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609)
마존현세강림기-1611화(1608/2125)
마존현세강림기 65권 (19화)
4장 개원하다 (4)
“달려라!”
“오오오오오오오!”
“하아아아아아압!”
군복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미친 듯이 질주를 시작했다. 다양한 인종 들이 섞여 있는 집단이 일제히 달리 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만
했다.
“더 빨리 달려,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아아아아악!”
건장하기 짝이 없는 군인들의 앞 에, 그 군인들을 아이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덩치가 서 있었다.
번들거리는 머리와 짙은 눈썹, 그 리고 강렬한 눈빛!
“따라 해라! 나는 버러지다!”
“나는 버러지다!”
“그래! 버러지 주제에 제대로 뛰 지도 못하는 놈들은 신발 밑창으로 때려죽이겠다! 다리가 부러져라 달
려라!”
“예!”
바토르가 커다란 고함을 내질렀 다.
그 고함 소리에 호응한 군인들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레이놀드는 그 광경을 보며 허허 옷었다.
“이쪽 훈련 교관으로 영입하고 싶 을 정도군. 저 병사들이 그리 고분 고분한 이들이 아닌데.”
레지 머서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 팔뚝을 보고도 고분고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렇게까지 잘 먹힐 줄은 몰랐지 만.’
강진호도 한 번 다녀가기는 했지 만, 충성심이나 신뢰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강진호보다 바토르가 이쪽 에 더 잘 맞는 것 같다.
애초에 무학이라는 건 비과학적인 부분이다. 그러니 대충 이해하고 납 득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신뢰감 에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 모든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던 동양의 무인들과는 달 리, 무학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 다가 필요에 의해 무학이 입문한
SOB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야 하 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바토르는 강 진호보다 배는 더 명쾌하고, 배는 더 인상적이다.
일단 저 몸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가 있지 않은가.
도무지 알아볼 수도 없고, 해석할 수도 없는 기술로 자신들을 쓰러뜨 리는 강진호는 그들의 이해 대상이 아니다. 그에 반해 바토르의 모든 것은 너무도 직관적이었다.
“걷지 말고 달리라고!”
지금도 보라.
뒤로 처지는 이를 움켜잡아 날려 버리는 바토르의 행동 하나하나에 상남자의 기운이 묻어나지 않는가.
할리우드에서 잘나간다는 근육질 배우를 옆에 가져다놓으면 어깨 빵 빵한 어린아이로 보이게 만들 몸이 다. 그런 몸을 가진 이가 선두에서 달리며 고함을 내지르는데, 무슨 배 짱으로 따르지 않겠는가.
“확실히 우리 병사들에게는 저분 이 잘 어울리는 것 같군요.”
“신기한 일이지. 몽골인이라던데.” 레이놀드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다인종 국가의 상징 같은 곳이
미국이지만, 총회를 보고 있으면 그 말도 무색했다. 상층부만 보더라도 한국인, 중국인, 몽골인, 영국인이 제멋대로 뒤섞여 있고, 동맹을 맺은 조직들도 그야말로 범세계적이지 않 은가.
미국과 유럽을 동맹으로 두고 중 국과는 서류상 동맹으로 엮여 있다. 그리고 일본은 반쯤 제압하여 지배 하고 있는 상황 아니던가.
‘여하튼 굉장한 사람이야.’
다른 이들은 강진호의 무력에 감 탄하지만, 레이놀드는 달랐다.
“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건
알겠네. 그래서 그 효과는 어떤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 다.”
레지 머서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 짧은 기간의 훈련만으로 대부 분의 병사들이 거의 두 배 이상의 지표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기존 SOB들의 평균적인 지표 상승률이 연에 8%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한다 면……
“열 배라는 건가?”
“일단 지표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물론 이 추세가 유지될 리도 없고, 환경적인 측면 역시 작용했겠지만.”
레지 머서가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레이놀드는 그 뒤에 붙을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의 훈련 체계가 완전히 박살 났다는 거로군.’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전임자들 이 한 일이라 언급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사실 결과만 놓고 보 면 지난 세월 SOB들이 해온 훈련 은 효과가 미비했다는 걸 증명한 것 이나 다름없었다.
‘완벽히 과학적인 훈련이라…… 레이놀드가 피식 웃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무
학이란 과학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분야다. 무학을 과학적으로 분 석하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단 한 번 도 성공한 적이 없다.
분석할 수 없는 것을 분석해서 체계를 잡았으니,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방향성의 한계라는 건가?”
“저들이 쌓아온 것을 너무 무시한 겁니다. 새로운 것이 반드시 더 나 은 것은 아니라는 거겠죠.”
“흐음.”
“물론 저게 전부는 아닙니다.”
“음?”
레지 머서가 단호한 눈으로 말했 다.
“기존에 누군가가 구축한 방식을 그저 따라 하기만 해서는 결코 최고 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저들이 하는 방식을 참조하여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내는 거겠 죠.”
“그렇지.”
레이놀드가 고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건 우리의 일이 아니 지.’
그의 시선이 슬쩍 뒤로 향했다. 훈련장을 전방위적으로 찍고 있는
카메라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때?”
“어제보다 속도가 0.3% 올랐어.”
“확실히 더뎌졌군.”
“더뎌져? 옷기는 소리 하지 마, 제리. 올림픽 선수들은 그 0.3%를 올리기 위해서 5년을 바친다고. 하 루 만에 0.3%씩의 진척을 보인다는 건 혁명적인 일이야.”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초반의 급격한 상승률에 비하면 무척이나 더뎌진 것도 맞잖아?”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
는데? 그보다는 이제 엘리트의 영역 에 진입했다고 봐야겠지.”
“엘리트의 영역?”
