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83)
마존현세강림기-1585화(1582/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18화)
4장 요동치다 (3)
우드드득.
뼈가 으스러질 듯 주먹이 쥐어진 다.
손등과 팔을 따라 돋아난 힘줄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가만히 손을 풀 었다.
달라진 건 없다.
아무것도.
그런 수련을 겪는다고 해서 일시 에 무력이 상승할 리는 없다.
하지만 달라졌다.
‘놓쳤어.’
아니, 잊었다.
무인이 갖춰야 할 것은 무위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무위가 전부라면 자신보다 강한 자를 상대로 싸울 이유가 없다. 이 미 결론이 정해져 있으니까.
하지만 어디 숭부라는 것이 그렇 던가.
강진호는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자와 싸웠다. 그라고 해서 처음부터 강자였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마 존이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이 상대하기 적절한 급의 강자와만 조우한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이 의 손아귀에서도 살아남고, 때로는 열 번 싸우면 한 번 이길 수 있는 자의 목을 쳐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강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어떤가.
우드드득.
강진호가 다시 주먹을 꽉 움켜쥐
었다.
조금 다른 길로 빠지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 다.
이 순간까지 깨닫지 못했다면, 분 명 훗날의 어느 순간 강진호는 상상 할 수도 없는 후회를 겪어야 했을 테니까.
“괜찮으십니까?”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조금 불안한 눈을 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문제라도?”
“아, 아니……
이현수가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소매로 훔쳤다.
“부상이 심해 보이셔서.”
“괜찮아.”
강진호가 슬쩍 자신의 몸을 내려 다본다. 여기저기 베이고 터진 상처 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미 대부분은 아문 후였다.
“……대체 뭘 하셨기에?”
“수련.”
“……무슨 수련을 하면 그렇게 되 시는 겁니까?”
강진호가 말없이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 광 경을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다.
人、2■、人、스 人스
—-)
-乂入、•
강진호의 손바닥이 길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투명한 칼로 베어내 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기겁을 한 이현수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주르륵.
갈라진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렸 다.
“뭐, 뭘••••••
대체 저게 뭘 한 거지?
상처?
물론 만들어낼 수 있겠지. 기의 운용이 사람의 수준을 넘어버린 강 진호라면 내력만으로 몸을 망가뜨리 는 건 일도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이현수는 강진호의 기운이 움직이는 기색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무리 이현수가 기감이 젬병이라고는 해도 저리 천천히 상 처가 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기운을 느낄 수 없다니.
“뜨거운 주전자를 손으로 받아낸
사람이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있지.”
“아니, 뭐, 그야……
“그 안에 든 물이 실제로는 뜨겁 지 않아도 말이야.”
“아••••••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따뜻한 곳에서 자신이 추운 곳에 갇혔다고 착각하여 저체온증으로 죽 어버린 사람의 일화라든가, 실제로 는 전혀 뜨겁지 않은 것을 뜨거운 줄 알고 만졌다가 화상을 입은 사람 의 이야기 같은 것들.
“사람은 자신이 감각으로 느낀 것
을 머리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순서를 바꿀 수 있다면, 머리로 생 각한 것을 육체로 받아들일 수도 있 는 법이지.”
“아••••••
“추호의 의심도 없이 진실로 믿는 다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나 는 바꿀 수 있다는 말이야.”
“그, 그러니까, 지금 손에 칼에 베이고 있다고 완전하게 인식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없어도 상처가 난 다는 말입니까?”
“그래.”
“허……
이현수가 헛바람을 내뱉었다.
‘아니, 눈으로 보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고.’
벌써 아물기 시작한 강진호의 손 과 강진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 던 이현수가 깊이 탄식을 터뜨렸다.
‘그냥 포기하자.’
언제는 저 사람이 하는 짓을 이 해할 수 있었던가.
“그럼 가상의 상대와 싸우다가 그 만한 상처를 입으셨다는 말씀이십니 까?”
강진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궁극의 쉐도우 복싱이라는 건가.’ 복싱 선수들이 가상의 상대와 싸 우는 방식으로 연습을 하는 것과 비 슷했다. 물론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누구와 싸우신 겁니까? 홍왕?”
이현수는 오히려 이쪽이 더 궁금 했다.
가상의 상대와 싸운다고 해도 적 절한 상대가 있어야 수련이 되는 법 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강진호가 싸워서 이만한 상처를 입
을 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
“••••••예?”
“나.”
이현수의 얼굴이 멍해졌다.
‘뭐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건 가?’
좀 현학적인데?
강진호의 말에 담긴 의도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현수였다.
“여하튼 그래서 성과는 있으십니 까?”
“글쎄.”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시작한 단계라 잘 모르겠 군.”
“……그럼 굳이 이렇게 몸을 상하 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강진호가 대답 없이 이현수를 바 라봤다.
그 눈빛을 본 이현수가 제 발이 저려 먼저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회주님께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저희 가 채우면 될 일이죠. 저희는 회주 님을 돕는 이들이지, 회주님의 보살 핌을 받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 다. 이렇게 몸까지 상하시며 수련을
하시면……
“••••••랬지.”
“예?”
“그랬지.”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의 입가가 살짝 말려 올라간다.
“그럼 지금은……
“후우.”
