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95)
마존현세강림기-1597화(1594/2125)
마존현세강림기 65권 (5화)
1장 일어나다 (5)
‘미쳤어.’
스즈키 류이치가 자신에게 날아드 는 목검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목검이라고는 하지만 검기가 실려 있다. 저기 직격당했다가는 어디 한 군데 부러지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 을 것이다.
“아아아앗!”
류이치가 손에 잡은 죽도를 휘둘 러 날아드는 목검을 막아냈다.
빠아악!
목검과 죽도가 충돌하며 둔탁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충격.
하지만 지금은 그 충격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류이치가 지체 없이 바닥으로 몸 을 날렸다. 등 뒤에서 날아드는 목 검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데굴데굴 굴러 검의 사정권에서 벗어난 류이치가 질린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아아아악!”
“이 쪽발이 새끼들이!”
“죽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류이치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이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 지?’
일본에서 이곳으로 넘어올 때, 그 는 반드시 이곳에서 최고가 되겠다 는 다짐을 했다.
어차피 이들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쩌면 잠재적인 적이 될지도 모 르는 자신들에게 대단한 것을 가르 칠 리가 있겠는가. 적당히 시늉만 하다 돌려보내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여겼다.
그가 원하는 것은 총회가 보호한 다는 간판이니까. 그 간판만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제 손으로 헤 쳐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바다를 건너 총회에 도착 한 순간, 류이치는 자신이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아야 했다.
“으아아아아아아!”
목검을 든 마교도가 눈에 핏발을 세우고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살벌한 기세에 질려 버린 류이치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빌어먹을!’
지금 달려드는 이는 결코 강하지 않다. 평소라면 열 번 싸워 열 번 모두 이길 자신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류이치는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실전은 전혀 다른 세계라는 걸 말이다.
“죽어라! 이 쪽발이 새끼야!”
달려든 마교도가 고함을 내지르며
류이치에게 검을 휘둘렀다.
몸이 굳어버린 류이치는 제대로 반격도 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 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슬며시 눈을 떠보자 그에게 달려 들던 마교도가 모로 쓰러지고 있었 다.
“정신 차려, 병신아.”
그의 옆에 선 미치히로의 얼굴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든다.
“후욱!”
짧게 심호흡을 한 류이치가 죽도 를 꽉 움켜잡는 바로 그 순간이었 다.
“그만!”
낮고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마교도들이 일제히 멈춰 섰다. 그러 고는 지금까지 벌이던 말도 안 되는 전투가 다 거짓이었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부상자를 수습해 한쪽으로 정렬한다.
반면, 일본의 연수생들은 마교도 들이 정렬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정
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장민이 슬쩍 일본 연수생들에게 눈길을 주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고생하셨습니다, 장로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홈.”
마교도들이 일제히 인사를 하고는 정비를 위해 한쪽으로 우르르 몰려 간다.
“……미친놈들.”
류이치가 이를 갈았다.
조금 전까지 그들을 죽일 듯한 기세로 들려들던 놈들이 수업을 마
친 학생처럼 희희낙락해서 걸어가는 꼴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짜증도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다 미쳤어.’
대체 어디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온 이들의 첫 훈련을 이딴 말도 안 되는 실전으로 배치한 걸 문제 삼아야 할지, 아니면 이런 훈련을 평소에도 매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지.
도무지 류이치의 상식으로는 이해 를 할 수가 없었다.
“어때?”
“ 뭐가?”
“이번 훈련.”
미치히로가 실실 웃으며 말하자, 류이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다른 건 모르겠고……
모른다기보다는 평가하고 싶지가 않다.
“하나는 확실하게 알겠다.”
“ 뭐?”
류이치가 살짝 머뭇거리다가 한숨 과 함께 말했다.
“우리가 왜 졌는지.”
능글맞게 말하던 미치히로도 그
말만은 그냥 흘러 넘길 수 없는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동감하고 싶지 않지만, 동 감할 수밖에 없군.”
류이치가 양손으로 얼굴을 비볐 다.
‘빌어먹을.’
일본의 무학은 ‘무도’라는 이름으 로 통용된다.
무도 (武道).
해석하기에 따라서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일본의 무학은 극기(免 己)에 가깝다. 칼을 갈고닦으며 스 스로를 완성해 나가는 것에 그 의의
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무학으로서 일정 한 예(禮)를 추구하려 든다는 것이 다.
그렇기에 칼을 뽑는 것에 절도를 갖춰야 하고, 지닌 칼을 함부로 다 루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철저 하게 정해진 법도와 예의에 따라 검 을 휘둘러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전쟁일 뿐이잖은가.’
그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들은 무 인이 아니라 군인에 불과하다. 무학 을 그저 투쟁의 수단으로 쓰는 족속
들.
손에 든 병기의 종류가 다를 뿐, 이들이 군인과 다를 게 뭐가 있는 가.
“예전이었다면 비웃었겠지.”
“하지만 이젠 비웃을 수가 없지. 그렇지 않나?”
“••••••그래.”
일본은 바로 그 군인들에게 패배 했다.
일본은 폭력 속에서도 미학을 찾 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폭력 속에서 미학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극도의 효율
만을 추구할 뿐이다.
그게 한국의 방식인지, 아니면 중 국의 방식인지, 그것도 아니면 강진 호의 방식인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알 도리가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 들이 이 방식에 철저히 패했다는 점 이다.
“야마토 정신을 강조하다가 박살 이 난 구 일본군의 꼴이로군.”
“자학도 그 정도면 병이야.”
미치히로의 말에 류이치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대체 지금까지 그는 뭘 했던가.
