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599)
마존현세강림기-1601화(1598/2125)
마존현세강림기 65권 (9화)
2장 추진하다 (4)
움찔.
움찔.
살짝살짝 떨리는 몸을 본 강진호 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러자 최연하가 팔꿈치로 옆구리 를 쿡 찌른다.
‘얼굴 풀어요, 얼굴!’
강진호가 낮게 한숨을 쉬고는 그 의 앞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웃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도무지 웃음이 나오지를 않는다.
반팔 아래로 튀어 나온 앙상한 팔이 강진호의 미간을 자꾸만 좁아 지게 만들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그가 생각하는 보육원의 기준은 성심 보육원이다.
성심의 아이들이 고아라는 이유로 다른 곳에서 천대받는 모습이야 여 러 번 보았지만, 단 한 번도 고아원
안에서 제대로 먹지 못한다든가 차 별은 받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안일했어.’
사람이란 원래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기준으로 삼아 세상을 받아들 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질이 좋지 않은 이 사장들 밑에서 아이들이 고통받는다 고 해도 최소한의 정도는 지킬 것이 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마주한 아이들의 상 태는 강진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삐쩍 마른 몸.
그리고…….
‘사람을 두려워 하는 눈.’
자주 본 눈이다.
수없이 봐온 눈이다.
하지만 저 눈은 아직 어린 저 아 이들이 가질 만한 눈은 아니었다.
새삼스레 속에서부터 분노가 스멀 스멀 솟아오른다.
그 순간, 최연하가 다시 팔꿈치로 강진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크흠.”
강진호가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강진호는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한 최연하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앞으로 나섰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꾸벅 인사를 한다.
겁을 먹었지만, 어른이 인사를 하 면 무조건 인사를 같이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은 모양이다.
쭈뻣대면서도 허리를 숙이는 모습 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놀랐구나.”
최연하가 가만히 아이들에게 다가 갔다.
그러자 아이들이 움찔하며 반 걸 음 뒤로 물러났다.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많이 봐왔지 만, 사람에 대해 저리 극단적으로 경계심을 보이는 아이들은 처음이 다.
“흐음.”
최연하가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이 방법으로는 안 되겠네.’
“ 언니들.”
“네?”
최연하가 아이들의 뒤쪽을 지키고 있던 보육 교사들에게 손짓했다.
“애들 전부 식당으로!”
“네.”
아이들이 보육 교사들을 따라 식 당으로 향하자, 이현수가 살짝 한숨 을 내쉬었다.
“장난 아니네요.”
a 으 99
“저도 개인적으로 애들을 그리 좋 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쟤들을 보 고 있으니 좀 씁쓸합니다. 애들은 웬만해서는 저런 표정을 못 지을 텐 데.”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사장들이랑 원장들 아직 한국 에 있나?”
“……벌써 화물로 실어 보냈습니 다. 진정하십시오.”
“다시 데려오라고 해.”
“안 된다니까요.”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리한 말을 하고 있는 강진호지 만, 이현수는 그런 강진호를 충분히 이해했다.
‘당장 나도 그 새끼들을 잡아 죽 여 버리고 싶으니까.’
이미 충분히 괴롭힐 만큼 괴롭혔 고, 앞으로도 충분히 괴로울 수 있
는 곳으로 보냈지만, 어두운 아이들 을 보고 있으려니 그것마저 부족했 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다리 하나 정도는 잘라 버 렸어야 하는 건데.”
이현수가 툴툴대자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보육 교사들은 원래 이곳에 있던 이들이 아닌가?”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빤히 알고 있던 이들을 왜 아직 남겨놨냐 는 뜻이다.
“보육 교사들은 잘 몰랐던 모양입 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알고
있는 보육 교사들도 있지만…… 지 금 남아 있는 보육 교사들은 몰랐던 모양입니다.”
“무능하다는 소리 아닌가.”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아이들을 부모처럼 보살펴야 할 보육 교사들이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원인을 알지 못하고, 눈에 들어온 것을 외면한다는 건 무능이 다.
