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04)
마존현세강림기-1606화(1603/2125)
마존현세강림기 65권 (14화)
3장 침략하다 ⑷
– 느려!
검이 얼굴을 노리고 날아온다. 강 진호는 이를 악물고 되레 앞으로 치 고 나갔다. 검이 얼굴 옆을 아슬아 슬하게 스치면서 볼이 길게 갈라진 다.
핏!
갈라진 피부에서 핏물이 솟구친 다.
하지만 강진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달려들어 눈앞에 보이는 붉은 장포 를 향해 적루를 내려쳤다.
적천마존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검을 받아친다.
“큭!”
강진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 다.
손목이 부러질 듯한 반탄력이 되 돌아온다.
– 나약하군.
“이……
강진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좁혀지지 않지?’
강해졌다.
강진호는 분명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적천마존과 의 간격은 좁혀질 생각을 하지 않는 다.
다른 게 있는가?
근본적으로?
—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는군.
적천마존이 차가운 눈으로 강진호 를 노려보았다.
–
강함에 이유가 있던가? 나약 한 자여, 너는 그저 약할 뿐이다.
“명답이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최근 들어 자꾸만 반성하게 된다. 직접 적천마존을 상대해 보니, 과거 그를 상대하던 이들이 얼마나 열이 받았을지 이해가 간다.
‘아무리 생각해도 청마는 교를 잘 못 택했어.’
차라리 불교로 갔으면 대승려가 되었을 텐데. 웬만한 보살이 아니고 서야 저 삐뚤어진 인간을 보좌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그깟 실력으로 뭘 지킨다고?
“ 후우••••••
강진호가 깊게 심호흡을 했다.
양손에 적루와 청루를 든 강진호 의 눈이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디 제대로 한 번 해보지.”
“……살아는 계십니까?”
“아야, 살살 좀……
“엄살 부리지 마십시오. 이게 뭔……
이현수가 한숨을 쉬며 강진호의 베인 상처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였 다.
평범한 이라면 꿰매야 할 상처지 만, 이 인간은 이렇게만 해둬도 하 루가 지나지 않아 멀쩡하게 나아버 린다.
‘회복력이 예전보다 더 올라간 것 같은데……
과거에는 그래도 이 정도의 상처 를 입으면 응급실로 실려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충 테이프를 덕지 덕지 발라놓으면 알아서 나아버린 다.
예전에도 사람이 아닌 수준이었지 만, 이제는 거의 외계인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외계인이 자꾸
이만한 상처를 입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상처가 심해지는 겁니까?”
“나와 싸워서?”
소년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말 에 이현수의 볼이 파들파들 떨렸다.
“싸워야 할 건 언제나 나 자신이 다! 뭐, 이런 겁니까?”
“아니. 진짜로 싸우고 있는데?”
말을 말아야지.
이현수가 피를 닦아내고는 걸레짝 이 되어버린 옷을 쓰레기통에 처박
았다.
“하루에 한 벌씩 트레이닝복 작살 낼 거면, 차라리 알몸으로 수련하십 시오. 어머니는 별말씀 안 하십니 까?”
“……이제 철 들어서 목 늘어난 거 안 입고 다니고, 새 옷 입고 다 닌다고 좋아하시던데?”
“아••••••
그럴 수도……. 어? 그럴 수도 있 겠네.
그렇지. 그 목 다 늘어난 트레이 닝복보다는 깔끔한 새 옷이 낫기는 하지. 그렇지.
“여하튼 적당히 하십시오. 어떻게 날이 갈수록 상처가 더 심해지십니 까?”
“괜찮아.”
“몸도 괜찮답니까? 이건 몸뚱아리 말도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
이현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강진 호를 바라보았다.
일단 이현수는 최대한 강진호의 수련에 협조하고 있다.
막아서 될 일도 아니니, 차라리 이현수라도 붙어 있으면 조금 덜 심 해질 것 같아서다. 하지만 강진호는 이현수가 있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리고 있다.
“상처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잖습 니까! 수련을 하면 뭐가 나아져야 지! 왜 더 못해집니까?”
