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91)
마존현세강림기-1593화(1590/2125)
마존현세강림기 65권 (1화)
1장 일어나다 (1)
“오셨습니까?”
강진호가 빙그레 웃는 조규민을 보며 마주 옷었다.
“이상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요.”
“실제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가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조규민이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지 었다.
“바쁘실 만하죠.”
강진호는 되레 그런 조규민을 위 로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조규민이 조금 아쉽다는 얼굴로 강진호에게 말한다.
“그런데 말투가 다시 좀 높아진 것 같은데, 편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럴수록 제가 한동안 찾아뵙지 못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이 상합니 다.”
“지금은 이게 편해서……. 천천히 바꿔보죠.”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보 다…… 현수 형님, 아니, 이 실장님 은 같이 안 오셨습니까?”
“그 인간은, 아니, 이 실장은
‘그 인간은’이라는 말에서 이미 감을 잡아버린 조규민이 눈을 가늘 게 떴다.
‘또 사고 쳤구만, 이 양반.’
능력 하나는 확실하다 못해서 무 시무시한 인간이 꼭 이상한 사고를 치고는 했다.
하기야 그게 천성인데, 뭘 어떻게 하겠는가.
조규민이 고개를 내저었다.
“여하튼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올라가시죠.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 십니다.”
강진호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 다.
“듣자하니……
황정후가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면 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 녀석이 그 정가놈이랑 뭔가를
하려 든다던데?”
“예.”
황정후가 눈가를 찌푸린다.
“ 물론••••••
그가 낮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정가 놈이 능력이 없는 놈은 아 니야. 예전에는 나도 그놈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지. 아첨과 뇌물만으 로 그 자리에 오른 놈이라 생각했 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대한민국에 그런 식으로 성공하려 한 놈들이 몇 천은 족히 될 거다. 하지만 오직 그놈만이 끝까지 살아
남았지.”
황정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은 있지, 능력은. 하지만 인 품이 없는 놈•이야. 그런 놈과 사업 을 같이했다가는 반드시 뒤통수를 맞는다. 그런데도 꼭 그놈과 같이해 야겠느냐?”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제 뒤통수요?”
“으음.”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하기야.’
생각해 보면 정홍근은 눈치 하나
로 살아남은 이나 다름없다. 그렇다 면 그도 강진호가 얼마나 위험한 인 간인지 이미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 다.
되레 그 눈치가 정흥근의 족쇄로 작용할 확률이 높았다.
“끄으응.”
황정후가 담배를 연신 빨아댔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태광과 합작 을 하는 건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 다.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태광은 자금이 탄탄한 건실 한 기업이니까.
하지만 정홍근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황정후를 영 거슬리게 만들 었다.
“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그 래, 잘 알아서 해라.”
“예.”
황정후가 입맛을 다셨다.
사업가란 때로는 이득을 위해 구 정물을 퍼먹는 것조차 마다해서는 안 된다.
강진호가 정홍근이라는 구정물을 퍼먹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해도 강진호를 사업가로 인정한다면 눈을 감아야 하는 부분이었다.
“쯧, 나는 한 번씩 너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강진호가 가볍게 웃고 말았다.
“딱히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은 아 닙니다.”
“그럼? 네놈■이 남의 말을 잘 듣 는 놈도 아니고, 하기 싫은 일을 왜 해?”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황정후가 슬쩍 강진호의 눈을 바 라보았다.
단호한 강진호의 눈을 본 황정후 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 그럼 해야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얼어 죽을.”
황정후가 혀를 차고는 못마땅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네가 하고 싶어 하는 일 때문에 불렀다.”
“ 예?”
“재단 말이다, 재단!”
“아••••••
강진호가 아차하는 얼굴로 황정후 와 조규민을 번갈아 봤다.
조규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마침 내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이제 적당 한 부지를 선정해서 보육원을 설립 한 다음에 성심 보육원을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할 겁니다.”
U 으 »
그렇게 되면 강진호는 실질적인 운영자가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성 심 보육원의 운영자가 될 수 있다.
“우선은 재경 재단이라는 가칭으 로 신청을 마쳤습니다. 개명은 바로 가능하니, 적당한 이름을 생각해 주 십시오. 차후에도 관련 서류나 인감 이 필요한 일이 있으니, 제가 연락
을 드리면 관할 부서를 방문하셔야 합니다.”
“제가요?”
“예. 당연하죠. 이사장이시니까 요.”
“예?”
강진호가 의문 어린 눈으로 황정 후를 바라봤다.
“이사장은 회장님이 맡아주기로 하셨잖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왜 갑자기……
“내가 이사장을 맡기로 한 이유가 뭔데?”
“그게••••••
황정후가 혀를 찼다.
“내 연줄과 명성을 이용해서 이런 저런 승인을 쉽게 따내려고 한 것 아니었어?”
“그랬죠.”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 지. 네 이름 하나만 대면 다 일사천 린데, 왜 내 이름을 대? 불편하게.”
그게 그렇게 되나?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다. 지금 의 강진호는 굳이 누군가의 협조를 구할 필요도 없이 전화 한 통만으로
국가에서 처리하는 대부분의 업무를 프리패스할 수 있다.
더구나 제 이득을 찾는 일도 아 니고, 돈을 들여 복지 재단을 만들 겠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는가.
“그래도 이사장은 회장님께서
“됐어, 이놈아. 짐 떠넘기지 마!”
황정후가 눈을 찌푸렸다.