그런 사람들은 보육 교사의 자격 이 없다.
이현수가 씁쓸한 얼굴을 했다.
“저도 생각 같아서는 바로 잘라 버리고 싶은데, 조규민이 놈이 하지 말랍니다.”
“왜‘?”
“아이들은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불안해한다더군요. 보육원이 바뀌는 것도 충격인데, 지금까지 알던 보육 교사들이 모조리 잘려 나가면 충격 이 오래갈 거랍니다.”
“하……
짜증 나는 이유지만, 나름 일리가 있었다.
강진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금은 참고 넘어가겠지만, 나는
절대 저 사람들 쓸 생각 없어.”
“당연합니다. 그건 제가 잊지 않 고 처리하겠습니다, 회주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 다 했어요?”
“예.”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최연하를 바라봤다.
“그런데 식당은 왜?”
“지금 쟤들한테는 뭔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어요. 우리가 잘해줄 거라 고 해봐야 믿겠어요? 지금까지 만나 는 사람들은 다 같은 이야기를 했을 텐데?”
“……그렇죠.”
“그럼 행동으로 보여줘야죠.”
“네?”
최연하가 씨익 웃었다.
“사람은 일단 배가 불러야 너그러 워지거든요.”
“이거 먹어도 돼요?”
“그럼! 많이 먹으렴.”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먹다가 남겨도 돼!”
“진짜요? 그래도 돼요?”
“그럼. 앞으로는 먹기 싫은 건 억 지로 먹을 필요 없고, 먹고 싶은 건
얼마든지 먹어도 돼. 대신에 안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 운동도 해야 돼 알았지?”
“네!”
강진호와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뭔 놈의 친화력이……
‘크으, 배우 클라스.’
지금 식당의 식탁 위에는 음식이 산처럼 쌓여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와 피자 종류부터, 파스타와 불고기, 스테이 크와 치킨.
과도한 칼로리라는 전투력으로 무
장한 음식들이 아이들이라는 성을 공략하는 중이었다.
“먹어! 먹어!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먹어!”
처음에는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음식을 집어 들기 시작했 다.
많이 먹어도 눈치를 주지 않고, 되레 흐뭇한 눈으로 바라봐 준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이 과격하게 음 식을 먹기 시작했다.
“물 먹어, 물! 콜라도 먹고! 진호 씨! 이 실장님! 뭐 해요! 음료수 안 따르고!”
“어…… 네네!”
“지금 하겠습니다!”
“아니! 애들 거잖아! 빨대 꽂아줘 야지, 이 애도 안 키워본 총각들 아!”
댁도 애는 키워본 적 없잖아.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감히 최 연하의 위엄에 도전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작은 아이를 안아 들어 감자튀김을 먹이면서, 이 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대화 를 이어갔다.
‘천직이네.’
‘여기도 재능이 있었네.’
보육원에서 몇 달 살더니 이제는 보육 교사 만렙을 찍어버린 최연하 였다.
과거, 나름 아이들을 잘 다루던 강진호조차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 다.
‘이래서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거 구나.’
일상에서 무학에 대한 새로운 깨 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쭈뼛거리면서도 최연하 에게 슬금슬금 다가가는 모습이 보 인다. 개중 숫기가 없는 아이들도 최연하가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원래 저렇게 친화력이 좋은 사람 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최연하도 정말 많이 변했다.
처음에야 반쯤은 착한 사람 연기 를 한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누 구도 최연하를 나쁜 사람이라고 하 지는 못할 것이다.
“성격이야 여전히 더럽지만……
“뭐‘?”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딴청 을 부렸다.
‘귀도 밝•지.’
그리고 그냥 성격 더럽다는 말만 했는데 본인 이야기인 줄은 어찌 알 고 저리 반응하는가.
도끼눈을 뜨고 강진호를 바라보던 최연하가 아이들이 겁을 먹는 듯하 자 금세 얼굴을 부드럽게 풀었다.
