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86)
마존현세강림기-1588화(1585/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21화)
5장 훈련하다 (1)
“다시 반갑다는 말을 하려니 조금 어색합니다, 회주님.”
강진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레지 머서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오랜만이라는 말도 어색하군.”
“그러게 말입니다.”
강진호가 레지 머서가 내민 손을 잡았다.
“다행히 부임이 잘된 모양이군.”
“회주님께서 지목을 해주셨는데 어려울 일이 있겠습니까? 좋은 모습 을 보여 드리지 못했는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원래 있던 사단을 두고 다른 사 단을 맡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 데?”
원래 레지 머서는 15기갑사단의 사단장이 었다.
사단장이 보직을 변경하는 일이야 꽤 있는 일이라지만, 기갑사단의 사
단장이 갑자기 이런 곳으로 오는 일 이 쉬울 리 없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레지 머서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 다.
“좀 더 흥미가 있는 일에 종사해 보고 싶은 마음은 다 같은 것 아니 겠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판단하기에 레지 머서는 참 군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군인 으로서 레지 머서가 어떤 이인지 판 단할 능력은 없지만, 전사로서 레지 머서가 어떤 사람인지는 판단할 수
있다.
레지 머서는 그 강진호의 기준을 통과한 사람이다.
“다들 왔나?”
“예. SOB들은 정확하게 절반이 넘어왔습니다.”
“ 절반?”
“예. 굳이 한국으로 가 훈련을 받 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과 기본 성 적이 떨어지는 이들은 배제했습니 다. 훈련의 상황에 따라 파견 주기 를 조절하여 교체할 생각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쪽과 비슷하군.’
국가와 문화는 다르지만,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한 모양이었다.
이현수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진짜 천막 치고 사네요.”
“저기 막사보다 그리 불편하지 않 습니다.”
“ 예?”
“하하, 한 번 보시겠습니까?”
이현수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앞서 걷는 레지 머서를 따라갔다. 군용 텐트가 밀집해 있는 곳에 도착한 이 현수가 눈을 크게 떴다.
“헐, 뭐가 이렇게 커?”
그가 생각하는 군용 텐트의 최소 두 배는 되는 크기였다. 이 정도면 오십 명은 구겨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몇 명이 쓰는 겁니까?”
“한 분대가 사용합니다. 여덟 명 이죠.”
“ 네?”
여덟 명이요?
한국군이면 여기에 오십 명은 구 겨 넣었을 텐데, 이 넓은 텐트를 여 덟이 쓴다고?
“저, 저건 뭡니까?”
이현수가 텐트 옆에 붙어 있는
커다란 기계를 가리켰다.
“온도 조절 장치입니다.”
“……그게 뭐죠?”
“쉽게 말하자면, 히터와 에어컨디 셔 너죠.”
“내, 냉온풍기요? 텐트에 그런 게 붙어 있다는 겁니까?”
레지 머서가 되레 이상하다는 눈 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그러 니 휴식 시에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 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예. 당연하죠.
그 당연한 걸 한국군도 좀 알아 야 할 텐데.
강진호가 슬쩍 이현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국군도 에어컨 정도는 써.”
물론 쓰죠.
근데 그건 텐트가 아니잖습니까.
“그 에어컨 틀어진 막사에서 쉴 일이 잘 없어서 그렇지.”
어느 쪽이든 슬픈 일이었다.
“이제 안쪽을 보시죠.”
레지 머서가 텐트의 문을 걷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현수와 강진호 도 그 뒤를 따랐다.
“와!”
거의 카펫 수준의 바닥재와 이층 침대, 그리고 철제 캐비닛이 눈에 들어온다. 텐트 끝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커다란 TV를 본 순간, 입에서 탄식과 한숨이 동시에 흘러 나왔다.
“……막사보다 좋네.”
“그러게.”
이 순간만큼은 강진호도 순순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미국은 미국이라고 해야 할 까.
“최대한 사병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이 불편한 잠 자리에 고통받아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못할 일은 없을 겁니다.”
왜 굳이 여기까지 데리고 와 이 런 모습을 보여주나 했더니…….
이현수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레지 머서를 바라봤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굴리라는 거로군.’
세상 모든 것이 훈련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사람 같았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병들은?”
“중앙 연병장에 집합해 있습니 다.”
“따로 강당 같은 건 없나?”
레지 머서가 머리를 긁었다.
“짓고는 있습니다만, 이만한 인원 을 동시 수용하고, 그 안에서 훈련 을 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아마 두어 달은 더 공사를 해야 할 겁니 다.”
U o..方
M”..•
“그전까지는 일단 야외에서 훈련 할 수밖에 없겠죠.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주변으로 민 간인은 물론 한국군의 접근도 금지 되어 있고, 상공으로 민항기도 지나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위성 촬영 에 대해서는 방해전파로 웬만큼은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니, 비 맞고 먼지 마시며 훈련하는 것 때문에.”
방해전파 뭐?
위성을 막는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강진호의 말에 레지 머서가 머쓱 하게 웃었다.
“그런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
다. 이들은 군인입니다. 악천후에도 전쟁을 해야 하는 이들이 그런 걸 마다해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회주 님께서는 오로지 이들을 훈련시키는 것만 생각해 주십시오. 다른 것은 모두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자세는 마음에 든다.
물론 레지 머서의 자세가 훈련병 들의 마음가짐을 대변하지는 못하겠 지만, 지휘관이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으면 훈련병들 역시 따라가는 법 이다.
“가지.”
“예!”
앞서 걸어가는 레지 머서를 보며 이현수가 작게 속삭였다.
“특이하네요.”
“ 뭐가?”
