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90)
마존현세강림기-1592화(1589/2125)
마존현세강림기 64권 (25화)
5장 훈련하다 (5)
건장한 근육을 가진 남자들이 수 건 한 장을 걸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반쯤 젖은 머리와 약동하는 근육 을 보면 언뜻 고급 헬스장의 샤워실 같지만, 물론 이들의 정체는 총회의 회원들이었다.
바닥에 쫙 꿇어앉은 이들 앞에는 역시나 수건을 걸친 강진호가 커다 란 평상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 가운데…….
콰자작, 사각사각.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의 옆에서 뭔가를 하는 이를 바라보 았다.
“뭐 하나?”
“아…… 삶은 계란입니다.”
“맛있습니다.”
어, 그래.
안 그래도 분위기가 찜질방 같은
데, 아주 좋네, 아주.
“여기!”
강진호가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삶은 계란을 받아 들고는 입안에 던 져 넣었다. 그래도 성의가 있는데 하나는 먹어야지.
야무지게 계란을 씹어 삼킨 강진 호가 뭔가 말을 하려는 찰나.
취익!
뚜껑까지 딴 사이다 캔이 그의 앞에 내밀어졌다.
“ 헤헤.”
거, 출세할 놈일세.
받아 든 사이다를 원샷해 버린 강진호가 캔을 탁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다들 마저 씻었고?”
“예! 회주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내가 바쁘게 돌면서 불만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
“아닙니다, 회주님!”
“저 새끼가 이상한 겁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한 시간 내 에 뼈까지 녹여서 처리하겠습니다.”
저게 도무지 농담처럼 들리지가 않는다.
“……안 그래도 목욕탕에서 조폭 들이 집회하는 분위기니까, 말 좀 골라 해주면 좋겠는데.”
“시정하겠습니다!”
“ 명심하겠습니다!”
그런 말을 쓰지 말라고!
말귀를 못 알아들어, 말귀를!
강진호가 끄응하고 한숨을 내쉬었 다.
하기야 탓해 뭣 하겠는가, 총회는 원래 이런 곳인데.
“원래는 모두를 모아놓고 해야 할 말이겠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모두 를 모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
그냥 너희한테 말한다. 듣고 다른 회원들한테도 전달해 줘.”
“예! 회주님!”
“녹취하겠습니다.”
“이 새끼가 취조하나!”
휴대폰을 꺼내던 이가 옆에서 날 아온 주먹에 얻어맞고 픽 쓰러졌다.
아, 얘들 원래 이리 거칠었지. 다들 귀여워 보여서 잊고 살았다. 생각해 보면 이들 하나하나가 사 회에 풀어놓으면 웬만한 대형 조직 폭력배는 하루 안에 정리해서 발 닦 개로 쓰고 남는 놈들이다.
총회가 관리를 해서 얌전히 살 뿐, 그 본질은 인간 병기를 넘어서 인간 전차쯤 되는 것들이니까.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 다.
“여하튼, 다들 섭섭한 건 이해한 다.”
“아닙니다, 회주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나 같 아도 섭섭했을 거다.”
“그게••••••
앞쪽에 있던 이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섭섭하다기보다는…… 음, 워낙
바쁘시니까.”
유 o ”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저희가 애도 아니고, 회주님이 저희 에게 관심을 안 주셔서 섭섭하다는 건 아닙니다.”
“그럼?”
강진호가 의문 어린 눈으로 말을 하는 이를 바라봤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주님께 배 우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수 없어서 섭섭하다는 거죠.”
강진호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모두 를 바라봤다.
“예. 물론 압니다. 원래 세상이라 는 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일단 은 효율 좋고 결과 잘 뽑아내는 놈 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법이죠. 그런 면에서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건 알 고 있습니다.”
“딱히 그런 건 아니야.”
“에。], 원망 안 한다니까요. 다만, 음…… 저희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 습니다. 그래서 한 번씩은 회주님이 성과도 좀 봐주시고, 방향도 좀 잡 아주시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
이죠.”