“내가……
“예?”
“내가 너무 세다.”
이현수가 말없이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소리를 빽! 질렀다.
“아니, 이 양반이 중학생이 되셨 나! 왜 갑자기 중2병 대사를 남발하 시지?”
“아니, 정말 세다고.”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적천마존.
뭔가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 는다. 이제는 충분히 해볼 만한 힘 을 갖췄다고 생각하는데도, 이상하 게 그의 검은 적천마존에게 닿지 않 았다.
“왜 안 되는 걸까?”
“고민해 봐야 뭐 합니까. 애초에 회주님은 이론을 따져서 해결하는 타입이 아니시잖아요.”
“웅?”
“전생에 무학 배우실 때는 그런
걸 생각하셨습니까?”
“……아니지.”
일단 들이받았다.
뭔가 안 되는 게 있으면 될 때까 지 수련하거나, 그게 아니면 실전에 서 그 답을 찾았다.
‘아니, 아니지.’
생각해 보면 그때는 지금처럼 뭔 가에 막혔다는 느낌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수련하면 하는 만큼 강 해졌고, 싸우면 싸우는 대로 강해졌 다.
“제 생각입니다만……
“음?”
“지금의 회주님은 과거에 비해서 생각이 너무 많은 건지도 모릅니 다.”
“••••••응?”
“그런 것 있잖습니까. 최고 수준 의 운동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머리 가 좋아야 하지만, 정말 탑이 되는 이들은 이론을 감각으로 넘어버린다 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제가 처음 봤을 때의 회주님이 좀 그런 느낌이었죠. 쉽게 말하면 뇌까지 근육…… 악! 아악! 아니,
말실수입니다! 실수! 아니, 그런다고 바로 죽빵을!”
“내가 제대로 쳤으면 네가 살아 있을 것 같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현수가 눈물을 머금었다.
약한 게 죄지, 약한 게 죄야.
한숨을 내쉰 이현수가 말을 이어 갔다.
“예전에는 답답한 게 없었겠죠. 왜냐면 위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그냥 수련만 하면 쥐꼬리만큼 강해 져도 더 강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으 니까.”
“그렇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란 말이죠. 회주님은 지금 자기가 어디까지 가 야 하는지를 알고 있잖습니까. 그러 니까 자꾸 조급해지고, 정체되어 있 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조급함이 자꾸 편법을 부르는 겁니다.”
“ 편법?”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들이받는 데 더 탈리 돌파할 방법을 계속 궁리하시잖습니까?”
“왕도는 없는 법이죠. 회주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잖습니까.”
강진호가 멍하게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뭡니까, 그 눈은?”
“아니.”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내가 너하고 무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 참 뭐랄까…… 좀 안타 깝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고수 아니면 이론도 모른답니까? 원래 톱급 스포츠 선수는 좋은 감독 이 될 수 없는 법입니다. 약한 놈이 감독은 더 잘하는 법이에요!”
뭔가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
고?
꾸우우욱.
이현수가 살짝 원한이 담긴 손으 로 강진호의 상처를 꾹 누르며 테이 핑했지만, 강진호는 아프지도 않은 지 계속 생각에 잠겨 있었다.
“쯧.”
이현수가 그광경을 보며 눈을 찌 푸렸다.
‘이게 좋은 게 아니야.’
누가 보면 사내답다고 박수라도 칠 광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고통에 무감각해진다는 건 정말 서 글픈 일이다.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으면 이만
한 상처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걸까?
사람들은 강진호가 이뤄낸 것에 주목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강진호가 이 많 은 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을 해왔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다.
수련이 힘들다고 징징대는 마염들 에게 강진호가 수련하는 모습을 보 여주면 채 5분이 지나기 전에 얼굴 에서 핏기가 사라질 것이다.
‘평범한 인간은 이걸 못 버티지.’
채 며칠 지나기도 전에 정신이
붕괴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하루에 한 번씩 중환자실에 실려갈 만한 상 처를 입고, 그걸 회복하고 다시 상 처 입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생각해 보라.