‘입만 살아서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딱 한 번의 기회만 주어져도 절 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 훈련을 겪는 순간, 깨 달을 수밖에 없었다.
‘기회 같은 게 그냥 주어질 리가 없지.’
그가 일본의 상황을 탓하며 시간 을 낭비하는 동안에도, 이들은 이곳 에서 이런 수련을 하며 실력을 키우 고 있었다.
‘난 대체 뭘 한 거야?’
이가 갈린다.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어버리 고 싶다.
그를 더욱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지금 그가 상대한 마교도들의 수준 이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 만 그에 비해 상대적인 약자에 불과 한 마교도들이 실전에서는 그를 압 도했다.
‘빌어먹을.’
실전에 익숙하니까?
개 같은 소리.
그건 저들이 이토록 실전에 익숙
해지기 위해 해온 일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신세 를 한탄하며 야쿠자들을 돈이나 갈 취하고 다닌 류이치가 할 말은 아니 었다.
“어때?”
미치히로의 목소리에 류이치가 슬 쩍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을 마주한 미치히로가 비웃음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제 좀 할 마음이 생긴 모양인 데‘?”
“멍청한 소리 하고 있군.”
류이치가 고개를 돌렸다.
할 마음 같은 건 진즉에 생겼다. 그저 조금 당황했을 뿐이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아마도 그렇겠지. 적당히 실전 훈련이나 시키다가 돌려보낼 생각은 아닌 모양이니까.”
류이치가 피식 옷고 말았다.
‘정말 대책이 없네, 이것들.’
강진호의 말을 불신한 건 아니다. 딱히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자 부하지는 않지만, 그런 그가 보기에 도 강진호는 딱히 거짓말을 할 사람 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을 제대로 가르쳐 보 겠다는 그의 의지는 사실이었을 것 이다.
그럼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조직이란 개개인의 의지만 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 기 때문이다.
설사 강진호가 그럴 의지가 있다 해도, 총회라는 조직은 그들의 무학 을 일본에 전파하는 것을 그리 달가 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에 는 현실이라는 벽에 막힐 수밖에 없 다. 그게 류이치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보기 좋게 빗
나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 군.”
“생각이 없는 거야.”
류이치가 슬쩍 미치히로를 바라봤 다.
그 눈빛에 미치히로가 손을 내저 었다.
“아, 말이 좀 꼬인 것 같군. 이들 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일을 벌인 다는 의미는 아니야.”
“그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같은 말 아닌가?
어리둥절해하는 류이치의 표정을 본 미치히로가 피식 웃었다.
“나는 일본의 가장 나쁜 버릇이 과도하게 신중한 거라고 생각한다.”
“신중한 게 나쁜 건가?”
“물론 신중함은 나쁘지 않지. 그 런데 그 신중함이라는 게 보통은 당 장의 결단을 뒤로 미루는 좋은 변명 거리가 되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때로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저질 러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하지만 일본은 저질러야 할 때를 몰라. 그
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 물이 끓어 살이 익어버릴 때까지 냄비 안 에서 장고를 거듭하는 거지.”
류이치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오버 아닌가?”
“그 피해자가 우린데도 그런 말이 나오나?”
“음?”
뭔 소리지?
미치히로가 피식 웃었다.
“반도가 무주공산일 때, 어설프게 중국의 눈치를 본답시고 엉덩이를 빼고 있지 않았으면 지금 이 꼴이 되지는 않았겠지. 아무리 강진호가
등장한다고 해도 총회고 영남회고 싸그리 사라진 뒤였다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우물쭈물한 대가로 모두 잃은 거 지.”
류이치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해서는 아니다. 그저 미치히로의 말에 공감이 그다지 가 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 사람이라면 뭐든 해냈겠지.’
하지만 미치히로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총회는 아는 거야. 위기가 다가 오는데 이것저것 따지며 미래를 생 각하다가는 일본 꼴이 난다는 걸. 그러니 뒷일은 뒤에 맡기고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거지.”
미치히로가 이죽거렸다.
“일본은 하지 못한 일이다.”
“이럴 때마다 솔직히 궁금한 게 있는데……
“ 뭐?”
“너 재일이냐?”
“천만에! 나는 순도 백 프로 일본 인이다. 일본인이니 이리 자학하고 시니컬할 수 있는 거지.”
“대단하시네.”
류이치가 고개를 내저었다.
“여하튼 하나는 확실해졌다.”
“그렇지.”
이들은 정말 연수생들을 제대로 가르쳐 볼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 의도에 제대로 부•흥해 줘야겠지.
“일단은 철저하게 그 의도에 호웅 해 줘야지.”
“그 대가가 뭔지는 잊지 말라고. 우리는 총알받이야.”
“상관없어.”
류이치가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대신 그 총알받이 꼴을 버텨낸다
면, 그다음에는 우리도 인정받겠지.”
“완전히 친한파로 마음을 돌리셨 구만.”
“네 덕분이다.”
“••••••뭐?”
“때로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들이 받아야 할 때도 있다면서? 내 생각 에는 지금이 그때다.”
“나중 일은 아무래도 좋아. 지금 은 내게 주어진 일을 철저하게 한 다.”
“좋은 자세로군.”
미치히로가 마음에 든다는 듯 입
꼬리를 쭈욱 말아 올렸다.
그 모습을 본 류이치가 눈을 찌 푸리며 몸을 돌렸다.
그럴 의도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저 웃음이 변절한 그를 비웃는 것 같아 영 편치 않았다.
‘변절이 아니야.’
옳은 선택을 할 뿐이다.
그와 함께 류이치는 자신의 이 선택이 일본에도 도움이 될 거라 굳 게 믿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