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08)
마존현세강림기-1610화(1607/2125)
마존현세강림기 65권 (18화)
4장 개원하다 ⑶
“술 받아라.”
“……이 미친 새끼들.”
주영기가 혼이 빠진 얼굴로 강진 호와 박유민을 바라봤다.
“야, 이 미친놈들아! 술이 처먹고 싶으면 하루 전에 말을 하든가! 이 제는 하다하다 사람을 납치해? 니들
이 사람이냐, 니들이 사람이야?”
“응, 그래.”
“마셔, 마셔.”
주영기가 머리를 벅벅 긁어 댔다.
“내가 미친놈•이지. 이런 것들을 친구랍시고 사귀고 있는 내가 미친 놈이지. 누굴 탓해.”
“응, 맞아.”
“마시라니까.”
“카아아아악!”
짐승처럼 소리를 지른 주영기가 앞에 놓인 맥주잔을 확 낚아채더니 그대로 원샷해 버렸다.
“크으으으으! 그래. 빌어먹을, 오
늘 먹고 죽자!”
강진호가 재빠르게 주영기의 잔에 술을 채웠다.
그 모습을 보며 주영기가 물었다.
“그런데 뭔 일이냐?”
“아무 일 없는데?”
강진호와 주영기의 눈이 서로 마 주쳤다.
“그럼 왜 이렇게 급하게 끌고 왔 는데?”
“오늘 아니면 자리 못 만들 것 같 은데, 곱게 말하면 넌 마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할 거잖아.”
“……고작 그런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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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
주영기가 빙그레 웃었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들이야.’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이미 여기 까지 와버린 것을.
“영기야, 피자집은 잘되니?”
“말도 마라. 저 새끼 때문에 내가 정신이 없다.”
“왜?”
박유민이 고개를 갸웃하자, 주영 기가 맥주잔을 잡고는 성질내듯 말 했다.
“저 새끼가 갑자기 프렌차이즌가 뭔가를 한다고, 이상한 짓거리를 시 작해서…… 하루에도 저 새끼 회사 직원들이 몇 번씩 다녀간다. 그냥 왔다 가는 게 끝이 아니라 자꾸 사 람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잖아. 안 그 래도 바빠 죽겠는데.”
“프렌차이즈면 좋은 것 아냐?”
“내가 뭐가 좋냐, 저놈만 좋지.”
“네가 사장 되는 거잖아.”
“사장은 얼어 죽을.”
주영기가 코웃음을 쳤다.
“그 프렌차이즈랑 내 피자집은 별 개로 운영할 거야.”
“나는 그런 걸 할 주제가 못 돼.” 주영기가 딱 잘라 말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하 나하나 늘려가야 되는 사람이지, 한 번에 뭘 막 늘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지금 점포가 다섯 개만 돼 도 분명히 망한다. 그런데 나더러 새 피자집을 다 관리하라고?”
주영기가 코웃음을 쳤다.
“안 해. 나는 못해.”
“그래도 그럼 돈이 되잖아.”
주영기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고 는 손을 뻗어 박유민의 머리를 쓰다
듬었다.
“요 강아지 같은 놈아.”
“……욕이지, 그거?”
“귀여워서 하는 말이다, 이 강아 지야. 예전에는 오백 원짜리만 바닥 에 떨어져도 덜덜 떨던 놈이 세계 대회 우승해서 몇 억 만졌다고 이젠 돈을 우습게 아네.”
“그런 거 아니야! 지금까지 네가 잘해왔으니까 당연히 네가 사장 되 는 줄 알았지.”
“프렌차이즈가 장난이냐, 장난이 야? 이 새끼야, 잘나가던 맛집들 프 렌차이즈니 어쩌니 하면서 지점 내
다가 본점까지 말아먹는 꼬라지를 내가 한 두 번 본 줄 알아? 난 절 대 안 해!”
“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뭐.” 주영기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여하튼 나는 절대 안 해. 그 프 렌차이즈도 상호명 다르게 해서 운 영해야 된다. 너희 망해 자빠져도 우리 쪽에 피해 안 오게.”
“말조심해야지. 이제 시작하는 덴 데.”
“저 새끼가 망하겠냐? 나는 미국 이 망하는 건 상상이 돼도 저 새끼 가 망하는 건 상상이 안 간다.”
주영기가 혀를 찼다.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말했 다.
