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0)
마존현세강림기-160화(160/2125)
마존현세강림기 7권 (11화)
3장 조사하다 (1)
“차 맛이 괜찮군.”
황정후는 그의 앞에 놓인 잔에가 만히 코를가져다 대며 차향을 음미 했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말은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백영기는 입을가리며 웃었다.
안타깝지만 황정후는 다도라든가 예술과는 거리가 무척이나 먼 사람이었다.
고급 차를 내줘도 싸구려 커피를 더 선호했고, 수십억이 넘는 걸작 예술품을 봐도 시큰둥하기 일쑤였다.
나름 로열패밀리라고 불리는 사람 들 중에서는 그런 황정후를 예술도 모르는 돈귀신이라며 폄하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백영기는 이런 황정후가 좋았다.
‘가식은 없으시니까.’
황정후는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좀 더 교양 있고 품위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온갖 한심한 짓을 마다않는 다른 재벌들과는 다르게 황정후는 처음 상경하여 공업사를 세우던 청년의 모습에서 달라지 진게 별반 없었다.
지금도 그랬다.
선물로 들어온 값비싼 보이차를 물처럼 후루룩대는 모습을 보니 웃 음이 절로 나온다. 먹기 싫은 기색 이 역력한데, 그래도 선물이라고 한 잔은 마시는게 예의라나.
“커피.”
“예, 회장님.”
백영기는 미리 준비했던 믹스커피를 타서 황정후에게 내밀었다.
“차라는 건 왜 먹는 건지 모르겠 어. 차라리 물이 낫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한가 치가 있는 것이지요.”
“차라리 술이면 모를까. 그렇지 않나?”
“……회장님.”
“응?”
“술도 좋은 걸 찾지 않으시잖습니 까. 소주와 막걸리만 삼십 년이 넘
게 마셨습니다.”
“그게 제일 맛이 있는데, 그럼 어 떻게 하나. 내가 비싼 돈을 주고 맛 없는 것을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백영기는 결국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래서 잘도착했다고 하나?”
“예. 지부에서 픽업하러 나갔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흐음……””
황정후는 턱을 쓸어내렸다. 까칠 하게 자라난 턱수염이 손끝을 간질 인다.
“알 수가 없군. 중국에 뭐하러 간
것일까?”
“걱정되십니까?”
“걱정은!”
황정후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내가 왜 그놈을 걱정해야 한단 말인가!”
백영기는 자꾸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도 이런 모습을 보이셨다 면 조금 달랐을까?’
황정후는 자신의가족에게도 냉담 한 사람이었다.
딸이 없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들들에게도 자신의 제왕학을 강요
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 하면 아들이라 하더라도가차 없이 비난하고 화를 냈다.
지금 황정후가 강진호를 향해 보 여주는 부드러운 모습을 그때 조금 만 보여주었더라도 황정후와 아들들의 관계가 지금 같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부질없는 생각이지.’
황정후는 그런 사람이었다.
인생을 그룹에 건 사람. 자신의가치를 그룹에서 찾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가족이니 뭐니 하는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황정후가 강진호를 아낀다면, 그 건 강진호의 인간적인 면 때문이 아니라, 강진호가 재경에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백영기가 보기에 강진호는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다. 때로 나이답지 않은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 만, 황정후가 굳이 관심을가져야 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는 보 이지 않았다.
물론 황정후의 눈이 그의 눈보다 못할 리는 없으니 그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겠지만 말이다.
“중국 측에는 이야기를 해두었겠 지‘?”
“이미 그룹 차원에서 당에 말을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친재경 기업 들에게도 협조를 구했습니다. 백주 대낮에 폭력 사태라도 벌이지 않는 이상은 별일 없을 겁니다.”
“하, 이 사람. 정신 나간 놈이 아니고서야 남의 나라 땅에가서 백주 대낮에 그런 일을 벌이겠는가?”
“하하하, 그러니 별문제 없을 거 라는 뜻입니다.”
“싱겁기는.”
황정후와 백영기는 서로를 마주 보고 웃었다.
와장창!
“끄아아아!”
남상혁은 테이블 아래에 머리를 부여잡은 채 엎드려 있었다.
‘이게 뭔 일이냐고!’
그의 머리 위로 사람이 날아다니 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날아다니는게 아니라, 날려지고 있는 것이지만 말
이다.
‘저 새낀 대체 누구야!’
본사에서 VIP가가니 신경 써서 관리하라는 말이 나오는 인물이다.
이제까지 단 한번도 없던 일이기 에 황정후의 숨겨둔 손자나 자식이 라도 오는 줄 알았다. 요즘 실세 중의 실세라고 불리는 비서실장 조규 민을 대동하고 나타난 어린놈을 보 았을 때, 남상혁은 자신의 짐작이 그리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 저 미친놈이 진짜!”
멀쩡하게 생긴 놈이 제정신이 아니었다.
실제로 봤을 때는 인상이 좀 달랐 지만,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유약하게 생긴 젊은 놈이라 온실 속에서 곱게 키워진 후계자쯤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살다 살다 이런 어린놈의 수행 비서 역할도 하는구나’ 하고 한탄을 하기도 했으니 오죽할까.
그런데 그 여리여리해 보이던 놈 이 다짜고짜 건달들에게 시비를 걸 더니, 식당을 뒤집어놓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구요!”
“……뭔가 생각이 있으시겠죠.”
“저게 지금 생각이 있어서 하는 짓 같습니까! 그 생각이 뭔지 저도 좀 알자구요!”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환장하겠네, 진짜!”
조규민은 천하태평이었다. 같이 온 놈이 사고를 치면 당황하는 기색 이라도 보여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조규민은 마치 영화라도 보는 듯 이 편히 앉아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 었다.