“그때는 나름 조용히 살고 싶다는 네 의견을 존중했다. 그만한 재단의 이사장이 되면 싫어도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조금 도와주
면 네가 편해질 거라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지금은?”
“TV만 틀면 얼굴 나오고, 번듯한 회사의 회장 자리까지 꿰찬 놈이 재 단 이사장 자리가 하나 추가된다고 뭐가 달라질 거나 있더냐?”
강진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반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네가 시작한 일이니, 네가 책임 을 져. 괜히 내가 맡으면 나중에 상 속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가 얽힌 다. 내가 앞으로 살아봐야 얼마나 살겠어?”
“오래 사실 겁니다.”
황정후가 피식 웃었다.
“말이라도 그리해 주니 고맙다.”
황정후가 손을 내저었다.
“여하튼 그렇게 처리하고 승인이 났으니, 남은 건 저놈■이랑 알아서 해결해.”
황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휘적휘적 걸어서 회장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어?”
강진호가 그 모습을 보며 황당하 다는 얼굴을 했다.
아니, 여기가 회장실인데, 회장이
나가면 어떻게 하란 거지?
“저, 저기……
“괜찮습니다.”
조규민이 고소를 머금었다.
“이사진들 회의가 있어서 회의실 로 가신 겁니다.”
“아니, 그래도……
“민망해서 저러시는 거니, 이해해 주십시오.”
“ 민망해서?”
조규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회장님께서는 강진호 씨께서 복 지 재단을 설립하는 걸 굉장히 대견
해하십니다. 처음에는 그리 반기지 않으신 것 같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신 모양입니다.”
“ Q.”
M..•
“본인의 재산이라는 게 결국은 자 기 혼자 좋고 마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말을 최근 들어 자주 하 십니다. 그래서 강진호 씨가 더없이 자랑스러운 모양이십니다. 물론 당 신 입으로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으시겠지만.”
조규민이 고소를 머금었다.
강진호나 황정후나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투른 건 마찬가지다.
‘물론 이쪽은 엄청 나아졌지만.’ 조규민이 강진호를 보며 살짝 감 회에 젖었다.
사람을 대하는 걸 더없이 어려워 하던 소년이 이제는 다른 사람을 돕 는 복지 재단을 설립하고 이사장이 되었다. 그 큰 성장과 변화에 조규 민도 한 팔을 거든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 설립 자체는 보육원으로 가 닥을 잡았습니다만, 신고 내용과는 별개로 앞으로도 꾸준히 확장을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지원을 받는 것 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사실 강진호 씨에게는 국가의 지원 이라는 게 굳이 필요가 없는 일이니 까요.”
“받을 생각도 없어요.”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일단 복지 재단의 이름으로 설립된 곳은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받는 대 신에 감사와 감시를 받을 의무가 생 기게 됩니다. 그걸 거부한다면 자격 을 잃게 되죠. 물론 강진호 씨에게 는 해당 사항이 없겠지만.”
조규민이 살짝 머리를 긁었다.
“적어도 겉으로나마 적당한 형태 를 만들어둘 필요는 있습니다. 대부
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지만, 강진호 씨가 직접 해야 할 일도 있을 테니, 일단은 알아두십시오.”
“예.”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우선 몇 가지를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보육원만 설 립할 생각이십니까?”
“네. 우선은요.”
“성심만?”
강진호가 턱을 괴고는 생각에 빠 졌다.
아무 생각이 없던 건 아니지만,
당장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될 수 있으면 성심은 그대로 남 겨둔 채로, 다른 보육원을 몇 개 만 들어보고 싶네요.”
“전국에 여러 개를?”
“예.”
강진호가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제가 만드 는 보육원이 다른 보육원들에 비해 서 더 좋은 보육원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죠? 일단 강진호 씨의 재
력이라면 다른 보육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원을 할 수 있을 텐 데요?”
조규민이 묻자 강진호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게 다가 아니니까요.”
오 Q.99
M..•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애들은 돈이 아닌 사랑으 로 키워야 한다’ 같은 뻘소리를 늘 어놓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애들 을 제대로 키우려면 돈은 반드시 필 요하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살면 살수록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애들에게 필요한 건 좋은 시설이나 맛있는 밥, 넘쳐 나는 장난감이 아니라 다 른 무언가겠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 게 된다.
‘원장 수녀님.’
과거의 성심 보육원은 지금의 성 심 보육원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가 난했다.
그럼 지금 보육원 아이들이 그때 보다 더 행복한가?
아니.
아니겠지.
강진호는 채울 수도 없고, 따를 수도 없다.
이건 겸손이 아니다. 강진호뿐만 아니라 보육원의 아이들도 모두 똑 같이 생각할 것이다.
원장 수녀님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다. 아이들에게 있어 그분은 내리쬐는 햇살이고, 감 싸 안는 바람이었다.
강진호는 아이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천막이 되어줄 수는 있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는 없다.
“다만 비슷하게나마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제 방식으로.”
조규민이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는 알겠 습니다. 하지만 강진호 씨, 그게 포 기할 일은 아닐 겁니다.”
“예‘?”
“강진호 씨가 해주지 못하는 걸 해줄 분들은 세상에 많습니다. 좋은 시설을 만들고 강진호 씨의 진심을 알릴 수 있다면, 그런 분들이 모여 들 겁니다.”
“혼자 할 필요는 없죠. 그렇지 않 습니까?”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죠.”
“예. 차근차근 해 나가면 되는 겁 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하는 거 니까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말이다.
살짝 불안함에 잠기려던 강진호의 마음이 조금 편하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