“그러니까 지분이라도 받으라니 까. 아니면 로열티 대신에 피자집 내 지분 가져가라고.”
“웃기지 마, 새끼야!”
주영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피자집 피자 만드는 법은 네 가 다 만들었고, 나는 그걸로 돈 버 는데, 내가 왜 그걸 받아! 네가 만 든 피자집 네가 쓰면서 나한테 로열 티를 준다고? 이 새끼, 웃기는 새끼 네.”
주영기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야, 사나이 주영기. 자존심 하나 로 산다. 나한테 그런 개소리 하지 마. 너 부자 된 건 알겠는데, 나는 손 안 벌려. 나는 내 힘으로 부자 될 거야!”
박유민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손은 이미 벌린 것 같은데……
“그건 투자지, 투자. 오케이? 투 자. 자, 마시자!”
주영기가 재빨리 잔을 들어 올렸 다. 그 모습을 보며 강진호와 박유 민이 피식 웃고 말았다.
여하튼 넉살은.
맥주를 쭉 들이켠 주영기가 입을 쓱 문질러 닦았다.
“여하튼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참 인생 알다가도 모르겠다. 몇 년 전만 해도 진짜 군대 갓 전역한 어 린놈들이 궁상떨면서 술 마셨는데, 이제 한 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 로게이머고……
“……나 원래 유명했어.”
“세계적으로! 세계적으로, 새꺄! 너 예전에는 CF에도 못 나오고 지 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잖아. 은퇴도 했고.”
“그건 그렇지.”
주영기가 끼어들지 말라는 듯 눈 치를 주었다.
“그리고 나는 불알 두 쪽밖에 없 는 놈팡이에서 번듯한 피자집 사장 이 됐고.”
“지점도 세 개.”
“네 개야, 인마!”
“오, 그새 하나 늘었네?”
“후후후후.”
주영기가 말만 들어도 즐겁다는 듯 헤벌쭉 웃었다.
“그리고 저놈은……
웃음 가득하던 주영기의 얼굴이 강진호를 마주하는 순간, 와락 일그
러졌다.
“……아니, 저 새끼는 좀 심하지 않냐?”
“그건 동의해.”
“뭘 정도껏 해야지, 진짜.”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 다.
“뭐가?”
“야, 이 새끼야! 네 나이에는 적 당히 소기업이나 만들어서 벤처나 하는 거야. 어디 갑자기 이상한 회 사를 세워 강남 땅에서 회장 노릇을 해‘?”
“좀 심하긴 하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야, 성공에도 정도가 있다. 거, 위화감 좀 조성하지 마라.”
박유민이 빙긋 웃었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는 진호가 이 리 성공할 줄 알았어. 생각보다 그 시간이 너무 빨리 와서 그렇지.”
“하? 이 간신배 새끼, 말 바꾸는 것 보소?”
“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정말 그럴 줄 알았어.”
빙그레 웃는 박유민을 본 주영기
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망할 놈들.”
그래도 기분이 정말 나쁜 건 아 닌지, 못내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주영기 였다.
“마셔. 마셔, 새끼들아. 나 끌고 나왔으니, 니들은 오늘 술로 뒈지는 거야.”
술이 몇 순배 돌고 이런저런 이 야기들이 나왔다.
별것 없는 이야기들.
근황을 묻는 이야기, 연애사를 묻 는 이야기, 이런저런 투정.
의례히 술자리에 따라붙는 이야기 들을 나눈다.
자리가 몇 번 바뀌고, 몇 개비의 담배를 피워 대고…….
그런 순간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즐거웠다.
“어우…… 어.”
“영기야…… 영기야, 괜찮냐?”
“아니…… 나 더 마실……
의자에 늘어진 주영기를 보며 강 진호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얘는 뭐 벌써 쓰러져?”
“피곤하겠지. 피자 굽는 게 보통 일 아닌 거 우리 알잖아.”
“아…… 너한테는 별일 아닐 수도 있겠다.”
“미안.”
공감을 못해주겠네.
“일단 영기부터 좀 보내자.”
“그래.”
강진호가 주영기를 업어 들었다. 그리고는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갔 다.
박유민이 택시를 잡자, 강진호가 주영기를 택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박유민이 택시를 잠시 잡아놓고는 전화를 걸었다.
“예, 제수씨. 지금 영기 택시 태 웠거든요? 집 앞으로 갈 거예요. 네. 진짜 죄송해요.”