강진호가 가만히 모두를 바라보았 다.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 들.
특별한 무학을 익히는 것도 아니 고,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 렇다고 따로 빼서 쓸 만큼 유별난 구석도 없다.
말 그대로 평범한 이들이다.
다만…….
‘여기가 근본이지.’
이들이 총회의 기둥이다.
특별한 것은 평범한 것이 받쳐
줄 때나 그 의미가 있는 법이다. 모 래 위에 지은 집은 파도 한 번에 무너지는 법. 이들이 총회를 받쳐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고수를 만들어내도 총회는 강해질 수 없다.
‘여기도 마찬가지군.’
강진호가 돌고 돌아 기본으로 돌 아갔듯이, 총회 역시 다시 기본을 다잡아야 할 때였다.
“미안하다.”
강진호가 고개를 숙였다.
“헐, 회주님!”
“왜 그러십니까, 무섭게!”
“그러지 마십쇼! 회주님이 왜 미
안하십니까!”
“아니, 씨발! 저 새끼가 진짜! 뚫 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니까 이 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냐!”
개중에는 강진호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며 정말 눈이 돌아가는 이 들마저 나왔다.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서재겸은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알았냐고!’
거기에 강진호가 있는 줄 알았으 면 그런 말을 꺼낼 리가 있었겠는 가.
그냥 잠깐 불만을 표한 것뿐인데,
설마 사태가 이렇게까지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죄송합니다, 회주님. 제가 함부로 지껄여서.”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말귀를 못 알아듣나?”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어지자 모두가 바짝 긴장하며 허리를 세웠 다.
“아닙니다!”
“이해했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탓할 게 아니라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지. 어떤 일은 누군가 뒤집어주 지 않으면 영원히 묻혀 있기 마련이 니까. 네가 아니었으면 나도 이리 반성하지는 못했을 거다. 그러니까 고개 숙이지 마라.”
“예, 회주님.”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고. 이번 일로 트집 잡는 일은 없어야겠지.”
“예!”
고개를 끄덕인 강진호가 다시 입 을 열었다.
“딱히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무심했던 건 사실이다.”
“바쁘신 것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변명이지.”
강진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는 너희가 수련하는 곳에 도 자주 들를 테니, 지금까지 내 무 관심은 이해를 좀 해줬으면 하는 군.”
“물론입니다, 회주님!”
“그리고……
강진호가 딱 잘라 말했다.
“너희가 불만을 말해서 내가 들르 기로 한 게 아니다. 내가 놓치고 있 었기 때문이지. 너희는 총회의 근본 이다. 너희가 강해지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도 총회는 강해지지 않아.”
“위에서 돋보이는 이들은 결국 한 줌일 뿐이다. 그들의 강함이 총회의 강함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너희의 강함이 총회의 강함을 결정하는 법 이지.”
알고 있던 일이다.
하지만 잊고 있었다.
마염을 키우고, 마법 부대를 만들 고, 바토르가 제자들을 키운다고 해 서 총회가 강해지는 건 아니라는 것 을.
그래봐야 그들은 일부일 뿐이다.
조직과 조직이 맞붙는 앞으로의 전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게 될 이들이 여기에 있다.
새삼 그 사실을 깨달은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지 못했군.’
무학도, 조직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만큼 강조했으면서도 본인은 기본을 놓쳤 다.
“덕분에 나도 다시 생각하게 됐 다. 그러니 너희도 수련에 박차를 가해다오.”
“물론입니다, 회주님!”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살짝 미소를 짓는다.
물론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앞에서 고개를 숙이면 대부 분의 문제는 묻히기 마련이다. 하지 만 그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다.
이 문제는 그가 직접 움직이며 해결해 나아가야 한다.
“그럼 다른 문제는 없나?”
“어……
회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숨을 죽인다.
그 광경을 본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무거나 괜찮다.”