짧게 담배 연기를 내뿜은 강진호 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걱정할 것 없어. 내가 다 짊어질 생각은 없으니까. 그럴 수도 없고.”
이현수가 의문 어린 눈으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 다만••••••
“어느새부턴가 그 최선이라는 것 에 나는 빠져 있었다는 걸 이해했을 뿐이야.”
“회주님, 회주님은 정말 열심히 하셨습니다. 누구도 회주님의 노력 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 누구도?”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내가 빤히 아는데.”
강진호의 눈이 반쯤 감겼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아서 후 회하고 싶지는 않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한다. 그저 그것뿐이야. 그러니까……
강진호가 담뱃갑을 구겨 쓰레기통 으로 던졌다.
“날 걱정해 줄 거면, 차라리 담배 나 한 대 줘.”
“……그 부상을 입고도 담배가 피 우고 싶으십니까?”
“ Q »
이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담배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강진호가 담배를 받아 들고 입에 물 자, 이현수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치 익.
담배의 끝이 타들어 가며 매캐한 연기가 허공으로 어지러이 흩어졌 다.
이현수가 살짝 걱정스런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그의 가슴에 못내 불안함이 감돌 았다.
‘예전의 회주님 같군.’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한 것 같다.
물론 격렬한 수련의 여파로 그저 기 분이 가라앉은 것일 수도 있지 만…….
이내 이현수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
강진호에게 있어서 수련이란 일상 적인 것에 불과하다. 큰 심경의 변 화가 있지 않고서는 수련 따위로 성 격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현수는 이러다가 혹여 강진호의 성격이 과거로 완전히 돌아가 버리 지는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과거의 강진호가 싫다는 의 미는 아니다.
그에게 강진호에 대한 호오는 존 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오래 걸렸는데.’
그가 처음 본 강진호와 지금의 강진호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 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리고 이현수 는 그 성격의 변화가 강진호가 지금 까지 쌓아 올린 것의 결정체라고 생 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잃는다 면……
강진호가 현대에서 쌓아 올린 모 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다.
총회에서의 시간, 사람들과의 관 계, 그 모든 것들이.
“ 후우••••••
강진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고는 피식 웃으며 이현수를 돌아봤다.
“쓸데없는 생각 할 것 없어.”
“네가 생각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 을 테니까.”
“제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알고 요?”
“내가 예전처럼 될까 봐 걱정하는 중이겠지.”
“핀트가 좀 어긋났습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될 수가 없어. 사람이란 쌓고 나아가는 거니까. 돌아가는 게 아냐. 그저 되찾는 거지.”
“어렵네요.”
“ O ”
“이럴 때는 회주님이 나이 든 사 람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평소에는 그냥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한 번 씩 삶의 연륜이 묻어나……
강진호의 눈꼬리가 올라가자 이현 수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괜찮네.’
여기서 열 받는 걸 보면 우려할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이현수가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삼왕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삼왕 때문이라면 이렇게까지 하 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그놈들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마 련할 테니까요.”
강진호가 웃고 말았다.
이건 비웃음이 아니다.
아마 지금 강진호가 세상에서 가 장 신뢰하는 이를 하나만 뽑아야 한 다면, 고민할 것도 없다. 강진호는 그만큼 이현수를 신뢰했다.
그리고 이현수가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말은 어떻게든 지키는 사람 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게 아냐.”
“그럼요? 왜 이렇게 무리하시는 겁니까?”
강진호가 가만히 이현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참을 수가 없어서다.”
“••••••예?”
강진호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러자 꾹꾹 눌러온 그의 분노가 스멀스멀 타고 올라왔다.
“누군가를 상대함에 있어서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납득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는 이젠 달라져 야 한다고 나를 속여왔지만…… 이 제는 아니야. 더는 참기가 힘들다.”
이현수가 강진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삼왕을 상대하기 위해서 이것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짜증이 난
다는 뜻이다.”
“내가 강하면 된다. 내가 삼왕을 동시에 쳐 죽일 정도로 강하다면 아 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아무도 쫓길 필요가 없다. 다른 누구보다 내가 초조할 필요가 없겠지.”
“어……
아니, 그건 그렇지만…….
“제일 간단한 해결책을 두고 다른 짓만 하고 있었어. 강해지면 된다. 삼왕 모두와 싸울 수 있도록, 삼왕 계 전체와 싸울 수 있도록. 세상 누 구와도 싸울 수 있도록.”
이현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제정신인가?’
황당하기까지 한 말이다.
다른 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 왔다면, 이현수는 그 자리에서 배를 잡고 웃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웃을 수가 없다.
그 말을 한 사람이 강진호니까. 그리고 지금 이 사람이 하고 있는 말이 더없는 진실이라는 사실이 느 껴지니까.
“……회주님도 참 답이 없는 분이 시네요.”
“부정하기 어렵군.”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이럴 때 그가 해야 할 일은 강진호를 설득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스케줄 다시 조정해서 최대한 시 간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음?”
“미국 쪽에는 양해를 구하면 되겠 죠. 어차피 그놈들도 단기 속성으로 온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회주님.”
이현수가 강진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반드시 강해지십시오.”
이현수의 말을 들은 강진호가 미 소를 지었다.
“그럴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