가 얼마나 나약해졌는지!
* * *
“골치 아프네.”
이현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불 꺼진 회주실에 모니터만이 밝 게 빛나고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을 처리할 이현수지만, 지금은 강진호
의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시스템을 체계화했더니 생겨난 부작용이다.
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사소 한 불편만 감수하면 되니까. 강진호 역시 이런 이현수의 사정을 이해해 서 자신의 PC를 자유롭게 쓸 수 있 도록 해주었고.
“하아.”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할 일이 참, 이게……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할 일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건 할 일이 많은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이현수를 정말 괴롭히는 것은 단숨
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시간을 들 여 먼 길을 빙빙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휴. 진짜 속이 시끄러워서.”
합작회사를 만든다든가, 정치권과 연계를 한다든가.
하나같이 상대의 사정을 고려하 고, 상대의 체면을 존중하며, 적당한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다.
총회에서는 ‘그렇게 하자’라는 한 마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바 깥세상에서는 열홀에 걸쳐 진행된 다. 그 모든 상황을 일일이 확인해 야 하다 보니 속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꾸로 말하면 총회의 의사 처리 가 그만큼 간편하다는 뜻이겠지.’
본래 앞선 시스템이라는 건 몸을 담고 있을 때는 실감이 가지 않는 다. 그 시스템에서 빠져나와 뒤처진 시스템에 발을 담글 때 한 번에 몰 려오기 마련이다.
마치 손에 익은 PC가 고장 나 몇 년 전에 쓰던 오래된 PC를 다시 쓰 는 것처럼 말이다.
“여하튼 이쪽을……
그때 였다.
벌컥!
갑자기 회주실의 문이 열렸다. 이현수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피 냄새?’
문이 열림과 동시에 화악 끼쳐 오는 짙은 혈향에 이현수가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 회주님.”
그의 눈에 회주실 안으로 들어오 는 강진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이현수가 놀라 앞으로 뛰쳐나갔 다.
회주실 안으로 들어오는 강진호의 전신이 피로 젖어 있다. 옷은 갈기
갈기 찢겨 나가고, 얼마나 피를 홀 려 댔는지 머리카락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을 정도였다.
적의 습격이라도?
이현수가 헐레벌떡 뛰어갔지만, 강진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살짝 손을 들어 막았다.
“……회주님?”
“별것 아냐.”
강진호가 그 말을 남기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고는 소파 에 털썩 주저앉아 주머니를 뒤져 담 배를 꺼냈다.
찰칵, 찰칵, 찰칵.
피에 젖은 손 때문인지 라이터가 잘 켜지지 않는다. 라이터를 테이블 위로 올린 강진호가 손가락을 튕겨 불꽃을 피워냈다.
“후우우우우.”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 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무슨 일인지 여쭤도 되겠습 니까?”
이현수가 조심스레 묻자, 강진호 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 이 이현수를 정확하게 웅시했다.
움찔.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뭐, 뭐지?’
이현수도 자신이 왜 물러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이 무너져도 이제 강진호가 자신을 공격할 일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본능이 그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기시감.
기이한 기시감이 든다.
그래, 마치…….
예전 영남회에서 야수처럼 그를 압박하던 강진호를 다시 보는 것 같 은 느낌이었다.
“별것 아냐.”
“ 그저••••••
강진호의 입꼬리가 비틀려 말려 올라갔다.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강진호가 낮게 가라앉은 목 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잃은 것을 다시 찾는 중이야.”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