[아니에요. 간만에 그럴 수도 있 죠.]“예. 부탁 좀 드릴게요. 다음에 선물 사 갈게요.”
전화를 끊은 박유민이 쓴웃음을 머금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주영기 를 태운 택시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 아갔다.
“영기 집에 수연 씨가 있어?”
“살림 합친 지가 언젠데.”
“••••••그래?”
“곧 식도 올릴 모양이던데?”
“벌써?”
“바빠서 일정을 못 잡아 그렇지, 거의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 야. 그러니까 수연 씨라고 못 부르 겠더라.”
강진호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 다.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왜 생각을 못했지?
강진호가 머리를 벅벅 긁자, 박유 민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워낙 바쁘니까 생각을 못할 수도
있지.”
“어……
“괜찮아. 지금이라도 기억하면 되 지.”
“그러네.”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래서 박유민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너는 어쩔 건데? 한 잔 더?”
“아냐. 가자. 나 오늘 보육원 가 서 자려고.”
“웅‘?”
“우리 건물도 곧 옮긴다면서?”
“그랬지.”
“그럼 개인실 생겨서 애들이랑 같 이 못 잘 테니까, 지금이라도 자주 가두려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그럼 택시 불러?”
“걸어가자, 진호야. 간만에.”
박유민의 표정을 본 강진호가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예전에는 자전거 타고 너하고 많 이 다녔는데.”
“그랬지.”
한참 말없이 걷던 박유민이 입을
열었다.
“예전에 말이야……
“응?”
“네가 나 처음 자전거에 태워준 거.”
“응?”
“내가 쩔뚝거리며 걸으니까 그게 마음에 걸렸던 거지?”
“ 아냐.”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박유민은 더 묻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되레 강진호가 물었다.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봐?”
“……네가 나랑 같이 걸어주니 까.”
“응?”
박유민이 살짝 웃었다.
“지금도 좀 불편하게 걷잖아. 예 전에 너였으면 어떻게든 차를 태우 려고 했을 텐데, 이제는 같이 걸어 주니까.”
“그건 이제 더 이상 네 눈에 내가 보호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잖아.”
“별……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박유민은 그게 뿌듯하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는 예전부터 그랬어. 엄청 차 가운 척하면서 주변은 다 보고 있 고, 절대 안 도와줄 것처럼 굴면서 도 뒤로는 사람 도와줄 방법부터 찾 고.”
“ 진호야.”
“응?”
“고맙다.”
강진호가 슬쩍 박유민을 돌아보았
다.
박유민이 뭔가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 친구지만…… 네가 너무 자랑 스럽다. 나도 아직 못한 걸 네가 해 주네. 오늘 보육원 건물 보는데, 눈 물 나는 걸 참느라 혼났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분명히 원장 수녀님도 자랑스러 워하실 거야.”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그냥 남는 돈으로 보육원 몇 개 차린 것뿐이야. 이상한 의미 부여하 지 말고.”
“그게 중요한 거지.”
박유민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호를 바라봤다.
“나도 돈은 꽤 벌었는데, 아직 시 작할 엄두도 못 냈거든. 사실 작은 돈이라도 뭔가 할 수는 있었을 텐 데, 그냥 돈이 아까웠는지도 몰라.”
“쓸데없는 소리 한다.”
“아냐. 정말……
박유민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 았다.
“정말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네게는 별일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들한테는 너무 큰일이겠지. 나도 예전에 네가 먼저 나를 불러주 지 않았더라면…… 나한테 먼저 손 을 내밀어주지 않았더라면 너무 힘 들었을 테니까.”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새로 보육원으로 오는 아이들은 네 그 작은 마음 때문에 조금 더 행복해질 거야. 고마워, 진호야. 정 말로.”
강진호는 대답 없이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는 박유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원장 수녀님은 그에게 손
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제 강진호는 또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밀려 한다.
‘그렇게 이어지는 거겠지.’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전해지는 것이다.
강진호가 손을 뻗어 박유민의 어 깨를 움켜잡았다.
“ 어?”
“가자, 보육원까지.”
강진호를 바라보던 박유민의 얼굴 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가자.”
같이 걷자.
조금 먼 길이더라도.
어둠이 내린 길을 따라 두 사람 이 천천히 걸어갔다.
저 멀리 아직은 보이지 않는 온 기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