보통은 이걸 약한 단계로 반복하 는 걸 고문이라 부른다.
지금 강진호는 자신의 몸을 최대 의 강도로 고문하는 중이었다.
“적당히 좀 하십시오, 적당히.” 이현수가 마지막 테이핑을 마치고 는 강진호의 몸에서 손을 뗐다.
“이러다가 세지기 전에 먼저 죽겠 습니다. 회주님 몸에는 일주일 전
피는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을 겁 니다.”
요 Q..W
M…•
“물론 조급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지만.”
이현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성휘, 그 새끼.’
괜히 나타나서 한마디 하고 간 덕분에 강진호의 마음속에 초조함이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러다가는 정말 몸이 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진호의 수련을 완전히 막아버릴 수 없다는 것이 이현수가 가진 딜레마였다. 할
수 있는 걸 다 해버린 이상, 이제 총회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남은 것은…….
‘회주님 하나인데.’
절대의 고수는 전장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준다.
지금까지 총회는 그렇게 이겨왔 다. 강진호가 선봉에 서서 적들의 기세를 꺾어버리면 아주 간단하게 적의 목을 주워 담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총회는 삼왕 계 전체와는 비교할 수도 없고, 홍 왕계 하나도 감당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회주님이 선봉에서 압도해 주지 못한다면 결과는 빤하다는 거지.’
그렇기에 이현수 역시 강진호가 더 강해지기를 원한다.
다만…….
‘지켜보기 괴롭네.’
이 사람의 어깨에는 너무 많은 것이 올려져 있다.
한 번씩 이현수는 숨이 막혔다. 강진호의 어깨에 올려진 짐.
그 무게를 가늠하는 것만으로 몸 이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총회에서 날뛰는 사람은
강진호가 아니라 이현수지만, 이현 수가 그리 날뛸 수 있는 이유도 강 진호가 그 모든 짐을 져주기 때문이 아닌가.
“회주님.”
“음‘?”
“몸은 상하지 마십시오.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걱정할 것 없어.”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 했다.
“별것 아니야.”
뭔가 말을 하려던 이현수가 한숨
을 푹 내쉬었다. 그러고는 바닥에 널브러진 붕대와 비닐들을 챙겨 자 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계십시오.”
“뭐 하려고?”
“이 새끼들이 제대로 수련하고 있 는지 보고 올랍니다.”
이현수가 차가운 냉기를 뿜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강진호가 입 맛을 다셨다.
‘난리 나겠네.’
총회를 한 번 뒤집어놓을 기세다.
아마도 너희들이 약해 빠져서 회 주님이 개고생을 한다며, 난리를 치 겠지.
강진호가 쓴옷음을 머금었다.
아마 이현수는 이해하지 못할 것 이다.
강진호가 총회를 지키기 위해 이 고통을 참아낸다고 생각하겠지.
‘평생 이해 못하겠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화두를 바 라보는 무인의 심정 같은 건 말이 다.
이조 혜가는 자신의 팔을 잘라 깨달음을 얻었다. 다시 말하자면, 눈
앞에 있는 것에 닿지 못하는 고통에 비한다면, 팔 하나 자르는 것 정도 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조금 더.’
강진호가 갈증이 어린 얼굴로 허 공으로 손을 뻗었다.
붉은 장포를 두른 적천마존의 등 이 보이는 것 같다.
‘조금만 더.’
넘어선다.
나를 이겨낸다.
과거를 극복한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 라보았다.
‘시간이 없어.’
얼마 전부터 세상이 그를 조여오 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 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면, 아마 지금 중국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지 고 있을 것이다.
곧 닥쳐온다.
피할 수 없는 태풍이.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그 운명을 짓밟고 서기 위해서 강진호는 더욱 강해져야 한다.
더욱!
“후!”
짧은 숨을 토해낸 강진호가 담배
를 입에 물고는 그 자리에 드러누웠 다.
‘ 피곤하군.’
눈을 감은 강진호가 담배에 불을 붙이지도 못하고 잠에 빠졌다.
그의 낮은 숨소리만이 피 냄새가 배어든 회주실에 낮게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