“지금은 딱히 생각이 안 나는 데……. 아, 회주님. 저희 지금 대부 분 기숙사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이게 원래는 안 그랬는데, 일전 에 이 실장님이 관리가 힘들다고 다 들 잡아서 기숙사에 넣었거든요.”
“그랬지.”
“그럼 저희…… 결혼은 어떻게 합 니까?”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 문에 강진호가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결혼을 하고도 기숙사에 살 수는 없잖습니까. 지금 임박한 애들이 좀 있는데, 다들 그것 때문에 고민이 라.”
“……너희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건 데?”
하루 종일 주말도 없이 수련하고 기숙사로 퇴근하는 것들이 결혼할 사람이 있다고?
몸이 두 개라도 되나?
“전쟁터에도 봄은 오는 법이죠.”
“능력자들이네.”
“이전부터 여자 친구가 있던 애들 도 있고, 그냥 우연히 연애하는 애 들도 있고, 이 안에서 눈 맞은 애들 도 있고.”
“……이 안에서?”
“여자 무인들 있잖습니까. 많지는 않아도.”
“어, 그렇지.”
이현주 같은 여자 무인들이 좀 있긴 하다. 군대의 여장교 같은 극 소수 비율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래서 장가를 가면 따로 살림을 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되잖아?”
“이 실장님이 허가를 안 내주십니 다. 어디 이 상황에 결혼이냐고, 꺼 지라던데요?”
아니, 그 새끼는 대체…….
인간이 어디까지 악독해질 수 있 는 건가.
“……빨리 해결해 줄게.”
“부탁드립니다, 회주님!”
“어, 그래.”
강진호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질문을 바란 게 아니었…….
“저, 저도 하나만.”
“응‘?”
“저희 한 번씩 휴일 있고, 수련 끝나면 다른 데도 좀 가고 싶은 데…… 차 좀 굴리면 안 됩니까?”
“굴리면 되잖아.”
주차장도 증축해 놨는데 왜 안 타니?
“실장님이 안 된다던데요. 무인이 뭔 자동차냐고, 일 있으면 달려서 가라던데……
“낮에는 버스 타거나 하면 되는 데, 이게 밤이나 새벽에는 워낙 오 지라서 탈 게 없습니다. 저번에는
정말 바빠서 근처에 택시 오는 곳까 지 두 시간 뛰어갔습니다.”
“누가 안 된다고 했다고?”
“이 실장님이요.”
“왜?”
“개나 소나 다 차 타고 다니면 주 차장 복잡해진다고.”
제정신인가?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어……. 그것도 내가 해결해 줄 게.”
아무래도 이현수를 한 번 족쳐야 할 것 같다.
“저……
“응?”
“저도 실장님 관련으로 할 이야기 가 하나 있는데……
“회주님 저도 실장님 때문에 보고 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강진호가 떨떠름한 눈으로 모두를 바라보았다.
이러려고 만든 자리가 아니었는 데, 이거 뭔가 인민재판의 분위기 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지?’
아니, 그놈도 바쁘니까 일부러 애 들을 괴롭히러 다니지는 못했겠지. 이건 평소 행실의 문제다.
“잠깐만.”
“예?”
“이게 이런 식으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여기 대표 누구야?”
모두의 시선이 가장 앞에 있는 이에게 쏠렸다. 사고를 쳤던 서재겸 이 얼떨떨한 시선으로 강진호를 바 라보았다.
“시키실 일이라도?”
“너 가서 쇠 상자 하나 만들어 와.”
“예? 쇠 상자요?”
“그래. 커다란 쇠 상자 하나 만들 어 구멍 뚫어. 그리고 그거 기숙사 있는 데 놓고, 애들한테 말해서 이 현수 관련으로 불만 있는 거 다 써 서 그 안에 익명으로 넣으라고 해.”
“됐지?”
“예!”
그 우렁찬 대답 소리에 강진호가 허허 웃고 말았다.
‘군대도 아닌데 말이야.’
설마 마음의 소리함을 만들게 될 줄이야.
이제는 대체 그 안에서 무슨 내 용이 나올지 궁금해지는 강진호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