“아니야, 아니야. 못된 아저씨가 있어서 그런 거야. 못된 아저씨는 어떻게 되지? 얘들아?”
“혼나요.”
“그렇지. 혼나야지. 그지?”
최연하가 빙그레 웃으며 강진호를 바라봤다.
차라리 도끼눈을 뜨세요.
그렇게 보시니까 진짜 호러거든 요?
최연하가 여기저기를 오가며 아이 들을 돌본다. 음식을 흘린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고, 아직도 머뭇대고 있는 애들에게는 제 손으로 음식을 먹여주었다.
별것 아닌 일이다.
정말 별것 아닌 일.
하지만 강진호는 그 모습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푸는 데는 딱히 특별한 것이 필요하지 않다.
저 아이들에게는 지금 보는 사람들 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으면 되니까.
“ 가자.”
“……저두요?”
“음, 아니다. 너는 여기 있는 게 낫겠다.”
“잠시만요, 회주님. 그게 무슨 의 미십니까?”
“됐어. 여기 있어.”
강진호가 앞으로 나서서 최연하처 럼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진호를 낯설어 하던
아이들도 이내 강진호의 손길에 자 신을 맡겼다. 5분쯤 지나자 벌써부 터 강진호의 다리에 매달리는 아이 들까지 생겨났다.
‘고픈 거겠지.’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사람이 고 프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편이 되어줄 울타리가 필요 하다. 겁이 날 때 품을 파고들 사람 이 있어야 하고, 두려울 때 의지가 되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강진호나 최연하가 자신들을 보호 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들은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도 은 근슬쩍 거리를 좁혀왔다.
개중에는 짓궂게 강진호를 때리는 아이들도 있다.
“저……
“가만히 있어.”
이현수가 다급하게 아이를 만류하 려 했지만, 강진호가 단호하게 이현 수를 밀어냈다.
이건 괴롭히는 게 아니다.
되레 무서워서 그러는 거다.
강진호가 무섭냐고?
아니.
자기가 조금만 잘못해도 강진호가
돌변해서 소리치고 야단을 칠까 봐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 지 용인이 되는지 확인을 해보는 행 위에 불과하다.
“사람을 때리면 아파.”
“……응.”
“때리면 안 되겠지?”
“응.”
“그래. 이리 와.”
강진호가 자신에게 팔을 휘두르던 아이를 쭉 당겨 안아 들었다.
아이가 살짝 뚱한 얼굴로 허리를 살짝 뒤로 뺀다. 하지만 조금 전처 럼 강진호의 얼굴을 향해 손을 휘두
르지는 않았다.
‘좀 걸리겠네.’
사람에게 질린 아이들이다.
하루 이틀 찾아와 친한 척을 한 다고 마음을 열 리가 없다. 한 번 닫힌 아이의 마음은 어른의 그것보 다 몇 배는 굳건한 법이니까.
하지만…….
‘아직은 안 늦었어.’
꾸준히 시간을 들여 관리한다면 이 아이들도 언젠가는 성심의 아이 들처럼 밝아질 것이다. 성심 보육원 의 아이들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밝 았던 건 아니니까.
그때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 만, 벌써부터 겁을 먹을 필요는 없 다. 이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때, 한 아이가 강진호에게 쭐레 쭐레 다가왔다.
“ 줄까?”
강진호가 자신에게 콜라 캔을 내 민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a o ”
…흐 •
“자.”
강진호가 콜라 캔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가만히 콜라를 들이켰
다.
청량한 탄산이 목을 때리는…….
“저저, 애들 먹으라고 콜라 사놨 더니 지가 처먹고 있네! 저!”
“야, 이 화상아! 먹을 게 없어서 애들 걸 빼앗아 먹어? 나가!”
콜라를 준 여자아이가 작게 속삭 였다.
“미안.”
“••••••아냐.”
혹여…….
정말 혹여 최연하와 결혼을 하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절대 애는 낳지 말아야겠다고 다 짐하는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