“전에는 전투 중이라 그냥 그러려 니 했는데, 아까부터 저 사람이 수 행원도 없이 저희를 직접 안내하고 있잖습니까.”
“그런데?”
“사단장인데요?”
순간, 강진호의 머리가 오류를 일 으켰다.
그가 군대에서 겪은 사단장과 지 금 그의 앞에서 걷고 있는 사단장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미군은 사단장이랑 병사가 같이 밥도 먹고 농담 따먹기도 한다더니, 그 말이 진짜인 모양입니다.”
“설마…… 도시전설이겠지.”
“아니, 정말 그렇다고 하던데요.” 강진호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레지 머서의 등을 바라본다.
‘문화가 다른 건가?’
겪어보지 않아 정확하게 말할 수 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그의 앞에서 지금까지 그가 겪어본 이들
중 가장 소탈한 사단장이 걷고 있었 다.
“아, 그리고 회주님.”
“음?”
“개인적으로 부탁이 있습니다만, 혹시 무학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설명해 줄 사람을 파견해 주실 수 있습니까?”
“병사들의 훈련용으로?”
“아닙니다. 제가 배워야 합니다.”
“•…”응?”
레지 머서가 살짝 걸음을 늦춰 강진호와 나란히 섰다. 그러고는 태 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명색이 SOB들을 이끄는 사단장 인데, 제가 무학에 대한 이해가 없 어서는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전을 짤 수 없습니다. 지 금은 명목상 교육 부대지만, 실전이 벌어지면 바로 전투 편성이 되는 부 대라……
“음, 무슨 말인지 알겠다.”
강진호가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잘 뽑았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런 이가 있 으면 강진호가 편해진다.
“가능하시 겠습니까?”
“그리 어려울 것도 없지. 마침 적 당한 이도 있고.”
이현수가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방 이사님이요?”
“……영어가 딸려서 안 돼.”
“아, 그거 치명적이죠.”
이현수가 혀를 끌끌 찼다.
영어도 영어지만, 이들의 무학은 일반적인 동양의 무학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이왕이면 서양 쪽 무학에 정통한 이를 보내는 게 낫다.
그럼…….
“사부님이 오셔야겠네요.”
“그렇지.”
위긴스밖에는 없다.
“굳이 매번 위긴스가 올 필요도 없지. 슈발리에들이 교대로 와도 될 테니까.”
“안 그래도 요즘 뱅상 단장과 마 티외 부단장이 심심해한다는 이야기 가 있어서 어떻게 굴려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차라리 잘됐습니 다.”
“그쪽은 원탁에서 추가로 넘어올 이들을 맡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조율이 오가는 와중에서는 할 일 이 없으니까요. 이쪽으로 파견시켜
서 교관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그들이 그럴 의도가 있다면 말이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의견이다. 그들도 총 회에서만 생활한다고 근질거리던 차 였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대화를 하던 와중에 그들 의 눈에 대연병장이 들어왔다.
“호오.”
이현수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커다란 대연병장을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꽉 채우고 있었다. 어마어 마한 수의 군인들이 오와 열을 맞춘
채 정렬한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 라 할 만했다.
이현수조차 그 기에 살짝 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좋군.”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 다.
아무래도 네바다에서 직접 뭉개준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저들 이라면 강진호가 15기갑사단을 박 살 내버렸다는 소리도 들었을 테니, 더욱 강진호를 높이 평가하겠지.
‘이들도 무인이라는 거군.’
저들의 본질이 군인인지 무인인지
는 생각할 여지가 있지만, 무인의 속성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다면 강 해지고 싶은 열망은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그 열망이 지금 확연하게 느껴졌 다.
“부대! 차렷!”
레지 머서의 호령에 미동도 없이 서 있던 군인들의 허리가 더욱 반듯 하게 세워졌다.
“교관님을 향하여! 경례!” 군인들의 손이 일제히 올라가 이 마에 닿는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나는 군인이 아니니 앞으로 이런 건 빼줬으면 좋겠군.”
“말씀 기억하겠습니다.”
저벅저벅 걸어서 연단 위로 올라 간 강진호가 정렬해 있는 군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유창한 영어에 군인들의 시선 이 일제히 강진호에게 쏠렸다.
“그 수고에 보답하는 건 너희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밖에는 없겠 지.”
강진호의 시선이 슬쩍 뒤로 향했
다.
이현수 역시 강진호와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 여러 대의 카메라 가 보인다. 아마 저곳뿐 아니라 사 방에 카메라가 배치되어 있을 것이 다.
강진호가 이들을 어떻게 훈련시키 는지 어떻게든 분석하겠다는 의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 라갔다.
‘본다고 알 수 있으면 이 고생을 안 하지.’
목소리를 가다듬은 강진호가 말을
이어갔다.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겠지. 바 로 훈련에 들어간다.”
“예!”
커다란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강 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히 해보지. 일단 체력부터 볼까?”
강진호가 한곳을 가리켰다.
“저기서 스타트하지. 가볍게 연병 장 100바퀴부터.”
군인들의 눈에 살짝 실망이 어렸 다.
‘우릴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100바퀴라니, 이게 무슨 훈련이 된다고.’
강해지겠다는 열망 하나로 머나먼 동양의 땅까지 온 이들에게 이 정도 의 훈련은 김 빠진 맥주처럼 느껴졌 다. 한마디가 추가되기 전까지는 말 이다.
“선착순 한명.”
“2등부터는 다시 100바퀴.”
“뛰어.”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분 위기를 파악한 몇몇이 비명 같은 고
함을 내지르며 스타트 지점으로 달 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치가 빠른 이들이 재빨리 그들의 뒤를 따랐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두어 번 꺾었다.
“훈련은 한국식이 최고지.”
이제 곧 이들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