오헨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운동이든 초반에 기록을 올 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 기본적 인 것만 하더라도 눈에 띄는 상승이 동반되기 마련이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게 전문가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초 단위의 승부가 되지. 그리고 엘리트의 영역으로 넘어가 면, 마이크로 콤마의 싸움이 되어버 리지.”
“흐음, 그 말은 한국으로 넘어가 기 전의 SOB가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했다는 건가?”
“데이터가 증명하는 일에 굳이 첨 언을 할 필요는 없겠지. 부정하고 싶지만, 그게 사실이야.”
“이거, 간만에 겪어보는 패배감이 로군.”
제리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SOB의 훈련 체계 대부분은 바로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과학의 패배인가?”
“무지한 자는 그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이건 과학의 패배가 아니
라 과학자의 패배야, 제리. 과학은 합리적이지만, 절대 완벽하지 않지.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원리가 많기 때문이야. 지금까지 구축된 과 학의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게 있다고 해도 그게 과학의 불완전함 을 증명하지 않아. 인간의 불완전함 을 증명할 뿐이지.”
“철학자 납셨군.”
“비꼬지 마. 나는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니까.”
오헨의 눈에 모니터에 기록되는 그래프들이 들어왔다.
어차피 저 훈련의 원리를 파악하
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 렇다면 발생하는 결과를 데이터로 쌓아 올려 결과로부터 과정을 도출 해 낼 수밖에 없다.
“어려운 일이로군.”
“그렇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던 사람이 있던 것 같은데 말이야.”
“비꼬지 말라니까.”
오헨이 살짝 짜증을 부리고는 화 면을 웅시했다.
몇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
하나는 시간이 몇 달 흐르면서 이제는 더 이상 녹화된 동영상이 아 니라 실시간으로 훈련 상황을 파악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훈련장 전 체에 여러 가지 센서가 설치되었다 는 점.
그 외에도 자잘한 변화들이 있지 만, 안타까운 것은 이 변화들조차 저 바토르와 강진호가 행하고 있는 비과학적인 훈련의 성과를 분석해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근본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 가 있겠어.”
오헨의 말에 제리가 쓴웃음을 머 금었다.
“너, 그게 몇 번째 하는 말인지는 알고 있나?”
“실험 설계를 다시 하는 건 당연 한 거야. 몇 번이 아니라, 몇 십 번, 몇 백 번이라도 다시 해야 하는 일 이지.”
오헨의 말에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었다.
“과학적이라……. 나는 솔직히 좀 회의적이야. 보라고. 저 배드 애스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겠어?”
“흐음.”
확실히 화면으로 보이는 바토르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화면으로 봐도 살이 떨릴 지경인 데, 저자를 직접 대면해야 하는 병
사들이 받는 압박감이 어느 정도일 지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멘탈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는 거로군.”
제리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까 네가 한 말에 답이 있지. 어쩌면 저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는 건 우리 대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지도 몰라 적어도 수십 년은 더 지 나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지금의 연구가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 연구란 후대로 이 어지고 또 이어지는 거니까. 내가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만
든 데이터나 이론이 사라지는 건 아 니잖아?”
“못 말리겠군.”
어쩌면 저게 과학자로서 가장 이 상적인 사고방식일지도 모른다. 문 제는 대부분의 사람은 저런 사고방 식을 지키기는커녕 옆에서 따라가기 도 버겁다는 점이다.
“여하튼 알아서 해. 네가 원하는 건 내가 최대한 맞춰줄 테니까.”
“고맙군. 그러니까 일단 커피 한 잔 내려주지 않겠어.”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말
이야.”
투덜거리며 커피를 타러 가는 제 리를 보며 오헨이 살짝 미소를 지었 다.
‘지난한 작업이 되겠군.’
그의 시선에 모니터 안의 모습이 들어왔다.
바토르가 화가 난 듯 병사 하나 를 잡아 허공에서 빙빙 돌리고 있었 다.
‘처음부터 리미트를 너무 낮게 잡 았어.’
가장 큰 패착이 이거다.
그들은 병사들이 무학을 받아들이 면서 강해질 수 있는 한계치를 지금
바토르의 20% 정도로밖에 예상하지 못했다. 무인이라는 존재가 저토록 강할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 면, 그들의 훈련체계 역시 전혀 달 라졌을 것이다.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극단적인 부하, 그리고 회복. 그 걸 반복한단 말이지.’
저들이 지적한 것은 이쪽에서 무 인들의 회복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는 것. 그것 역시 맞는 말이다.
‘오류를 잡아낸 건 좋은 일이지.’ 모든 과학적 연구는 크게 보자면 설정한 이론에 대한 오류를 잡아내
고 증명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하자 면, 기존의 훈련 체계에 대한 오류 를 찾아내면 찾아낼수록 그가 생각 하는 완벽한 훈련 체계에 가까워진 다는 뜻이었다.
‘반드시 성공한다.’
오헨이 눈을 빛내며 화면을 바라 보았다.
일단은 저 바토르부터.
저 바토르를 이해하는 순간, 동양 의 마왕 역시 사정권에 잡힐 것이 다.
“……아니. 그건 안 될 것도 같 고.”
오헨이 고개를 내저었다.
최근에는 왜 세상에 신화가 존재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과 거에 강진호 같은 존재가 있었다면, 평범한 이들에게 그들은 신이 내려 보낸 사자 혹은 신의 화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거대한 히드라를 잡아 죽이는 헤 라클레스나 풀잎을 타고 강을 넘었 다는 달마 같은 전설들 말이다.
인간의 몸으로 인간을 뛰어넘은 위업을 보인 이들에게는 자연히 숭 배자가 모이고, 그 숭배는 종교로 발전해 신화를 만들어낸다.
“신이 깃든 인간이라…… 오헨이 낮게 웃었다.
참 비과학적인 이야기다.