‘여기가 한국인 줄 아는 건가?’
아무리 중국이 최근 들어 많이 현
대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야성이 살아 있는 나라였다.
괜히 삼합회 쪽과 얽혔다가는…….
탱!
남상혁은 자신의 얼굴 바로 앞으로 날아와 꽂힌 회칼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악!”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남상혁이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야, 이 미친놈아! 중국 왔다고
무협 영화 찍지 말라고!”
차마 큰 목소리로 외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슬픈 회사원, 남상혁이었다.
“흠…….”
강진호는 자신을 향해 흉기를 들 고 달려드는 인원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가장 앞에서 달려드는, 전신을 문 신으로 두른 남자의 복부와 턱에 깔 끔한 이격이 떨어진다.
탁! 탁!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격
타음이 터지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이를 발로 걷어차 날린다.
“으아아아!”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사람을 보며 조직원들이 기겁을 하며 받아 든다. 영화가 아니면 대체 어디에서 사람이 허공을 날아가는 모습을 보 겠는가.
“회, 회의 뚜의(물러나)!
눈앞의 순진해 보이는 청년이 보 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건 달들이 주춤되며 뒤로 물러섰다.
강진호는 고개를 좌우로 저어 우 드득, 소리를 냈다.
현대에 와서 이런 식으로 누군가 와 싸우는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 았다. 무공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진정으로 주먹을 날리고 상대의 공 격을 받는 것은 과거 성폭행범을 만 났을 때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그때도 그리 공격을 받았다는 느 낌은 아니었고.’
피가 끓기에는 너무 나약한 것들 이지만, 그래도 간만에 몸을 직접 움직이게 된 터라 기분이 산뜻했다.
“안 오면 내가가지.”
강진호가 뚜벅뚜벅 다가가자 건달 들이 당황한 얼굴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손에 무기를 들고 있고, 인원도 이쪽은 수십이지만, 이미 바닥에 널 브러져 거품을 물고 있는 이들의 수 역시 수십이기에 섣불리 달려들 수가 없었다.
“거기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그때, 뒤에서 조규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진호씨!”
“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뒤를 돌아보자 조규민이 소리쳤다.
“한국어요, 한국어! 중국어로 해야죠!”
“아……”
맞다, 여기 중국이었지.
중국도 한국 같고, 한국도 중국 같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타국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그럼 중국어로 내가 간다를 뭐라 고 해야 하지?’
강진호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뭔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자 건달들이 당황하여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인간이 갑자기 왜 저리 멈춰서 저러고 있는지도통 알 수가 없었
“워 취(내가 간다).”
‘너희가 안 오면 내가 간다’까지는 아직은 무리였다. 강진호가 허탈 하게 웃으며 건달들을 향해 달려들 었다.
“으아아아아!”
강진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건 달들이 무기를 꼬나 쥐고 발작적으로 뛰쳐나왔다.
죽이라는 소리는 확실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비속어 인 것 같은 말들은 무슨 말인지도 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언어 중
에가장 빨리 변하는 것이 욕이라는 말을 이해하는 순간이었다.
강진호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 아드는 기다란 회칼을 손등으로 쳐 내고는 비어 있는 안면에 깔끔한 일 격을 날렸다.
퍽!
지체 없이 다가오는 이들의 허벅 지를 짓밟고 아래로 숙여진 턱에 발 차기를 날린다.
동시에!
쿵!
강렬한 진각으로 분위기를 환기시 킨 강진호가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돌진했다.
이거지.
그래, 이거야!
수준이 높고 낮음은 상관이 없었다.
억눌려 있던 갈증이 풀려 나오는 기분이었다.
무학을 익히고 쌓아두기만 해서는 무슨 소용인가.
언젠가는 발산할 곳이 필요한 법 이다.
지금은 비록 벌이는 짓이 양민 학 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퍼퍽!
“끄읍.”
턱과 옆구리, 그리고 복부. 정확하게 한 방에 한 명씩.
강진호는 결코 서두르지는 않았지 만, 한번의 손짓으로 한 명의 적을 확실하게 쓰러뜨리며 앞으로 전진했다.
바닥에 쓰러진 이들은 다시는 일 어나지 못한 채 연신 신음했다.의 식을 잃은 이는 거의 없으나 고통이 심한지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강진호는 천천히 심호홉을 했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몸이 조금 달 아오른 느낌이 난다. 눈앞에 남은 인원은 정확하게 다섯.
“콰이……
남은 다섯을 재촉하려던 강진호가 아래를 한번 둘러보고는 손짓을 했다.
“ 아?”
강진호가 바닥에 쓰러진 놈들을 치우라는 손짓을 하자 겁에 질려 있던 이들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강진호는 그들을 향해 한번 씨익
웃어주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조규 민을 향해 걸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보니 조금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흉기 든 수십 명을 단숨에 제압해 버린 것이다.
“그, 그런데 왜 이러신 겁니까?” 남상혁이 벌떡 일어나 물었다.
“당장 이놈들을 쓰러뜨렸다고 끝 이 아니란 말입니다. 곧 더 많은 수가 몰려올 겁니다.”
강진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예요.”
“예?”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두드 렸으니 이제 뱀이 나오겠죠.”
“네?”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부연이 필요해 보이기는 하지만, 강진호는 굳이 더 말을 하지 않고가방을 들었다.
“출발하죠.”
“아, 예.”
“식당 물품 부서진 건 배상해 주 세요.”
“알겠습니다.”
남상혁은 먼저가게를 빠져나가는 강진호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거, 괜히 풀을 건드려 서 뱀에 물린다는 뜻도 있는 거 아 닙니까?”
강진호의 해석대로 될지, 아니면 그의 해석대로 될지,도무지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는 남상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